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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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 <내편>중 제 2편 제물론 齊物論은 장자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편이면서 동시에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할만큼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일단 제물론의 뜻풀이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제물론'을 '제물지론' 즉 제물의 주장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 이들의 풀이에 따르면 '제물'은 만물을 차별없이 가지런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한편 '제물론'을 '물론物論'을 齊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인데 온갖 주장을 가지런히 통일시킨다고 보는 입장이다. 저자는 장자의 사상 전반에 입각하여 '제물론'을 이해한다면 아무래도 만물의 주장을 가지런하고 대등하게 바라본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앞의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고 한다.

 

  제물은 차별없는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 드러나는 만물의 제 모습이다. 장자는 도가 기왓장이나 돌 부스러기에도, 지푸라기에도, 똥과 오줌에도 있다고 한다. 지고의 가치인 도가 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만물을 차별없이 가지런히 본다는 것은 인간이 인간의 입장에서 다른 존재를 어떤 것은 이롭고 어떤 것은 해롭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가르는데 반대한다. 이렇게 만물을 대등한 존재로 받아들일 때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한다.

 

  1장은 남곽자기와 안성자유의 대화로 시작하는데, 장자답게 이름하나 짓는데도 그 비유가 탁월하다. 남곽자기는 도를 아는 인물인데,'곽郭의 남쪽에 사는 자기'라는 뜻이다. 고대에는 성안에는 귀족이 살고 곽 안에는 평민이 살았다. 그중에서도 남쪽엔 가장 세력이 약한 최하층민, 곧 천민이 사는 곳이었다. 장자의 생각에 도는 성곽 남쪽 천민들이 거주하는 곳에 있다. 그래서 도인으로 남곽자기를 등장시킨 것이다. 반면 안성자유는 성안에서 편안히 살아가는 자유라는 귀족이다. 장자는 1장부터 귀족인 안성자유가 천민인 남곽자기에게 도를 묻는 설정을 사용함으로써 일반적인 신분관계의 역설을 보여준다. 1장에서 장자는 모든 존재가 평등한 제물의 세계를 들려준다.

 

 하지만 현실세상엔 차별이 만연하다. 왜그럴까? 장자는 언어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름짓는것. 인간은 언어를 통해 사물을 분류하는데 이 분류는 대단히 폭력적이다. 2장에서는 옛 성인 요와 순의 이야기를 통해 시비와 차별의 세계를 넘어서라고 말하고 있다. 도는 대단한 추상 개념이 아니라 흔히 만나는 사물을 제대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장자는 사물을 이런 저런 방식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그런 사람의 눈에는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장에서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라는게 사실 아무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히고 4장에서는 까치선생 (瞿鵲子)과 오동나무 선생(長梧子)의 우화를 이야기한다. 까치선생은 경망스럽게 말을 옮기는 사람을 뜻하고 오동나무선생은 도를 깨달은 인물로 묘사되는데, 슬쩍 공자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어떤 권위에 의존해서 옳고 그름을 가리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일시적이고 변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더라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걸까? 장자의 해결책은 바로 자연의 도를 따라 만물을 조화하는 것이다. 자연의 도를 따르면 세상의 시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5장의 주인공은 그림자와 그림자의 그림자다! 그림자는 실체의 입장에서 보면 허망한 존재다. 그런데 그 그림자의 그림자는 얼마나 더 허망한 존재인가. 6장에 나오는 호접몽에서 꿈 속의 꿈을 말하는 것과 같다. 실체라고 생각했던 그림자가 사실은 실물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실체라고 생각하는 실물, 곧 우리의 몸뚱이 또한 또 다른 실체의 허상이 아니겠느냐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6장의 나비의 꿈으로 이어진다.

 장자가 이렇게 비유와 우화를 사용하다보니 굉장히 문학적으로 읽히는데  사실 공자 맹자와는 다른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란다. 공맹처럼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 하면서도 잡혀가지 않으면 좋은데, 장자는 자칫 잡혀가기 쉬운 처지였기 때문에 보호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에 다양한 풍자들이 넘쳐나는 이유도 그렇지 않겠나 싶어서 장자의 처지에 또한 공감이 간다. ㅎㅎ

 

# 어젯밤 장주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팔랑팔랑 가볍게 나는 나비였는데 스스로 즐겁고 뜻에 꼭 맞았는지라 장주인 것을 알지 못했다. 이윽고 화들짝 깨어보니 갑자기 장주였다. 알 수 없구나.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와 나비는 분명한 구별이 있을 테지만 이처럼 장주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장주가 되는 것. 이것을 물화 物化라고 한다.

 

 물화의 개념은 내가 주체고 상대가 객체란 인식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나와 상대가 온전히 같아진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나의 소멸을 의미한다. 나를 버려야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주체와 대상의 역할이 전도되는 것으로 현실의 질서와 가치관을 뒤집는 것으로 이해 할 수도 있다.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다는 것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소요유편에서 붕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것과 함께 읽으면 재미있다. 거대한 붕새의 어마어마한 날개짓과 나비의 가벼운 날개짓을 함께 느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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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05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도를 따르면 세상의 시비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장자의 말씀을 그분께 적어드려야할까봐요 ㅋㅂㅋ. 순리를 따르면 편안할것을 자꾸 역행하려하시니 ㅎ.
오로라님 덕분에 장자강의를 받고 있는 기분이예요 ㅋㅂㅋ 저도 기회가 된다면 <담론>책과 함께 펼쳐들고 읽어봐야겠습니다 ㅎ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살리미 2015-12-05 15:33   좋아요 1 | URL
저도 이렇게 정리를 하다보니 생각이 조금은 정리가 되어 좋긴한데, 생각보다 요약이 너~~~~~무 어렵네요 ㅋㅋㅋ 쓰고 싶은 말은 많고, 그럼 너무 길어지고, 줄이려니 맥락이 끊기고 ㅋㅋ
책은 더 재밌는데 리뷰읽고 지루하다 느끼실까봐 걱정이에요 ㅎㅎ
 
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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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 1편 <소요유>는 모두 다섯개의 장으로 이루어졌다.

온세상이 전쟁에 미쳐 날뛰는 시대에 장자는 첫편부터 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요유편의 마지막 장인 5장에서 장자는 '소요'의 개념을 이야기하는데, "아무 하는 일 없이 그 곁에서 방황하고, 소요하면서, 그 아래서 낮잠을 잔다'고 한다. (彷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무위의 개념인데 노자의 무위와는 좀 다른 개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노자의 무위는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즉 하는 것이 없지만 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즉 하는 것이 없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사실상 지배논리에 가까운 것이라면 장자의 무위는 글자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

 

  장자의 무위는 '방황'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원래 방황은 어느쪽으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상태, 즉 목적이 없는 상태다. 때문에 그 목적에서조차 자유로운 것이 무위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럼 왜 장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낮잠이나 자라고 했을까.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자고 일어나면 전쟁이 있었던 시대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을 죽이게 되니 무위하지 않는 사람, 즉 목적의식이 있고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은 전쟁터라는 것. 그런 사람들이 성실하게 살아갈 수록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된다. 장자는 그런 세상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겠다는 뜻으로 낮잠이나 자겠다고 이야기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한동안 유행했던 똑부 멍부 이야기가 생각나서 조금 웃었다 ㅋㅋ)

 

 소요유편에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나는 타이핑하기 귀찮아하는 게으른사람이므로 한가지만 소개해보겠다. 소요유 5장, 혜시와 장자의 논쟁이다.

 

  #혜시가 장자에게 말했어.

  나에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이 가중나무라 하더군. 커다란 줄기는 울퉁불퉁해서 먹줄에 맞춰 자를 수 없고 작은 가지는 구불구불해서 그림쇠나 곱자에 맞질 않아. 그래서 길가에 서 있는데도 목수들이 돌아보지도 않는다네. 지금 자네의 말도 이 나무와 같아서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어(大而無用). 그래서 사람들이 듣지 않고 다 떠나버리는게야(衆所同去也).

장자가 이렇게 대꾸했어.

자네는 살쾡이(豺狼)를 본 적이 없나? 몸을 바짝 낮추고 엎드려서 놀러 나온 짐승들을 엿보다 아무 데나 뛰어다니는데 높은 곳이든 낮은 곳이든 가리지 않다가 결국 덫에 걸리거나 그물에 잡혀 죽고 말지. 그런데 저 검은 들소는 크기가 마치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지만 크기만 할 뿐 쥐새끼 한 마리도 잡질 못해. 지금 자네에게 큰 나무가 있는데 그게 쓸모없어서 걱정된다면 어찌하여 무하유의 고을 (無何有之鄕) 아득한 들판에 심어두고 그 곁에서 아무 하는 일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 아래에서 한동안 거닐다가 잠깐 낮잠이나 자지 않는가(徨乎無爲其側 逍遙乎寢臥其下).  도끼에 베여 일찍 죽을 염려도 없고 아무도 해칠 이가 없을 것이니 쓸모없다는 것이 어찌 괴로운 일이기만 하겟는가.(86쪽)

 

  커다란 나무 이야기는 장자에서 여러차례 등장하는데 나무가 현자의 이미지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생명체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존재이고 장자의 중요한 열쇳말 중 하나인 양생養生을 잘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혜시가 커다란 나무를 비유로 들면서,장자의 말을 사람들이 듣지 않는 이유는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인기가 없었던 이야기꾼 장자의 아픈 곳을 팍팍 찌른 것이다. 하지만 장자는 살쾡이를 사람으로 치면 전쟁광에 묘사하고, 쓸모없지만 위대한 존재로 검은 들소를 들면서 남을 해치지도 않고 자신을 해치지도 않는 평화로운 삶의 비전을 제시한다.

  어떤것은 위해하고 어떤 것은 하찮다는 식의 획일적 구분을 넘어서서 쓸모에 집착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강조한것은 현대인들의 목표지향적인 삶에 와닿는 부분이 많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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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0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장자를 읽고 계시는군요. ^^
서재를 노랗고 환하게 바꾸셨네요. 저 위의 북카페도 오로라님의 프로필 사진과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오로라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살리미 2015-12-05 07:48   좋아요 1 | URL
서재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이라 분위기를 바꿔봤어요. 잘 어울린다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5-12-0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장자>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ㅠㅠ 항상 고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서재가 너무 이뻐요ㅠㅠ 노란색 참 이쁘고 기분좋네요ㅎ 저도 먼가 서재를 화사하게 꾸며야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ㅎㅎ

살리미 2015-12-05 14:32   좋아요 1 | URL
장자는 문학적인 비유나 우화들이 많아서 보다 읽기가 수월한 듯 해요. 물론 원서 그대로야 읽기 어렵지만 그런건 학자들의 몫이니까 저희야 이런 해설 강의를 열심히 읽으면 되고요~ ㅎㅎ
가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장자의 사유가 놀랍도록 난해해서 궤변처럼 느껴질때도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찾기도 쉽진 않을 듯 합니다. 실제로 책은 훨씬 더 재미있고요~ 제 글솜씨가 워낙 어줍잖다보니 요약해서 쓰려다보면 이렇게 딱딱한 글이 되어버리네요. 꼭 책으로도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해피북 2015-12-05 14: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공자는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들며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장자는 `무위`의 개념으로 하지말라니 참 새롭습니다 ㅎ 역시 시대상을 모르고 들었더라면 괴상한 학자구나 했을텐데 말이죠 ㅎ

앗 그런데 서니데이님과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서재에 들어가봤는데 정말 화사하고 예쁘게 꾸미셨어요. 특히 저는 서재 제목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주 Book적 Book적한 나날들`이요 ㅎㅎ

살리미 2015-12-05 14:38   좋아요 1 | URL
저는 예전 윤리시간에 장자를 공부할때 (그땐 장자를 그리 많이 다루지도 않았죠, 공맹에 대비해서 노자 장자도 있다.. 이런 식이었으니까) 무위도식의 개념으로만 이해를 해서 그다지 매력을 못느꼈었는데, 딸아이 숙제를 도우며 같이 이런저런 텍스트들을 읽어보니 너무 멋진 거예요. 어쩜 지금의 시대를 예상해서 이런 말들을 했나?? 싶을 정도로요~ 실제로 당시엔 미친놈 취급을 받았지만 그 당시에도 장자의 가르침에 위로 받던 사람들이 많았으니 이렇게 고전으로 남은게 아니겠어요? ㅎㅎ

서재 관리를 통 안하다가 북플을 하면서부터는 서재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 이름도 지어보고 배경도 바꿔보고 하는데... 저도 북적북적은 참 맘에 들어요 ㅎㅎㅎ
 

어제 뉴스룸을 보다가 손석희가 이 시를 읽는데, 눈물이 많은 나는 또 울컥하였다.

시와 친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외국시인의 감성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나여서 브레히트 시집은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브레히트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영화 <타인의 삶>이다.

1984년 동독. 조지 오웰의 소설처럼 당시 동독에서는 비밀경찰과 감청요원들이 30만명이 넘을 정도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감시대상이었다. 영화는 그런 사회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작가 드라이만과 비밀경찰 비즐러의 이야기다.
비즐러가 드라이만의 삶을 감시하다가 결국 그의 자유롭고 인간다운 삶에 동화되어 버리는데, 그때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브레히트의 시다. 드라이만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슬쩍 가지고 나온 시집을 자기집 소파에 누워 읽어보는 장면과, 드라이만의 선생님이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슬픔에 찬 드라이만이 선생님이 선물했던 악보인 <아름다운 영혼의 소나타>를 연주할 때 그걸 도청하던 비즐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봤을때 이미 영화의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예술을 사랑한다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면 개인을 인정하지 않는 이념은 신봉할 수가 없다. 레닌도 그랬다지 않나. 베토벤의 `열정`을 계속 듣는다면 혁명을 완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드라이만도 말한다. ˝이 곡을 진심으로 듣고도 나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비즐러는 감시를 소홀히 하고 결정적으로 드라이만에게 도움을 준 사건으로 한직인 우체국으로 쫓겨나 평생 캄캄한 방에서 편지봉투 뜯는 일이나 하게 되는데, 그러는 사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은 통일을 맞이한다. 그리고 정말 멋진 엔딩씬이 기억난다. 맑스 서점에서 자신을 위한 책을 한권 사는 비즐러!

오늘 아침 첫눈이 펑펑 내리는 걸 보면서 어젯밤 들은 시가 떠올랐고, 브레히트 덕분에 멋진 영화 한편이 떠올라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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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읽는 노동자의 의문
- B. 브레히트 -


성문이 일곱 개인 테베를 누가 건설 했던가?
책에는 왕들의 이름만 적혀 있다.
왕들이 손수 바윗덩어리들을 끌고 왔을까?
그리고 몇 차례나 파괴된 바빌론
그 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일으켜 세웠던가?
건축 노동자들은 황금빛 찬란한 도시 리마의 어떤 집에서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완공된 날 밤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에는
개선문이 많기도 하다. 누가 그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들은 누구를 정복하고 개선했던가?
끊임없이 노래되는 비잔틴에는
시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적인 아틀란티스에서도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린 날 밤에
물에 빠져 죽어가는 자들이 그들의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시저는 갈리아를 토벌했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데려가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왕은 자신의 함대가 침몰 당하자
울었다. 그 말고는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말고도
또 누군가 승리하지 않았을까?
역사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승리가 하나씩 나온다.
승리의 향연은 누가 차렸던가?
십 년마다 한 명씩 위대한 인물이 나타난다.
그 비용은 누가 지불했던가?

그 많은 사실들.
그 많은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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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5-12-03 14: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타인의 삶>은 두고두고 간직하는, 그런 영화이지요.^^
첫눈다운 눈이 펑펑 내리신 날~ 눈같이 하얗고 행복한 날 되세요~~

살리미 2015-12-03 14:39   좋아요 2 | URL
눈 내린걸 철없이 좋아하기만 하는 것도 사실은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이 길에 어딘가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 눈 치울 걱정부터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싶어서요.
그치만 오늘 아침엔 너무 눈이 예쁘게 펑펑~ 내렸고, 시적 감성이 없는 저로서는 그 눈을 보면서 어젯밤 들었던 시가 좀 뜬금없이 떠올랐고.. 오후에 시간이 나면 영화나 다시 한번 볼까.... 그러고 있답니다^^
철없다 그러더라도 눈을 소복이 담은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기분이 덩실덩실 해지는건 참을 수가 없네요~~
저녁에 이렇게 내렸더라면 바로 소주 한잔 하러 나섰을거에요 ㅎㅎ

cyrus 2015-12-03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술을 사랑한다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오로라님의 말씀을 다르게 생각합니다. 과거 권력자들은 예술을 사랑했습니다. 예술가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하지만, 예술을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치면 정치권력과 국가 체제를 유지하는 데 이용했어요. 히틀러는 바그너의 음악에서 게르만 민족의 역동성을 발견했고, 스탈린은 자신을 우상화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을 독려했고, 그렇지 않은 화가들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도록 활동을 제한시켰습니다. 예술을 자신의 권력 수단으로 이용한 권력자들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민족의 힘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전체주의적 성향은 개인의 이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로라님의 말씀이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예외가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살리미 2015-12-03 20:16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히틀러나 스탈린처럼 예술에 대한 사랑이 광기로 변해버린 경우도 있네요. 어떠한 사랑이든 그게 집착이 되면 본질이 흐려지겠죠. 개별적인 존재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는 예술이라면 이미 예술이 아닌 권력이고요. 저 영화를 떠올려보면서 차갑고 냉철했던 비즐러에게도 시를 읽고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감성이 있었기에 행동의 변화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거였어요. 동독에서 그런 예술가들을 권력을 다지는 도구로 쓰고 싶어했던 것과는 달리 진짜 예술은 결국은 전체주의를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라고요.

달걀부인 2015-12-03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약간의 시차가 있었지만 좀전에 팟방에서 뉴스룸을 들었어요. 집안일하면서 들은거라서..이게 시라는 건 놓쳤구요. 듣고나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더랬어요. 활자로 보니..좋네요. 고맙습니다.

살리미 2015-12-03 20:19   좋아요 0 | URL
늘 느끼는 거지만 손석희의 뉴스브리핑은 참 좋아요~^^ 감성을 최대한 걷어내야 하는 뉴스라는 매체에서 사람들 마음을 톡톡 건드려주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기억의집 2015-12-0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타인의 삶 디비디로 있는데, 플레이어가 없어 몇년 동안 썩히고 있어요. ㅠㅠ

살리미 2015-12-03 20:20   좋아요 0 | URL
아... 안타깝네요 ㅠㅠ 근처 도서관에 가져가셔서 보시면 안될까요? 미디어실이나 전자열람실 같은데서요.

기억의집 2015-12-03 20:40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멀어서 안 가게 되더라구요. 버스 타고 가자니 버스요금이 아깝고.. ㅎ

고양이라디오 2015-12-03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삶> 참 인상깊은 영화였어요ㅎ
좋은 시 감사합니다~^^

살리미 2015-12-03 20:24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도 보셨군요~ 참 두고두고 생각나는 영화에요. 우리랑 비슷한 상황이었어서 그런지....

고양이라디오 2015-12-03 21:02   좋아요 0 | URL
오래전에 봐서 우리랑 비슷한 상황이란 생각을 못했었는데... 정말 그렇군요ㅠㅠ

살리미 2015-12-03 21:10   좋아요 1 | URL
저는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생활상을 잘 모르니까 그 시대가 배경인 영화들이 참 좋더라고요. 독일의 경우는 우리랑 같은 분단상황에서 통일을 이루었기때문에 특히 동독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보면서 같은점과 다른 점들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통일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통일이 되었는데도 엄마가 충격을 받을까봐 알리지 못했던 <굿바이 레닌>이란 영화도 정말 재밌었어요.

고양이라디오 2015-12-03 22:20   좋아요 0 | URL
<굿바이 레닌> 먼가 제목만으로도 재밌을 것 같은 영화네요ㅎ
보고싶은 영화 목록에 올려둘께요ㅎ~ㅎ

2015-12-03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3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12-04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도 휴머니즘이라야 예술이고 권력의 나팔수가 되면 타락하죠.

살리미 2015-12-04 08: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예술이라는 것이 목적성을 가지게 되면 순수함을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12-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이 영화 아름다워서 참 먹먹했던 기억이... ㅠㅠ 피아노 한 곡 제대로 못 치는 제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막상 브레히트는 흘려들었는데 오로라님 덕분에 좋은 시 읽고 가요. 왜 대단하다는 지 알 것 같네요.

살리미 2015-12-04 10:58   좋아요 0 | URL
저도 피아노 한곡 제대로 못쳐서....ㅠㅠ 독일 영화 특유의 약간 투박하면서도 진중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었죠~ 영화에서도 브레히트의 시가 낭송되긴 하는데 이 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래된 기억이라 잘은 모르겠는데.... 그저 브레히트라고 하니 그 시집이 생각났어요^^ 이참에 한번 브레히트 읽어볼까?..... 또 생각만 하고 있고요....
그의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라는 말이 요즘 너무 공감이 가기도 하니까요.

해피북 2015-12-0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오로라님 덕분에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되 정말 좋아요^~^ <타인에 삶>이라는 영화는 다행스럽게도 네이버에서 볼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브레히트 시집도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손석희 아나운서의 음성으로 듣게되면 더 여운이남을거 같아요 요것도 티비팟으로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살리미 2015-12-05 14:41   좋아요 0 | URL
다행이네요. 이 영화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특히 엔딩씬이 너무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손석희의 뉴스브리핑도 꼭 찾아보세요^^ 역시 아나운서의 발음이 최고예요 ㅎㅎ
 

유아인이 나타나서 ˝어이가 없네˝ 라고 외칠 법한 간장 두종지 사건이 있고나서 한겨레 그림판에 패러디가 등장한 것을 보았는데, 오늘 페이스북에서 이종필교수가 그 칼럼을 읽고 패러디한 글을 읽다가 도저히 옮겨오지 않을 수 없었다!!

북플에서 링크를 하면 서재에서는 링크가 되질 않기에 여기에 전문을 옮겨본다. 과학책만 잘쓰는 줄 알았더니 이런 솜씨까지!! (ㅋㅋ 이 환단고기나 읽고 떨어질 놈아 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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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간장 두 종지 칼럼 보고 문득 생각나서.
논문보다가 심심하길래 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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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우리 학교 앞에는 좋은 서점이 없고 모든 남의 학교 앞에는 좋은 서점이 많다. 개운사를 사이에 둔 성신여대 학생들이 고려대 앞에 와서 책을 사고 고려대 학생들은 성신여대 쪽에 가서 책을 산다. 기이한 일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귀찮아서 어쩔 수 없이 학교 근처 서점에 갔다. 역사교과서와 수학 과학 사회책 등을 시켰다. 역사책이 먼저 나왔는데 종류가 하나뿐이다. 우리 일행은 사관이 네 가지인데 교과서는 한 종류. 종업원을 불러 ˝역사책 세 개 더 주세요˝ 했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역사책은 무조건 하나입니다.˝

역사책은 무조건 하나. 대가리 개수 상관없이 하나. 역사교과서님은 너 같은 놈한테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단다, 이 환단고기나 읽고 떨어질 놈아. 그렇게 환청이 증폭되면서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여기가 무슨 북한사회인가. 내가 아오지에 끌려가다가 ˝마지막 소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물리책 한 권과 역사교과서 몇 권 읽는 것이오˝라고 애걸하고, 검은 제복을 입은 간수가 ˝네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마. 그러나 역사교과서는 무조건 하나˝라고 말하는, 뭐 그런 것인가. 내가 사기 본기를 시키고 ˝본기 시켰지만 열전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것도 아니고 ˝삼국지 시켰으나 초한지를 서비스로 줄 수 있나요˝라고 물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역사교과서는 무조건 하나라니. 당장 쿠팡이나 위메프에 역사책 한 박스를 주문해 이 집에 배달시키고 다음에 와서는 ˝내가 킵해놓은 역사책 있지? 그것 좀 가져와. 우리 학파별로 돌려가며 읽을 테니까 책상도 네 개˝라고 말하고 싶어졌다. 어떤 경우에는 을이 갑을 만든다.

매표(買票)가 일상인 정치인들과 매표(賣票)가 생계인 유권자들은 항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번 만큼 세금을 냈는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이 이상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나는 그 서점에 다시는 안 갈 생각이다. 교과서 네 종류를 주지 않았다는 그 옹졸한 이유 때문이다. 그 서점이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새민련` `정의당` `노동당`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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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2-02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5-12-02 16:1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킵해놓은 역사책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이 바로 뻥뚤렸어요

오거서 2015-12-02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살리미 2015-12-02 16: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hellas 2015-12-0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5-12-02 17:0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위기가 뭔가..... 이상해지는 예감이..... ㅋㅋㅋㅋㅋ)

hellas 2015-12-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킵해놓고 가용 ㅋㅋㅋ

고양이라디오 2015-12-02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ㅋ

살리미 2015-12-02 19:53   좋아요 0 | URL
ㅋㅋㅋ 고맙습니다!!

해피북 2015-12-02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ㅋㅂㅋ~~

살리미 2015-12-02 19:53   좋아요 0 | URL
어쩜 같은 글을 써도 이렇게 다른지요 ㅋㅋㅋ

순오기 2015-12-0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글쓰기 정말 멋져요!!

살리미 2015-12-02 21:4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갑습니다^^ 비록 제가 쓴 글은 아니지만 같이 공감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

2015-12-02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2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전에 딸아이가 학교 숙제로 장자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윤리 시간에 세상에 초월한 사상가라고 가끔 배웠고, 아이들 어렸을 때 읽어주었던 동화 속 이야기가 장자에 나오는 내용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가, 딸아이가 조사해놓은 여러가지 내용들을 보면서 새삼 지금 꼭 필요한 사상가가 아닌가 하는 매력을 느꼈다.
그즘 강신주라는 철학자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그가 장자를 새롭게 해석했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강신주의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을 구입했지만 다른 책들을 읽느라 읽지 못하고 있었고,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이라는 외국의 학자가 장자를 다시 재배열, 재편집한 <장자>를 썼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책도 궁금해졌다.
그러던 중 전호근의 <장자강의>가 가장 장자에 충실한 번역판이며,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해설서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우선 이 책부터 읽어서 기본을 알고 다른 책들로 넘어가야겠다 싶어 구입했다.
그리고 12월 독서목표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루 한 장씩이라도 장자를 공부해야겠다고 세워보았다.

장자의 텍스트는 장자가 살았던 시대보다 후대에 기록된 것이 많기 때문에 어떤 것이 장자의 저술인지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 간에 합의를 본 게 장자 자신의 저술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내편>, 즉 소요유에서 응제왕 편에 이르는 일곱 편이며 여기에 장자 사상의 핵심이 다 들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장자의 <내편>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다 읽는게 목표라고 한다.

원래 그대로의 텍스트를 다 읽는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첫장을 읽자마자 부질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이 책의 제목이 장자강의인만큼 원문을 해석하며 저자가 풀어 설명하는데 매순간 무릎을 칠 정도로 명쾌하고도 시원하다.

원래는 다 읽고나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도저히 손가락이 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기에 일단 이렇게 시작한다. 읽다가 좋은 구절이 나오면 공유하고 함께 생각해 보며 장자강의를 끝까지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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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02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체에 이어서 장자라....
전 불교를 좀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불교 사상은 좀 어려운 거 같습니다.

살리미 2015-12-02 15:39   좋아요 0 | URL
저는 니체 안읽었는데.... 혹시나 다른분과 오해를 하시는건 아닌지 ㅎㅎ
저는 할머니 덕분에 어려서 불경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 그때 아무것도 아닌 주문같던 말들이 의외로 재밌는 동화같은 내용이란 걸 알고 놀랐던 적이 있네요. 생각해보니 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알게 된 듯 한데, 애들 동화 속 이야기들이 장자나 불경에 나온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그런데 깊이있게 들어가려면 너무 심오한 것 같아요. 저도 읽다가 포기한 책들이 좀 있습니다^^

물고기자리 2015-12-0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쇼가 장자를 강의한 <삶의 길 흰 구름의 길>을 읽고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장자를 제대로 읽어보려고 이런저런 책들을 고르다가 만 상태거든요. 오로라님이 좋다고 평하시니 이 책으로 읽어볼까 싶네요ㅎ 뭔가 찌르르 한 책은 다 읽기도 전에 끄적거리고 싶어지죠^^

살리미 2015-12-02 15:40   좋아요 0 | URL
오쇼의 책도 읽어보고 싶었어요. 저도 여러권들 중에 일단 기본을 제대로 읽어보자 싶어서 이 책을 골랐는데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피북 2015-12-0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장자를 시작하셨군요. 그것도 2015년이 얼마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멋지게 마무리하시는 오로라님 참 멋있으세요 ㅋ 덕분에 장자 글동냥하게 되었으니 오로라님 크~~은 복 받으실꺼예요 ㅎ 저는 예전에 신윤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고 마음만 가득했는데 호시탐탐 읽으며 마음 좀 다져야겠어요. 재밌게 읽으시고 맛있는 저녁식사 하세요^~^

살리미 2015-12-02 19:58   좋아요 0 | URL
올해도 사놓고 못읽은 책이 너무너무 많아서 한해를 돌아보자니 한숨만 나네요. 작년말에도 책 좀 덜 사고 집에 있는거 읽자고 다짐한 듯 한데,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 샀더라고요 ㅋㅋㅋ
꼭 읽고 싶었던 책,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고 싶은 책을 꼽아보다가 이 책으로 결정했는데... 책장에 수많은 책들이 자기도 있다고 아우성입니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