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무료로 펴내는 월간지인데, 인권과 관련한 여러 가지

논의와 정보와 미담, 가슴 아픈 이야기 등이 실려 있는 좋은 잡지입니다.

아래 옮겨놓은 말은 5월호 [인권] 첫머리 "생각들"에 실린 내용입니다.  "사람은 한 번은 행복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을 울려서 마이페이퍼로 올려봅니다.

[인권]은 신청하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보내줍니다.

전화(02-2125-9773)나 이메일(public@humanrights.go.kr)로 신청하셔서 한 번 받아보세요. :-)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역사에 진 빚을 조금은 갚을지

모르지만, 어떤 국가 조처도 가족들의 삶에 파고든 고통을 어루만질 수는

없습니다.

2005. 4.8. [한겨레]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당한 서도원 씨의 아들 서동훈 대구 미래대 교수의 말.

 

총리가 나오셨는가 ... 시각장애인에게는 왔다 아니다를 말해 주는 것이

세계적인 예의다 ... 앞에 왔다가도 모른 척 지나칠 경우, 시각장애인들은

슬퍼하게 된다.

2005. 4. 15. [서울신문] 시긱장애인인 정화원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에 나서서 총리 출석 여부를 확인하며.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생활의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인격도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이들은 머물고 싶어도 머물지 못하고,

쫒김을 당하는 유랑자다.

2005. 4. 4. [문화일보] 소설가 공선옥 씨가 최근 펴낸 소설집 [유랑가족]에 대한 인터뷰에서 한 말.

 

사람은 한 번은 행복해야 한다.

2005. 4. 9. [한국일보] 양순자 심리상담소장이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정신지체장애인 가정의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을 다 사라고 했던 때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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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6-1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네요. 저도 받아봐야 겠네요.

balmas 2005-06-18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새삼스러운 건 아니지만 ...
하루님, 한번 받아보세요. ^-^

클리오 2005-06-18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울리네요... 휴...

krinein 2005-06-18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가 있었군요. 저도 신청해봐야겠습니다.

balmas 2005-06-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클리오님?
크리네인님, 오랜만이시네요.^^ 신청해서 보세요.

2005-06-19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05-06-1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지는 글들이군요,,,,

마냐 2005-06-1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은 행복해야 한다는 말에 슬퍼지는 것.....세라비

해적오리 2005-06-19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신청했습니다.
감사합니다.

balmas 2005-06-20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마냐님,
좀 서글픈 말들이긴 한데, 그래서 오래 새겨 둘 만한 것 같아요.
날나리님, 잘 하셨어요. :-)

릴케 현상 2005-06-2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으로 보게 하면 좋을 텐데...

로드무비 2005-06-2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말고 두 번 행복하면 안될까요?^^

balmas 2005-06-20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책님, 그러고 보니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가면 [인권]이 실려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비님, ㅋㅋ 명언이십니다.
 

* 발리바르가 지난 5월 29일에 프랑스의 유럽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뤼마니테L'humanite]와

대담한 텍스트의 번역본을 올립니다. 이 대담은 5월 23일 월요일에 [뤼마니테]에 실렸습니다.

이 대담은 원래 사회진보연대의 활동가 한 분이 번역한 것인데, 제가 약간 교열을 했습니다.

최근의 유럽의 정세를 인식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원래의 제목은 "우리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로 나아가고 있다Nous allons vers  un étatisme sans État"

인데, 뜻을 좀더 분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국가 없는 국가주의의 위험"으로 바꿨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텍스트도 하나 정도 더 번역해서 올리겠습니다.

* 올리고 나서 읽어보니 몇 군데 수정해야 할 데가 있어서 조금 고쳤습니다.

고친 부분은 빨간 색으로 표시했습니다. 퍼가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국가 없는 국가주의의 위험


유럽연합의 구성을 우려하는 한 철학자가 유럽헌법안이 어떻게 "낡아빠진 유럽적 동일성의 관념"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 설명한다. 


질문 : 선생님은 최근 저서에서 "나는 정치적 유럽은, 좀더 민주적인 제도에 따라 실질적으로 구성된다는 필수적인 조건 아래에서만 의미를 가지게 되며 유럽의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구체적인 “공적 영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쓰셨습니다. 5월 29일에 국민투표가 실시될 유럽헌법안 선생님이 보시기에 이런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까?


발리바르 : 제도적인 구성물이 지니고 있는 다소간의 민주주의적인 성격은 단지 헌법의 자구에만 달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뤼마니테 독자들에게 굳이 이런 기본적인 유물론적 원리들을 가르치려 들 필요는 없겠지요. 그것이 지니는 민주주의적인 성격은 변증법적 관계 속에 있는 상황, 투쟁, 세력관계에 달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의 구성에서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결핍"이라고 부를 수 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는 이유들 중 하나는 바로 시민운동의 분열에 있는데, 세계화가 자본주의 대표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엄청나게 증대시키고 있는 이 순간에 이러한 분열은 민중의 대항권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는 것입니다. 유럽헌법안은 의회의 통제를 확대하고 기본권 헌장을 제시하는 등 진보적인 측면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이러한 측면들은 너무 소심하거나timides 애매한 점들을 지니고 있으며, 또는 퇴행적 측면들이라는 이면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입헌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다면, 즉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체를 생성시키고 싶었다면, 민족국가의 틀 안에서 달성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최대치보다 더 나아가는 것을 헌법안의 규칙으로 삼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열거된 "기본권"은 규범적인 효력이 미약하고 강제력이 거의 없을 뿐더러, 사회권의 측면에서는 퇴보하고 있으며, 자유권 문제의 기본 측면들-특히 교통/통신 영역의 기본권-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화주의의 도그마에 중앙은행을 예속시키는 (그것도 다른 금융거대권력은 바로 이러한 도그마를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에 ...) 조항들을 추가하여 중앙은행의 절대적 독립을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은 인민주권을 심대하게 제한할 것입니다. 끝으로, 유럽 공동체 차원과 민족 차원 사이에서 권력의 분할은―결정을 무력하게 만드는 효과들을 산출하게 되리라는 점은 차치한다 해도―이 둘 사이의 연결을 담당하고 있는 테크노크라트 계급이 대표권을 거의 독점하게 만들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민주적인" 체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셈입니다. 이는 결국 앞으로 도래할 시기에 이런 결함을 치유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럽에서 다수의 세력을 확보한다는 조건이 있어야겠지요.  

  

질문 : 유럽 통합이 진행되는 몇 년 동안 선생님이 옹호해왔던 테제들 중 하나는〔미국과 (중동 및 극동) 아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3극 권력의 하나로서〕"강대국 유럽"의 기획을 포기하고 대신 "평화의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평화의 정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한다면 ...


발리바르: 분명 세계의 여러 문제에 관해 유럽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이런 의미에서 유럽이  더 "강력"하게 되어야 할, 즉 더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더 능동적으로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긴밀하게 연관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강대국 유럽"이라는 표현을 반대합니다. 이 표현은 유럽을, 점점 더 첨예해지고 있는 다른 두 강대국과 "경쟁"할 수 있는 신제국주의로 만들기 위해, 또는 간단히 말하자면 탈식민지에 대한 "책임"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몫을 관리하기 위해(오늘날 아프리카에서 프랑스가 그런 것처럼) 암묵적으로 경제-군사적인 요인에 특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강대국 유럽"이라는 표현은 국경과 이데올로기의 영역에서도 중대한 결과를 낳습니다. "강대국 유럽"이라는 표현은 호혜성, 문화적 교류(traductions), 다문화공존의 시대로 대담하고 야심만만하게 진입해야 할 이 시점에, 배타적인 유산에 중심을 두고 있는 낡아빠진 유럽적 동일성의 관념에 묶여 있습니다.

요컨대, 오웰이 언급한 3극의 세상의 도래를 추구하기보다는 남쪽의 나라들과 맺고 있는 경제적ㆍ문화적 관계의 균형을 회복해야 하고, 세계의 세력관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국제기구(UN, WTO)의 권력의 재분배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서 유럽은 중요한 역할, 아마도 다른 그 무엇도 하지 못할 유일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질문 : 토니 네그리는 유럽헌법안 투표에 "찬성표"를 던지라고 권유했습니다. 이 헌법안이 그가 "자본주의적 엘리트의 조직형태"로 지칭한 민족국가를 끝장낼 수 있다는 거지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발리바르 : 국제주의의 오랜 전통 위에 서 있고, 사회운동에게 확실히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대단히 자극적인 성찰의 방법을 제공해 준 토니 네그리는 "찬성"표를 호소할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좌파 또는 "좌파의 좌파"쪽에서 찬성표를 던지도록 호소한 유일한 사람이 아닙니다. 모니크 쉬밀리에-장드로Monique Chemillier-Gendreau도 마찬가지인데, 민주주의적인 새로운 국제질서를 옹호하는 그녀의 행동은 모범적입니다. 이러한 입장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문제에 주목하게 만드는 장점이 있는데, 여기서 제가 특별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유럽헌법안에 대한 "반대", 특히 프랑스의 "반대"는 유럽통합에 대한 민족주의적이고 주권론적인 반동의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와 상반된 입장에서 반대표를 던진다 해도 말이지요.  

   이런 점을 일단 지적해둔다면, 제 생각에 현재의 (유럽통합의) 구성이 민족국가보다 "자본주의적 엘리트의 조직형태"를 덜 표상한다고 믿는 것 또는 그렇게 믿도록 만드는 것은 잘못입니다.  저항의 조직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정치적 조직도 민족적인 동시에 초민족적입니다. 제가 제 책에서 "약한 초국가"로 특징지은 현재의 유럽의 고유한 점은, 세계화된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특히 "시민공동체" 없는 국가주의)의 형태들을 예고하는 데 있는 게 아닌지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본질적인 것은 세력관계에 달려 있으며, 제도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대담자 : 제롬 알렉상드르 니엘스베르그

 

 

 

 

원문을 함께 읽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원문을 같이 수록합니다.

 

 

Nous allons vers un étatisme

 

sans État

 

 

Entretien réalisé par Jérôme-Alexandre Nielsberg

par  Etienne Balibar

Mise en ligne le mardi 24 mai 2005

Entretien paru dans l’Humanité, lundi 23 mai 2005


 

  Dans votre dernier livre [1], vous écrivez : « Je suis convaincu que l’Europe politique a un sens et deviendra un véritable "espace public" concret pour ses citoyens à la condition sine qua non d’être en pratique une construction institutionnelle plus démocratique. » Le traité soumis le 29 mai à référendum vous paraît-il aller dans ce sens ?

 

  Étienne Balibar. Le caractère plus ou moins démocratique d’une construction institutionnelle ne dépend pas uniquement de la lettre des textes, ce n’est pas aux lecteurs de l’Humanité que je vais apprendre cette règle matérialiste élémentaire. Il dépend aussi de circonstances, de luttes, de rapports de forces, dans une relation dialectique. Une des raisons pour lesquelles on observe dans la construction européenne actuelle ce qu’il est convenu d’appeler un « déficit démocratique » tient justement à la division des mouvements de citoyens en Europe, qui affaiblit les contre-pouvoirs populaires dans le moment où la mondialisation accroît formidablement l’influence politique des représentants du capitalisme. Nous sommes donc à un tournant. Le projet de constitution comporte des avancées, du côté de l’extension du contrôle parlementaire et du côté de la charte des droits fondamentaux, mais elles sont ou bien trop timides, ou bien ambiguës, ou payées par des régressions. La règle aurait dû être de progresser par rapport au maximum démocratique atteint dans le cadre national, si l’on voulait faire oeuvre constitutionnelle pour l’avenir, c’est-à-dire faire émerger véritablement un nouvel ensemble politique. Or les « droits fondamentaux » énumérés ici ont une portée normative faible, peu contraignante, ils marquent une régression sur le plan social, ils ignorent des aspects fondamentaux du problème des libertés - en particulier dans le champ de la communication. De même, la constitutionnalisation de l’indépendance absolue de la Banque centrale, dotée de statuts qui l’asservissent au dogme monétariste (au moment où les autres grandes puissances financières vont l’abandonner...) constitue une sévère limitation de la souveraineté populaire. Enfin, la division des pouvoirs entre l’échelon communautaire et l’échelon national - outre ses effets paralysants sur la décision - continue d’assurer un quasi-monopole représentatif à la classe technocratique qui assure la navette entre les deux. Nous sommes donc très loin d’un édifice « plus démocratique ». Ce qui veut dire qu’il y a beaucoup à faire dans la période à venir pour y remédier, à condition de trouver pour cela en Europe une force majoritaire.

 

  L’une des thèses que vous défendez depuis quelques années dans le cadre du devenir européen est la nécessité de renoncer au projet d’une «  Europe-puissance » au profit d’une « politique de paix », que l’on pourrait qualifier de positive...

 

  Étienne Balibar. Il est évidemment nécessaire que l’influence de l’Europe dans les affaires du monde se renforce et qu’en ce sens, elle devienne plus «  puissante », c’est-à-dire plus indépendante en même temps que plus active. J’objecte à l’expression d’« Europe-puissance » deux raisons étroitement liées entre elles : elle privilégie implicitement le facteur économico-militaire visant à faire de l’Europe un néo-impérialisme capable de « rivaliser » avec les deux autres puissances dont la concurrence est en train de s’aiguiser, ou simplement à gérer sa part des « responsabilités » post-coloniales (comme le fait aujourd’hui la France en Afrique) ; elle a des conséquences lourdes en matière de frontières et d’idéologie. Elle est liée à une conception archaïque de l’identité européenne, centrée sur des héritages exclusifs, au moment où il faudrait entrer avec hardiesse et ambition dans l’ère des réciprocités, des traductions, du multiculturalisme. Bref, plutôt qu’à l’avènement du monde tri-polaire d’Orwell, il faudrait travailler au rééquilibrage des relations économiques et culturelles avec le Sud, et à la redistribution des pouvoirs dans les institutions internationales (l’ONU, l’OMC, etc.), dont sortirait une modification des rapports de puissance dans le monde. L’Europe a ici un rôle fondamental à jouer, peut-être unique.

 

  Toni Negri invite à voter « oui » au traité constitutionnel parce que celui-ci permettrait de faire la peau à l’État-nation, qu’il désigne comme « la forme d’organisation des élites capitalistes ». Qu’en pensez-vous ?

 

  Étienne Balibar. Toni Negri, qui a derrière lui une longue tradition d’internationalisme et qui a procuré aux nouveaux mouvements sociaux des instruments de réflexion certes discutables, mais extrêmement stimulants, a le droit d’appeler à voter « oui ». Il n’est pas le seul à le faire à gauche ou à la « gauche de la gauche ». C’est aussi le cas de Monique Chemillier-Gendreau, dont l’action en faveur d’un nouvel ordre international démocratique est exemplaire. De telles positions ont le mérite de nous signaler un problème, auquel je suis particulièrement sensible : le risque qu’un « non », surtout français, apparaisse comme l’expression d’une réaction nationaliste et souverainiste à l’unification européenne, même lorsqu’on proteste du contraire. Ceci dit, je pense qu’il se trompe en croyant ou laissant croire que la construction actuelle représente moins que l’État-nation « la forme d’organisation des élites capitalistes ». L’organisation politique du capital est à la fois nationale et transnationale, de même que l’est l’organisation des résistances. On peut même se demander si le propre de l’Europe actuelle, que j’ai caractérisée dans mon livre comme un « super état faible », n’est pas de préfigurer les formes d’un « étatisme sans État » (en particulier sans « communauté de citoyens ») auxquelles tend le capitalisme mondialisé. Encore une fois, l’essentiel dépend d’un rapport de forces, mais les institutions ne sont pas neut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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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6-16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대담한 텍스트'라고 읽었어요^^ 얼마나?

청년도반 2005-06-1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마냐 2005-06-1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마, 알라딘마을에서 제가 가장 고마울지도 모르겠슴다. 물론 퍼감다. ^^

balmas 2005-06-1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산책님, "아주" 대담하죠. ^^;;
웅기, 카슬레이님,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냐님, 암만 해도 하나 더 번역해달라는 말씀이신 듯 ... ^^;;;

숨은아이 2005-06-17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발리바르 아자씨는 유럽헌법안에 반대하고 더 나은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balmas 2005-06-1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예,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런 셈이죠.
사실 조금 더 복잡한 입장이기는 하지만요. 조만간 좀더 구체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글을 하나 더 올립죠. ^_____^

2005-06-18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krinein 2005-06-1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번역하신 분과 발마스님께 다 감사를 전하여 퍼가겠습니다^^

balmas 2005-06-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약간 손을 좀 봤을 뿐이죠 ... ^^;;

aporia 2005-06-2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선생님. 아시다시피 지금 양창렬님께서 여러 자료를 열심히 번역하고 계시는데, 6월 24일날 다중포럼 토론회에서 쓰실 거라고 하네요. 게시판에서 보시다시피 일단 눈에 띠는 입장들은 어느 정도 번역이 됐는데, 발리바르의 경우 혹시 지금 번역하시는 분이 계시는지 계시다면 24일까지 볼 수 있는지를 몰라서 번역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신 모양이에요. 저희 쪽은 어제 말씀드렸다시피 진재연씨가 터키에 가는 관계로 손을 못댈 것 같구요. 선생님께서는 어떠신가요? 지금 한창 바쁘실 때라 힘드실 거라 짐작하고 있긴 합니다만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대상이 되는 텍스트는 'Oui mais... non car'랑 [La Passant Ordinaire]에 실린 글이라네요. 감사합니다.

balmas 2005-06-2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그런 기획이 있었군요.
저도 [Passant Ordinaire]에 실린 글은 한번 번역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24일까지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양창렬씨가 번역하실
의사가 있다면, 저야 뭐 고마울 따름이죠. ^^;;

aporia 2005-06-2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양창렬님께서 'Oui Mais ... Non Car'를 번역하셔서 저희 게시판에 퍼 두었습니다. 하지만 [Passant Ordinaire]에 쓴 글은 발리바르의 논지를 잘 아시는 분이 번역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셔서 이번에는 번역하지 않으셨다는군요. 나중에 시간되실 때 선생님이 번역하시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balmas 2005-06-23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그럼 시간될 때 한번 번역해보죠.^^

onookoh 2006-02-13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좋은 글이 있었네요...프린트합니다...불어공부에도 좋겠어요.
 

* 책 소개를 하나 할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난 6월 3일에 [트랜스토리아] 2005년 상반기호(통권 5호)가 출간되었습니다. 

[트랜스토리아]는 역사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박종철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역사학 이론 학술지인데요,

좌파적인 관점에서 역사학의 문제설정을 쇄신해보자는 취지로 창간되었고, 또 계속 그런 관점에서 책을

펴내고 있습니다. 편집 위원들은 [트랜스토리아]의 목적은 단지 역사학을 새롭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학이라는 분과화된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고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전환"을 의미하는 접두어 "트랜스trans"와 "역사"를 뜻하는 "이스토리아istoria"를 합쳐서

[트랜스토리아]라는 제목을 정한 것은 이 학술지의 취지와 매우 잘 들어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취지에 걸맞게 [트랜스토리아]는 매호마다 특집 주제를 정해서 다뤄왔는데요,

창간호에서는  [포스트식민주의와 서발턴 연구], 

2호에서는  [식민/포스트식민: 역사와 민족주의의 구성적 모순],

3호에서는 [바바와 그 외부],

4호에서는  [서발턴/여성과 포스트식민적 재현의 문제] 및 [근대(성)와 폭력] 이

각각 특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5호는 바로 [스피노자의 현재성]이라는 특집을 주제로 삼고 있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하고 제 후배가 쓴 글하고, 또 제 후배들이 번역한 프랑스 스피노자 연구자의 글이 두 편 실려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현대 (유럽) 스피노자 연구의 동향을 살펴 보기에는 매우 좋은 특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구입과 독서를 바랍니다.

결국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 

 

그런데 보니까 알라딘에서는 1-4호는 판매하고 있는데, 5호는 아직 입고가 되지 않았는지 책소개가

없네요. 교보문고나 리브로, 반디북 같은 데서는 팔고 있네요. ^-^

아래 그림은 리브로에서 가져온 그림입니다. (교보문고에는 엉뚱하게도 2호 목차가 나와

있더군요.) 아래에 이 책의 목차를 적어 놓았으니까 참고하세요. ^-^

 

 

[차례]

 

편집인의 말   4

 

특집: 스피노자의 현재성

대중들의 역량이란 무엇인가?: 스피노자 정치학에서 사회계약론의 해체 II ---  balmas   13

알튀세르와 들뢰즈를 통해 본 스피노자 철학의 문제 --- 김은주   51

스피노자라는 거울에 비친 맑스주의 --- 앙드레 토젤   93

운과 역사 이론 --- 피에르 프랑수아 모로   129

 

일반 논문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민족주의적으로 재구성하기: 하나의 해석 --- 장문석   143

아시아라는 사유 공간 속의 미스터 몬스터와

식민적 판타지를 횡단하는 <하녀> --- 주창규   175

 

서평

소극의 시대와 벤야민 읽기 --- 신승환   215

수잔 벅-모스, 김정아 옮김,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문학동네, 2004)

 

필자 및 역자 소개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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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반 2005-06-1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랬군요. 이전부터 알라딘에서 트랜스토리아를 치면 4호까지밖에 안나오길래 왜 아직도 출판이 안됐나 이러고 있었다니까요-_-;;

역시 내용이 풍부해서 좋네요. 토젤에 모로에, 선배님에 은주 선배님까지+_+ 거기에 장문석 선생 글까지 있네요. 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른 또 사야죠. ㅎㅎ

비로그인 2005-06-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이 되었군요. 기다리고 있었는데, 교보에 목차가 이상하게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죠. 당장 사야겠습니다. 근데 선생님! 공부하다가 의문나는 것이 있는 데요, 스피노자는 '존재esse'를 특성으로 파악했나요? 속성으로 본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요.(스피노자에서 속성은 실사적인 것 맞죠?) 그렇다면 존재는 속성이 아니라는 칸트나 프레게의 입장에 배치되는 것인가요?(물론 스피노자의 용법이 아니라, 특성과 동일한 용법으로 속성을 이해할 경우)

아침해 2005-06-16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김상일님
알라딘 고객센터 조지은입니다.
 
문의하신 도서를 검색해 보니 아직 저희 사이트에 등록이 안된 도서여서
담당부서에 의뢰하여 새로 사이트에 올려 놓도록 하였으니,
<빨리찾기>창에 도서 제목을 입력하여 검색하시면 됩니다.
 
다만, 저희 시스템이 매일 아침 6시경에 업데이트 되는 관계로,
오늘은 반영이 안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내일 아침 이후 아래 URL을 누르시면 검색 및 주문이 가능하십니다.
[트랜스토리아 - 제5호]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짠~ 브이!!

balmas 2005-06-17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기, 주루님, 아침해님,
모두 관심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드디어 알라딘에도 입고가 됐군요. :-)
그리고 주루님, esse는 스피노자 철학에서는 볼 수 없는 어휘입니다. 다시 말해
속성도 아니고 특성도 아니죠. 스피노자는 ens라는 용어는 여러 번 쓰고 있지만,
esse라는 용어는 쓰고 있지 않죠.
esse는 중세철학(특히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수아레즈)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철학적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개념이지만, 스피노자 철학은 이 계보에 속하지 않죠. 따라서 스피노자는 하이데거의 서양 형이상학의 계보의 한 가지 맹점을 보여주는 철학자입니다.

2005-06-17 0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5-06-2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봤습니다. 답변 감사드립니다.^^ 근데 esse가 여하튼 나오기는 하던데,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 지 ... 예를들어 1부 정리9의 aut esse나 3부 정리6의 in suo esse 등등 말입니다. 저런 경우는 사물의 본질 자체와 등가인 개념으로 존재esse를 이해하면 됩니까? 그리고 existentia 의 경우는, 신에 있어서는 esse와 일치하지만, 유한 양태의 경우는 esse=essentia / existentia 로 분리되고 existentia는 양태들의 인과망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까?

그렇다면 서구 형이상학에 맹점을 만드는 스피노자의 특징이라하면 존재와 본질을 같다고 놓은 것(즉 속성이나 특성이 아니라)에 있는 것이라고 정리하면 될까요? 그리고 유한 양태에 있어서는, 기존 형이상학이 속성이라 놓았던 esse 대신에 existentia를 놓았다는 것으로 보면 될까요? 워낙에 소양이 부족해서 ... 또 질문만 늘여놨네요.

balmas 2005-06-21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스피노자 철학에서도 "esse"라는 용어가 드물게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건 이 용어가 당대의 철학 어휘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지, 스피노자

자신이  이 용어를 중시하거나 이 용어에 대해 독창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닙니다.

 

esse는 원래 중세철학,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에서는 existentia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까(그리고 그와 함께 perfectio라는 의미도 수반되죠) 이걸 본질로

이해할 수는 없겠죠. 반면 스피노자는 esse라는 단어보다는 realitas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고, esse를 realitas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피노자가 "서구 형이상학에 맹점을 만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스피노자가 "하이데거의 서양 형이상학의 계보의 한 가지 맹점을 보여주는" 철학자라고

했죠. 제 말의 뜻은 이렇습니다. 하이데거는 아리스토텔레스, 심지어 그 이전의 철학자들

로부터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와 둔스 스코투스, 그리고 칸트 및 독일 관념론을 거쳐

마르크스와 니체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모든 철학이 "존재"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보고 있죠.

 

그런데 스피노자는 "존재"의 문제, 또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존재자로서의 존재자"의 문제를 철학의 중심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습니다. 스피노자의

"자기원인" 개념이 "존재"에 해당된다고 하는 건 순전히 견강부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제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분명히 "존재자로서의

존재자"를 형이상학/철학의 중심 대상으로 간주한 철학적 계보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계보는 서양 철학사의 <한 가지 계보>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하이데거의 철학 계보에는 오캄 같은 유명론자나 홉스, 로크, 흄 등으로

이어지는 영국의 경험론 전통은 들어설 자리가 없죠. 이러한 철학 계보가 중요하지

않다거나 영향력이 떨어진다고는 전혀 이야기할 수 없는데 말이죠. 반면 스피노자는

소위 대륙 합리론의 전통에 속하는 철학자이긴 하지만,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와는 달리

하이데거가 거의 연구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있는 철학자이죠. 이는 하이데거 자신도

스피노자 철학이 자신의 철학사 계보의 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을 얼마간 의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방증해주는 한 가지 증거로 볼 수도 있겠죠. 또 사실이 그렇구요.

 

그러니 아무 철학자에 대해서나 "esse"나 "존재"의 잣대를 들이밀 수는 없고, 또 그게

철학사를 이해하는 바람직한 방식도 아니죠.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는 하이데거의

철학이나 1930년대 신토마스주의(자크 마리탱, 에티엔 질송)의 영향이 그만큼 후대의

서양 철학사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

철학계는 일제시대부터 하이데거의 영향력이 컸던 나라니까, 대륙 철학을 공부하는

대부분의 철학도들이 이러한 철학사적 관점을 거의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이제 비판적 거리를 두고 볼 필요가 있겠죠.


비로그인 2005-06-2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문제틀 자체가 다르군요. 새겨듣겠습니다.
그 밖에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지만, 자제를 해야겠네요. 일단은 내공을 쌓는 것에 주력해야지요.

더운 날씨에 건강유의하세요.

balmas 2005-06-2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은 뭐, 좀 가설적인 이야기예요.
앞으로 이 분야에서는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많죠.
 

 
열 단어만 알면 어디서든 "녯 프로블렘!"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난 유태인 '술탄'
이혜승 <tangolee@hotmail.com>
          
▲ 유태인 '술탄'. 그는 신랑들의 전통 의상과 모자를 이리 저리 써보며 한참 동안 패션쇼를 했는데 보는 상인들은 귀찮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각기 다른 디자인의 옷을 입히는데 재미를 붙였다.  ⓒ 이혜승

술탄, 그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무엘이나 이삭, 아브라함처럼 전형적인 유태인의 이름은 아니었다. 나는 그를 술탄이라고 불렀다. 술탄을 만난 곳은 우즈베키스탄의 고도 부하라에서였다.

나는 그 해 성탄절은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드에서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와 초승달을 찍으며 보냈고 연말 연시는 부하라에서 맞았다. 한때는 왕국을 이루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 부하라.

사마르칸드처럼 규모가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성적인 향취가 짙게 배인 고도였다. 나는 오스트리아 관광객들과 함께 숙소에서 마련한 신년 파티에 참석해 우즈베키스탄의 민속공연을 보며 새해를 맞이했다.

다음 행선지는 히바였다. 마침 히바로 여행할 계획이 있었던 술탄을 만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아니, 운이 좋은 쪽은 술탄이기도 했다. 술탄은 벌써 며칠 째 히바로 데려다 줄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라에서 히바까지 오백여 킬로미터를 택시로 움직인다고? 물론 그것은 우리가 편한 여행을 좋아하거나 아주 부유해서는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택시가 일반적인 도시간 이동 수단이다.

타쉬켄트에서 사마르칸드까지는 250킬로미터 정도인데 티코를 타면 한 사람에 6달러 정도이고 대우 '세단 승용차'(론리 플래닛의 표현에 의하면)인 넥시아는 그 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부하라에서 히바까지는 자동차 한대 대절 요금이 40-60달러 사이였다.

서너 단어의 조합만 가지고도 현지인들과 못하는 말이 없었다

연말 연시라 택시를 잡는 일도 어려웠던 데다가 관광철도 아니고 가난한 배낭족이다 보니 동승인을 찾는 것은 비용 절감의 필수 사항이었다. 어디서 사람을 찾을 수 있겠나? 역시 이슬람 국가에서는 사원과 바자르가 삶의 중심이다.

그때 부하라를 여행하던 배낭족들이 모두 모인 곳 역시 바자르였다. 그래봐야 술탄, 크로아티아 사람, 그리고 나 셋 뿐이었지만 우리 모두의 다음 행선지는 히바였다. 우리 셋은 의기투합하여 택시를 찾아 나섰다.

술탄의 의사 소통 능력은 놀라웠다. 그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어를 공부했고 벌써 반년째 '스탄' 국가들을 떠돌고 있는 터라 러시아어는 대략 눈치로 감을 잡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어 단어는 약 50개 정도를 들으면 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구사하는 러시아 말은 열 단어를 넘지 않았다.

에떠 (이것), 다 (네), 녯 (아니오), 하로쉬(좋은), 녜 하로쉬 (좋지 않은). 프로블렘(문제있군요), 녯 프로블렘 (문제없어요, 괜찮아요). 이 말들의 의미는 그때 그때 달랐다. 예를 들어 프로블렘 이라는 말은, '그거 진짜 문제로군요' 하는 원래의 뜻부터 나쁘다, 마음에 안든다, 기분이 좋지 않다, 소화가 안된다, 비싸다 등 문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물건의 구입이나 숙소를 찾는 일에 이르기까지 술탄은 서너 단어의 조합만 가지고도 현지인들과 못하는 말이 없었다. 술탄의 이 비상한 언어 능력은 택시 기사와의 밀고 당기기 흥정 게임에서 빛을 발했다. 60불까지 치솟았던 택시 요금은 러시아어 실력이 조금 나은 나보다는 술탄에 의해서 51달러로 떨어졌다. 술탄의 러시아어 구사가 절정에 이르는 곳은 바자르에서 였다.

▲ 사마르칸드의 사원 비비 호님. 테무르 칸은 한때 이 사원을 가장 큰 이슬람 사원으로 만들 계획이 있었다고 한다. 테무르 칸은 유달리 푸른 색을 좋아해서 이슬람 사원에는 푸른 색이 도드라진다. 우즈베키스탄의 파란 하늘도 테무르 칸의 명령을 따라 만들어졌던 것일까?  ⓒ 이혜승

상인 : '에떠 뺘찌 트이샤치 숨' (이거, 오천 숨(화폐 단위)이에요)
술탄 :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프로블렘' (문제가 있군요, 즉 비싸다, 깎아달라는 뜻)
상인 : '슈토 트이 가바리쉬, 지쇼바야… 베리 에떠 (무슨… 이거, 싼거야, 가져가라구)
술탄 : '녜 하로쉬' (좋지 않군요, 마음에 안든다, 그렇게는 못한다는 뜻)
상인 : 누 라드나, 다바이 에떠 나 치트리 (알았어, 이거 4,000에 가져가)
술탄은 그때 아무 말이 없이 팔짱을 끼고 딴 청을 피운다.
상인 : 녜 마구 볼쉐 (더 이상은 안돼)

비즈니스의 본고장인 실크로드에서 이슬람 상인과 유태인이 흥정을 벌이는 광경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유태인은 전 세계 상권을 잡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슬람에서는 성인 모하메트까지 상인 출신일 정도로 장사의 전통이 깊은 곳이다.

두 쪽 모두 양보하지 않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술탄은 프로블렘, 네 하로쉬 라는 말을 반복했고 상인 역시 술탄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쏟아 냈다.

이슬람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값을 올려 부르는데 이것을 꼭 바가지라고 볼 일은 아니다. 흥정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을 놓고 의사 소통을 하는 과정으로서 이슬람 상인들은 이 절차를 귀찮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즐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인이 달라는 데로 모두 물건값을 지불하면 오히려 상인은 싱겁게 끝난 이 흥정을 섭섭해 할 수도 있다.

이슬람 상인과 유태인이 흥정을 벌이는 광경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때로는 물건의 판매보다 대화의 과정 자체를 즐기기 위해 장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물건의 특징, 제조 과정, 가격을 매기는 절차부터 집안의 대소사와 시시콜콜한 사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삶의 주제는 흥정의 주제이기도 하다. 다른 곳들보다 훨씬 사람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자르는 이슬람 여행의 최고봉이요, 그중의 백미는 바로 흥정이다.

술탄은 이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결국 그는 한참 이야기를 한 후 다른 상점으로 움직이는 시늉을 한다. 저런, 술탄에게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없었던 건가 라고 느끼는 순간 급작스런 상황의 반전!

상인 : 뜨이 꾸다? 트리 삣솟, 빠이죳? (대체 어딜 가? 삼천 오백이면 되겠어?)

상인에게 아쉬운 것은 물건의 판매 뿐 아니라 대화상대가 사라지는 일이다. 술탄은 슬그머니 미소를 감추며 '녯 프로블렘' (그 정도면 괜찮군요) 라고 대답하며 물건값을 지불한다.

술탄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역시 유태인답다. 하지만 그 상인이 속으로 얼마나 이윤을 챙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은 그리고 나서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인 : 자네, 참 잘생겼구만, 어디서 왔누?
술탄 : ‘하로쉬’ (고마워요. 제 인물이 훤하긴 하죠…), 이즈라엘.
상인 : 아, 알만하네, 유태인이라고…. 그래, 우즈베키스탄은 마음에 들고?
술탄 : ‘넷 프로블렘’ (정말 아름답고 재미있는 곳이에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부하라’ 라고 말한다. 부하라가 그 중에서도 최고라는 뜻.
상인 : 지금 어디 머물고 있나? 오늘 저녁 우리집으로 와, 싸게 해 줄께 (이 상인은 숙박업을 겸하는 것 같았다.)
술탄 : ‘프로블렘’ (그건 안되겠는데요)
상인 : 어허, 우리 집에 와서 차라도 한잔 들고 가지 그래?
술탄 : ‘녯 프로블렘’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유태인인 그에게 술탄이란 별명을 붙여 준 것은 이 흥정 과정을 보고 나서였다. 술탄은 번쩍이는 황금색 자수 문양에, 깃털이 달린 터어번을 이리 저리 써 보았다. 그는 까무잡잡하고 까칠한 수염이 얼굴에 나 있어서 여느 아랍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또 흥정하는 자세까지 갖추고 있었다. 술탄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술탄은 군에서 제대를 하자마자 배낭을 챙겨 들었다. 형은 군복무중에 사망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과의 그 지루한 전쟁에서. 형을 잃었는데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은 술탄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쟁이란 추상적인 것이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명분 때문에 희생당하는 일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술탄은 말했었다. 술탄의 여동생은 당시 군복무중이라고 했는데 지금쯤은 제대를 했는지 모르겠다.

술탄에게 ‘스탄’ 국가들은 대단히 불편한 나라들일 것이다. 종교도, 언어도, 생활 방식도 다른 데다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덕’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 말이다. 술탄과 이야기를 하자니 '반항'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생각났다.

이 영화에는 어떤 사람이 추락을 하면서 계속 생각하기를 '아직까지는 괜찮아, 문제는 어떻게 착륙하느냐는 것이지’ 라고 했다는 유태인 랍비의 말이 되풀이 된다. 술탄은 거의 '추락'과도 같이 아찔한 이슬람 국가의 여행에서 안전하게 착륙하는 방법을 배운 듯 했다. 벌써 반년이 지나고 또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술탄의 여행은, 갖가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마따나 ‘녯 프로블렘’이었다.

"난 현지어도, 러시아어도 잘 모르지만 사람 사는 것이야 매 한가지가 아니겠어?" 라며 술탄은 너스레를 떨었다. 의사소통은 종교도, 특정 언어도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자기는 그 방면에 특기가 있다고 덧붙인다.

'난 말이야, 흥정의 도사라구…’

2005.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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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6-15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단어만 아는 바보돌대가리 새끼부엉이발마스니이이임~

하이드 2005-06-15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발마스님. 맥주 한캔 마시고 미쳤나봐요. 저 위의 기이이인 글은 안 읽었어요.

오늘 9연패에요. 봐주세요. 사람들이 한화는 9연승이라고 놀려요. ㅜㅜ

balmas 2005-06-15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완존 과격모드시네용~~

아영엄마 2005-06-1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휘리릭~(꼼꼼이는 아니라는 뜻. ^^;;) 읽었어요! 추천은 접니다. 호호호~

balmas 2005-06-1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감사합니다, 아영엄마님!! ^________^

조선인 2005-06-1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탄, 정말 멋져요. 소개팅하고 싶어져요. @.@

balmas 2005-06-17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조선인님,
부군께서 보시면 어쩌시려고 ... ^^;;;

조선인 2005-06-17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런 말씀을. 쉿!!!
 

지난 번에 언젠가 불어책 구입 방법을 묻는 분이 계셔서 프랑스 인터넷 서점 몇 군데를 소개해드렸는데,

오늘 seed님이 lalibrairie.com에 책을 주문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방명록에 글을 남겨 놓으셨네요.

지난 번 마이페이퍼에서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lalibrairie.com은 해외배송료가 다른 서점에 비해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제 시스템이 매우 불량해서 우리나라에서 주문하면 거의

백발백중 에러가 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에러가 나면 한 3달 가까이 애를 태워야 하니까,

절대 lalibrairie.com에서는 책을 주문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그래도 책을 주문하실 경우에는

꼭 주문완료하기 전에 자신의 주문번호를 적어서 기록해 놓으셔야 합니다.

주문번호를 알고 있어야, 메일을 보내든 전화를 하든, 일이 제대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배송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아마존 프랑스(amazon.fr)에서 책을 구입하시는 게 제일 편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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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6-14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29990

balmas 2005-06-1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울보님, 고마워요.^^
숫자 보니까 불현듯 이벤트 생각이 ... ㅋㅋㅋ

하이드 2005-06-14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29992

자다 깨서...

다시 자러가요 .. zzz


알고싶다 2005-06-14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적인 재기가 넘치는 매력만점 발마스님, 글자 강조도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빨강+파랑) 으로 했군요..^^

balmas 2005-06-14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꿈 속에서도 서재질이시군요. ^^;;
리들러님, ㅋㅋ
이런 걸 보고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죠??

瑚璉 2005-06-14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존 프랑스와 거래해 본 지도 어언 3년이 넘어가는군요.

마늘빵 2005-06-1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가 어디래요. 프랑스어를 모르니 이용할 일은 없지만... ^^

chika 2005-06-14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30013

불어라고 해봐야 애들이랑 '꼼씨?' '꼼싸?' 밖에 못할텐디 책은 어찌 보겄습니까.. 흐~

저 13이 보이길래 습관적으로다가. ㅡ.ㅡ


로드무비 2005-06-1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333 이벤트 합시다요.^^

urblue 2005-06-1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33333 이벤트 좋네요. ^^

숨은아이 2005-06-1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630034

33333 좋다! ^^

瑚璉 2005-06-1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상품부터 정해놓고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김칫국 정신 -.-;).

stella.K 2005-06-14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30048

긴장되네. 발마스님 이벤트는 저하고 인연이 깊죠 아마. 빚나간 인연이랄까?

왠 상관도 없는 캡처 1위를 안 해보나, 퀴즈 이벤트에 어렵게 등위 안에 들고도 미끄러지질 안나, 나중에 가산점 내세워 극악스럽게 책 한권 덤으로 끌어오질 않나? 이게 뭡니까? 발마스님 나빠요.

조만간 이벤트 하실 것 같은데 이번엔 또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기대되는군요. 이벤트 빨리 하라!!!!! 

 


balmas 2005-06-14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 호정무진님,
누가 이벤트 한다고 했습니까, 미리 상품부터 정해놓고 시작하자니요? ㅋㅋㅋ
로드무비님, 블루님, 숨은아이님, 스텔라님, 이벤트 굳히기 작전이시군요. ^^
스텔라님, 이벤트 한다고 해도 아직 30000회도 더 남았는데 긴장은 무슨 긴장? ㅋㅋ
치카님, 아프락사스님, 거의 "사스"입니다. 얼씬도 하지 마세요. ^^;;;

날개 2005-06-14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930067

33333 해요!!!! ^^  굳히기 작전에 힘 실어주기~


stella.K 2005-06-14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즐찾에서 파버릴 거예욧!

balmas 2005-06-1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사람살려,
굳히기가 제대로 걸렸어요!! ^^;;
스텔라님, 파라~, 파라~, 파라~, 파라~,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