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42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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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그림책 제목만 봤을 때는 별로 읽고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디 추천도서목록이나 이런 데에 제목과 지은이, 출판사 정도가 있다면 난 아마 안읽었을 거다. 그런데, 우연히 이 그림책을 팔랑팔랑 넘겨보다 이야기에 푹 빠져 실실 웃다가 눈물 찔끔 흘려버린 사태가 일어났다. 최근에 우리 작가의 그림책을 거의 안 봤는데 이야기가 재미있고 그림도 눈이 가는 그림책을 발견한 것. 


이 호랑이와 민들레의 모습을 보라. 심술이 더덕더덕 붙은 호랑이와 반항기 가득한 민들레가 서로를 째려보고 있다. 세상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이 둘은 한 몸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할머니다. 나물 캐는 할머니가 옛날옛날에~~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긴 대사 없이도 민들레는 시크한 농담을 날리고, 혼자라 외롭던 누렁~~ 아, 호랑이도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남들을 도와주게 된다. 민들레가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며 호랑이를 동물들 사이로 몰고 간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는데 호랑이 꼬리에 붙어버림으로써 이동성을 가진다. 꼬리에 꽃 한송이 붙었을 뿐인데 호랑이의 인생도 달라진다.


호랑이는 늘 친구들에게 장난을 친다. 장난 끝에 씁쓸한 외로움을 비춰준다. 이 그림책을 읽는 독자는 호랑이가 얼마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지 안다. 그렇지만 호랑이의 방식으로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연히 호랑이 꼬리에 붙은 꽃은 친구가 되는 법을 몸소 보여준다. 


민들레와 호랑이가 서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기 시작할 때 함께 보면 좋다. 시간이 흘러 노란 머리카락이 어느새 하얗게 변해버린 민들레의 얼굴을 보면, 반항기 가득한 노란머리 청년이 사라지고 쭈글쭈글 할머니주름이 보인다. 민들레의 얼굴이 저렇게 변하다니!!! 어른인 나는 곧 일어날 일을 짐작하게 된다. 슬픈 예감은 언제나 틀리지않지. 


이 그림책을 덮을 때쯤 되면 호랑이와 민들레가, 호랑이와 다른 동물들이, 그리고 할머니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게 된다. 제목만 보고서는 이 그림책을 읽지 않았다면 정말 아까웠을 듯. 아이와 함께 읽어도 좋지만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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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21-09-08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이 확 당기는데요. ^^

하양물감 2021-09-08 22:10   좋아요 0 | URL
앗... 오랫만입니다^^
저는 저 제목이 마음에 안들었어요. 사람마다 다른거니까!!
이 그림책 정말 귀엽고 예쁘더라고요~~

파이버 2021-09-08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랑이랑 민들레 얼굴이 똑 닮아서 너무 귀엽습니다^^!

하양물감 2021-09-08 22:20   좋아요 1 | URL
반항아들이지요. 젊은 ㅎㅎ
 
대신 전해 드립니다 키다리 그림책 60
요시다 류타 지음, 고향옥 옮김 / 키다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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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전해 드립니다?

화를 내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이고, 뭔가 잘못한 듯한 남자아이가 표지에 보인다.

그리고 커다란 말풍선.

말풍선을 보는 순간, 얼마 전에 끝난 도쿄올림픽에서 참가국가를 소개하던 말풍선 보드가 떠올랐다. 만화와 만화의 기법에 관해 꽤나 자부심이 있는 나라다. 일본은.

5~7세 유아나 초등저학년에게 적당한 생활그림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친구인 하나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장난을 친 수호는 하나가 화를 내서 싸웠다. 아니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면 당엲 화가 나지!! 사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이런 장남을 치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네. 수호군!!

화해하고 싶은데 '미안해'라는 말을 못 꺼내서 고민 중인 수호 앞에 말풍선 동동이가 나타난다. 이 그림책 원서에서는 말풍선을 뭐라고 표현했을 지 궁금. '동동이'는 그림책계에서 좀 동명이인이 많은 듯. 물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동동이와 함께 길을 나선다. 신발을 구겨 신은 수호에게 신발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하고, 교통 신호를 안 지키는 아저씨를 본 신호등의 소리도 들려준다.

물건들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

내가 없으면 전할 수가 없어.

하지만 너는 내가 없어도 할 수 있잖아.

화해하고 싶으면 하나에게 직접

"미안해" 라고 말하면 돼.

그렇지만 수호는 좀처럼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때 하나가 다가와 왜 그러냐고 묻고 결국 수호는 용기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어떻게 사과를 할까? 수호는 "요전에 머리카락 잡아당겨서 진짜 미안해. 네 기분이 어떨지 생각하지 못했어."라고 말한다. 사과를 받은 하나도 "사과해 줘서 고마워. 나도 너에게 잘 설명하지 않고 화부터 냈어. 미안해."라고 답을 한다.

사과를 할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말을 해야 한다. 무엇을 사과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면서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아이들은 특히 별 것 아닌 일로 투닥투닥거린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나설 수는 없는 일.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 그림책이다. 우리는 우리 생각과 감정을 말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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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요? - 에드윈 허블의 발견 똑똑한 책꽂이 26
이사벨 마리노프 지음, 데버라 마르세로 그림, 이강환 옮김 / 키다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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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심채경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책을 읽은 후라서 그런지 이 그림책을 보는 순간 손이 갔다. 우선, 에드윈 허블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위인전 같은 느낌이겠지만, 그림책만이 주는 또다른 느낌도 있을 거라 기대하며 읽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고 항상 별을 올려다보라.

당신이 보는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무엇이 우주를 존재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라.

항상 오기심을 가져라."

-스티븐 호킹

우주를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밤하늘을 바라보면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손짓을 해대던 그때와는 달리 요즘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것 같다. 밤하늘의 별보다 불야성을 이룬 도시의 불빛을 더 아름답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별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던 소년 허블은 밤이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궁금해했다.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이 있을까?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허블의 할아버지 윌리엄은 허블만큼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에 허블에게 직접 만든 망원경을 선물하기도 했다. 허블은 수학, 라틴어, 독서를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천문학을 가장 좋아하여 구할 수 있는 천문학 책은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독서는 내가 모르는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확실한 다리이다. 허블은 책 읽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확대하여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도 열심이었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허블은, 자신의 계획을 얘기하지만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허블은 영국 옥스퍼드에서 법을 공부하고, 미국에 돌아와서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농구코치가 되었다고 한다.


별을 바라보며 꿈을 꾸던 아이였지만,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는 없었나보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천문학자'라는 직업이 그리 괜찮은 직업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라면 더 그렇겠지?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오던 아이에게 '나'라면 그 꿈을 지지해줄 수 있었을까? 사실 자신은 없다. 우주는 그 거리만큼이나 내게는 먼 존재이기 때문이다. 허블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자기 인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지, 그것이 그 아이의 인생에 어떤 의미일지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달려간 허블을 보면서 내 아이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시카고 대학에서 다시 천문학을 공부한 허블의 첫 직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이 있는 윌슨산 천문대였다. 안드로메다 성운을 보면서 이런 나선모양의 성운이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먼지와 기체 구름인지, 아니면 다른 은하인지를 해결하고 싶었던 허블은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측정하고 계산했다. 허블은 1923년 변광성을 발견하고 안드로메다 성운은 성운이 아니라 수많은 별로 가득한 다른 은하라는 증거를 찾았다. 그렇게 해서 우주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거기에 허블은 또 하나의 발견을 하는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허블이 망원경을 만든 사람인 줄 알았다. 이 그림책을 통해서 허블이 꿈을 키우고, 연구했던 우주를 바라본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주로 직접 나가는 꿈을 꾼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를 향해 시야를 넓혔던 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해졌다.

아, 이제 우리집 아이의 꿈에 대해서도 조금 진지하게 고민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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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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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작가의 그림책이 한꺼번에 두권이 나왔다. '호라이'와 '호라이 호라이'가 그것이다. 호라이는 초록색 표지인데 글자에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 '호라이호라이'는 이전의 서현 작가의 그림책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호라이'보다 '호라이호라이'가 더 서현 작가 책 같다.

작가는 특별부록 호라이 4컷만화<Q&A편>에서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호라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 마지막에 나온 것이 누구인지, 고양이는 왜 호라이를 쫓아다니는지... 등.



어둠 속에 있던 계란 하나가 껍질 깨고 나온다. 밥 위에 얹혀 있던 호라이는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다며 뛰쳐 나온다. 그러다 까맣고 폭신한 곳에 떨어지는데 고양이다. 여기서 잠깐!! 호라이는 분명 계란 껍질을 머리에 쓰지 않고 뛰어나왔는데, 여기서부터 계란껍데기 모자를 쓰고 달리기 시작한다. 작가의 실수일까???

호라이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고 질문을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하고 철학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달이었을수도 태양이었을수도 자유로운 우주선이었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호라이. 그렇게 호라이는 수많은 지구인의 식탁에서 음식이 되어 먹히기를 기다리고 있던 계란들을 데리고 우주로 날아간다.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우주로 무한대로 확장이 되는 것 같다. 확실히 '호라이'보다 '호라이호라이'가 작가의 스타일에 맞는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은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흔들흔들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 알은 어떻게 될 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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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1-09-08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저희 아이도 잼나게 읽었던 책입니다^^<커졌다>에 나왔던 주인공도 작게 나온거 발견했답니다 ㅎ

하양물감 2021-09-08 22:35   좋아요 0 | URL
서현 작가의 눈물바다를 제일 좋아합니다. 다른 책에 나온 캐릭터 찾는 재미도 있지요
 
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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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이다. 제목은 '호라이'. 제목만 듣고서는 무슨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표지를 보고서야 아, '계란프라이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밥상을 앞에 두고 검은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앉아 있는 계란...음, 제목대로 '호라이'라고 불러보자. 호라이가 앉아 있다.



밥 그릇 위에 앉아 있던 계란 프라이가 쌩- 하고 날아가듯이 호라이-하고 날아간다. 그러고보니 이 그림책을 보는 동안 글자들이 마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호라이-하고 날아가거나, 빨랫줄에 널려 있거나 문틈에 끼어 있거나 미용실에서 잘리거나 수도꼭지에서 떨어진다. 콧구멍에서 쑤욱 나오거나 겨드랑이에 슬그머니 숨어있기도 한다. 그림책 속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글자의 크기와 위치를 통해 호라이가 도망다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호라이는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있을까? 그림책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계속 쫓아간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는 글자의 느낌을 잘 살려서 읽어주면 좋겠다.

이 그림책의 내용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딘가로 열심히 도망가는 호라이를 따라 함께 뛰다보면 어느새 노란색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른다. 아이들과 함께 호라이의 마지막을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이 그림책에는 호라이 4컷만화가 들어있다. 호라이에는 <작업과정편>이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가 호라이를 그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3권이 아닌 2권으로 끝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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