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책을 안 읽은 달
이것저것 일이 많긴 했으나 왜 그렇게 안읽었지라고 하면 딱히 할말은 없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도 읽는 책에 따라 가속이 붙을 수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을터인데 어떻게 보면 9월은 딱히 임팩트 있는 책이 없어서였는지 독서열망도 시들했던 듯하다.
나의 독서생활에 브레이크를 확 걸어버린 책 에밀 졸라의 <패주>,
고백하건대 에밀 졸라의 책을 처음 읽었다.
그럼에도 나는 읽기 전부터 그의 이름이 주는 권위에 이미 압도되어 있었다.
드레퓌스 사건을 고발한 <나는 고발한다>로 행동하는 지성의 상징이 된 존재.
오래전 보았던 영화 <제르미날>의 그 에밀 졸라인데 오죽하겠는가?
책 소개에 에밀 졸라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라는데 왜 이렇게 번역이 늦었지라는 의문과 그의 대표작에 이토록 스펙터클해 보이는 책이 왜 오르내리지 않는지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었다.
결론은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오죽하면 방금 읽은 책을 보고 또 봤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 중 첫번째는
고전이 왜 고전인가에 대한 답이다.
그 말은 이 책이 고전이라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이 왜 당대에 가장 많이 팔렸는지는 알겠다. 또한 왜 이 책이 고전이 되지 못하고 에밀 졸라의 대표작이 되지 못했는지도 알겠다.
책의 배경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 전쟁은 몰라도 역사시간에 다들 열심히 외웠을 프로이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 시절이다.
프로이센의 독일지역 통일에 우려의 눈길을 보내던 프랑스가 그 통일을 막기 위해 덤벼들었다가 박살이 난 전쟁이다.
심지어 프로이센은 신생 독일제국의 선포식을 점령한 베르사유궁전에서 함으로써 프랑스인들에게 잊지 못할 치욕을 선사한...
자국이 패배한 전쟁을 소재로 한다는 것! 신선했다.
소설은 이 전쟁의 시작점부터 마지막 순간 - 파리코뮌의 등장순간까지 따라간다.
뭔가 있을것 같지 않은가? 소재부터 스펙트클하니 말이다.
그런데 결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리멸렬하다가 마지막엔 신파로 끝난다.
당대의 가장 핫한 이슈를 소재로 했고, 그러면서 전쟁의 파괴가 새로운 창조를 가져다 주리라는 정말로 막연한 희망사항으로 끝나니 당대 프랑스인들에게는 이 소설이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이 읽기에는 소설은 지리하고, 희망사항은 터무니없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인간 공통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감동을 주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일찌감치 글러먹었다.
그런데 말이다.
참 희안한게 솔직히 이 책에 나오는 숱한 사건들과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그 개연성 없음과 졸렬함과 무대포적인 희망과 뜬금없은 애정 등등... 이건 정말 현실인거다.
역사서술이든 역사소설이든 그것은 가공을 거치면서 일목요연한 갈등구조와 정리된 관점을 제시한다.
하지만 실제 역사나 인간의 삶이 그럴까?
어쩌면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다큐로 장르분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다큐가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에밀 졸라의 이름에 압도되지 않았더라면 그토록 끈질기게 읽지도 않았을테고, 그토록 오래도록 다시 보면서 고민하지도 않았을텐데........
아랍 또는 이슬람 하면 관련서적 찾아봐도 분쟁관련된 것 이외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들과 오래도록 같이 생활하면서 우리 나름의 관점으로 서술한 책은 더더욱이 찾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의미는 특별한 것 같다.
아랍지역에서 한국 회사 주재원으로 오래도록 일하며 저자가 보고 느낀 아랍사람들의 모습은 신선하다.
부시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명당해 죽은 사담 후세인시절의 이라크와 현재의 이라크를 비교하면서 독재자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는 이라크 사람의 모습을 어디에서 읽을 수 있었을까?
시아파 아랍인들이 4번째 칼리프 알리의 죽음 이야기만 나오면 그토록 애달프게 통곡을 하고야 만다니....
도대체 1,300년도 전에 죽은 이의 죽음을 상기하면서 우는게 가능한가?
우리가 좋든 싫든 점점 우리는 아랍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들 지역의 분쟁이 우리 삶속으로 훅 들어오는 일이 점점 늘어가고 있으니....
한 때 수능에서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증가했었는데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선택하는 사람이 없어 기본 중의 기본만 조금 공부하면 수능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또 한편으로 이전 정부시절에는 아랍지역 파견 외교관 중 아랍어가 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까지 있었는데,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나와서 이런 무식함에서 탈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랍에 대해서 좀 안다 하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겠지만 나처럼 아는게 없는 이들에겐 일독을 권할만하다.
이 책 재밌다.
제목에 유머와 드립이 난무한다고 하는데 그건 솔직히 좀 모르겠다.
유머와 드립이 있지만 난무한다고까지는????
하지만 재밌다.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알라딘에서 왜 이책이 베스트셀러가 안됐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로.....
아니면 다들 웹툰으로 다 보신건가?
이런 책의 독서 성공 여부는 여기 나온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완전 성공작이다.
이 책에서 리뷰하고 있는 책들은 다 알고 있고, 읽었다고 생각하는 책들, 그래 고전이다.
<멋진 신세계> <1984><걸리버 여행기><장미의 이름><데카메론><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 소년탐정 김전일의 할아버지라는 바로 그 분> <오 헨리의 단편들>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 시리즈>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들> <러브 크래프트 전집> <카프카의 단편들> 번외편이 해리포터
여기서 내가 완독한건 딱 한권 - 장미의 이름
아 진짜 저 책들 고전이네.
안 읽고도 다 읽었다고 생각하며, 대충 내용이 어떤지도 다 알고 말이다. ㅎㅎ
그런데 이 분 책읽기 고수다.
다 안다고 생각한 내용들을 아니 나 하나도 몰랐잖아.
당장 이 책들을 읽어야겠어라고 결심하게 만드는.....
장담한다.
서재분들이라면 이 책을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단 한편으로 나를 매혹시킨 김초엽작가의 첫 장편이 나왔다.
한국의 여성작가들 중 좋아하는 작가는 많지만 가끔은 아쉬울때가 있다.
이 작가와 저 작가의 작품이 구별이 안되는 거랄까?
비슷한 소재에 비슷한 감성을 그린 책들이 너무 많다는....
그런 속에서 김초엽이란 이 신인 작가는 독보적이다.
굳이 sf장르라는 이름을 붙이는건 오히려 이 작가를 한계짓는다는 생각을 한다.
그의 소설을 관통하는 문장을 뽑아봤다.
"생의 어떤 한 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378쪽)
그의 소설이 그리는 세계는 디스토피아적인데 가깝지만 그럼에도 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생을 관통하는 어느 따뜻한 순간이다.
그 짧은 시간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고, 온기를 유지하게 한다.
단편들에서도 이번 장편에서도 여전히 김초엽은 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온기를 유지하고 얘기한다.
식상할 수 있는 주제를 식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작가라고 믿는다.
언제나 우리가 아는 삶의 진실은 식상한데 있으니까......
앞으로 더 성장할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이렇게 마음 설레면서 기다릴 수 있다는 건 책읽는 자의 기쁨 중의 기쁨이다.
언젠가 우리가 아는 그리스 미술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이 로마 시대의 복제품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리스의 조각상들은 대부분 청동으로 만들어졌고, 그것들은 전쟁만 나면 녹여서 썼으니 남은게 별로 없다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얘기는 바로 고전미술 - 그리스 미술이 고전이 되어 가는 과정, 미의 표본이 된 것은 르네상스 이후 유럽인들의 착각-로마시대 복제품을 그리스 미술이라 믿었던-과 절대적인 미를 추구하면서 그것의 표본이 그리스 미술이라고 하는 선험적 신념에 의해 창조되어졌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고전미술론의 입론했던 빙켈만은 격렬한 고통의 순간을 표현한 라오콘을 고요히 내면의 고통을 표현한다고 끼워맞추기까지....
조곤조곤 편안하게 옆에서 이야기해주듯이 들려주는 미술이야기
쉽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기가 끝이네.
정말 끝이네....
심지어 저 패주는 9월이 아니라 8월 말에 읽었던 책인데....
시간은 어차피 항상 부족한데 고민은
저 부족한 시간동안
책을 읽을 것인가? 리뷰를 쓸 것인가? 아니면 알라딘 서재지기님들 글 서핑을 할 것인가 중에서 선택하는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서재를 좀 적게 드나들면 책읽을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결론은 꽝이었다.
저 3가지는 한몸이었던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