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14년이란 시간은 집을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시간이란 것을..... ㅠ.ㅠ
무슨 치우고 버려야할게 그렇게도 많은지....
14년 전에 이집에 이사오기 전에 2번의 이사를 했지만 그때는 이사가 그리 힘겹지 않았습니다.
둘 다 전세집에서 2년만에 이사하는 거였기 때문에 사실 모든 짐을 그대로 가져가서 이삿짐센터에서 놓아준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거였거든요.
하지만 도합 18년의 살림살이는 격이 달라지는 거였습니다.
이사하기 전부터 버리기 시작했고, 이사날도 엄청난 짐을 버려야 했고, 심지어 이사하고 난 이후에도 산더미같은 짐들을 버려야 했으니 정말 이사 전후 2주간은 쓰레기와의 전쟁과 정리정돈의 시간이었습니다.
내 다시는 이사안한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이사에 있어 가장 난적은 아마 많은 알라디너들도 그렇겠지만 역시 책입니다.
이사날 이사짐센터 일하시는 분들께 미리 점심값 명목으로 웃돈을 넉넉하게 드렸습니다.(아 이건 그쪽에서 요구한게 아니고 진짜 제가 자발적으로 한거니 그 이삿짐센터 어디냐 이런 말씀은 마시고요.)
일하시는 분들이 저한테 잘못준거 아니냐고 너무 많다고 할 정도였으니 좀 많다 싶긴 햇습니다.
하지만 전 그 때 속으로 나중에 이사 마칠때 아마 많다는 생각 안드실걸요라고 했다죠....
사실 책이라는게 무겁고 일많고 정말 이사짐센터 일하시는 분들한테는 미치게 하는 물건이거든요.
역시 나중에 이사를 마치고 나니 이삿짐센터 일하시는 분들 표정이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보통 저희집 정도의 짐이면 오후 2시쯤이면 끝나는데 저희는 5시가 넘어서 끝났거든요.
이사를 하면서 세운 결심 중의 하나가 다시는 거실의 서재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거실의 서재화가 유행처럼 번졌지만 저의 경우 유행보다는 어쩔 수 없어서 정말 공간이 없어서 책들이 거실로 빠져나와 거실 앞뒤로 책장을 짜넣었더니 거실은 좁아지고 모든 곳이 굴러다니는 책들로 집이 창고같이 돼버리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서재를 제대로 만들자 했습니다.
깔끔하게 공부하고 싶은 분위기로.... ㅎㅎ
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 되는건 아니지요.
역시 책이 문제입니다.
아이들 책은 사전에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모두 보내서 적당히 여유도 있고 예쁘게 들어가는데, 역시 저와 남편의 책은 다 아깝다고 들고왔더니 대책이 없더군요.
결국!
버렸습니다. ㅠ.ㅠ
더 이상 보지 않을 것 같은 그래도 추억이 새록새록한놈들을....
그리고 탄생한 서재



벽을 보고 책상을 두는게 늘 싫었는데 이젠 양쪽으로 책장을 두고, 가운데 책상을 둘 수 있게 되었어요.
저 책상과 오른쪽 책장은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입니다.
결혼할 때 산거니까 18년이네요.
아마 앞으로도 20년은 더 쓰지 싶습니다. ㅎㅎ
서재에 신경쓰면서 벽지를 진짜 우아한 색으로 심혈을 기울여 선택했는데 아무 의미없는 짓이었습니다.
책장에 가려서 하나도 안보입니다. ㅠ.ㅠ
그냥 싼걸로 하는건데 말입니다.
어쨋든 앞으로는 책을 사면 산만큼의 책을 버려야 할 듯...
저 깔끔한 서재가 다시 너저분한 창고로 안변하게 하려면요.
잘 지켜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