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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 소설에서나마 비극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작가의 말. 그렇다면 경험해볼까? 내 취향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대출 예약을 하고서야 내 차례가 왔다. 요 네스뵈는 처음이라 그의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흥미진진.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아름다운 피요르드 해안의 고요한 풍경이 떠오르는 노르웨이에 이런 어두운 세계가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세상은 어찌 되려고 이러는 걸까. 우리는 그래도 이정도로 마약이 퍼지진 않아서 다행이야, 남편에게 말했더니, 우리나라도 상류층들은 이미 심각할거야 너만 모르고 있지, 마약사위도 모르냐? 베테랑도 봤잖아! 한다. 하... 다른건 몰라도 마약을 이렇게 맘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정말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 책에 나오는 일라센터처럼 마약중독자를 위한 복지까지는 꿈도 못 꿀 것이다. 이런 암울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유럽의 복지제도가 마냥 부러운 나!
형사 시몬이 늘상 입안에 붙이고 있던 담배 스누스. 담배에 호기심이 많은 (흡연자는 아니다 ㅋㅋ) 나는 스누스가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벌써 우리나라에도 들어와있었다. 연기가 안 날뿐 니코틴을 흡수해서 담배의 효과를 보는 건 똑같은데 우리나라에선 금연보조제로 통하나보다. 쪼끄맣게 생긴 티백을 윗 잇몸에 붙이고 있는건가본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도 이렇게 하고 싶어서 스누스를 만들었겠나. 연기를 태우는 담배는 간접흡연을 야기하니까 비흡연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서는 이런식으로라도 탈출구를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형사 시몬은 여배우 미아 패로를 좋아한다. 그녀의 첫사랑을 닮아서다. 우디앨런의 뮤즈. 입양한 순이 패로의 엄마. 나중에 우디 앨런이 미아를 버리고 순이랑 결혼할때 얼마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나. 나는 그때 순이란 이름에 가슴이 아팠었지! 이 책에 나오는 영화 <로즈마리의 아기>를 보려고 찾아놨다. 우리나라엔 <악마의 씨>라고 소개됐나보다.
˝자비의 시대는 끝나고 심판의 날이 왔다. 하지만 메시아가 늦으니 우리가 그를 대신해야한다.˝
이것은 범죄 소설이나 영화의 주요 테마다. 법이 처벌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단죄하고 정의를 수호한다. 법보다 더 위에 있는 정의. 그러나 정의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구현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그래야 억울한 사람이 덜 생기니까. 항상 아들같은 정의의 수호자가 나타나서 해결해줄 순 없으니까. 범죄없는 세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다는게 당연해야 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아무리 아들이 홍길동처럼 악을 처단하고 다녀도 끝까지 마음이 개운해지지는 않는다. 정작 법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해야할 사람들이 법과 정의를 무시하는 행태를 더는 보고 싶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살아가야 하는 모습을 봐야만 하니까. 아들 소니는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 존재니까. 오히려 그런 처단자마저 없는 우리는 어쩌지.. 싶어지니까.
근데 이렇게 맥락없이 리뷰를 써도 되나?? 모르겠다. 지금은 머리가 복잡하니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