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 스노든, NSA, 그리고 감시국가 스노든 시리즈 1
글렌 그린월드 지음, 박수민.박산호 옮김, 김승주 감수 / 모던타임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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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가 개봉했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보려고 했으나, 집 주변에 네다섯개의 영화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영하는 곳이 없었고, 반나절 이상 시간을 내어 멀리가야 하는 상황이라 차일 피일 미루다보니 그나마 내가 찾아 갈 수 있는 영화관에서도 내려버려서, 아쉬운 마음에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려왔다.

 

 2013년 5월,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정부에 의한 대규모 비밀 감시 시스템이 세상에 알려졌다. 미국내 통신사와 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감시시스템을 폭로한 이 책은 그 때 스노든과 함께 이 문제를 밝혔던 기자 글렌 그린 월드가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 것이고, 영화 <시티즌포>는 당시 동행해서 취재했던 다큐멘터리 감독 로라 포이트러스가 촬영한 것이다.

 

 미국도 9.11이후 사회가 더욱 경직되어 테러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국민의 자유는 조금 침해되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점차 팽배해지는 와중에 스노든은 자기가 근무하는 NSA에서 위험인물들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과 나아가서는 전 세계 국민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감시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우리가 북한의 존재이유로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연일 카카오톡의 감청여부가 이슈가 되고 네이버, 다음같은 인터넷회사가 이미 정권에 아부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어떻게 어떤 범위로  대국민감시가 이루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스노든은 그만큼 철저하게 폭로 준비를 하고, 자기의 입장을 외압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들이 어떻게 접선을 하고 폭로를 준비했으며 그 후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자세히 다룬 내용을 읽다보면 미국이라고 우리와 다를게 전혀 없고,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던 데 반해 오히려 오바마 행정부가 더욱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감시를 실시하며 언론과 내부고발자들을 탄압해왔는지 그 실체를 알고나면 허무해지기까지 한다. (오바마...너마저ㅠㅠ)

 

 

 폭로를 결심한 스노든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왜 내부고발자가 되어야 했는지를 읽는 것도 아주 흥미롭다. 그러나 내가 더욱 놀랐던 건 미국 사회에서도 이미 언론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서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 타임스] 같은 언론사에서는 이미 정보를 알고 있어도 일부러 기사를 실어주지 않는다던가 단발성 보도로 끝내거나, 제보자에 대한 인신공격들으로 몰아가서 사건을 은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까지 다 고려하여 스노든은 민권변호사 출신의 저널리스트이고 당시 [가디언]지의 기자였던 글렌 그린월드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스노든은 자신이 내부고발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사가 나간 후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바로 공개해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최소화 했다. 그로 인해 그는 아직도 망명중에 있으며  폭로의 댓가로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 천국같은 하와이에서의 삶, 가족, 안정적인 직업, 두둑한 봉급,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삶을 모두 포기해야 했다. 글렌이 처음 스노든을 접선 했을때, 이 어마어마한 파장이 우려되는 폭로를 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이가 지긋해서 모든 삶을 놓아버려도 많이 아쉽지는 않을 사람일거라 생각했다가 너무나도 젊은 29세의 앳띤 청년이라는 사실에 놀란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다.

 

 

 이 책은 디지털 사회는 개인의 해방과 정치적 자유를 가져올 것인가, 과거 촤악의 폭군조차 생각 못한 무차별 감시체제를 탄생시킬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사회에서도 너무나 익숙한, 너무나 오래된 숙제인 안전과 자유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미국 역시 대다수의 보수 언론들이 '헌법에 보장된 시민적 자유를 존중하지만 죽고나면 시민적 자유가 무슨 소용있는가' 하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편다. 다른 모든 가치에 앞서 물리적 안전을 중요시하는 국가는 그 댓가로 자유를 포기하고 당국이 거머쥔 모든 권력을 허락할 것을 요구하지만 그 절대적 안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개념이라는 것은 우리도 너무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나?  정작 중요하게 보호받아야 할 안전은 물에 빠진 국민을 단 한명도 구해내지 못하는 안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 대량 비밀 감시 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가 지닌 위험성은 역사상 어느 시점보다 지금 훨씬 더 섬뜩하다. 국가는 감시를 통해 자국민의 행동을 점점 더 많이 아는 반면, 국민들은 비밀이라는 벽에 둘러싸인 정부가 하는 일을 점점 더 모르게 된다. (...)

 건강한 민주 국가는 이와는 반대다. 민주 국가는 책임과 국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신의 이름으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사회는 드물게 예외가 있지만 국민이 정부 관리가 하는 일을 모두 알고, 그렇게 때문에 이들을 공공부문에서, 공직에서, 공공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 투명성은 공무를 처리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 필요하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 (270쪽)

 
 정부와 언론이 투명하지 못한 현실에서 이런 내부자의 고발과 목숨을 걸고 알리리려는 양심있는 기자들과 각종 탄압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돕는 사람들의 존재가 그나마 희망을 준다. 그래서 더욱 건강한 시민의식이 간절해진다.

 

 

 * 영화 <시티즌포> 예고편

 

* 스노든의 위험한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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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30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일어난 테러와 다음 테러지로 지목된 미국이 성명 발표했던 기억이나는데요.
9ᆞ11테러 이후 자신들은 꾸준히 테러집단에 대한 비밀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이야기였어요. 아마도 비밀 감시라는 단어에는 무고한 일반시민이 포함되었을테고, 실제로 무고한 시민이 테러범으로 오인되어 강압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도 본것 같아요. 지금 미국은 다음 테러지로 지목당했으니 더더욱 개인의 인권보다는 국가의 안전이라는 명목아래 감시가 심해졌을텐데... 하지마랄 수도없고 그렇다고 하랄수도없고 참 힘든 사안같아요. 거기다 세상에 알린 스노든 같은 사람은 내부고발자라는 낙인을 찍어서 위험인물로 분류해버고 말이죠. ㅜㅜ
그러나저러나 우리나라는 왜자꾸 언론탄압을 진행하는지 ..카카오그룹을 잡고 흔들어대니 이러다 문자 다 검열당하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ㅜㅜ

살리미 2015-11-30 19:12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읽으면서도 꾸준히 들었던 의문은 어디까지 국가권력의 개입을 인정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어요. 사실 미국의 정보전을 따라갈 나라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전에 읽었던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에서도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정보들이 어마어마 했다고 나와있었어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모르는게 없었다고요. 지금은 거기서 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일반인들의 사적인 통화내용이나 메일까지도 메가데이터라는 이름으로 다 정리, 수집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실상인데도 언론을 매수하여 일반인들에게는 감시 감청은 없다고 말하니 스노든이 폭로를 결정한 것이죠. 사실 비밀감시가 안전을 위한 것인지, 정권 유지를 위한 것인지도 불투명하죠. 정말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언론만이라도 제 기능을 해야하는데 언론들마저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걸 보면 답답할 뿐이고요. 책을 읽으며 우리도 안심할 수는 없다, 댓글도 다 검열이 되고 있을테고, 이미 나의 성향은 조목조목 정리되어 보고되고 있을거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서니데이 2015-11-30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큐멘터리 영화라면, 원작은 아니지만, 참고할만한 책 정도 되는 모양이네요. 미국 사례로 설명한 내용이 많을 것 같아요.
오로라님, 따뜻하고 좋은 저녁 시간 보내세요.^^

살리미 2015-11-30 20:43   좋아요 1 | URL
스노든이 폭로할 당시 함께했던 기자가 쓴 책이고, 함께 홍콩의 호텔에서 열흘간 머무르면서 긴박하게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내보내고, 마지막에 스노든이 안전하게 홍콩의 영사관에 망명신청을 하는 내용까지, 그리고 그 폭로 이후의 미국사회와 언론들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까지 아주 자세히 나와있는 책이에요. 그때 함께한 로라가 찍은 영상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고요. 영화랑 책을 함께 보면 참 좋을텐데 아쉽네요. IPTV 서비스를 기다려야겠어요~

2015-12-0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영화에서나 보았던 일이 실제로도 일어나는군요. 다른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아니, 미국이라서 가능한 일일까요. 뜨악하는 심정입니다. 이건 딴소리지만, 저는 이상하게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정의나 악의를 보면 왜 의심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어딘가 비어있는 느낌이랄까. 모자란 것 같달까... ˝뻥치시네~˝ 같은 식의 의심이 아니라, 뭔가 한 손은 뒷짐지고 보여주지 않는 사람 같달까. 책도 영화도 보지 않은 제가 이런 말부터 늘어놓기가 좀 우습지만요. 그냥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_-ㅋ 29살이면 저와 비슷한 나이인데... 대단한 분이네요. 말투나 눈빛에서 묘하게 안정감과 신뢰가 느껴져요. 엥... 쓸데없는 소리 해서 죄송~ 존꿈 꾸세용 (저도 영화나오면 볼게요! 아이피티비 서비스~)

살리미 2015-12-01 01:28   좋아요 1 | URL
ㅋㅋ 인디안밥님 통신보안!! 이런 책은 읽는 동안 저도 맘이 편하진 않아요. 분노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고 허무해지기도 하죠. 저도 기사는 본 적 있지만 스노든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직접 본건 이번이 첨이라.... 참 어린 나이에 대단하다 싶더라고요. 저 사람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닌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다 정말 좋은 직장 잡은 거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내부고발자가 될 수 있었을까... 정말 대단한 일이다 싶어요. 어릴때부터 읽었던 책이 영향을 줬다고도 하고 젊은 세대들에겐 사이버 상의 자유가 더욱 중요하기도 하니까 용기낼 수 있었다고도 하는데 무엇보다 자기의 신념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하더라고요.

인디언밥 2015-12-01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모야 언제 로그아웃됐지; 오로라님 죄송.. 저 인디안바비에용!!
 
구의 증명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7
최진영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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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영작가를 알게 된 건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을 통해서였다. 당시 <라디오 책다방>의 덕질을 심하게 해서 페북지기에게 아첨 댓글을 단 결과 최진영 작가의 [팽이]를 선물 받기도 했다.

 암튼, 최진영 작가에 대한 내 첫인상은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 작가구나 하는 것이었다. 작가도 전업소설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요즘의 현실에서 그리 녹록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 그녀가 [구의 증명]이란 소설을 냈다는 말은 들었지만, 왠만하면 젊은 소설가의 책은 꼭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는 나도 선뜻 구매의욕이 돋진 않았다. 왜냐고? 제목을 봐라! 수학이잖아!! 수학에 트라우마가 있는 나는 아무리 소설이라도 수학적으로 풀었다면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 굳이 이 책을 읽었느냐면 '구'가 그 '구'가 아닌 걸 알았기 때문이다. '구'는 지구처럼 둥근 '구'가 아니라 너무 슬픈 청년 '구'였다!!  아, 바보같은 나의 선입견아!

 

 

 작고 예쁜 책! 마치 산문시집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심쿵이다.

문장이 시처럼 느껴져 자연스럽게 입속으로 소리내어 읽게 된다. 그런데 내용은 그로테스크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고, 사랑하므로 나는 그를 먹는다니!!  먹는다니!!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살을 꼬집어 뜯어먹는 시늉을 해보긴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살을 앙! 깨물어 먹고 싶단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아무리 소설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이라니!!!

 

 왜 먹는가 하는 것보다 왜 먹지 않으면 안되는지 담의 말을 듣다보면 소설은 더이상 그로테스크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만의 제의(祭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녀를 식인종, 사이코, 야만인, 변태성욕자라고 비난할 수 없다. 인간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없다. 인간이 도대체 뭐길래.

 

 

#아주 오래전 인간은 동족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 지극히 존경해도 먹었을 것이고 위대해도 먹었을 것이다. 사랑해도, 먹었을 것이다. 그들은 미개한가. 야만적인가. 지금의 인간은 미개하지 않은가. 돈으로 목숨을 사고팔며 계급을 짓는 지금은. 돈은 힘인가. 약육강식의 강에 해당하는가. ...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 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무엇이 구를 죽였나. 담은 사랑하는 구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겨지는 걸 지겹도록 잘 아는 담이지만 그래서 더 길바닥에서 죽은 구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행복해지고 싶었고 그 작은 행복을 위해 항상 노력했고 달리 나쁜짓도 하지 않고 살았는데, 왜 구는 죽어야만 했나. 구는 부탁했었다. 자기가 먼저 죽게되면 화장을 하던 매장을 하던 자기 시신을 꼭꼭 숨겨달라고. 안그러면 그들이 죽은 자기 시체까지도 노리고 쫓아올 거라고. 담은 구가 먼저 죽는다는 상황을 원하지 않았지만, 구가 죽으면 구의 몸을 잘 감추고 따라 죽겠다고 다짐했었지만, 그게 얼마나 바보같은 소리였는지 구가 죽고 나서야 깨닫는다. 대체 어디에다 감출 수 있단 말인가. 살아있는 구도 감추지 못하고 결국 들켜버렸는데...

 

 

 #너를 먹을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거야. 우리를 사람 취급안하던 괴물같은 놈들이 모조리 늙어죽고 병들어 죽고 버림받아 죽고 그 주검이 산산이 흩어져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나는 살아 있을 거야. 죽은 너와 끝까지 살아남아 내가 죽어야 너도 죽게 만들 거야. 너를 따라 죽는 게 아니라 나를 따라 죽게 만들 거야.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거야.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거야.

 

 

 담은 구를 증명하려는 것이다. 같이 따라죽어서 아무도 모르는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게, 구를 자기 몸 속에 숨기고 영원히 천년 만년 살아서 그를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기막힌 사랑과 운명에 나는 설득되고 기꺼이 담의 편이 된다. 담을 꼭 안아주고 말해주고 싶다. 너를 이해해!

 

#너와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겠네

함께 있지 않더라도 함께 하겠네

지난날, 애인과 같이 있을 때면 그의 살을 손가락으로 뚝뚝 뜯어 오물오물 씹어 먹는 상상을 하다 혼자 좋아 웃곤 했다. 상상 속 애인의 살은 찹쌀떡처럼 쫄깃하고 달았다. 그런 상상을 가능케 하는 사랑. 그런 사랑은 가능케 하는 상상. 글을 쓰면서 그 시절을 종종 돌아봤다.

그리고 또 많은 날 나는 사랑하면서도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글을 쓰고 싶다` 생각하고, 분명 살아 있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버린다. 그러니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지만, 사랑하고 쓴다는 것은 지금 내게 `가장 좋은 것`이다. 살다보면 그보다 좋은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만, 더 좋은 것 따위, 되도록 오랫동안 모른 채 살고 싶다.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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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1-2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도 팟캐스트 뿐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활동하시는군요. ㅋ 저두 출판사들 페이스북 등록해놓고 자주 놀러가곤해요 ㅎㅎ

이 책의 내용이 처음엔 좀 소름끼치고 했는데 글을 읽으면서(오로라님 글을 읽으며 랍니다. 책은 아직 못읽었어요 ㅋㅂㅋ)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고요. 완전한 이해는 아닐테지만요 ㅎ ㅎ 오늘 날이 무척 춥습니다. 따뜻한 저녁보내세용 ㅋㅂㅋ

살리미 2015-11-27 22:24   좋아요 0 | URL
ㅎㅎ 가끔 선물받을 욕심에 댓글부대 활동을 하곤 했죠. 친구들이 그깟 책 받을라고 그러냐고 놀리지만요^^
이 책은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어요. 구와 담의 사랑이 너무 안쓰럽고 가슴아프고 절절해서요. 먹는다는 내용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큼 설득이 되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 누군가를 떠나 보내고 난 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인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5-11-27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제 서재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이 정말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1-27 22:57   좋아요 1 | URL
자꾸 고마워 하시니 제가 더 고맙잖아요^^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인디언밥 2015-11-2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 책다방!!!! 저도저도 라디오 책다방 시작할 때부터 쭉 들어왔는데!! 으하하. 저는 북플 말고는 하는게 없어서.. 아이패드로 덧글 남긴 적은 있는데 흐흐 소개도 됐었어요! 그런데 페북은 책도 주는군요...ㅠ 이럴 땐 페북 해보고 싶기도 하고.. -_-; 그나저나 젊은 소설가의 책은 사려고 하는 편이라니 급감동..ㅠㅠㅠ 오로라님 멋있어용... 아, 그리고 먹는다고 해서 생각났는데 아프리카인가 어느 부족에서는 남자가 죽으면 여자들이 모여서 그 남자의 시체를 먹는 풍습이 있대요. 그런 식인이 거기에서는 슬픔이고 애도의 형식이라고 하더라구요..

살리미 2015-11-28 01:21   좋아요 0 | URL
앗! 인디언밥님도 팬이시군요^^ 반갑구만~ 반가워요!! 전 첨에 김두식쌤을 몰라서 왠 아저씨가 이렇게 촌스럽게 방송을 하시나 했는데, 듣다보니 김두식쌤 광팬이 됐어요^^ 좋은 책, 좋은 작가들 많이 알게 되서 참 좋았는데... 방송 그만 둘땐 같이 울기도... ㅠㅠ 항상 제가 좋아하던 방송들은 잘도 폐지가 되더라고요 ㅠㅠ 요즘 다시 시작했던데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어요ㅠㅠ
아프리카 식인 풍습 말씀하시니까 생각난건데요, 리뷰엔 안썼지만 작가가 스코틀랜드 전설이라는 소니빈 일가의 이야기를 구의 말을 통해 들려주는데 인터넷 검색해보니 그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인디언밥 2015-11-2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저도 두식쌤을 몰랐어서, 처음에 실망이 컸거든요. 그래서 초반에 악플...은 아니고 악플 비슷한거 달았다가 나중에는 두식쌤 정말정말 좋아져서 죄송하다고 다시 덧글 달았어요 *-_-* 저도 시즌2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ㅠ 시즌1때처럼 갈수록 더 좋아지길 기대하는 중... 아. 그렇지만 두식쌤 정말 좋아요!! 그만큼 좋을 수는 없을듯

살리미 2015-11-28 01:3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랑 똑같으시네요~ 저도 악플에 사과에 나중엔 찬양을 ㅋㅋㅋ
세월호 타고 강정 책배달 갔던 이벤트 기억나시죠? 그때 저도 따라가고 싶었는데 못갔거든요~ 인디언밥님 그때 알았다면 팬클럽 급조해서 같이 갔을수도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급 ㅋㅋ
시즌2도 점점 좋아지겠죠^^ 요번 박찬일 작가 방송도 좋았거든요~

인디언밥 2015-11-28 09:3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때 가고싶엇는데 못갔어요 ㅠㅜ ㅋㅋㅋ 같이 갓으면 정말좋앗을텐데!! ㅠ 네 저도 시즌2까지 쭉 응원하렵니다 오로라님 주말 잘보내세연~

에이바 2015-11-2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신화에서였는지, 장르 소설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만화일 수도 있어요. ㅎㅎ 전쟁이나 싸움에서 이긴 후 식인하는 풍습과는 다른 그런 거였는데 말이에요...

살리미 2015-11-28 16:26   좋아요 0 | URL
주인공 구와 담의 인생이 어찌나 안됐던지, 그들의 운명에 비하면 사랑하는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은 하나도 끔찍하지 않을 정도에요. 식인이라면 두렵고 끔찍하다고 생각하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좀먹는 사회에 대해선 끔찍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도 병이 아니겠어요? 작가의 성향으로 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설정인 듯 했어요.

서니데이 2015-11-2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참 춥네요^^;
편안하고 좋은 토요일 되세요^^

살리미 2015-11-28 18:57   좋아요 1 | URL
김장은 맛있게 잘 하셨어요?? 바쁘실텐데 이렇게 꼼꼼히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형님이 해주신 김치 가지러 가는 길인데 길이 엄청 막히네요 ㅠㅠ
주말 따뜻하고 즐겁게 보내셔요^^
 

뭔가 미래가 불안해서 내 취향이 아닌 책을 사버리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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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3.0 : 미래 사회를 지배할 새로운 인류의 탄생- 새로운 문명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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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 프랑세즈
이렌 네미로프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세계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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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소개를 우연히 보고 나는 "어머! 이건 꼭 사야해!"를 외쳤다.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작가가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이고 사후 62년만에 세상에 나온 유작이라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미 영화화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니! 게다가 주인공이 무려 미셸 윌리엄스! 내가 불안 연기의 일인자로 꼽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미셸!!

 

 

당연히 전쟁동안 벌어진 유대인의 참상에 대해 쓴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소설을 읽으며 조금 의아해졌다. 소설은 두개의 장 <6월의 폭풍>과 <돌체>로 구성되었는데, 280쪽에 달하는 <6월의 폭풍>을 읽는 내내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고난에 대한 것도 아니고, 영화 예고편을 보고 대충 어떤 내용일지 짐작해보았었는데 당췌 그런 내용도 아니라서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후반 <돌체>를 읽으며 영화는 이 부분을 영화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소설의 분위기는 예상과는 달랐다.

 

 

<6월의 폭풍>에서는 1940년 6월 파리에 폭탄이 떨어지고 설마설마 하던 사람들이 당황하며 피난길에 오르던 '집단탈주'를 그리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피난길을 묘사하며 전쟁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들을 그렸다. 도도한 부자집 마나님 페리캉 부인,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소설가 가브리엘 코르트, 이기적인 예술애호가 샤를르 랑즐레, 자수성가했으나 기품이 없는 은행가 코르트 같은 돈 많고 명성이 높은 귀족들은 자만심에 도취되서 전혀 전쟁의 위협을 느끼지 못하다가 막상 전쟁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면을 벗어던지고 그들이 혐오해 마지 않는 예의없는 대중들과 똑같이, 때론 더 파렴치하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귀족들의 파렴치한 모습과 대조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은행의 하급 직원 부부인 잔과 모리스 미쇼 부부다. 그들은 은행장 코르트의 차를 같이 타고 피난을 가게 되어 다행이라고 안도하지만 막상 피난을 나서려고 보니 그 은행장의 차에는 은행장의 정부(精婦)와 강아지가 타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밀려난 그들 부부는 기차도 이용할 수 없어서 걸어서 피난을 가야만 했다. 이미 거리를 가득 메운 군중들, 그들은  사실 어딘가로 달아나더라도 어디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으므로 걷다가 지쳐 쓰러지면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말하지만, 하늘에 비행기가 다가오면 제일 먼저 일어나 옆 사람들을 부축하며 함께 걸었다. 귀족들의 구역질나는 피난길보다 이 민초들의 힘든 피난길을 읽으며 더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그들은 '풀잎' 같은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리라.

 

책을 읽으며 너무 좋은 장면들이 많아서 엄청나게 메모를 해 두었지만 여기에 다 옮기려면 밤을 새도 모자랄것이기에 아쉽지만 생략한다.

 

<돌체>는 처음엔 <6월의 폭풍>과는 다른 소설인가 했는데 읽다보니 등장인물들이 미묘하게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독일군이 점령한 마을 뷔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6월의 폭풍>에서 전쟁이 삶을 위협하는 폭격이라면, 이제 뷔시에서 전쟁은 적과의 동침이다. 마을의 청년과 가장들이 전쟁터로 불려가 포로가 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건 그곳을 점령한 독일군이다. 당연히 독일군은 그들의 원수이자 처단하고 싶은 존재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점차 그들에게서 안쓰러움을 느끼고 오히려 점령지의 평화를 즐기게 된다. 적에게 협력하여 평화를 유지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인 갈등을 작가는 뷔시 마을 앙젤리에 가 부인들, 포로로 잡혀간 가스통의 아내 뤼실 앙젤리에와 가스통의 어머니 앙젤리에 부인의 갈등으로 묘사한다.

 

가스통과 애정없는 결혼 생활을 하던 뤼실은 꼼짝할 수 없는 이 상황이 지겹기만 한데,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독일 장교가 그녀의 집에 거주하게 되면서 그녀는 가슴떨리는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마을의 시선은 그들을 매우 엄격하게 감시한다. 독일군에게 조금이라도 웃음을 흘리는 여자들에게는 마을 사람들의 가차없는 비난이 주어진다. 뤼실은 누구보다 그걸 잘 알기에 갈등하지만 전쟁 때문에 자신에게 비로소 찾아온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다.

 

'벌통정신'이라고 표현되는 집단주의, 알지 못할 목적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무리, 내적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함께 살고 함께 사랑하고 함께 생각해야만 하는 공동체 정신이 싫다. 그들은 서로의 처지를 알기에 고백도 입맞춤도 없이 예의를 갖춰 그저 함께 걷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뿐이지만 서로의 고향, 가족, 책과 음악을 이야기하며 묘한 행복감을 느낀다. 오히려 그토록 혐오하는 독일군을 이용해 편의를 얻으려고 뤼실에게 이런 저런 부탁을 해대는 (너는 독일 장교와 친하지? 그러니까 이것 좀 부탁해줘 제발....) 이웃과 시어머니가 더욱 가식적이다.

 

 

 

 

 

책은 여기에서 끝이 났다. 작가가 아우슈비츠에서 처형당한 유대인이라고 해서 전쟁의 참상과 독일군의 비열함을 묘사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작가는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보여진 인간 군상의 여러 모습들을 낱낱이 파헤졌다. 어떤 면에서는 사회풍자극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오히려 독일군에 대해서는 그들도 전쟁의 소모품일 뿐 인간이기는 마찬가지라는 따뜻한 시선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더욱 안타깝다. 작가 스스로 유대인이라는 민족주의나 공동체주의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은 듯 보이므로. "사람들이 믿는 것과는 반대로, 전체는 사라지고 부분은 남는다. 공동체 운명은 단순한 개인의 운명보다 훨씬 짧다."라는 작가의 메모를 보고 알 수 있듯이. 그러나 그녀는 그런 전체주의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책 뒤편에 작가 메모를 보니 작가는 이 작품을 모두 5개의 장으로 구성하려고 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시킬건지, 어떤 부분을 보충할 건지. 어떤 자료들을 더 모아야 할 지 등이 메모 되어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버금가는 대작으로 완성하고 싶었으나 불행하게도 그에게는 시간이 너무나 없었던 것이다. 미완성의 소설을 읽으며 내가 무너져버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끝까지 더 보고 싶다. 그들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되는지, 러시아로 가게 된 독일 장교는 어떻게 되는지, 뤼실은, 브누아는, 장-마리는, 미쇼부부는 어떻게 되는지....

작가는 너무나 급하게 쓴 나머지 등장인물의 이름을 스스로도 헷갈리기도 하는데 이 책의 편집자는 일부러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판했다. 나도 처음 읽으면서 6월의 폭풍 1장에만 '전쟁' 이라는 제목이 있고 나머지는 번호만 매겨져 있어서 의아했는데 이것도 작가가 미처 마무리 할 시간이 없어서인듯 했다. 전쟁이라는 상황과 게다가 러시아에서 이민 온 무국적 유대인이라는 그녀의 존재가 얼마나 위태로웠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예술적으로 완벽한 작품을 남기고 싶어 했는지 깨닫게 된다. 그녀의 말처럼 광기의 시대는 사라졌지만 그녀가 전해준 인간 존재에 대한 사랑과 믿음,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된 부끄럽고 슬픈 기억들은 영원히 남았다.

 

 

 

 

기독교의 자비심, 수세기에 걸친 문명사회의 너그러움이 헛된 장식처럼 벗겨지고 그녀의 메마른 영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적대적인 세상에 오로지 아이들과 그녀뿐이었다. 새끼들을 먹이고 보호해야만 했다. 나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91쪽)

그래놓고도 이제 곧 한바탕 거짓말 놀음이 벌어질 테고, 프랑스 역사의 영광스러운 한 페이지를 조작해내겠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헌신적인 애국자, 불굴의 영웅들을 찾느라 헛고생을 해가면서 말이야. 맙소사! 난 다 봤어! 물 한 잔만 달라며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들, 닥치는 대로 약탈하는 피난민들, 어디서나, 위에서 아래까지, 무질서, 비열함, 허영심, 무지! 아! 그 잘난 꼬락서니들이라니! (217쪽)

도대체 왜 고통은 늘 우리들 몫이죠? 우리와 같은 사람, 평범한 사람, 서민들 말이에요. 전쟁이 일어나거나, 프랑화 가치가 떨어지거나, 실업률이 올라가거나, 위기나 혁명이 닥치면,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지만 우린 늘 무참하게 짓밟히고 말아요! 왜죠? 우리가 도대체 뭘 어쨌기에? (247쪽)

몇몇 독일군들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약을 올리나 싶을 정도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울분에 차 굴욕감을 곱씹고 있는 패배자들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걸까?) 그것은 같은 인간에 대한 예절이 아니라, 방금 처형한 사람의 시신에 `받들어 총`을 하는 것처럼 시체에 대해 보이는 정중함이었다. (307쪽)

도대체 뱃속에 뭐가 든거야? 왜 가만히들 못 있는 거지? 내가 어려운 걸 요구했나? 그저 입다물고 가만히만 있으라고 했잖아. 하지만 천만에! 투덜대고, 트집잡고, 대들고,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해! 그래서 어쩌겠다고? 우린 전쟁에 패했어. 안 그래? 그럼 고분고분하게 지내야지. 그 사람들 마치 날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난 힘겨운 노력끝에 독일군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성공했어. (4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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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11-26 1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너져 ㅡ내리는 ㅡ그 절절함이 제게 고스란히 전해져 와요!^^
고생한 글 잘읽고 가요!^^
춥습니다 ㅡ오늘은 ...

살리미 2015-11-26 20:14   좋아요 2 | URL
고생했어요... 타이핑 하느라... ㅋ
한권 다 읽고나니 머리가 묵직해지더라고요.
컴퓨터가 거실 베란다 근처에 있다보니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도 발이 시려요 ㅠㅠ
내일은 더 춥다네요. 그장소님도 추위 조심하세요~

[그장소] 2015-11-26 20:26   좋아요 2 | URL
오로라 ㅡ님도요!^^
정말 너무 추워요 ㅡ겨울 내내 기다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즐길 세 없이...떨다 보내겠어요...

달팽이개미 2015-11-26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이 또 읽어보게 되는 리뷰에요~~~정말 그 다음 얘기들이 궁금해요...첫 눈은 설레지만 날이 많이 추워져서..ㅠ 감기 조심하세요~^^

살리미 2015-11-26 21:24   좋아요 0 | URL
제가 있는 곳엔 첫눈이 시시하게 왔어요. 온것도 안온것도 아닌...
펑펑 와줘야 첫눈이라고 좋아하면서 뛰어다닐텐데요 ㅎㅎ
책은 훨씬 더 재밌는데, 너무 많은 걸 얘기하려다보니 리뷰는 오히려 엉성해진 듯 해요. 차근 차근 하고 싶은 말 다 했다간 소설 한권 쓰겠더라고요. 날은 추워지고 발은 시리고... 급 마무리 ㅎㅎ

달팽이개미 2015-11-26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한 권 쓸뻔하셨다는 그 맘이 궁금하여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요~~ㅎㅎ

살리미 2015-11-26 21:31   좋아요 1 | URL
말이 그렇지 사실 소설은 또 어찌 쓰겠어요 ㅋㅋ 리뷰도 겨우 쓰는데 ㅋㅋ
하고 싶은 말을 글 속에 짧게 쏘옥~ 담아내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이랍니다 ㅠㅠ

달팽이개미 2015-11-26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맘은 충분히 알 것 같아요~제 맘과 꼭 같아서요..ㅋ 그래도 오로라님 리뷰는 늘 읽고 싶은걸요~ㅎㅎ 날은 춥지만 따뜻한 밤 보내세요~^^

살리미 2015-11-26 21:37   좋아요 2 | URL
눈물나게 고마워요^^ 마음이 벌써 따뜻해졌어요!

서니데이 2015-11-2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개봉할 거라고 들었는데, 한 주일만 있으면 만날 수 있는 영화네요.
영화가 있으면 원작이 되는 책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오로라님, 편안한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1-26 23:18   좋아요 2 | URL
네^^ 다음주 개봉이더라고요~ 영화평을 미리 봤더니 좋다는 사람도 있고, 별로라는 사람도 있지만 역시나 배우들에 대해서는 극찬을 하는 듯 해요!
저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거의 대부분 영화보다 소설이 더 좋지만, 어떻게 만들었나 궁금해서 영화도 왠만하면 꼭 찾아보거든요. 사실 둘 다 보면 제일 좋은거 같아요 ㅎㅎ
그러고보니 서니데이님 오늘의 마무리 글을 아직 못 읽었네요. 얼른 읽고 저도 하루를 마무리 해야겠어요^^
 

미디어몽구님의 트위터를 보니
Sbs 앞에서 시위중인 엄마부대를 찍은 동영상을 올려 놓았다. 너무 기가 막힌다고, 한번 봐 보시라고.
세월호때부터 등장한 엄마부대는 이젠 눈에 너무나 익숙하다. 요즘은 국정화 교과서에 반대하는 피켓 좀 들었다고 김제동 퇴출 시위에 한창이시다. 이미 한달이나 집회 허가를 받아 놓았단다. 집회의 자유가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그들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저들이 주장하는 `엄마`라는 대명사가 너무 거슬린다. 같은 엄마의 입장으로 명예가 훼손당하는 기분이다.
정말 `엄마`라면 설령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저렇게 공개적으로 망신 줘서 버릇을 고치게 하고 싶을까? 그들은 도대체 누구의 `엄마`를 자청하고 싶은 것일까?

https://www.youtube.com/embed/UlT8vEKMy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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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11-24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열불나서 3분을 다 못채우겠네요. 어쩜, 저런 곳에 엄마라는 좋은 단어를 갖다붙였대요?
저기에, 자기 엄마 보이는 사람들,
니들도 창피하지?
소복 입은 자기 엄마
빨리 찾아가라! 찾아가라! 찾아가라!

살리미 2015-11-24 15:51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끝까지 못봤어요. 궤변을 더이상 듣고 싶지도 않고. 희안한건 뒤에 있는 엄마들은 마치 동원된 것마냥 별 표정도 없어요. 의무적으로 자리 채우는 느낌이랄까...

yureka01 2015-11-24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봐도 비디오일듯 합니다....일당제라서.

살리미 2015-11-24 19:20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저분들도 비정규직 알바인데 현실을 제대로 안다면 저기서 저러고 싶을까요ㅠㅠ

icaru 2015-11-24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당 뛰시는 피켓 백그라운드 아줌마는 그렇다치고,, 마이크 잡고 앙칼진 핏대 세우는 소복 아줌니,, 어떤 개인사가 있으시기에 저 지경...
그나저나 제가 10여분 동안 댓글단 페이퍼 주인분들 여기 다 모여 계시다니요 ㅎㅎㅎ

살리미 2015-11-24 19:21   좋아요 1 | URL
저분 이젠 얼굴만 봐도 소름돋아요. 정말 무슨 사정이 있으시길래 창피한 줄 모르고 저 지경이실까요....


cyrus 2015-11-24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라기 보다는 `꼰대` 같은데요. 자기 마음대로 충고를 하죠.

살리미 2015-11-24 19:3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우린 그런 사람들을 꼰대라고 하죠. 정말이지 절대 `꼰대`짓은 하지 않도록 정신차리고 살아야겠어요.

유부만두 2015-11-25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이상한 대표 ˝할머니˝는 허위 이력으로 말이 많던데요.

살리미 2015-11-25 18:16   좋아요 1 | URL
저도 오늘 인터뷰 기사를 얼핏 본 듯한데, 자기들은 다 압구정 사는 엄마들이라고 했다네요 ㅎㅎ. 트위터 플필을 보니 자기를 유관순이라고 해놨더라고요. 하... 요즘 ... 뉴스가 온통 너무 이상해요.

림스네 2015-12-25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분들 일당받는 것 아닐까요. 그러지 않고야 정상적인 생각으로 그러기가.
이렇게라도 위안을 해봐야지. 에휴

살리미 2015-12-25 18:39   좋아요 0 | URL
날씨도 추운데 무슨 고생들이시랍니까 ㅠㅠ 인신공격이나 삼가셨음 좋겠는데 주장하시는 게 너무 어이가 없으니까 열받는답니다. 정말 `엄마`라는 분들이 저러시면 곤란하지 않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