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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경계, 꿈 - 조선족 이주자의 떠남과 머묾, 교차하는 열망에 관하여
권준희 지음, 고미연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9월
평점 :
건설노동자, 식당종업원, 육아 돌보미, 간병인... 우리 사회 곳곳에서 궃은 일들을 맡아 일하고 있는 재중동포, 이른바 '조선족'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경계를 넘어 이곳으로 온 이들의 바람과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들과 우리를 나누는 것은 국경만이 아니라 우리 안의 차별의식이 아닐까? 같은 외모와 같은 언어,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암묵적인 타자로 남아 있는 것 같다.
학술적인 연구이긴 하지만, 명확하고 쉬운 문장으로 서술되어 잘 읽히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무심하고 무지했던 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비자 문제와 관련된 정책의 변화로 생겨난 이주의 시간성은 전혀 몰랐던 이야기인데, 그로 인해 생겨난 1-3-2라는 흐름과, 또 그 여파로 빚어지는 개인 삶의 변화와 어려움 등도 (한편 안타깝지만) 매우 놀랍고 새로웠다. 한국바람이 중국바람으로 이어지고 대체되는 현상과 그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변화와 선택도 마찬가지.
결국 이렇게 이주와 이동, 계속되는 또 다른 이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이 아닌가. 그 꿈이 어떻게 사람들의 몸을 이끌고, 밀어내고, 이동의 흐름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와 경제 상황에 따라 흔들리고 출렁이며 개인들의 삶에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을 새겨내는지에 대한 긴 호흡의 보고서. 책에 실려 있는 "모두 다 갔다"라는 노래 가사가 가슴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