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옆지기는 늘 주머니에 동전이 한가득이었다.
남자들 지갑이란게 동전을 넣을 수 없는 구조니 늘 여기저기....
집에 와서는 또 아무데나 툭툭 던져놓기 일쑤고..
그래서 저금통을 마련했었다.
우리 둘 동전이 생기는 대로 집어넣기 시작!
저금통 크기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1년에 한 번에서 두번 정도 저금통이 차면 배를 째서
은행에 가서 바꾸고 둘이서 맛난걸 사먹거나 아니면 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서 어느날 문득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어차피 공돈 비슷한거니 아이를 위해서 뭔가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처음에는 아이 통장을 만들어줄까도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는게 아이에게 더 좋은 재산이 되지 않을까?
예린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가 정의로운 아이가 되기를 바랫던 우리 부부에게 아이의 교육을 위해 필요한건 부모가 먼저 솔선수범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우리집 돼지 저금통은 늘 어딘가에 기부금으로 들어가게 됐다.
북한 어린이 돕기에, 이라크 아이들에게, 우토로 살리기 운동에 등등.......
아이들이 이제 좀 크면서는 "엄마 저 돼지 저금통의 돈은 뭐할거야?"라고 묻는 나이가됐다.
그러면 늘 "음 세상에는 예린아 우리보다 가난한 친구들이 많단다. 그 친구들을 돕는데 저 돈을 쓰자꾸나"라는 말을 늘 햇었다.

올해는 우리 둘이 너무 바쁜 나머지 돼지 저금통이 찢어질 정도로 돈이 가득찼엇다.
미루다 미루다 드디어 아이들과 돼지저금통의 배를 쨌다.
뭐 여러번 재활용하다보니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인 저금통이긴 하지만....
동전들을 쏟아놓고 아이들과 동전을 종류대로 분류한다.
예린이는 열심히 해아에게 설명한다.
"이거는 우리 장난감 사면 안되고 가난해서 배고픈 친구들에게 주는거야"라며 야물딱지게 해아를 가르친다.
아빠가 "예린아 이거 우리나라 친구들한테 보낼까? 다른 나라 친구들한테 보낼까?"라고 우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하던 예린이는 "다 보내"라며 현답을 내린다.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번에는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에 보낼 생각이다.
보통 저 저금통을 째면 20만원 가량의 돈이 됐었다.
지금 저금통을 털었지만 은행 갈 시간이 없어 자꾸 미루고 있다.
이번주엔 어쨋든 꼭 은행가서 보내야 할터인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가 큰다는 것.
잊지 말아야지.....


해아는 발레복 차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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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3-19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교육을 실천하고 계시군요..예린이가 해아를 참 잘 다독거리며 언니노릇하는걸 보며 정말 언니답다라는 생각을 해요..유치원 안간다고 의젓하게 달래는 모습도 넘 대견스럽구요..ㅋㅋ발레복을 입어도 내의를 입어도 너무 이쁜 공주들..

2007-03-19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3-1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이런 면만 닮아줫으면 좋겠느데 사실은 저 닮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은 더 많이 닮아요. 안좋은거 닮는 속도가 훨씬 빠르죠.. ㅠ.ㅠ

바람돌이 2007-03-19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반갑습니다. 이름이 예쁘네요. 가을느낌이 나요. ㅎㅎ 곧 님의 서재도 방문하러 가겠습니다. 앙코르 와트는 아직 마무리를 못지었는데 언제 할지 감감하네요. 다른건 몰라도 킬링필드 얘기랑 반떼이 스레이 사원 얘기는 꼭 해야 하는데.... ㅠ.ㅠ 그래도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미설 2007-03-1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일이네요. 가장 좋은 교육이 부모가 솔선하는 모습이란 것에 정말 동감해요. 그런데 참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발레복 차림의 해아가 아주 예쁘네요~

바람돌이 2007-03-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어려운 일 맞죠? 그래도 이런건 아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보다 진짜 일상생활에서 모범을 보이는게 정말 어렵죠? 옆지기는 예린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같이 봉사활동 할 수 있는걸 찾아보겠다는데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울보 2007-03-19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바람돌이님 저는 솔직히 약간찔리네요,
저는 류통장에 그냥 넣었는데,,

마노아 2007-03-2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군요. 감탄했어요. 너무 멋진 가족입니다^^

바람돌이 2007-03-2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님이 류를 기르는 모습은 저같은 게으름뱅이 엄마는 따라갈 엄두도 못내게 하는걸요. 뭐.... 아이를 기르는 방법에 정답이 어디있겠어요. ^^
마노아님/하는거라고는 저것밖에 없는걸요 뭐....

홍수맘 2007-03-2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해요. 그에 비하면 늘 저금통에 돈만 모이면 장난감만 사는 우리 홍이와 '그래, 니 돈이니까'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저를 한번 돌아보게 하네요. 저희 가족도 한번 도전해 볼까봐요.

국경을넘어 2007-03-20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입니다. 우리도 저금통깨면 저리 해야겠습니다

진/우맘 2007-03-20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간단하지만 쉽지않은 방법인데.....
우리집 돼지는 여름 휴가용 돼지.....생각 좀 하고 갑니다.^^

세실 2007-03-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그저 아이들 통장으로 넣어주기 바빴는데.....더불어 사는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군요. 멋지십니다..
그나저나 해아는 집에서도 한 공주 합니다~~

바람돌이 2007-03-2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이런건 많이 전염되면 좋은거 맞죠? ^^ 홍수맘님댁에서도 한 번 시도해보세요. 요즘 아이들 나눌줄 잘 모르는건 워낙에 풍족해 나눌 기회가 별로 없기때문인것 같기도 하거든요. ^^
폐인촌님/무슨 감동씩이나..... 님 댁의 멋진 아들 둘이 아빠 닮으면 훌륭하게 클것 같은데요. ㅎㅎ
진/우맘님/집집마다 돼지는 한마리씩 다 키우더라구요. ㅎㅎ 아이들과 같이 돼지보면서 여름휴가를 같이 계획하는 것도 멋진것 같은데요. ^^
세실님/이정도 가지고 더불어사는 어쩌고는 좀 부끄럽죠? 그래도 칭찬은 고맙습니다. ㅎㅎ 글고 공주는 사실 예린이죠. 예린이가 먼저 발레복 입고 난리를 피자 해아가 따라 한거예요. ^^

무스탕 2007-03-2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아이들 산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니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배려와 나눔을 배울수 있겠어요.
저희 애들 돼지도 자기들 통장만 불리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

짱꿀라 2007-03-20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렇게 많이 쌓인 동전은 처음 봅니다.

바람돌이 2007-03-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아이들이 커가면 나누는걸 가르치는게 더 힘들어지겠죠? 다른 뭔가를 또 찾아야 하겠지만 아직은 저정도만으로 어떻게 안되겠나 싶어요. ^^
산타님/은행가면 더 많을걸요. ㅎㅎㅎ

조선인 2007-03-2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최고에요!!!

바람돌이 2007-03-2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사는 모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걸요. ^^;;

짱구아빠 2007-03-21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짱구하고 도토리한테 통장 만들어 주고, 나중에 지들 대학 갈 무렵에 등록금은 그 통장에서 결제키로 하는 실리적인 목적이었는데(항상 쪼들린다는 생각에 기부하는 등 다른 이들과 나눌만한 마음의 여유가 안 생기더군요)... 여러모로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