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친구들은 다들 올망졸망 근처에서 사는데 1명만 멀리 미국까지 가서 살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는 나의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되었다.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처음 만났으니까....
그녀가 왔다. 너무 좋다. ^^
선물도 사왔다. 더 좋다. ^^
오늘은 오전에 그녀와 그외의 나머지 친구를 만나러 룰루랄라~~~~
등산하자고 갔다가 등산로를 못찾아서 헤매고......
헤매다가 에잇 하고 포기해버리고, 그냥 잘 아는 통도사 위의 서운암쪽 가서 산책이나 하자하고 올라갔다.
뭘 제대로 준비안해서 못하게 돼도 아무도 화 안내는 친구들 너무 좋아!
온 길을 돌아서 온 만큼 엉뚱한데로 돌아가자 해도 그러지 뭐하고 또 룰루랄라 하고 가는 친구들 너무 좋아!
부담스러운 안부 전화 아무도 안하는 너희들을 나는 사랑해.
연락이 없으면 없는가보다 그러다 또 만나자면 다들 그냥 쫄래쫄래 나와서 수다를 미친듯이 떠들어 대는 너희들을 사랑해.
사람들이 만난지 30년이 넘어가면 그냥 숨만 쉬어도 마음이 통한다.
통도사의 부속 암자인 서운암은 된장이 유명하다. 그래서 올라가면 이렇게 커다란 장독들이 엄청나게 늘어서서 장관을 이룬다. 이 동네에서는 나름 맛있다고 유명한 된장이지만 나는 우리 엄마 된장에 너무 길들여져서 이 곳 된장이 좀 안 맞았었다. 그래서 된장을 사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곳의 장독을 보고 있으면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무언가가 익어가는 느낌을 공유하는 것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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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암 위쪽으로 장격각 건물이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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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판이 아니고 도자기에 불경을 새겨 대장경판을 만들었다. 이게 16만장이란다.
정성은 엄청난데 인쇄할 수 있는 판목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이걸 왜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불심이 모자라서 모르는건가?
어쨌든 장격각의 내부는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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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의 입구와 출구쪽은 저렇게 서가의 형식을 띠는데 저 서가에 채워져 있는 것이 전부 도자기불경이다.
건물의 중심부는 일종의 미로처럼 뱅글뱅글 돌게 되어 있는데, 그곳 역시 모두 서가가 있고, 당연히 도자기 불경이 채워져 있다. 16만장의 규모에서 오는 압도감이 대단하다. 불심을 가진 신자들은 여기서 일종의 탑돌이를 하는 것처럼 건물 내부의 미로를 돌면서 많은 것들을 빌겠지....
그래도 나는 차라리 책을 만들지 이걸 왜 했지라고 계속 생각.....
아 부처님한테 이런 마음 들키면 안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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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각 내부에서 바라보는 바깥풍경이다.
이렇게 엉뚱한데다 신경이나 쓰니 뭘 빌어도 이루어질리가 있을까?
장경각 마당으로 나오면 멀리 양산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겨울의 황량한 풍경이지만 봄이 오면 이곳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 된다.
문득 보니 바닥에 작은 연못 둘을 만들었는데 그 바닥의 장식이 신선하다.
울주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를 연못 바닥에 나전 옻칠 기법으로 장식대 두었다.
이 암각화들은 현장에 실제로 가서 보기도 힘들고(일년의 반 이상이 물에 잠겨있다. 그리고 지금은 너무 희미해서 알아보기도 힘들고.....)
그걸 아주 선명한 나전 옻칠로 만들어놓으니 반짝반짝 신선하다.
먼저 울주 반구대 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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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천전리 암각화
이곳의 암각화는 신석기 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덧붙이고 덧붙여진 암각화라 하나 하나 따져서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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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라시대 것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
간단한 선으로 그려졌지만 뭔가 신나 신나 하면서 걸어가는 것 같아 덩달아 나도 좋아 좋아 신나 신나 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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