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나는 얼른 만화를 사서 읽어보았다.

고레에다 감독이 만드는 영화라면 분명히 내 취향일 것이므로.

그리고 왜 그가 이 만화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에.

이 시리즈 여섯권을 읽으며 난 자연스럽게 요시다 아키미의 팬이 되었고, 감독의 선택이 너무나 이해되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매들을 영화에 어떻게 담아내었을지, 분명히 실망스럽지 않을 거란 자신이 있었다.

 

아쉽게도 집 근처 영화관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핑계김에 딸과 서울 나들이를 했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에 가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서점에 들렀다 오는게 오늘의 코스.

 

영화관에는 오전시간이라 그런지 의외로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팬들이 가득있었다. 할머니들이 영화가 시작되기전 소녀들처럼 소곤소곤 거리며 군것질하는 모습에 딸과 나는 웃음이 났다.

 "꼭 일본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들 같다. 엄마도 곧 저렇게 보이려나? ㅎㅎ"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원작을 보면서 영화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고 빠지게 될까 고민(?)해 보곤 했는데

역시나 감독은 자매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혀 어색하거나 섭섭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배열해놓았다.

무엇보다 네 여배우를 한 영화에 출연시킨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는데 배우들이 그 어느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빛났다. 화장 안한 맨 얼굴과 얼굴에 패인 자연스런 주름도 너무 너무 너~~~무 예쁘다. 이렇게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니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라면 단역으로라도 줄을 서는 거다.

카마쿠라의 네 자매가 사는 오래된 집도 영화에서 보니 더 매력있었다. 추억을 가득가득 담아서 '많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느낌'의 집! 역시 고레에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집과 마을길과 골목풍경들을 예쁘게 담아낼줄 아는 감독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카마쿠라에 가보고 싶어졌다. (여행상품으로 만들어줘요~~)

집과 집 사이로 난 철길, 분홍빛 벚꽃 터널, 바다 전망의 식당, 바다위에서의 불꽃놀이...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고레에다의 영화 속에서는 문득, 일상이 아름다워진다.

확실히 영화 속에서는 장례식 장면도 많고 죽음의 이미지가 있지만 고레에다가 늘 그렇듯 그 죽음은 소멸의 이미지가 아니라 죽음 이후 살아남은,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이미지다. 철없는 어른들보다 더 성숙해버린 아이들이지만 어느새 삶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가 되어있기에 영화는 슬픔의 이미지가 아니라 시종일관 밝고 행복한 분위기다.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는거지? 나는 주책처럼 엄청 눈물을 쏟았다. 왜...이렇게 행복한데...눈물이 나는거야...)

문득 딸에게 저런 언니들을 만들어 주지 못한게 미안해진다. 마음고생이 많았을 스즈에게 그저 "고마워" 한마디만으로도 용기를 주는 든든한 언니들.  앞으로 우리 딸의 인생에도 혈육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든든하고  멋진 언니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딸은 어떻게 영화를 보았을까 걱정했는데 (극장안에 젊은 관객은 거의 없었으므로 ㅠㅠ)

'이렇게 좋은 영화를 왜 많이 상영을 안하는거야?' 한다. 자기는 이런 따뜻한 영화가 좋다고. 배우들도 너무너무 예쁘고.

그래, 저런 아름다움은 외면만을 가꾼 아름다움은 아닌거 같지? 자기 삶을 사랑하고 책임질 줄 아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름다움인 것 같아. 딸과 함께 이런 얘기 하면서 걷는 시간도 소중했다.

 

 

 나오는 길에 너무 예쁜 어린왕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영화관에서 우리 앞에 앉았던 할머니들은 오늘 <어린왕자>까지 보고 가신다던데 ㅎㅎ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는 딸에게 서점에서 자서 어린왕자 컬러링북을 하나 사주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딸이 정성껏 색칠 해 놓은 그림을 보고 눈물이 또 왈칵...

자기는 다시 태어나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며 살고 싶다는 말에...

그런데도 꿈은 접어두고 이제껏 공부한다고 너무 애쓴 딸을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짠해 진다.

 

저렇게 명암을 넣어가며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덧칠해가며 공을 들여 색칠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대견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예쁘기도 하다.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며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PS. 이 글 작성하려고 서재에 들어와보니 2015 서재의 달인 스티커가 붙어 있네요.

     연말을 맞아 너무나도 뜻깊은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2015년은 제가  알라딘 서재에서 정말 즐겁게 보낸 한 해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아요.

     부족한 저의 글 읽어주시고 칭찬해 주시고 힘을 주신 이웃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더욱 열심히 책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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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23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렇게 줏대가 없으니...항복...두손들었어요 ㅎㅎ.
이 영화의 원작을 읽으며 분명 미묘하고 섬세한 표정을 담아내기 힘들꺼라 생각하고 영화는 보지 않을꺼야하고 생각 했는데..오로라님 글 읽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느껴져요. 제가 아직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품을 잘모르는 탓이겠죠? 이참에 원작을 찾아 읽고 영화도 봐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딸을 생각하시는 오로라님 마음이 뭉클..마치 `고양이의 보은`에 등장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같아요 ㅎ
그리고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살리미 2015-12-23 21:26   좋아요 1 | URL
제가 워낙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해서 애정 가득한 눈으로 봤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사실 저도 첨엔 저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는 전혀 원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영화 나름의 완성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원작에서 보았던 그 풍경들이 눈 앞에 막 생생하게 살아나서 펼쳐지니까 슬픈 장면도 아닌데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답니다.
서재의 달인은 해피북님처럼 멋진 이웃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죠 ㅎㅎ. 저도 감사드립니다^^

달팽이개미 2015-12-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짝짝짝!!!! ㅎㅎㅎ 제가 너무나 사랑해마지않는 정말이지 넘넘 기다렸던 영화를 보고 오신 특별한 오늘이네요~~ㅋㅋ마침 오늘 4권을 읽은터라 그대로 감정이입이 되어서는 마치 제가 영화를 보고온냥 행복하게 리뷰를 읽었답니다~~~ㅎㅎ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더더더더 듣고 싶은데, 리뷰가 마지막 문장을 향해가는 것도 아쉬웠어요~ㅋ-ㅋ 많은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느낌의 집!!아~~제가 1권에서 꼽았던 명문장이었는데, 이렇게 콕 찝어 적어주시다니~~맞아요! 이 만화는 이 문장으로부터 모든게 술술 풀려나가는 느낌이에요 ㅎㅎ카마쿠라 여행상품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게됐다는요 ㅋㅋ 역시 고레에다 감독님,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특별할 것 없는 풍경을 문득 아름다워지는 일상으로 만드는 마술..오로라님이 쏟으셨던 눈물의 의미를 알것만 같아요~~^^ 민낯의 예쁜 배우들~~제가 좋아하는 아야세 하루카의 모습이 어땠을지도 넘 궁금해요~~ㅋㅋ 모녀의 아름다운 데이트~~~좋은 날 행복한 리뷰 적어주셔서 고맙습니다! ㅋ-ㅋ

살리미 2015-12-23 21:33   좋아요 1 | URL
달팽이개미님도 이 영화 기다리고 계셨군요^^ 영화 얘기를 마구 마구 더 하고 싶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참느라 애썼답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꾸준히 보다보니 이 영화에서도 감독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고요, 그런 점이 더욱 매력적인 영화에요. 사람과 가족과 일상을 너무 아름답게 그릴 줄 아는 감독이에요. 고레에다 장르를 개척하신듯^^
사실 개봉전 예고편을 보면서는 아야세 하루카가 원작과는 달리 긴 머리 스타일로 나와서 어떤 느낌일런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왠욜~ 단연 이 영화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제껏 보아온 그 어떤 아야세 하루카보다 훨씬 아름답고 단아하고 강단있는 첫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들 몸매도 얼마나 이쁜지... 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ㅎㅎ

달팽이개미 2015-12-23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레에다 장르 개척에 엄지척요!!ㅎㅎ 그 어떤 아야세 하루카보다 아름다웠군요...ㅎㅎ매력적인 이 영화를 언제 보게 될런지 모르겠지만 어느 날 문득 보며 행복해할 영화 한편을 주머니 속에 간직한 느낌이에요^^*

살리미 2015-12-23 21:52   좋아요 1 | URL
네. 일상이라는 게 이렇게 빛나는 건지,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나 반전이 없는데도 이렇게 멋진 영화가 될 수 있는건지... 우리 같이 찬양합시다 ㅎ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2-23 2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안 보려고 했는데.... 어떻해요 ㅎㅎㅎ 보고 싶어져버렸잖아요~~ ㅎㅎㅎㅎㅎㅎ

살리미 2015-12-23 21:5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굳은 의지의 댓글을 읽긴 했는데.... ㅎㅎㅎㅎㅎㅎ
여배우들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ㅋㅋㅋ
사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좀 실망스러웠던 작품중에 <자학의 시>란 작품이 있어요. 그것도 만화는 너무너무 좋은데 왠지 그 만화 캐릭터를 그대로 영화화 한 걸 보면 오그라들면서 좀 참기 힘들어지더라고요. 그건 워낙 캐릭터가 쎄서 그렇기도 하지만 ㅋ
암튼 제가 보기엔 전혀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가 배우탓인지 감독의 연출탓인지 아주 훌륭하더라고요^^
 
물에 잠긴 아버지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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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원 작가는 한국 문단의 어르신 같은 존재이지만 나는 사실 그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글을 읽어보진 못했다. 내게는 오히려 그의 딸 한강 작가가 더욱 친숙하다.
한승원 작가는 올해 77세가 되셨다는데 희수를 잘 넘기라는 아들 딸들의 효의지로 이 책을 펴내게 됐다고 한다. 원로작가들이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것이 멋있기도 하지만 확실히 삶에 대해 깊은 안목을 가지게 되는 만큼 더욱 좋은 작품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독자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은 비극의 땅 유치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주눅이 든 채 자투리 인간으로 살아온 `아버지가 남로당원` 이었던 한 남자의 삶을 그린다. 실제 작가의 고향인 전남 장흥의 유치면 일대는 한국전쟁이후 `모스크바`라고 불리던 곳으로 북으로 가지 못한 남로당원들이 이 골짜기를 접수하고 토벌대와 빨치산 투쟁을 벌였던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 십년전 장흥댐이 생기면서 물에 잠겼다.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아버지 김오현이 시인 아들 김칠남과 함께 고향을 방문하며 아들에게 들려주는 자신의 삶 이야기가 소설의 기본 서사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칠남은 시를 쓸때는 낭만적인 감성의 식물성 아나키스트가 되고 소설을 쓸때는 이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조명하는 도깨비적인 동물성 아나키스트가 된다. 희망버스의 승객이 되기도 하고 촛불 시위를 하다가 물대포를 맞아보기도 하고, 강정마을에서 농성도 해 보았고, 세월호가 가라 앉은 다음 진도의 항구와 서울광장에서 밤을 새워보기도 했다. 그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지만 밟혀 죽거나 깨질 줄 알면서도 인간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싶다는 자존감때문에 울부짖으며 덤비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김오현은 남로당 골수분자 김동수의 아들로 토벌대에게 할머니와 어머니 네 형들이 모두 몰살당하고 할아버지가 원수들에게 무릎꿇고 빌어서 살려낸 유일한 핏줄이었다.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김씨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일생의 업이 되었고 살림살이를 거덜내고 서울로 올라와 도시 최하층민으로 살면서 자식들을 기르는 동안 그는 자연히 세상에 주눅이 들고 자식들에게도 무조건 죽은 듯이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물처럼 아래로만 흐를 뿐 절대로 거스르지 마라, 관에 대들어보아야 대드는 놈만 다친다, 대대로 흘러온 이 나라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다.


김칠남은 강정마을에 가서 바다를 바라보며 아버지 김오현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보기로 결심한다. 자기의 감성이 아니라 아버지의 감성, 아버지의 언어로 쓰기로. 그러나 고향 산천을 대할 면목이 없어서 절대로 고향엔 가지 않겠다는 아버지를 김칠남은 이렇게 설득한다.

# ˝아버지, 저는 날아다니는 새나 피는 들꽃이나 하늘의 별이나 달이나, 이런저런 사람들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슬픔이나 기쁨을 시로 읊어내는 시인이잖아요˝ 하고 나서 ˝저는 아버지의 가슴에 맺혀 있는 것들을 제가 다 가지고 싶어요.˝ 하며 어리광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하는 문학이란 것은 역사의 갈피갈피에 묻혀 있는 어둠을 환한 빛으로 승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요. 어둠 속에 묻혀 있는 우리 선조들을 제가 빛 속으로 끌어올려드리고 싶어요˝ (18쪽)

아버지는 오랜 고민끝에 도리질을 하시며 가시길 거부하시다가 그로부터 삼년 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한 해 뒤 봄에 문득 ˝그래, 한번 가보자. 고향에˝ 하신다.

소설에서 `물`의 이미지와 모스크바라고 불리던 고향 마을 유치가 물에 `잠기게` 된 것은 상징하는 바가 있다. 그리고 작가는 세월호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고 일깨움으로서 시대의 큰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김칠남이 아버지에게서 듣는 이야기들은 그의 말처럼 아버지가 그에게 물려주는 유형무형의 유산이 되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세상에서 제일 부자다. 독자는 그 값진 경험을 함께 하며 아버지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슬픈 역사를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 김오현이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온 것, 치열한 이념갈등과 대립의 세상에서 자기를 지키고 건사해 온 지혜는 바로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 한마디였다.

˝장마철의 곰팡이를 이기는 것은 가뭄이고, 가뭄을 이기는 것은 번개와 우레고, 번개와 우레를 이기는 것은 햇볕이고, 그 햇볕을 이기는 것은 꽃그늘이고, 꽃그늘을 이기는 것은 밤이고, 밤을 이기는 것은 잠이고, 잠을 이기는 것은 아침이고, 아침을 이기는 것은 지심이고, 천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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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12-23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성 아나키스트와 동물성 아나키스트의 조화...새길 만 합니다.
빵을 부풀리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저 쓰이는 이스트로 만족해서는 안 되겠지요...

살리미 2015-12-23 06:51   좋아요 0 | URL
네, 소설 첫부분에 김칠남을 묘사하면서 나오는데 되새겨볼 수록 좋은 말 같더라고요^^ 첫부분부터 강렬한 인상이 든 소설이었어요.
 
장자 강의 - 혼돈의 시대에 장자를 읽다
전호근 지음 / 동녘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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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장자강의> 오늘로 모두 마무리!

 

<장자강의>는 장자의 <내편>을 모두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이다. 그 중 4편까지는 지난번에 정리를 했고,

 

  제1편 소요유 http://blog.aladin.co.kr/auroramom/8008232

  제2편 제물론 http://blog.aladin.co.kr/auroramom/8013095

  제3편 양생주

  제4편 인간세 http://blog.aladin.co.kr/auroramom/8037948

 

오늘은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 편을 정리한다.

 

장자의 다섯째편 덕충부(德充符)는 어떤 사람의 내면에 덕이 충만하다는 부호 라는 뜻이다. 도와 덕을 이야기할때 도는 밖에 있는 것이고 덕은 그 도가 어떤 사람의 내면에 체득된 것을 말한다. 도를 체득해서 내면화한 사람은 내면의 덕에 부합하는 형상을 갖춘다는 것이 장자의 생각이다.

 

장자는 덕이 충만한 사람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냈을까? 이 덕충부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형벌을 받아 다리가 잘렸거나 절름발이이거나  곱사등이, 언청이, 항아리만큼 커다란 혹을 가진 사람을이다. 우리가 보기에 비정상이거나 장애를 가졌다고 하는 사람들. 장자는 그런 우리의 시선을 뒤집는다. 과연 누가 누구더러 비정상이라 하는가!

장자는 자신의 글 속에서 세속 인간들의 육체적 조건에 대한 집착을 깨고 참다운 덕은 내면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 세속의 사람들이 가장 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에게 도를 말하게 한다. 덕이 충만해있으면 외형의 결핍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 덕충부 편의 핵심이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외형의 결핍 때문에 내면의 충만한 덕을 보지 못한다.

장자를 읽으며 재밌는 부분은 장자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름인데 대부분 실존인물이 아니라 장자가 지어낸 사람들로 이름 자체에서 엄청난 풍자를 내포한다. 나중에 장자를 읽어보시는 분들은 꼭 이름의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보시길!

 

 

제6편 대종사 (大宗師)편에서 대종이라는 말은 원래 제사와 관련된 용어이나 장자에서는 도를 비유하는 말로 볼 수 있다. 즉 대종사는 모든 가치의 뿌리인 대종, 즉 도를 지닌 사람이다. 삶과 죽음, 인의와 예악을 모두 잊고 가난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대종사다.

 

제7편 응제왕 (應帝王)은 제왕의 물음에 응답한다는 뜻인데, 당나라의 주석가 최선이나 송나라의 주석가들 모두 응제왕을 '응당 제왕이 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풀이한다고 한다. 저자는 앞의 견해가 더 무리 없는 해석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것 역시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우언이다.

어떻게 천하를 다스릴 것인가? 다스리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사물을 세상의 질서를 기준으로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질 것이라는 것이다.

 

#지인의 마음 씀씀이는 거울과 같은지라 보내지도 아니하고 맞이하지도 아니하며, 비추기만 하고 간직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만물을 감당하면서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498쪽)

至人之用心은 若鏡이라 不將不迎하며 應而不藏하나니 故로 能勝物而不傷하나니라.

 

대상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기만 할 뿐 자기 기준을 내세워 상대를 깎아 내리거나 왜곡하지 않는 거울같은 지인의 마음씀씀이를 배워야겠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인 혼돈의 죽음 이야기는 너무나 큰 울림을 주었다. 장자의 우언중 붕새와 포정해우, 호접몽에 버금갈만큼 유명한 혼돈 설화이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하다.

 

#남해의 임금은 숙이고 북해의 임금은 홀이고 중앙의 임금은 혼돈이다. 숙과 홀이 때로 혼돈의 땅에서 함께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매우 잘 대접하자, 숙과 홀이 혼돈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상의하여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을 쉬는데, 이 혼돈만은 없으니, 시험삼아 구멍을 뚫어주자.' 하고는 하루에 구멍 한 개 씩을 뚫었더니 칠 일 만에 혼돈이 죽었다. (502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자의 해설을 보는데 마치 추리소설의 단서를 하나씩 풀어가는 재미가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궁금하시라고 패쓰!! ㅋㅋ

혼돈의 비극은 우리가 다른 삶을 사는 존재를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이해하려는 자체가 상대를 지배하려는 폭력이 될 수 있다. 혼돈이 죽는 비극은 근대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만났을 때 빈번하게 일어났다.

장자는 다양한 삶을 이야기 하면서 그런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장자 내편의 결말에 해당하는 이 혼돈설화에서 장자는 우리가 타자를 대할 때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타자를 배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숙과 홀처럼 혼돈에게 구멍을 뚫어주게되고 혼돈이라는 정체성을 상실한 혼돈은 죽게 되는 것이다.

 

장자 내편은 붕새의 비상으로 시작해서 혼돈의 죽음으로 끝난다. 붕새가 절대 자유를 희구하는 장자의 상징이었다면 혼돈의 죽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이 대목을 읽으면서 마치 반전 영화의 슬픈 결말을 보듯 충격을 받았다.

 

 

이로써 장자 내편의 이야기는 모두 마무리되었다. 저자도 계속해서 밝히지만 장자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읽혔고 같은 시대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관점으로도 읽혔다. 그러니 이것도 수많은 장자 읽기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장자의 깊은 뜻을 누가 알겠는가. 다만 내게 와 닿는 방식으로 그의 생각을 짐작해 볼 뿐이다. 이 책을 마무리하며 또 다른 장자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집에 있는 강신주의 책부터 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저자의 근간 <맹자 강의>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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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20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오히려 외형의 결핍 때문에 내면의 충만한 덕을 보지 못한다` 라는 말이 마음에 콕 박히네요. 사람이란 참 다양한 면이 있는데 단 하나의 결핍 때문에 눈을 가리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한 사람을 낙인 찍어버리는 그런 습관들이 생각났어요 또 ` 거울과 같은 씀씀이`라는 말도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이었고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바라봐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장자 강의는 반성되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살리미 2015-12-20 20:02   좋아요 1 | URL
네. 장자를 읽으며 매일매일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도를 묻고 어떻게 도에 이를 수 있는지 늘 노력하는데 사실상 도는 묻는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란것. 다만 마음을 비우고 세상의 잣대로 사물을 대하지 않고 세속의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때 도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것은 현대에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고 생각해요. 거울이 자기가 비추는 대상을 평가하지 않는 것럼 타인을 대하면 스스로도 다칠 일이 없다는것도 제가 매일 실천해야 할 일이고요^^

달팽이개미 2015-12-2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돈설화가 마음에 와닿아요. 어렵게만 느껴지고 다가가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이렇게 리뷰를 읽으며 간접적으로 경험하니, 좋았어요. 네 편 모두 잘 읽었습니다. 맹자 리뷰도 기다릴게요. ^^

살리미 2015-12-20 21:00   좋아요 1 | URL
저도 장자를 읽기전에도 몇가지 이야기들을 알고는 있었는데, 혼돈이야기는 처음 읽었어요. 그만큼 더 충격이었고 저자의 해설이 너무나 맘에 들었답니다. 달팽이개미님이 좋아하시니 조금만 더 말해보자면요, 숙과 홀은 시간의 신이자 유위, 작위, 인간의 문명을 상징한대요. 반면 혼돈은 도, 무위, 자연의 상징이죠. 혼돈은 장자에서 말하는 도의 상태, 즉 시비가 없고 지각이 없는 상태에요. 숙과 홀은 자기들 생각으로는 혼돈이 지각이 없어 답답할 거라 여겨 도와줍니다. 구멍을 뚫어주는거죠. 구멍이 뚫린 혼돈은 더이상 예전의 혼돈이 아니겠죠. 이렇게 좋은 의미의 개입도 장자는 경계한거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혼돈이 중앙에 산다는 것에도 굉장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어요. 그 설명도 재미있었는데 너무 길어서 아쉽게도 생략합니다^^
사실 저도 리뷰를 쓸 때 좀 더 쉽게 쓰고 싶었는데 자세한 설명들을 다 쓰자니 너무 길고 생략하여 요점만 적자니 너무 어렵지 않나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달팽이개미님께서 좋다고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2015-12-20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2-21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론과 실재론의 싸움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가 이름을 지었기에 그렇게 보게 되는 것, 그것이 실재하기에 그것의 반영으로 우리가 보게 된다는 것...언어 철학, 구조주의가 전자를 이었다면, 현상학 등이 후자를 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제 생각은 정신과 물질을 나눠서 생각한다면 필히 오류에 빠질 것이라는 정도...

살리미 2015-12-21 07:23   좋아요 1 | URL
네, 제가 철학을 아직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솜씨있게 답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어요. 장자를 읽으면서 특히 제물론 편에서는 언어의 한계에 대해서 말합니다. 말에는 상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이 있는데 그 알맹이는 제쳐두고 겉모양만 꾸미므로 진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요. 장자는 시비를 넘어선 경지를 추구했어요. 시비라는 것은 껍데기에 집착하기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요. 시비를 넘어서게되면 양행, 즉 오늘날의 개념으로 하면 윈-윈이 되는데 상반되는 두 견해가 모두 인정받는다는 거죠. 이것이 어느 하나에 집착한 사상들을 비판한 장자의 철학이 아닐까 싶어요.

cyrus 2015-12-21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책을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기록으로 남기셨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

살리미 2015-12-22 15:25   좋아요 0 | URL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노력했는데... 글쎄요ㅎㅎ ... 좀 더 읽어봐야 고전의 깊이를 알 듯 하네요. 읽을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게 고전의 묘미인 듯 합니다^^

서니데이 2015-12-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장자 강의를 읽고 계시는군요. 오로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살리미 2015-12-22 15:25   좋아요 1 | URL
댓글이 너무 늦어버렸네요^^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시지요?
 

도서관에서 계획에 없던 책을 대출해 오는 경우가 있다. 내가 찾던 책이 꽂혀있던 칸에 새 책이 보일 때다. 나는 새 책의 빳빳한 질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장르가 나랑 너무 안맞는 책만 아니면 빌려오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났다.

작가는 NHK아나운서 출신으로 일본의 작가, 평론가, 수필가라고 한다. 출생년도를 보니 울엄마랑 동갑. 올해 팔순이시네. <사는게 뭐라고>를 이어 또다시 일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구나.

작가는 가족들과 별로 사이가 좋지 못했다. 권위적이지만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 평생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식에게만 집착하는 삶을 살았던 어머니와 일찌감치 아버지와 대립각을 세우고 집을 나가 할머니 댁에서 살았던 오빠가 그녀의 가족이다. 그녀 역시 가족과는 심정적으로도 거리를 두고 살았고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그런 저자가 점점 가족에게만 집착하는 일본의 현실을 보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현대에 가족의 의미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에세이 형식의 글이다.

그리 새삼스럽지 않고 너무 당연한 말들의 연속이다. 이미 이런 담론은 꽤 있어온 것 같아서 비밀독서단의 신기주작가가 한 이야기를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이런게 ˝쌀로 밥짓는 이야기˝다. (쌀로 밥을 짓는다는데 뭐가 놀라운가? 모래가 밥이 된다면 몰라도 ㅎㅎ)


자식을 품에서 일찍 떠나보내야 한다, 교육이란 부모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세계에서 갈고 닦으며 쟁취하는 것이다, 서로에게 기대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마음껏 기대하라, 언제까지나 옛날의 가족개념이 이어질 수는 없다, 진정한 가족은 핏줄로 이어진 가족을 뛰어넘는 곳에 존재한다, 가족을 안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다 등등.
살아오면서 가족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전혀 없었던 저자는 가족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 대해 반감을 느끼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돌아보자고 하는데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만 그렇게 새로운 담론도 아니라는 말. 그래서 끝까지 읽다보면 그리 길지도 않은 책임데 좀 지루하다.


한국의 수능 풍속을 이야기 하는 대목이 있어서 소개해보자면

# 이웃나라 한국에는 수능이라는 제도가 있다는데 수험생이 시험 시간에 늦을 것 같으면 경찰차가 출동한다고 하고, 합격하면 가족과 이웃, 친구들이 헹가레까지 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학생이 있을까.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지니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마음의 평안을 제일로 쳐야 할 가족이 오히려 나서서 야단들이다. 입시에 무사히 성공해 곧장 엘리트 코스로 들어서기보다는, 한 번 두 번 실패를 겪어봐야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할 텐데 말이다. (46쪽)

부모의 과도한 기대, 가족의 압박이 개인에게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말하는 글에서 인용된 예이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고 맞는 말이다.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에 빠지지 말고 개개인의 인격을 세우라는 얘기. 그러면 꼭 핏줄로 이어진 가족에만 집착하지 않고 가까이 있는 이웃과 친구들까지 가족의 개념으로 묶을 수 있다. 가족의 문제가 발생하면 나를 돌아보라. 나를 알고 내 가족을 알면 불화가 생겨도 조율할 수 있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각 가정마다 문제 없는 가정이 없고, 가정 폭력이나 아동 학대같은 가족에게서 야기 되는 문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의 가족이란 이유가 그 사람의 삶을 족쇄처럼 묶어놓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족이라는 병이 그저 나를 돌아보고 화목한 가정이라는 환상을 깨라는 조언이나 한다면 곤란할 듯하다. 그 이상의 대안이 있어야 할텐데 이 책엔 그런 대안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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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0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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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0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0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12-20 16: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찜해놓은지 오래 되었는데 아직 읽지는 못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가족`이 병에 대한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오던 막연한 생각을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부수고 있으니까요. 읽기도 전에 저도 공감하는데 도대체 가족이 병이 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좀 더 듣고 싶어서요.
가족은 나의 자존심이자 상처라는, 다른 저자의 어떤 책도 생각나네요.

살리미 2015-12-20 16:52   좋아요 3 | URL
저자가 일단 가족에 대해 상처가 있는 사람이다보니 `가족`에 매여서 자기 자신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그럴 필요까지야 있겠냐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가족의 기대가 내게 스트레스가 되는 것도 사실이고, 내 맘에 안드는 가족 구성원일지라도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하는 짐이 될 수도 있긴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다보면 결국 가족이라는 게 환상이 아니라 현대인의에게 꼭 필요한 기본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물론 `가족`의 정의가 현대에는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저자도 혈연으로 묶인 가족들에게만 집착하는 경우를 경고한 것이고요.)남들이 보기에 건강한 가족을 만들려고 환상에 빠져 현실을 왜곡하거나 집착하는 건 잘못이지만 그래도 결국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내게 위안을 주는건 혈연이든 아니든간에 어떤 형태로든 내 곁에 있는 `가족`이니까요.

해피북 2015-12-20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다가 좀 의외스런 글을 읽게 되었어요. 마스다 미리가 도쿄에서 살아보기 위해서 집을 떠나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늘 자신을 응원해주는 아버지가 이번에도 잘 다녀오라고 쿨하게 이야기해주시니까 마스다 미리가 이렇게 생각하는거예요. `아버지라는 좋은 이미지를 위해서 저렇게 말씀하시는거`라고요. 저는 사실 그 부분을 읽으며 좀 충격 받았어요. 부모라는 입장에서 또 아버지라는 입장에서 큰 딸에게 거는 기대를 강요하기 보다도 늘 괜찮다. 잘하고 있다 응원해주는데도 어떤 이미지일것 이라 생각하는. 그러니까 아버지의 마음은 저렇지 않은데 일부러 저런 모습을 보이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만 같아서 충격스럽더라고요. 왜 부모님의 마음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사노요코가 말한 것처럼 한국 사람들은 너무 `인정`에 약하다는 말에 답이 있는걸까요?

살리미 2015-12-20 20:21   좋아요 1 | URL
글쎄요. 자세한 건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본인의 특성이 반영된 생각이 아닐까요? 사실 일본인들은 자기의 본심을 가족들간에도 잘 털어놓지 않고 사회적인 이미지에 맞게 살아가려는 면이 강하잖아요. 그러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고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이야기가 일본에서는 충격적일지 몰라도 우리는 그닥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우린 사실 참다 참다 터지는 일본인들보다는 속마음을 그때 그때 많이 털어놓고 사는 편이잖아요. 일본인이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이유도 거기 있는듯 하고요. 마스다 미리도 아버지가 본심은 섭섭하시면서 자식앞에서 내색하지 못하고, 잘 다녀오라고 `멋진 아버지`강박처럼 표현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해피북님 이야기 듣고보니 저도 이 책 저자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가네요.
아! 그리고 이 책 읽으며 저도 마스다 미리가 생각난 부분이 있었는데요~ 일본에선 남편을 주인이라고 표현한다는 걸 마스다 미리 책을 보다가 알았거든요. 이 책의 저자도 자기 남편을 꼭 `반려`라고 얘기하는데 인터뷰 같은데서 자기들이 알아서 `주인`으로 바꿔 놓으면 화를 내면서 다시 `반려`라고 해달라고 한다는 대목이 있었어요. 일본 사람들 아직도 별생각없이 주인이란 말을 쓰는걸 보면 여권신장은 우리가 한 수 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해피북 2015-12-2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맞아요 오로라님^^ `본심은 섭섭하시면서 자식앞에서 내색하지 못하고, 잘 다녀오라고 `멋진 아버지`강박처럼 표현한건` 이라는 말씀처럼 그런 표현이 있었어요. 저는 일본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일본인 특성을 몰랐는데 오로라님 덕분에 그런면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문화와 정서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다른 면들도 알게 되었네요 ㅎㅎ 그리고 저는 남편을 `주인`이라 표현한다는 걸 노하라 히로코의 책 `이혼해도 될까요?를 읽으며 알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제가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쯤 말로써 많은걸 꼬집고 다니느라 정신없었을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으흐흐흐흐~ ㅋㅋ

살리미 2015-12-20 20:40   좋아요 0 | URL
네 ㅎㅎ 해피북님이 절대 가만계시지 않았을거에요.
저는 그새 또 마스다 미리의 책 찾아보고 있었어요. 제가 감동했던 부분이요. ㅋㅋ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지막 그림에 옆집 아줌마가 날아간 빨래를 주워주시면서 ˝이 옷, 그집 주인양반 거 아니우?˝ 하자 미나코가 ˝아, 맞아요. 우리집, 우리집 남편거예요.˝ 하는 부분이요! ㅎㅎ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라 생각이 났어요.

해피북 2015-12-20 20:49   좋아요 1 | URL
으흐흐~ 저도 방금 책을 들춰보고 왔어요. 덕분에 잊혀졌던 미나코의 고민들이 하나, 둘 떠오르기도 했고요. 역시 집에 책이 있다는건.. 장소도 많이 차지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요 이렇게 생각날때 바로 꺼내 펼치며 넘기는 이 맛이 최고인거 같아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주말 저녁 보내시고 꿀밤 되세요 오호호호 ㅋㅋ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참 기분좋은 일이다. 게다가 취향까지 비슷하다면!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면서 나는 시종 '어머,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쩜, 나도 이 책 참 좋았는데' '우왕~ 나도 이 영화 너무 좋았어^^'를 남발하며 마치 곁에 있던 좋은 친구를 이제서야 알아 본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었다.  손석희 앵커의 추천사처럼 "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나와 겹친다는 데에 경이로움까지 느끼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 아니 그렇다면, 우린(손석희 앵커까지 포함해서 내맘대로 ㅋ) 취향공동체였어? 역시 뭔가 끌리는게 있더라니!!

손석희 앵커가 그랬듯이 이렇게 취향이나 생각이 비슷하다면 "훗날 내게 기회가 오더라도 이런 책은 쓸 필요가 없게 된다"......는 무슨, 이렇게 내 생각을 정리해서 훌륭한 글솜씨로 잘 다듬어준 그가 고맙기는 하지만 왜 나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는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였다. 알기 쉽고 깔끔하게 자기 생각을 적어내려간 그의 글에서는 개인주의자이지만 타인을 끌어안을 줄 아는 따뜻한 면모가 돋보였다. 이런 사람들은 의외로 세상에 많을텐데, 그렇다면 세상은 그리 비관적인 곳만은 아닐텐데, 좀더 낙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야겠다는  여유로움이 생기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연말에 읽기에 아주 훈훈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돌아보게 된 책과 영화들을 정리해본다.

 

   # 1. 영화 <위플래시>를 보고 쓴 글에서 그는 자기계발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도 그 영화를 보고 엄청난 전율을 느꼈지만 그 영화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아직 내 노력이 부족하다. 미친듯이 노력을 해야만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식의 멘트에는 소름이 돋았는데 그가 꼭 그 지점을 지적해 준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인이 성공을 위해 바친 노력과 열정을 칭찬할 수는 있지만 성공에 대한 열망으로 광기로 치닫는 것을 보며 그렇게 해야만 성공이 오는 것이라고 치장할 필요는 없다. 훌륭한 점과 비판받아야 할 점은 냉정하게 분리해야 하는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대체로 성공에는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금수저 물고 태어나 과분한 기회를 누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영화 <폭스캐쳐>를 예로 드는데 이 영화도 올해 내가 열광했던 작품 중 하나다. 엄청난 재벌이지만 부모로부터 상속된 부와 명예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는 열등감과 오만함으로 비뚤어진 병든 인간일 뿐이고 그런 인간에게 주어진 과도한 권력은 결국 비극을 낳는 것이다.

 

 

 

   # 2.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도 자주 소개되는데 선물 받아서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행복을 가장 자주 느끼는 원천은 바로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 즉 큰 행복 한 방보다 소소한 기쁨이 끊임없이 이어지는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아주 맘에 든다. 실제로 책 소개를 읽어보니 아주 재밌을 것 같아서 더이상 책장에 묵혀두지 말고 빨리 읽어봐야겠다.

 

 

 

 

 

 

 

 

 

 

   # 3. 조국 교수의 이 책을 얘기하며 시작한 [88학번]이라는 글은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마치 응답하라를 보고 있는 것같은 즐거움을 주었다. 저자는 82학번인 조국 교수를 서클 세미나 자리에서 딱 한번 보았는데 '왠 홍콩 영화배우가 서울법대에 와 있는 걸까'하는 시공간의 왜곡현상을 느꼈다고 한다. ㅎㅎ

지금 돌아보면 내가 대학을 다니던 그 시기는 정말 거대한 사회변화의 시기였다. 당연히 피끓는 청춘이 강의실에 앉아만 있을 수는 없는 시대였고, 80년 광주와 박노해의 노동시들을 읽으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세상과 현실 세상과의 괴리를 뼈저리게 느끼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학가를 지배하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개인주의자적 성향이 강해서 나는 한 발은 동아리에 담가서 소위 '학습'을 열심히 하기도 했고 민중가요를 부르며 시위를 주동하는 문선대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몰래몰래 자본에 충실한 부르주아적 삶(나이트 클럽에 열심히 다녔다는 말 ㅋㅋ)을 즐기기도 해서 선배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었다. 이 글은 그런 사람이 나만이 아니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었고 어쩌면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살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 4. 저자가 언급한 이 책은 나에게도 무서운 책이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  요즘 젊은이들의 대학 문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유석은 장예찬의 [그들은 20대의 정치화에 관심이 없다]라는 글과 일본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책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함께 소개했는데 나는 비로소 완전히 요즘 젊은이들을 이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입시경쟁, 취업경쟁에 내몰려야 했던 젊은이들은 노력의 결과가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그러다보니 배타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성적 소수자 인권, 이주 노동자 인권, 환경 보호,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공익적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저성장시대에 맞춰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현실에 만족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나는 현실이 이런데 늘 즐겁기만한 내 아들을 보면서 걱정스런 맘이 들곤 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며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지난 시대의 기준으로 들이댄 '세대론'으로 현재를 완벽하게 설명하려 드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고 이십대를 괴물로 보는 것도 , 모든 것에 달관한 세대로 보는 것도 성급한 것이라는 거다. 변한 건 세대가 아니라 시대다!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적응해가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금도 불행하고 비참한 처지에 있는 젊은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문유석이 말하는 개인주의자의 태도다.

 

 

 

  # 5. 저자는 이 영화도 빠트리지 않았다. 영화 <카트>! 노동의 대가로 살아가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다. 얼마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이 체포되는 뉴스를 보면서 아직도 노동조합이라면 불온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드라마 <송곳>을 그렇게 감동하며 보았는데도, 노동개악의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당장 자기의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 영화에는 청소년 알바문제도 나오는데 사실 이 영화를 보고나서야 애들에게 물어보니 알바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제대로된 노동자의 권리를 모르고 있어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하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노동권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학생들 스스로가 팀프로젝트로 [청소년 알바와 노동권]에 대해 공부하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좋은 사회교육 교재가 되었다.

 

 

 

 

 

 

 

 # 6. 엄청난 두께로 베고 누우면 딱 좋을 듯한 이 책은  사놓고 아직 못읽고 있었는데  이 책에 인용되어서 읽어봐야겠다 하는 다짐을 또 해본다. 인간이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밝히며 요약하자면 인류의 역사는 원래 내내 끔찍하고 폭력적이었으므로 현재가 그나마 가장 비폭력적이고 평화로운 시기라는 것이다.

핑커는 세계적으로 폭력을 감소시킨 결정적인 힘은 홉스가 말한 리바이어던, 즉 근대국가라고 한다. 이성의 힘, 인류가 밟아온 문명화 과정이 폭력을 감소시킨 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인간사회의 끔찍한 면만 본다면 비관에 빠질 수 있지만 사실 오랜 역사를 관찰해보면 이산은 스스로 자신의 폭력성을 제어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향해 놀랍게 진보해왔다. 여기서 문유석은 지금이 가장 폭력적인 시대라고 분노하는 건 착각이라고 지적한 핑커의 논지에 동의하면서도 오히려 그 착각이 인류의 폭력성을 감소시켜온 원동력일 것이라고 한다. 지금이 과거보다는 낫다 하면서 현재에 아무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 시대에나 타자의 고통에 가장 예민한 이들, 가장 호들갑스럽게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현실문제들이 개선되어 나갔다는 그의 시선에 동의한다.

 

 

# 7. 이 영화를 봤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전 아무 정보없이 보았다가 이게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에 놀랐고 결국은 엄청난 구역질을 해댔던 영화!

인도네시아의 1965년 대량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 당시 정권을 잡은 세력은 공산당을 박멸하기 위해 불법 우익단체 '프레만 free man'과 '판차실라 청년단'에게 무기를 쥐여주며 백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학살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역사청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이 영화를 찍을 당시에도  학살의 주역들이 미국인 감독앞에서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업적을 증언하고 어떻게 사람들은 효과적으로 죽였는지 재연한다는 것이다. 공산당 섬멸을 위해서라면 기존 윤리나 문명따위는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인이 떨어지자 이 동네 양아치들은 순식간에 학살자로 변한다. 오랜 시간 힘들여 구축한 문명이라는 구속을 벗겨놓으면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으로 돌변하는지, 학살의 주동자 안와르 콩고와 그 패거리들은 사이코패스라서 무서운 게 아니라 백지 상태의 야수라서 더 무섭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현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자기 행동의 의미를 성찰할 줄 모르는 무지야말로 가장 위험한 것이고 이 야수를 탄생시킨 것은 바로 그들의 힘을 이용하려는 정치 권력이라는 것! 

 

 

이 밖에도 많은 책과 영화들이 소개되는데 다 내가 관심있어서 읽어보았거나 읽어보려고 사놓은 책들이었고 그가 봤던 영화들도 나도 재밌게 본 것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옆집 어딘가에서 아이들에게 줄 떡볶이 봉지를 들고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친숙함을 느끼게 해준 문유석 판사. 그와 같은 개인주의자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 것이라고 믿는다.

 

 

 # 인간의 역사는 어떻게 보면 발전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무엇에 주목하느냐의 문제라면 나는 이왕이면 발전하는 모습에 주목하고 싶다. 냉소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110쪽) 

 

 

 

 

 

 

 

# 한 개인이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279쪽)

 

 

이런 그의 생각에 나도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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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2-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엇보다 [위플래시]를 보고 난 후의 감상에 공감했던 것 같아요. 그 영화를 보고 역시 엄한 선생이 필요하다 라든가 노력이 부족하다라든가 하는 반응들이 너무 싫었거든요. 그렇게까지 사람을 망가뜨리면서 위로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은데 제 생각은 그다지 설득력있게 들리진 않는 것 같고요. 그런데 문유석 판사가 그 점을 언급해줘서 저도 참 좋았어요.

살리미 2015-12-16 12:18   좋아요 0 | URL
네, 전에 다락방님의 리뷰에서도 읽은 기억이 나네요. 저는 위플래시 보면서 그 선생님의 광기에 가까운 채찍질에 소름이 끼쳤는데(물론 연기력도 소름끼쳤지만요) 주변에서 반응들이 대부분 천재는 그렇게 해야 탄생되는 것이다, 역시 노력을 이기는 건 없다는 식이어서 놀랐거든요. 아, 받아들이는게 다 다르구나 하고요.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같아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취향이 비슷하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에요^^

해피북 2015-12-16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의 글을 읽으며 생각해봤는데요. 오로라님은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으시며 친근함을 느끼셨다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오! 아~ 하는 탄성을 지르며 열심히 읽어야할 또 봐야할 책과 영화 정보를 기록하느라 바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ㅎ 그리고 어서 빨리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읽게 되면 다시 이 서재 글로 찾아와 읽어봐야 할 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ㅎㅎ

살리미 2015-12-16 22:26   좋아요 0 | URL
문유석 판사랑 나이도 비슷하고 해서 그런지 (저보다 한살 많으심 ㅋㅋ) 진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아이들 교육문제라던가 사회문제를 보는 시선 같은것도 그렇고 특히 대학 생활도요 ㅋㅋ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요 ㅎㅎ 건강한 사고를 가지신 분이라 해피북님도 읽어보시면 좋아하실거예요. 아마 바빠지실 겁니다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2-1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엄청 공감하면서 사이다같다고 생각했었어요. ㅎㅎ 위플래시류의 영화를 좋아해서 보지 않았는데... 역시나 였었고요... ㅎㅎ

변혁의 시대를 스쳐지나온 세대로 쁘띠브루조아라고 지탄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던 세대로 저런 선배가 있어야했어 ㅋㅋ
하면서 하룻밤사이에 후딱 읽은 책이었어요~~ ㅎ

살리미 2015-12-16 22:29   좋아요 0 | URL
과방에서 팝송 부를때 ˝적성국가 노래가 들려서 타격하러 왔습니다˝ 하고 후배가 개그 아닌 개그를 했다는 부분에서 저 완전 빵터졋어요 ㅎㅎ 제가 그런 소리 듣고 살았거든요 ㅋㅋ 역시 세대가 비슷하니 추억이랑 감성이 비슷한가봐요. 저도 너무 재밌어서 하룻밤 사이 후딱~^^

AgalmA 2015-12-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 현대에서는 더 절실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 네트워크도 바로 그런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그런 소통과 연대 없는 개인주의는 고립밖에 안된다 생각하고요. 핑커와 문유석 판사도 이런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살리미 2015-12-16 22: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 저도 매우 공감했어요. 문유석 판사가 주장하는 개인주의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책임도 전제되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yureka01 2015-12-1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그리고 연대감..참 멋진 덕목이죠..^^..

살리미 2015-12-16 22:37   좋아요 0 | URL
네, 현대에는 점점 공감이나 연대감이 없으면 고립되어버리기 쉽잖아요. 이 책을 읽으며 예전처럼 하나로 똘똘 뭉쳐서 집단의 이익을 쟁취해내던 시절이 지났다고 개탄할 것만이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하는 건강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인디언밥 2015-12-1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핰핰! 법조계의 자이언티 문유석 판사님ㅋㅋㅋ 팟캐스트로 첨 뵙지만, 아니 저는 남잔데 말예요. 김두식샘도 그렇고 왜이렇게 아저씨들이 좋은가 모르겠어요... 방송 들으면서 꼭 사야지 했던 책인데 여기서 또만나니 반갑네요 흐!

살리미 2015-12-16 23:3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법조계의 자이언티! 라디오 책다방 들으셨군요 ㅎㅎ 이 책 너무 인기가 많아서 도서관에 예약 걸어두고 한달 넘게 기다렸다 받았답니다. 마침 라디오책다방에 출연도 하시고 해서 저도 무척 반가웠지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5-12-1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많이 늘었네요ㅠㅋ
저는 이런 책이야기, 영화이야기 하는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보고싶은 책, 영화가 늘어나는게 두렵습니다ㅠㅋㅋ

그래도 공감가는 이야기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건 무척이나 흐뭇한 일인 것 같아요^^

살리미 2015-12-16 23:57   좋아요 1 | URL
ㅎㅎ 고양이라디오님도 책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하시니까 분명 좋아하실겁니다^^ 저도 한편으론 위시리스트가 너무 많이 쌓이는건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나름 독서계획이 있는데 자꾸 틀어지거든요 ㅋ 늘 읽어야할 책과 봐야 할 영화에 치이며 살고 있네요 ㅎㅎ 물론 자발적인 괴로움이지만요.

서니데이 2015-12-17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위플래시 안 봤어요. 저 영화 처음에 포스터 보고 무서운 영화같아서.^^;;;
나중에 기회되면 한 번 소개라도 읽어봐야겠어요.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5-12-20 09:15   좋아요 0 | URL
ㅎㅎ 무서운 영화는 아니고요~ 상황이 쫌 무섭긴해요. 엄청 학생을 몰아붙이는 무서운 선생님이 나오거든요. 잘하고 싶은 욕망에 점점 미쳐가는 학생도요. 사실 음악영화라 볼 수 있는데 시종일관 멋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보시라고 강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