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항상 그렇듯이

머리로만 얘기하는게 아니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부끄럽고 미안해져서 입을 다물게 된다. 어쨌든 여러가지 이유로 나는 직접 거리에 나서지 못하고 그들과 어깨를 겯지 못하고 찬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견디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당함에 당당히 온몸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한없이 부끄럽고, 그들을 폭력 세력으로 규정하고 테러에 가까운 진압작전을 펼치고도 한마디 사과가 없는 공권력에 치를 떤다.

지난 주말, 파리에서 서울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를 보며 나는 거의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이런 시국에 책을 손에 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 같았고 책을 펼친다 한들 읽히지가 않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이 책 저 책 뒤적여보다가 이 소설에 정착했다. 작가 황정은은 그만의 시선으로 사회의 약자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신형철 평론가가 말한 대로 이 소설을 몇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도심 한복판에 사십 년 된 전자상가가 있다. 상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 와중에 이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들의 선량함을 대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를 묻는다.

 

 

사랑스러운 주인공 은교와 무재가 대화를 한다.

 

은교씨는 슬럼이 무슨 뜻인지 아나요?

......가난하다는 뜻인가요?

나는 사전을 찾아봤어요.

뭐라고 되어 있던가요.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 하며 무재 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누가요?

신문이며, 사람들이.

슬럼?

좀 이상하죠.

이상해요.(112쪽)

 

그들은 자기들이 사는 곳, 자신의 삶이 오롯이 투영되어 추억으로 새겨진 그 공간을 슬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무재의 아버지는 가난했지만 그곳에서 장사를 하며 아들이 오면 맛난 순대를 사주기도 했고, 숫기 없는 아버지가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 서러운 아들은 아버지를 보며 울기도 하고, 아버지는 이유도 말하지 않고 우는 아들을 혼내고, 아들은 그런 속을 모르고 혼을 내는 아버지가 서러워 또 울던 그런 기억들이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공간.

 

 

 

나는 이 부근을 그런 심정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가 없는데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라고 무재씨는 말했다.

언제고 밀어 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걸까요.

슬럼, 하고.

슬럼.

슬럼.

슬럼.

이상하죠.

이상하기도 하고.

조금 무섭기도 하고, 라고 말해두고서 한동안 말하지 않았다.(115쪽)

 

 

 

 

 

일반화된 언어의 폭력성, 감정을 배제시키는 단어들에 우리는 얼마나 무감각하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작가만의 순수한 말투로 조용히 말한다. 그 조용한 말투가 가슴에 와 닿았을 때는 더 울림이 크다. 나는 시내 어느 곳이 재개발 되어 깨끗한 면모로 다시 태어나면 그 현대적 면모에 감탄할 줄만 알았지 그곳에 있는 아픔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 일이었던가.  아무 생각없이 자행되던 폭력! 그 폭력에 대해 은교와 무재는 큰소리로 비난하지도 않는다. 조금은 무기력하지만 단호하고도 조용하게 또박또박 되새기며 이야기한다. 이게 바로 내가 황정은의 소설, 특히 그 중에도 그만의 독특한 대화체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렇게 대화하는 착한 사람들, 이 순수하고 조용하고 가난하며 배려심 많고 애써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들이 자신의 그림자에게마저 져서 쓰러져버리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림자에게 딸려가지 않도록 힘들땐 "노래할까요" 라고 말해주면서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

 

파리의 시민들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테러에 겁을 먹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원하는 테러리스트들에게 '너희들의 테러에 우리는 겁먹지 않아. 우리는 여전히 커피를 마실거고, 책을 읽을거고, 일상을 누릴거야! ' 하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다. 총에 맞서서 꽃이 이기는 걸 보여주겠다고 한다.

나도 보여주고 싶다.

마음에 안드는 것들 다 쓸어버리고 싶은 세력들에게.

우리는 지지 않고 계속 함께 살아갈거라고. 하고 싶은 말을 할거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싸우기도 할거고, 길을 잃으면 함께 길을 찾고 힘들땐 서로 노래를 불러 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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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9 1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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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9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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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11-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리뷰도 따뜻해요 ^^

살리미 2015-11-19 17:21   좋아요 1 | URL
이 책에 나오는 은교, 무재, 유곤, 여씨 아저씨, 오무사 할아버지.... 모든 인물들이 다 따뜻한 사람들이라서 그런가봐요^^

2015-12-10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2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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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해지니 독서가 쉽지 않다. 날씨마저 우울하여 어딘가 틀어박혀서 소주나 한잔 하고 싶다.

오전엔 영화를 보았는데 천재적인 예술가의 불행한 삶을 그린 것이었다. 역시 쓸쓸해졌다. 예술가에게서 자본을 뽑아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의 탐욕이 역겨웠다. 햐~ 역시 우울하군......

집중이 안되더라도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자 하고 어제 읽던 책을 펼쳤다.

`집단지성`에 대한 이야기. 집단지성은 놀라울 정도로 대체로 옳은 경우가 많다. 집단지성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집단에 참여한 사람들이 배경이 다양하고 서로 다른 이유로 각자 결정을 내리되, 다른 이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면 안된다. 목소리 큰 사람의 편향된 의견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성은 주식시장이나 미국의 대통령 후보예측 시스템같은 미래 예측에도 활용되는데 사람만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동물들도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데 대표적인 게 개미의 길 찾기다.

우리는 개미들이 먹이를 들고 한줄로 서서 집을 찾아가는 행렬을 본 적이 있다. 실험에 의하면 개미가 가는 길은 대체로 먹이와 집 사이의 가장 효율적인 경로라는 것이다. 그럼 개미는 어떻게 이처럼 효율적인 길을 찾아낼까.

개미의 행동을 잘 들여다보면 행동규칙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다른 친구 개미가 앞서간 흔적이 있으면 보통 그 흔적을 따라간다. 이것을 따라가기(exploitation)라 하자. 하지만 개미가 따라가기만 한다면 먹이를 찾을 수 없다. 모든 개미가 따라가기만 하면 나중에 온 개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을 수 밖에 없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다 한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면 개별 개미는 돌아다니기(exploration)도 해야한다. 하지만 모든 개미들이 돌아다니기만 한다면 우연히 큰 먹잇감을 발견해도 다른 개미들이 따라하질 않으니 집단 전체에 큰 이득을 줄 수 없다. 따라서 개미가 효율적인 길을 만들려면 따라다니기와 돌아다니기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이 세상물정을 보는 물리학자는 이것을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


—한국 사회에서 집단지성을 성공적으로 발현하려면 당연히 따라다니기와 돌아다니기 둘 다가 필요하다. 우리도 당장이라도 지혜를 보탤 수 있다. 의견 나누기 같은 상호작용이다. 따라가다가 이 길이 맞는지 다른 사람에게 물을 수 있고, 돌아다니다가도 좋은 길을 찾으면 따라오라 설득할 수 있으며, 서로 의견이 다르면 조율할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많이 보여주는 `내 길이 옳으니 무조건 따르라`는 개미도 하지 않는다.(66쪽)


크하하하하하! 이렇게 속이 시원할수가. 개미만도 못한 정치인이라니! 특히나 소통을 거부하시고 나만 옳다고 하시는 분께 꼭 알려드리고 싶다. 개미들의 집단지성을!!
우리가 열받는 정치뉴스에 댓글을 달고, sns에 올려 알리고, 광화문에 나가서 시위를 하는 것 모두 집단지성으로 보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의견나누기의 하나다. 한가지 길만 따라다니다가 모든 개미들이 다 죽어버린 아프리카 개미 집단에서 인간이 배울 일이다. 하긴 뭐 이정도는 상식이지만 이런게 이렇게 간절한 세상이 될 줄 누가 알았겠냐는 말이지....

역시나 책을 읽으니 재밌군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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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1-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미에게 배울점이 많군요ㅎ
정치인들은 대부분 책을 안읽나봐요ㅋ

살리미 2015-11-14 18: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ㅎㅎ 얀 마텔이 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요>란 책을 읽으면서 우리도 대통령에게 좋은 책을 권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ㅎㅎ

해피북 2015-11-20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며칠사이 갑자기 집에 개미가보여서 더 실감나게 읽었어요 ㅋㅂㅋ~~ 개미만도 못하다는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역시나 책을 읽으니 재밌다는 이야기에 빵~~터졌어요. 오로라님은 정말 책하고 뗄래야 뗄수없는 분인거 같아요 ㅋㅋ
그리고 저는 `책 먹는 법`을 읽고 얀마텔 책을 알았는데 오로라님은 벌써 읽으셨나봐요 ㅋ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살리미 2015-11-20 17:05   좋아요 0 | URL
우연히 집은 책에 재밌는 내용이 나와서 신나게 써 본 글이었지요 ㅋㅋ 얀 마텔은 파이이야기를 읽고 눈여겨 봐두었다가 `각하... ` 라는 책이 나오자마자 얼른 읽어봤었구요 ㅎㅎ
 

어제 뉴스룸 보셨나요?
저는 아이랑 드라마 보느라 어제는 뉴스를 못챙겨봤는데
어제 방송된 손석희의 뉴스브리핑을 방금 보고
눈물이 핑 돕니다.
너무 멋진 응원이에요.

https://www.facebook.com/jtbcnews/videos/949701281756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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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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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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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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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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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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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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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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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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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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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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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2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뉴스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다양한 아나운서를 보지만 그중에서 목소리 톤이나 호소력에 있어서는 손석희 아나운서님이 제일 와닿는거 같아요. 정말 눈물이 핑도는 응원이었습니다.^~^

살리미 2015-11-20 17:02   좋아요 0 | URL
요즘 저는 jtbc 뉴스가 없었으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싶어요 ㅎㅎ
 

수능날!
딸아이를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들어와서 책을 펴고 앉았다.
나도 우리 딸도 워낙 태평한 성격이라 평소와 같이 담담하게 보냈지만, 오늘 하루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다. 그들 모두에게 노력한만큼의 보상이 꼭 주어지기를!

공부를 좀 못하면 어때, 세상 사는데 중요한건 공부 잘하는게 아니더라, 라고 생각했던 나는 분당으로 이사오면서 멘붕을 겪었다. 그런 마인드로는 도저히 엄마들과 어울리기가 힘든 것이다. 내 나름의 교육철학은 항상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한번 키워봐! 나중에 대학 잘 가나!

나야 그런말쯤 무시해도 상관없지만, 경쟁터에 내몰려진 아이들은 불안해졌다. 독특하면 왕따 당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구들처럼 유명 학원을 다녀보겠다고 하고, 가혹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쪽집게 과외를 추가해 보겠다고 욕심을 냈다. 이 세상에 적응해 살아보겠다는데 부모로서 말릴 수는 없다. 도와주지는 못 할 망정. 그렇게 점점 철학은 가벼워지고, 점점 세상의 박자에 발맞추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마음이라도 편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몸은 너무 피곤하고, 해야 할 공부는 쌓이고, 주변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정도로는 in서울 하기는 택도 없다고 겁을 준다. 물론 세상이 그렇더라도 뚝심있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길도 쉽지는 않다. 결국 거의 다 이 전쟁터로 돌아온다. 이게 제일 쉬웠어!

그 전쟁이 오늘로 마감되었으면 좋겠지만, 오늘만 지나면 편해지겠지? 하며 좋아하는 아이에게 차마 잠깐의 휴식이 있을 뿐 앞으론 더 심한 경쟁이 기다린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짠한 이유다. 그리고 돌아와서 책을 폈는데 마침 이런 내용이다.

개천에서 나던 용이 하수구로 빠진 사연 - 자녀 교육비 그래프로 살펴 본 `승자독식`사회의 결말


사교육 열풍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가 지렛대 효과를 가져 자녀의 미래에 훨씬 더 큰 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다시말해 한국이 승자독식인 사회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수능점수를 올리면 자녀의 미래 기대 수익이 크게 변하니, 고액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이고, 사교육비를 지출할 능력이 없다면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사회가 `한 줄로 세우고 앞 사람에게 몽땅 몰아주기` 같은 분배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자녀교육비를 충분히 지출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부모의 아이만 입시에서 성공한다.

한 줄로 늘어선 사회의 맨 앞줄에 서지 않아도 좋다고, 마음 편히 가지고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라고 말을 하지만 그 앞줄에서 벗어난 삶은 어떨지, 과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지금의 사회는 보장해주질 못하는 듯하다. 오늘 신문 일면에는 일하는 20대의 네명중 한 명 꼴로 국민연금에 가입을 못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부분이 알바와 비정규직인 까닭이다. 청년층의 빈곤이 노후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제 대통령이 sns에 올린 수험생 응원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했다. 올해 수험생의 숫자는 63만 1184명이 아니라 63만 1434명이라야 했을 것이므로. 대통령은 외면했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그 학생들을 잊지 않고 다시 불러서 함께 격려해주었다. 너희들도 잘 있지? 하고.
승자독식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방법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다. 힘 없는 사람들은 서로를 챙기고 뭉쳐야 한다. 내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를 확실히 보아야 한다. 나는 수능을 보는 날에 단원고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앞 줄에 서지 않아도, 오히려 앞 줄에 선 사람들이 뒷줄의 연대를 부러워 할 만한 사회를 만들 순 없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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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1-1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연대와 기억과 희망,
따님도 지금까지 애쓴 좋은 결과 나오기를 기도 드립니다!

살리미 2015-11-12 09:28   좋아요 0 | URL
항상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해피북 2015-11-1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침부터 주책없이 눈물이 그렁그렁거렸어요 ㅠㅠ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짠하게 느끼시던 마음과 `1484`명이라던 말에 마음이 울컥거리네요 ㅜㅜ 수능을 치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가 꿀과같은 하루가 되기를! 그리고 꼭 힘겨운 시간만큼의 결과가 있길 바래봅니다^^ 오로라님도 화이팅이예요 ㅎㅎ

살리미 2015-11-12 09:52   좋아요 0 | URL
ㅎㅎ 오늘은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마침 읽고 있던 책에서 이런 얘기가 나와서... 저도 울컥했네요 ㅋ 다들 응원해 주시니 좋은 결과 있겠지요^^

yureka01 2015-11-1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시사하는 바가 아주 많네요....오늘이 수능날이라 아이들의 미래를 한번더 생각하게 되네요...

살리미 2015-11-12 10: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서니데이 2015-11-1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오늘 시험 보는 수험생이시군요, 아쉬움 없이 시험 잘 봤으면 좋겠어요,
오로라님도 좋은하루되세요^^

살리미 2015-11-12 14:35   좋아요 1 | URL
네^^ 고마워요. 서니데이님!

에이바 2015-11-12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오로라님^^

살리미 2015-11-12 15:22   좋아요 0 | URL
아아아앙~ 에이바님..... 끝날 시간이 다가오니 떨려요 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11-1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오로라님에게 다 큰 따님이 있었군요...^^
제 조카도 오늘 시험치러 갔습니다. 모두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

살리미 2015-11-12 15:55   좋아요 1 | URL
네^^ 제 플필 사진이 우리딸인데, 어느새 커서 시험보러 갔어요^^ 전 이제 슬슬 따님 모시러 가 보려고요 ㅎㅎ 제2 외국어까지 치면 다섯시 종료에요. 수능 시험장을 가까운 곳에 배정받아서 끝나면 걸어오겠다고 하던데, 혹시나 시험 보고나서 너무 슬플까봐 ㅋ 문앞에 있다가 데리고 와야겠어요^^

인디언밥 2015-11-12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따님이 수험생.. 이셨군요 우와... 저는 수능 끝나고 터덜터덜 모르는 길 한참 걷다가 집에 왔는데.. 혼자 걷는 시간도 나쁘지 않더라구여. 흫! 그나저나 오로라님 진짜 멋있어요

살리미 2015-11-12 18:57   좋아요 0 | URL
혼자 오는 길이 너무 쓸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데리러 갔더니 교문앞에 엄마들이 너무 많이들 마중 나와 있어서 안 왔으면 섭섭할 뻔 했겠구나 싶더라고요^^ 수능이 끝나니 만감이 교차하나봐요 ㅎㅎ 그래도 울고 불고 하는 애들도 많던데 히히덕 거리고 나오더라고요^^ 멘탈갑이에요.

조선인 2015-11-1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결과 있기를. 줏대있게 아이 키우기란 정말 힘드네요.

살리미 2015-11-12 19:1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이가 어릴땐 언제면 커서 걱정이 없어질까 했는데, 그때 선배들 말씀이 지금이 좋을때다, 클 수록 고민이 더 많아진다 하더라고요. 품안에 있을 땐 내 방식대로 키울수 있었지만 자라면서는 포기할게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5-11-12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결과 있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1484명~~~갑자기 한숨 나오네요!ㅜ

살리미 2015-11-12 19: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늘 아이가 시험치르는 동안 페이스북에 올라온 단원고 엄마들 글 읽으면서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우리 딸과 같은 나이고 또 그 사고가 없었더라면 같은 경로로 수학여행을 갈 뻔 해서 더 마음이 쓰여요 ㅠㅠ

달팽이개미 2015-11-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같은 선배맘이 많~은 사회였음 좋겠어요^^ 뒤따르는 저같은 병아리맘들이 갈팡질팡 하는 일 없이 올곧게 나아갈 수 있게요...그래야 아이들이 사는 세상도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따님분과 함께 오늘 하루 맘고생 많으셨을텐데...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게요^^*

살리미 2015-11-12 22:55   좋아요 1 | URL
저도 정답은 모르겠어요.다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 정도도 쉽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역시 제일 훌륭한 조언은 책 속에 있을 때가 많다는 ㅎㅎ 그래도 시험이 끝나니 간만에 온가족이 저녁다운 저녁을 보내서 기분이 좋아요^^ 고마워요!

지금행복하자 2015-11-12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이제 끝나고 저녁먹고 쉬고 있겠군요~

제 주변에도 여러명 시험보는데 시험보는 아이들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인사말로라도 최선을 다해. 시험 잘봐 해야하는데.. 말은 버벅이고.. 해서 그냥 안아만 주고.. 초콜릿 건네 주면서 손만 잡아 줬어요~
끝나고 나서도.. 수고했다는 말 밖에 못 하겠더라고요~ 어려웠다고 시무룩하게 나오는데.. 오늘 하루를 위해 3년을 묵묵히 보냈을 그 아이를 생각하니.. 정말 아무말 못 했어요~~ 제 친구 딸인데도 맘이 이런데...
그냥 친구만 위로하고 왔어요~~ 위로하는것이 너무 서툴러서 괜히 말실수 할까봐 더 조심스러워요~~

살리미 2015-11-12 22: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 마음 너무 잘 알겠어요. 우리 딸도 태연한 척 하지만 울다가 웃다가 그러더라고요.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 저도 아무말을 할 수 없더라고요. 위로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그냥 같이 티비나 보면서... 마침 딸이 응답하라 1988 보고 싶었다고 해서 같이 보면서... 웃다가 울다가 했네요^^

transient-guest 2015-11-13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이었군요. 그 어느 때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한국의 하루였습니다, 저에겐.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냈네요. 그나저나 박씨는 말투마저 유신의 악취가 폴폴 난다면, 저만 그럴까요??ㅎ

살리미 2015-11-13 10:24   좋아요 0 | URL
혼자서만 범접하지 못할 세계에 계시는 분 말투죠. 혼이 고귀하셔서 글켓지요 ㅠㅠ 그나저나.... 저 폰트가 바쁜벌꿀체라고 ㅋㅋㅋㅋㅋㅋ
 
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소설에서나마 비극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말. 그렇다면 경험해볼까? 내 취향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하고서야 내 차례가 왔다. 요 네스뵈는 처음이라 그의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흥미진진.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아름다운 피요르드 해안의 고요한 풍경이 떠오르는 노르웨이에 이런 어두운 세계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세상은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걸까. 우리는 그래도 이정도로 마약이 퍼지진 않아서 다행이야, 남편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도 상류층들은 이미 심각할거야 너만 모르고 있지, 마약사위도 모르냐? 베테랑도 봤잖아! 한다. 하... 다른건 몰라도 마약을 이렇게 맘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정말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 책에 나오는 일라센터처럼 마약중독자를 위한 복지까지는 꿈도 못 꿀 것이다. 이런 암울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유럽의 복지제도가 마냥 부러운 나!

형사 시몬이 늘상 입안에 붙이고 있던 담배 스누스. 담배에 호기심이 많은 (흡연자는 아니다 ㅋㅋ) 나는 스누스가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벌써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었다. 연기가 안 날뿐 니코틴을 흡수해서 담배의 효과를 보는 건 똑같은데 우리나라에선 금연보조제로 통하나보다. 쪼끄맣게 생긴 티백을 윗 잇몸에 붙이고 있는건가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도 이렇게 하고 싶어서 스누스를 만들었겠나. 연기를 태우는 담배는 간접흡연을 야기하니까 비흡연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는 이런식으로라도 탈출구를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형사 시몬은 여배우 미아 패로를 좋아한다. 그녀의 첫사랑을 닮아서다. 우디앨런의 뮤즈. 입양한 순이 패로의 엄마. 나중에 우디 앨런이 미아를 버리고 순이랑 결혼할때 얼마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나. 나는 그때 순이란 이름에 가슴이 아팠었지! 이 책에 나오는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를 보려고 찾아놨다. 우리나라엔 <악마의 씨>라고 소개됐나보다.

˝자비의 시대는 끝나고 심판의 날이 왔다. 하지만 메시아가 늦으니 우리가 그를 대신해야한다.˝
이것은 범죄 소설이나 영화의 주요 테마다. 법이 처벌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단죄하고 정의를 수호한다. 법보다 더 위에 있는 정의. 그러나 정의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현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그래야 억울한 사람이 덜 생기니까. 항상 아들같은 정의의 수호자가 나타나서 해결해줄 순 없으니까. 범죄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게 당연해야 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아무리 아들이 홍길동처럼 악을 처단하고 다녀도 끝까지 마음이 개운해지지는 않는다. 정작 법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해야할 사람들이 법과 정의를 무시하는 행태를 더는 보고 싶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니까. 아들 소니는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 존재니까. 오히려 그런 처단자마저 없는 우리는 어쩌지.. 싶어지니까.

근데 이렇게 맥락없이 리뷰를 써도 되나?? 모르겠다.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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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의 일상을 평온하기 위해 비극을 경험한다. 캬~~ 정말 멋진 말이예요 ㅎㅎ 두서없이 쓰셨다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걸요.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마약 사건들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알게모르게 퍼져있는거 같고요. 요즘은 학생들도 인터넷으로 구한다던 기사를 본거같기도 해요. ㅜㅜ 아참, 오로라님은 이 글을 휴대폰으로 작성하신다고 하셨죠?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신데요. 이렇게 긴 글을 휴대폰으로 작성하시다니요 ㅎㅎ 저는 짧은 글만 작성해서 그동안 이렇게 긴 글들은 모두 컴퓨터 작성이겠거니 하고 생각했거든요. ㅎㅎ 무튼 덕분에 `아들`이라는 책도 리스트에 담아봅니다 ㅋㅁㅋ!!

살리미 2015-11-12 10:0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워낙 게을러서요. 컴퓨터 켜기가 귀찮아서 핸드폰으로 `어렵게` 쓴답니다. ㅋㅋ 게으른게 아니라 모자란건가.....
근데 핸드폰으로 작성하면 알라딘 서재에선 죄다 페이퍼로 표시되더라고요. 리뷰와 페이퍼의 차이를 확실하겐 모르겠지만, 괜히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이고요 ㅎㅎ
저는 글을 좀 짧고 맥락있게 쓰고 싶은데,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보니 짧은 글이 더 어려운거 같아요. 짧게 올리려고 핸드폰으로 쓰기 시작했다가 무한대로 길어져버리곤 합니다 ㅋㅋ

해피북 2015-11-12 10:18   좋아요 0 | URL
저는 안드로이드 폰이라서 틀릴 수 있지만..
북플에서 글을 쓰려고 보면 하단에 책검색 아이콘, 사진아이콘, 글쓰기 아이콘,
페이스북 아이콘, 카테고리 아이콘, 전체설정 아이콘 이렇게 있잖아요. 혹시 그중에서 페이스북 아이콘 옆에 있는 카테고리 아이콘으로 설정해보셨어요? 고 카테고리 누르면 오로라님 서재에 있는 카테고리랑 연동되서 올리고 싶은 곳을 지정하실 수 있거던요 ㅎㅎ 그리고 저도 리뷰와 페이퍼에 대한 확실한 차이는 모르겠더라고요 ㅋㅋ

살리미 2015-11-12 10:23   좋아요 0 | URL
음.. 거기엔 카테고리 지정을 했는데 그래도 핸드폰으로 올린건 알라딘 서재에서 [페이퍼]라고 올라가더라고요. 제 서재에는 리뷰에 글이 올라가 있어도요. 저도 신경을 안쓰다가 이달의 페이퍼에 당첨됐다고 해서 응? 난 페이퍼를 쓴 적이 없는데... 했거든요. 북플에선 글자수에 따라 100자평, 리뷰, 페이퍼로 저절로 분류되는거 같기도 하고요....

해피북 2015-11-12 10:27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저는 휴대폰으로 하면 늘 페이퍼 작성만하고 또 지정된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어서 몰랐어요. 북플 글은 페이퍼로 올라간다니.. 참고해야겠어요 ㅎ 그리고 당첨되신거 축하드려요 ㅋㅂㅋ ~~

살리미 2015-11-12 10:29   좋아요 0 | URL
ㅎㅎ 본의아니게 자랑을..... 이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ㅋㅋㅋㅋ
별게 아닌게 궁금해서 저는 북플에 메일을 보내 물어보기도 했는데 쌩까네여 ㅎㅎ 답이 없어요 ㅋㅋㅋㅋ

해피북 2015-11-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자랑은요~~무신. 혹시 답글 오심 소문내주세용 ㅋㅂ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