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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기 5분 전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1. 이 책은 ‘친구사이’와 ‘왕따와 같은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꺼리를 던져줄 뿐 아니라 우리에게 과연 친구라는 이름이 진정으로 느껴지는 우정을 가진 적이 있는가, 혹은 가지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책이다. 더불어 객관적인 눈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서 어느 누구의 시점에 치우치지 않고 누가 옳고 누가 옳지 않은가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겪을 수 있는 인간관계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어른의 시점에서 훈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읽는 이 스스로 ‘친구’, ‘우정’, ‘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은 그래서 추천할 만하다.
2. 시게마츠 기요시, 이 작가의 책은 이 책으로 네 번째 만났다. ‘졸업’, ‘허수아비의 여름휴가’, ‘오디세이 왜건, 인생을 달리다’, 그리고 이 책 ‘친구가 되기 5분전’이다. 일본작가 중에서 ‘하이타니 겐지로’와 ‘시게마츠 기요시’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가슴에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인생을, 혹은 학창시절을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조망하면서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청소년들에게는 좋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줄 책들이다. 초등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두루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3.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친구'로 고민을 한 적은 거의 없다. 나름대로는 제법 친화력도 있는 편이어서 친구를 사귀는데 어려움도 없었고, 나 자신이 특별히 잘나거나 못난 점도 없었기에 두루두루 친구를 사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죽을 때까지 친구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소중한 우정을 가져보지는 못한 것 같다.
친구사이라 함은 어떤 것일까? 지금이야 '왕따'라는 말도 너무나 흔해져버렸고 사회문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런 현상은 있었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아마도 예전에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그저 등하교길을 같이 하거나 화장실친구(특히 여자아이들 사이에서)정도의 그룹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그리 큰일은 아니었던 듯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 몇 년 뒤에는 학부모가 될 입장에서 다시 한 번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라 함은 선생님, 학생, 학부모 이 세 가지 모두를 총칭한다. 각각의 문제도 크지만, 이 세 부류간의 문제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학생들 간의 인간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오히려 생각의 분산을 막고 하나의 주제를 심도 깊게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4. 각각의 단편은, '에미와 유카'를 중심에 혹은 주변에 배치해놓고 그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풀어놓았다.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읽는 내내 그 누군가가 누구일까도 궁금했었다. 그는 마지막에 등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의 단편에서 그들이 주인공이다. 우리는, 그 어느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왕따를 당해서 혼자이거나, 늘 병원 신세를 져야 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인물이어도, 그리고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있는 학생이거나 그들의 들러리처럼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들은 모두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인 것이다. 모두의 친구가 아니어도 죽어서도 기억될 단 한명의 친구가 필요할 수도 있고, 단짝은 아니어도 모두 속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아이가 있다. 누구 앞에서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아이도 있다. 어느 누구의 삶이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5. 기억에 남는 구절들.
사고 후 친구들에게 미움을 사고, 외톨이가 되고, 유카를 만나고부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 주면 너무 기쁘다는 것을. 나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란 사실을. 그래서 못된 아이는 그걸 이용한다.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으로 그 아이를 지워버린다. “넌 필요 없어.” 하고 손가락으로 탁 튕겨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아이는 늘 ‘모두’ 속에 숨어서 히쭉히쭉 웃고 있다. 너는 ‘모두’를 믿지 않을뿐더러 의지하지도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한 아이가 ‘모두’ 속에 있는 한 너는 웃어 주지 않는다. (p.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