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를 삭발머리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대사로 나를 기함하게 한 영화 <슬램덩크>
보통은 자막판과 더빙판이 있으면 반드시 자막판을 선택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무조건 더빙판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슬램덩크>가 일본 만화라는걸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의 주인공들은 강백호, 정대만,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이지 사쿠라기 하나미치는 나의 강백호가 아니야!! ㅠ.ㅠ
원작이 워낙에 탄탄하다보니 영화 역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잘 만들었다.
물론 송태섭의 가정사가 신파스럽게 펼쳐지는건 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뭐 슬램덩크니까 다 용서된다는 기분이랄까? ㅎㅎ
좀 아쉬웠던건 이번 영화에서는 나의 강백호의 첫경기다보니 그의 바보스러움과 천재스러움이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슬픈거. 나는 누가 뭐래도 강백호짱!!! 나의 너의 그 무식함과 천재성과 바보스러움을 너무 너무 사랑해!!!!
이거 보고 오는데 몇년전에 둘째딸과 둘이서 도쿄 여행갔던거 추억돋아서 사진을 뒤적여 봤다.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가면 있는 곳 중에 가마쿠라가 있다.(일본사 공부하다가 보면 일본에서 천황의 힘이 약해지고 막부시대가 열리는 시작이 바로 여기 가마쿠라 막부다. 가마쿠라 막부 망하고 무로마치 막부로 교체되면서 또 중심지가 교토쪽으로 옮겨가는 것, 그래서 가마쿠라에는 막부의 중심이던 시절의 유적지들이 제법 있어 슬램덩크가 아니더라도 가볼만한 곳이 많은 곳이다.)
이 가마쿠라가 바로 슬램덩크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슬램덩크를 사랑하는 내가 어찌 만화의 배경장소를 빠뜨리랴? 슬램덩크 안봐서 하나도 감흥없는 딸래미를 끌고 가마쿠라의 슬램덩크 성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클리어하고 다녔다.
우리 강백호가 학교 가는 길. 저 철길에서 소연이한테 한눈에 반해서 농구부에 들어가는데 소연이의 오빠가 채치수인거 보고 미칠뻔한다. 예쁜 소연이와 다르게 오빠가 고릴라스럽게 생겨서.... ㅎㅎ
여기 실제로 있는 곳이고, 이 철길 위쪽에 가마쿠라 고등학교가 있는데 북산고의 배경이다.
다만 학교인 관계로 관광객들 오지 말라고 부탁말이 써져 있어서 학교는 안감.
하~~~ 저 전차가 진입할 때 딱 찍었어야 하는데 놓침. ㅠ.ㅠ
가마쿠라는 이렇게 바닷가를 따라 전차가 다니고 이 전차를 타면 왠만한 관광지는 다 갈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도 여러번 전차를 타게 되는데 그 때마다 만나는 풍경들이 다 낭만적인 여행지다.
슬램덩크의 첫장면이 여기라면 마지막 장면은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은 강백호가 에노시마 바닷가를 달리며 저렇게 또 자뻑하는 장면이다. 당연히 여기도 갔다.
에노시마 바닷가는 좀 심심해서 분홍이 옷입은 나를 넣어봄. ㅎㅎ
이 여행때 딸래미랑 많이 싸웠다.
싸운 이유는 단 하나!
딸래미는 사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어하는데 나는 다 좋아함.
그래서 사진 찍어달랄 때마다 어찌나 대충 찍는지 악 짜증나서 내가.....둘밖에 없는데 니가 안찍어주면 내 사진은 도대체 누가 찍어 주냐고...... ㅠ.ㅠ(아 진짜 이것만 아니면 우리 둘째랑 나는 취향 거의 똑같고 여행파트너로 최고인데 안타깝다.)
만화로 볼때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송태섭과 가족들이 얽힌 바닷가 장면이 많이 나온다.
여기는 똑같지는 않은데 분위기상으로 볼 때 가마쿠라에서 노을로 가장 유명한 시치리가하마해변으로 보인다.
해변 바깥쪽의 풍경은 다르지만 분위기는 거의 비슷하달까?
가마쿠라 바닷가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왠지 분위기가 굉장히 맘을 끌던 곳이다.(등돌리고 있는 저 시커먼 애가 우리집 둘째. 나랑 사진때문에 계속 신경전을 벌였던..... ㅎㅎ)
그리고 가마쿠라는 <슬램덩크>만이 아니라 또 다른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여기 실제로 있어...
그리고 저 윗쪽 동네로 걸어올라가면 주인공이 다녀가던 절도 있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슈퍼랑 평상도 있고....
만화에 나오는 곳들이 그대로 있는걸 보는데 뭔가 좀 굉장한걸 득템한 기분이랄까? ^^
영화 <슬램덩크>덕분에 오래전 여행까지 추억팔이가 된건 괜찮은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얼마전에 독감으로 300만원을 날려먹었던 남편이가 강력하게 <슬램덩크>만화를 갖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 물론 갖고 싶지. 나도 얼마나 갖고 싶겠냐고...
그런데 이게 진짜 가격이 장난 아닌데 그래도 또 검색하고 있는 나는 뭐냐?
<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31권 가격 할인가 166,500원
원래 나올때 그대로 발매된 것으로 예전의 추억이 중요하다하면 이걸 사야겠으나 지금 세트는 품절이고 단권은 군데 군데 품절된 권들이 있어 사실상 구매 불가능.
<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박스판> 24권
양장판에 컬러페이지가 있어 매력적이지만 이건 할인가가 302,400원이닷...
너 가!!!!
남편이가 독감안걸리고 출장가서 300만원을 벌어다 줘도 안돼!!
내가 로또 당첨되면 너도 사주마!!! ㅠ.ㅠ
결국 유일한 선택은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20권, 가격 할인가 126,450원
오리지널에 비해서 권수를 줄이고 대신 1권당 분량을 늘림.
그리고 판형이 약간 작아진게 아쉽지만 차이가 딱히 크지 않아 괜찮다.
하지만 좋은것도 있는데 표지 일러스트를 작가님이 전부 다시 그려줬는데 이건 오리지널보다 더 좋은듯하다.
예약판매 중인데 올해 책 좀 그만 사자 했는데 1월부터 이 무슨 과소비인가 하면서 울고 있는 중....ㅠ.ㅠ
내가 이래서 <슬램덩크>영화 안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