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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과 내용 모두에 내가 완전히 빠져들어 감탄한것도 참 오랫만인것 같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순간이 아까울 정도로 환상적인 색깔들이 펼쳐진다. 외국의 그림책에 비해서 우리 나라 그림책들의 색감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던 나의 선입관을 완전히 무너뜨린 순간이다.
첫 장을 펼치면 조그만 창을 통해 나타나는 창밖의 비오는 풍경, 아직 어둑한 어슴프레한 모습이 흐리고 아직은 아침이 밝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보라색에 가까운 짙은 남색이 이런 기막힌 분위기를 만들어낼줄이야... 그리고 방으로 옮기면 문득 잠이 깬 아기 고양이, 그 옆에 잠이든 아빠와 동생의 모습도 우리집 가족들의 잠자는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동생을 깨워 노란 비옷을 입고 비오는 밖으로 나가는 고양이 형제들. 빛의 처리와 명암 뭐 등등등...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그림이다.(여기서 아빠는 자는데 애 엄마는 일찍 일어나서 혼자서 식사준비를 하냐고 묻지 않을련다.)
바깥으로 나온 고양이 형제들이 바라보는 하늘의 색감은 어쩌면 이런 색깔이 가능할까 싶게 비오는 흐린 날의 어슴프레한 그러면서도 우울하지 않은 하늘을 절묘하게 묘사했다. 이 페이지의 색감은 정말 최고다.
이후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구름을 집으로 가져와 빵을 만드는 과정은 갑자기 요리책으로 변신, 아이들의 눈을 반짝이게 만든다. 집에서 빵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예린이와 해아는 정말 눈이 반짝 반짝 빛나면서 요리 과정을 뚫어지게 보고 즐거워한다.
늦잠을 잔 아빠는 허겁지겁 아침도 못먹고 출근하고, 남은 가족들끼리 구름빵을 냠냠냠.... 여기서 구름빵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상상력이란... 예린이와 해아도 폴짝 폴짝 뛰면서 구름빵을 냠냠냠....
구름빵을 먹은 고양이들은 모두 하늘을 둥실 둥실 떠다닐 수 있게 되고, 그저 자신들의 배부름에 머물지 않고 아침도 못먹고 가신 아빠를 생각하며 아빠에게 구름빵을 갖다드리기로 한다. 비오는 도시위로 흐린 하늘위를 우산을 쓰고 둥둥 떠가는 아기 고양이들. 만원버스안에 갇혀있던 아빠는 아이들이 가져다준 구름빵을 먹고 같이 둥실 떠올라 회사로.... 집으로 돌아온 아기고양이들은 이제 비가갠 하늘 아래 지붕위에 앉아 남은 구름빵을 먹어치운다. 이 때의 하늘은 얼마나 또 정겨운지...
내용과 그림, 상상력이 모두 별 5개인 그림책. 혹시 어른인 나만 이렇게 좋아하는게 아니냐고요?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다 읽어주고 난 이후에 예린이가 말했다. "엄마! 한번 더 읽어줘, 근데 이번에는 그림만 볼래" 예린이가 이런 말을 한 건 정말 처음이다. 책을 읽고 그림이 예쁘다던지 재밌다던지 하는 말은 자주 했지만 엄마가 글자 읽지 말고 그냥 그림만 보여주면서 책장을 넘겨달라는 건 정말 처음이다. 아이의 눈에도 이 그림들이 정말 맘에 들었던 걸까? 나는 사실 이 그림책이 좋으면서도 혹시나 예린이가 진짜 구름빵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쓰면 도대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쓸데없는 고민이었다.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그림을 보는 예린이의 모습이 내가 책을 볼때의 눈빛과 정말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