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대망의 마지막권. - 이런 말 진짜 한번 써보고 싶었다. ㅎㅎ
로마 공화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첫 출발 마리우스 시절에서부터 시작,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제정으로 돌입하는 순간까지의 마지막 지점이다.
원래 작가가 6부에서 마무리를 지었는데 열화와 같은 독자들의 요구때문에 5년만에 다시 집필을 한게 이 마지막 7부라고 한다.
읽어보니 확실하게 7부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확 든다.
안토니우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옥타비아누스가 진정한 로마의 일인자, 실질적인 황제가 됨으로써 -물론 본인은 황제를 칭한 적이 없지만 이 마지막권을 읽어보면 확실하게 이미 그는 황제다.
아우구스투스 - 그가 자신의 이름으로 선택한 코그노멘(그의 업적을 나타내는 일종의 별칭, 예를 들면 카르타고를 무찌른 스키피오가 아프리카를 점령하고 아프리카누스라는 코그노멘을 얻었다.)은 높은 자들 중에 가장 높은 자, 영예로운 자들 중에 가장 영예로운 자, 위대한 자들 중에 가장 위대한 자라는 뜻이란다.
이거면 황제지 뭐..... ㅎㅎ
7부의 3권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역시 악티온 해전이다.
세계 3대 해전이니 하는게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오르내리는 해전이다.
아 그런데 정말 어이없다.
실제로 악티온 해전은 제대로 된 전투도 없이 정말 너무나도 성의없게 싱겁게 끝난다.
안토니우스가 모든 의욕을 잃고, 너무 쉽게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전투다운 전투도 못해보고 끝나버렸으니....
옥타비아누스에게 이것은 절망적인 상황이다.
왜냐하면 옥타비아누스에게는 제대로 된 전투경력과 승리의 경험이 없었으므로 로마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전투의 승리가 필요했던 것.
그런데 안토니우스가 너무 허망하게 도망가버림으로써 전투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자 짜증이 엄청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의하면 옥타비아누스는 악티온 해전을 조작한다.
아주 스펙트클하고 장엄한 전투였던 것으로....
교통과 통신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의 여론 조작인 셈이다.
이 대목에서 멈칫하는게 악티온 해전에 대한 이런 해석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작가가 정말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고증을 거쳤다는게 여실히 드러나는데 설마 없는 사실을 꾸며내서 만들었을 거 같지는 않고, 분명히 악티온 해전에 대한 이런 해석이 있고 타당하다고 생각하니까 썼을 것 같은데....
로마사에 관한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렁이다.
3부에서 흥미로운 인물은 역시 안토니우스다.
안토니우스가 무너지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운데, 사실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에 비해 굉장히 인간적이랄까?
인간적으로 착하다가 아니라 결점 많고 실패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한 그런 평범한 인간이라는 의미에서다.
안토니우스는 사실상 어려움을 겪은 적이 거의 없다.
타고난 신체적 능력-로마인 기준으로 우람한 몸과 성기로 인해 한마디로 남자답다는 것의 표상
훌륭한 혈통
그리고 젊은 시절 카이사르의 후견까지...
그러다보니 이 금수저는 만사 자기 뜻대로 성질대로 안되는게 없다.
호색한 기질, 불뚝성질까지 다 남자다움으로 여겨지고, 일종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실제로 군대의 지휘능력도 있어서 몇몇 전투에서 탁월한 능력까지 보여준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헤쳐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그의 능력은 딱 군단 1개 정도를 지휘할만한 정도의 것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군단을 이끌고 하는 전투에서는 몇몇 성과를 거두지만 로마라는 거대한 세계에 대한 비전이나, 그 로마 전체를 두고 전략을 짜고 사람을 모으고, 이용하는데서는 어떤 능력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의 세력이 강할 때는 힘이 넘치는 타입이지만, 일단 위기에 봉착하자 어이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모습은 거의 알콜중독과 우울증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랄까?
인생에 있어 실패가 뭔지 몰랐던 그는 딱 한번의 실패에도 무너지는 것이 카이사르나 옥타비아누스와 확 대비되는 모습이다.
7권에 이르면 참 많은 사람이 죽는데 안토니우스의 죽음,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은 모두 인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제 18살이 된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 카이사리온의 죽음이다.
다들 자기들 뜻대로 죽음의 순간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해서 그 내용은 생략.
다만 나의 존엄은 무엇일까? 나는 나의 마지막 순간에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뭐 그런 생각들 꽤 진지하게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