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들렀다가 그냥 가기는 섭섭해서 이 책을 펼쳤다. 영화로 보았지만 원작 만화가 있다길래 원작을 보고 싶었던 것.
읽다보니 영화가 원작을 참 충실하게 재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도 정감있고 좋지만 영화의 화면도 참 정갈했다.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내가 식구들에게 만들어 먹이는 음식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코모리에 살고 있지는 않더라도 좀 더 다양한 야채와 자연재료들을 최선을 다해 구해서 자극적이지 않은 소박한 맛에 익숙해져야 했는데....
먹는다는 일에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
그냥 인스턴트로 때우기도 했고, 계속 자극적인 맛에만 길들여지기도 했다. 사실 야채 요리가 더 품이 많이 가고 보관도 신경을 써야해서 자주 고기요리를 밥상에 올려서 아이들이 야채는 잘 안먹고 고기만 좋아하는지 모른다. 안먹으니 더 자주 안하게 되고...

얼마전 <자투리 채소 레시피> 책소개를 보고 나도 좀 응용해봐야겠다 싶었다. 냉장고에 항상 자투리 채소가 굴러다니다가 결국 시들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가 일본 사람이긴 했지만 일본 요리에 야채 조리법이 엄청 발달했다는 걸 깨달았다.

<리틀 포레스트>를 읽으면서도 흙냄새 물씬나는 갓 딴 채소요리나, 한꺼번에 재배되는 채소들을 보관하기 위한 저장요리들을 보며 소박한 자연 밥상은 부지런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 값진 것임을 깨닫는다.

시골 마을에 산다고 해서 다 마음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 이치코도 도시 생활을 하다 다시 코모리로 돌아왔지만 여기 정착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 파란 빛과 먹구름으로 반씩 갈라진 하늘처럼.
그래도 내겐 그렇게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그날의 먹을 것을 정성껏 준비하는 이치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아마도 이치코의 엄마가 편지에 썼던 말에 깊이 공감이 되기 때문일거다.

˝무언가 실패를 하고 지금까지의 내 자신을 되돌아볼때마다 난 항상 같은 일로 실패를 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곳을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울해지고......
하지만 난 경험을 많이 해봤으니까 그게 실패건 성공이건 완전히 같은 장소를 헤매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 생각했어. 맞은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했을 거야. 그럼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근데 그것보다도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일지도 몰라. 같은 곳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때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수 있고, 물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차츰 크게 부풀고 그렇게 조금씩 `나선`은 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더 힘을 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년에 이치코가 코모리에 계속 있게 될지는 알수 없지만... 코모리에서의 생활에서 이치코는 분명 인생을 헤쳐갈 힘을 얻었을 거다. 그게 자연이 주는, 건강한 삼시세끼가 주는 힘인것 같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6-01-0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있어요.^^
오로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09 18:50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서니데이님도 맛난 저녁 드세요^^

해피북 2016-01-1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둘이서 먹는 밥상이다보니 가끔 채소 한다발이 버거울때가 있어요. 한 줌만 있으면 한 끼먹는데 ( 두번은 잘 안먹더라고요ㅜㅜ) 너무 많아서 놔두면 시들기도 하고요. 마트에서 싱글용으로 판매해도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이럴바엔 다 사먹는게 좋겠어 하는 생각이 ㅋ 하지만 이런 책을 보면서 다양하게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ㅋ 아..이젠 점심 준비할 시간이예요 ㅋㅋ

살리미 2016-01-11 12:20   좋아요 0 | URL
응? 댓글을 못보고 지나칠뻔 했네요~
전 네식구여도 채소를 사면 종종 남아요. 게다가 아파트 장날 가면 채소들이 너무 싱싱해서 과하게 사오게 되곤 한답니다. 사실 애들은 나물반찬 별로 안좋아해서 마트에서 싱글용 채소 사도 되는데 너무 비싸게 느껴져서 남더라도 많이 사자! 하게 되요...ㅋ 욕심이죠 ㅋㅋ
일본 영화나 저 만화를 보더라도 채소를 굉장히 다양하게 많이 먹는것 같아요. 저도 좀 이것 저것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양하게 해주지도 않으면서 애들한테 야채를 안먹는다는 잔소리를 하면... 곤란하겠죠 ㅎㅎ

유부만두 2016-01-11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만 두편 봤고요, 만화는 1권을 조금 훑었어요.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겠더라구요. 내 손으로 채소 중심의 음식을 하려면요.... 게을러서 ㅠ ㅠ

살리미 2016-01-11 17:43   좋아요 0 | URL
저도 저의 게으름을 반성했어요. 영화는 겨울-봄 편만 봤는데 다른 하나도 얼른 챙겨봐야겠어요~
 

지난번 리뷰에서 잠깐 투구게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지만 어제 페북을 보다보니 저자 김명호씨가 투구게 남획 사진을 올리셨길래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주엔가 내 눈을 잡아 끈 강렬한 기사 하나를 보았는데 바로 거대 제약회사들에게 포획돼 강제 채혈 당하는 투구게에 대한 기사였다. 투구게의 피는 파란 색이라서 더욱 시선이 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마어마한 양의 투구게가 24~72시간에 걸쳐 30%의 혈액을 빼앗기고 있으며 채혈이 끝나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지만 10%가 넘는 투구게가 채혈중 스트레스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투구게는 4억 4천만년 전부터 존재하여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리기까지 하는데 이제는 `멸종 위기 근접종`이 되었다는 기사였다.

생물학 공방을 읽으면서 투구게가 인간에게 붙잡혀 그런 고초를 당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물론 굉장히 복잡한 설명이어서 다 알 순 없었고 어렴풋이 짐작하자면)
투구게 혈액은 박테리아에 노출될 경우 바로 혈액이 응고해버리는 독특한 질병 방어 수단을 갖고 있는 아주 섬세한 아이라서 대상 물질 속 세균의 내독소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검사 시약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류와 미생물의 전쟁이 다른 동물들의 희생으로 번지고 있는 것인데, 최근에는 동물 실험을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을 위한 동물들의 희생은 너무나 큰 것 같다.

그렇게 다른 동물들을 희생해서까지 연장한 생명이라면 죽는 날까지 의미있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지구에 먼저 살아왔던, 집주인 같은 동물들에게 나중에 들어온 세입자격인 인간이 너무 못할 짓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리미 2016-01-07 1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명호 저자의 페북 글을 여기 첨부합니다.사진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투구게는 19세기 후반 델러웨이 만에서만 1년에 백만 마리 이상을 잡아들였다고 합니다. 해안 주변으로는 투구게를 이용하는 비료공장이 세워졌고, 투구게를 말리느라 만 곳곳은 투구게 사체로 넘쳐났습니다.

백만 마리.....감이 잘 안오시죠? 그 당시의 참혹했던 광경입니다.

사진 출처
http://modernfarmer.com/2014/03/horseshoe-crabs-went-fertilizer/

살리미 2016-01-07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처럼 내독소 검사 시약으로 쓰기 전엔 투구게가 비료로 쓰였다네요.

yureka01 2016-01-07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랍네요.ㄷㄷㄷㄷ

살리미 2016-01-07 12:34   좋아요 2 | URL
인간을 위한 실험에 희생되고 있는게 투구게 뿐만은 아니겠죠... 종 자체가 멸종 위기에 이를 정도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건 너무나 큰 죄인것 같아요.

지금행복하자 2016-01-07 1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피부로 ㅠㅠ

살리미 2016-01-07 12:36   좋아요 1 | URL
기사 검색하다보니 요샌 투구게를 애완용으로도 많이들 키우나봐요. 사랑을 가장한 폭력이 아닐까 생각해봐야할 문제인듯 해요. 저 책에서 저자가 마지막에 한 말 ... `새로운 미생물 감지 기술이 등장하면 투구게는 다시 안식의 바다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장이 아른거려요.

지금행복하자 2016-01-07 12:52   좋아요 2 | URL
애완용이라는 거... 정말 좀 그래요~ 책임이 느껴지지 않은 표현... 장난감에 불과한.. 제발 살아있는 것은 애완용으로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장소] 2016-01-0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제들이... 땅을 침범이라도 했답니까?왜들 저런답니까?씨를 말리자는 수작이네..무서워 진짜..

살리미 2016-01-07 12:46   좋아요 1 | URL
지금은 다행히 화학비료가 발명되어 저렇게까지 남획하는 일은 없다지만 아직도 매년 수천마리 이상 실험에 쓰인다고 하네요. 멸종위기종인 현재로선 치명적인 숫자지요.
지금은 저 실험을 대체할 방법으로 사람의 혈액을 이용하는 검사를 개발하고는 있다는데 아직도 투구게가 제일 만만하게 쓰이나봅니다. 지구에 먼저 발붙이고 살아오던 투구게가 무슨 잘못이 있길래.... 책을 읽으며 참 많이 미안한 대목이었어요 ㅠ

[그장소] 2016-01-07 16:46   좋아요 1 | URL
멸종한 공룡 의 유전자를 가지고 장난을 하지않나.. (가상였나..진짜였나..)
왜 가만 내버려두는것울 못핡까요.
그래봐야 인류가 얼마나 변한다고 ㅡ
더 무서운시대가 올까 두렵네요.

CREBBP 2016-01-07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식으로, 먹지도 않을 것을 마구 포획해서 멸종시킨 게 한둘이 아니죠. 안그래도 생물학 공방 책이 눈에 띄었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살리미 2016-01-07 15:35   좋아요 1 | URL
인간이 정말 몹쓸짓 많이 합니다 ㅠㅠ 투구게한테까지 이러고 있는줄 몰랐어요...

서니데이 2016-01-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오늘도 잘 보내셨나요.
날이 많이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07 18:59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서재에 인사남기는 중이었는데 댓글 알림이 들어오네요^^ 오늘은 찌찌뽕입니다~ ㅎㅎ

cyrus 2016-01-07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화석을 저렇게 죽였던 과거가 씁쓸하네요.

살리미 2016-01-07 19:14   좋아요 0 | URL
투구게 너무 불쌍해요... 저렇게 잡아대서 씨가 마를 뻔 하다가 비료가 개발되고 좀 숨쉬나 했더니 다시 의약품 개발의 실험대상이 되어버렸어요.

초딩 2016-01-0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슬프네요

살리미 2016-01-07 19:49   좋아요 0 | URL
투구게들이 저렇게 묶여서 채혈당하는 사진을 본 순간... 그때부터 자꾸 투구게의 이야기만 들려와요... 책에서도 보게되고 페북에서도 보게되고 ... ㅠㅠ

해피북 2016-01-07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아있는 생명에 피를 채취한다고 묶어놓고 뽑아내고 제일 무서운게 사람이라던 어른들 말씀이 생각납니다. 기업가들에게 가장 필요한건 윤리의식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요. 좋다고하면 환경이나 생명 의식도 없이 잡아내고 죽여서 더 많이 생산해내기 위해 혈안들이고 말이죠. 꼭 잡아야한다면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꼭 필요한 만큼잡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의식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ㅜㅜ

살리미 2016-01-07 23:56   좋아요 0 | URL
책읽는다고 책상앞에 앉아서 북플에서 노니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어요^^ 아까부터 해피북님 접속해있는거 느끼고 있었는데.. 아마 서재로 들어오셨다면 바로바로 피드백이 안될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파서 병원에 있으면 빨리 어떤 약이 개발되서 그 병 고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죠. 저도 그런 경험 해 봤고요.. 근데 그땐 사실 몰랐어요. 그 약을 개발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희생이 필요한 줄은요...
우린 어차피 이기적인 존재니까 우리가 살기 위해서 어떤 동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죠. 어떤 동물이 희생되고 있는지...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누군가 목숨값을 내놓고 있는 건 아닌지... 최소한 알아야 하지는 않겠냐는 거지요.

해피북 2016-01-08 00:03   좋아요 1 | URL
제가 동네방네 시끄럽게 하고 다니고 있죠 ㅋㅋ 꼭 아침 시간하고 저녁시간에 접속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여기저기 북플 알림 건드리고 다니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ㅋ 그런데 요즘 북플이 제때 알람이 안오고 갑자기 한꺼번에 쏟아져서 깜짝 놀라기도 해요 ㅋ

그리고 오로라님 글에 깊이 공감하고 있어요. 예전에 화장품 회사에서 인체 실험하기 위해 토끼나 쥐를 희생시킨다고 터져 나왔을때 처음 알게되었는데 우리가 모르는 세상 속에는 편리하고 안전함을 위해서 다양한 일들이 반인륜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걸 느꼈어요. 그러니 오로라님 말씀처럼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해야 할 것 같아요 ㅜㅜ

2016-01-08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8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6-01-1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구게 이야기 몰랐어요. 정말 끔찍한데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요.

살리미 2016-01-11 17:41   좋아요 0 | URL
저도 얼마전에 기사를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알고나니 자꾸 투구게 이야기가 들려와요. 투구게만이 아니겠지만...
 

˝적자생존˝

요즘 이 단어의 뜻이 바뀌었다.
수첩공주라 불리던 대통령이 취임하고나서 국무회의에서는 서로 얼굴을 보고 토론하는 장면은 사라지고 모두들 고개 숙이고 뭔가를 적고 있다.
대통령이 말씀하시는데 받아적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가는 ˝지금 적지 않고 뭐하는 거죠?˝ 하는 눈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적어야 한다. 적는 자! 살아남으리니!

물론 이 책은 그런 메모를 하라는 책은 아니다^^
다만 메모습관이라 하니 적자생존이라는 말부터 떠올라서 처음부터 헛소리를 조금 해봤다.

나도 메모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읽고나니 어디가서 명함도 못내밀겠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꼼꼼하게 정리하거나 철저하게 자료조사같은거 하지 못한다. 역시 그런 일은 뭔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가능한데 (저자는 이런 메모들을 바탕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나는 애당초 절박함이 없는 사람이다보니 늘 뭔가 하긴 하는데 결정적이지 못해.... ㅠㅠ

책을 읽고나서는 물론이거니와 세미나를 하고나서도, 팟캐스트를 듣고도, 페이스북을 보다가도, 웹서핑을 하다가도 늘 메모를 하는 저자는 사실 메모 습관의 힘이란 것은 결국 글을 잘 쓰기 위한 것이란 말을 하고 싶은 듯 하다. 요즘같은 소통의 시대에 인터넷에 꾸준히 좋은 글을 올리다보면 분명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메모는 메모로 존재할때가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거듭날 때 의미있는 것이다.(아... 메모하고 나서 한번도 거들떠 보지 않은 내 노트들 어쩔...)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블로그 글 한편을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굉장하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니 좋은 글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아무 준비도 없이, 얼개따위도 없이, 고치는 과정도 없이... 좋게 말해 `일필휘지`로 써대는 내 글은..... ㅠㅠ
읽는 분들께 미안할 지경이다. (그동안 제가 쓴 건 글이 아닙니다. 그냥 메모에요 ....)


그래도 공개된 곳에 글을 써봐야 글쓰기가 는다는 말은 백프로 공감한다. 나도 예전에 책을 읽고 나면 노트에 한줄이라도 감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혼자 보는 거다보니 귀찮으면 생략하기 일쑤였다. 전혀 늘지 않을 뿐 아니라 작심삼일!
이곳 알라딘에 글을 올리면서부터는 그래도 남들이 본다는 생각에 글에 책임감도 생기고 책을 읽고나면 좋든 싫든 꼬박꼬박 올리게 된다. 이런게 <청중효과>라는데 나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그리고 글을 많이 써보는 게 분명 좋은 경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국무회의실에서 눈치보며 메모만 하시는 분들...
메모는 활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대요.
그 메모를 자기 성찰의 도구로 사용할 줄 알아야 삶이 바뀌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강추합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6-01-07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책을 읽다보면 꼭 읽히고픈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죠 ㅋㅋ저자분이 정말 대단한 노력이고 정성으로 습관의 힘을 만드셨더라고요. 그 습관을 만드는 끈기 좀 배우고 싶은 한 해 입니다^~^

살리미 2016-01-07 09:23   좋아요 0 | URL
메모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시다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많이 배웠어요^^ 의외로 페이스북 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해결되기도 했고요. 저도 좀 그렇게 끈기와 열정을 배우고 싶습니다만...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1-0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이 큰 힘을 갖는건 사실인데...
그래서 기록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끄적끄적 수준의 저는 올려주신 사진만 봐도 머리 아파~~~~~~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ㅎ
워낙 제가 어수선한 사람이라서요 ㅎㅎ

살리미 2016-01-07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절대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는..... ㅎㅎ
그 꼼꼼한 메모며 자료조사들로 빛나는 글들이 나오는 걸 보니 부럽기도 했지만 오~ 역시 파워블로거는 다르군.... 이 정도에서 그쳐야지요 ㅋㅋ

CREBBP 2016-01-0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메모 습관을 들여야지 들여야지 하면서 공책을 서너 페이지만 쓰면 흐지브지하게 되더라구요.
에버노트 굿!!!! 목소리나 사진 뭐 모든 걸 다 노트 하나에 다 때려넣으면 되고, 바로 서버에 업로드 되니까 아무데서나 꺼내볼 수 있고..

살리미 2016-01-07 15:3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동안 다른 노트 앱이 있어서 굳이 에버노트를 사용하진 않았었는데 이 책 읽고 저자도 엄청 권하길래 에버노트 받아봤어요. 신세계더구만요^^ 근데 무료버전이라 그런지 사진 몇장 스캔하니 용량이 다됐다고.... ㅠㅠ

cyrus 2016-01-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의 `공`자도 모르는 학생 = 일단 칠판에 있는 내용 쓰고 보자.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정치인 =
일단 각하 말씀 적고 보자.

두 사람의 공통점 : 적은 내용 다 까먹음

살리미 2016-01-07 19:1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런 공통점이 있었군요.
 
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차를 한잔 마시고 있다.

왠지 힘들었다. 대담 형식의 책인데다가 요즘 내가 가장 관심있는 주제라서 술이라도 한잔 하며 수다떠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볼까 했는데......

읽는 내내 '에효~~~'를 연발했다. 마음을 좀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엄기호와 하지현이 하는 이야기들은 백프로 내가 경험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내가 직접 겪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던 일들. 그리고 그 문제를 통감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대안도 찾아보았지만 결국 불안함에 못이겨 막차에 올라타는 심정으로 동승하게 된 일들.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문제였기에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들여다 본 책이었다.

해결책을 찾았냐고?

물론 해결책은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당신도 나도 이미 알고 있다.

 

물론 이 현실을 아직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나 젊은 부모세대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꼭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현실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우리 486세대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보상이 주어지던 세대였다. 그것이 누가봐도 가장 확실한 성공비법이었다는걸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니 자식의 공부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때 한참 유행하는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헬리콥터맘' '슈퍼맘' 같은 말들이었다. 자녀의 성장단계에 따라 인생 계획을 세워주고 가장 효율적인 매뉴얼대로 실패할 확률들을 걷어내 주는 역할을 하는 엄마가 능력있는 엄마였다.

공부로 확실히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실은 이미 우리 사회가 더이상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 내자식만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치열한 경쟁 속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렇게 효과적인 매뉴얼대로 공부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나? 똑똑한데 자기의 일은 스스로 처리할 줄 모르고 언변은 좋지만 무능하다. 시험문제는 잘 푸는데 삶의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은 형편없고, 남을 품평하는데는 날카로운데 자신을 성찰하는데는 무디다. 공부는 열나게 하지만 삶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공부와 삶은 점점 괴리되어간다. 연애도 인간관계도 학원에서 배운다. 가르칠 수 없는 것들까지 가르치려 하고 누군가 이 힘든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성공을 했다해도 또 바로 그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내고 학원을 차린다. 공부중독이 교육중독이 되고 이제는 뭔가 배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경지에 이르렀다. 강연카페가 유행일만큼 역대 최대 강연을 좋아하는 세대가 되었고, '공부중'이라는 푯말을 들고 무한루프중이다. 머릿속 세계는 완전한데 현실은 불완전해서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정신승리를 한다.

 

예전엔 삶이 단순한 일차방정식처럼 풀렸다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되어 고차방정식이 되었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길이 있다. 그렇지만 이 궤도에서 발을 빼는 순간 삶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혹시 나만 보기좋게 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내가 막차를 타야지. 이 모든게 불합리한 걸 알지만 나까지는 희생하겠다."하는 심정이 되어 발을 못뺀다.

 

우리 모두 문제를 알고 있다면 답은 어디에 있나?

이 책에서 말하는 답도 사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이다.

일단 나부터 이 미친 경쟁에서 발을 빼야한다.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땐 과감히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이미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 미친 드라이브레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많아져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발을 뺄 수 없었나? 더 중요한 해답은 무엇인가?

엄기호는 먼저 학력간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우연히도 어제 한겨레 신문에 강준만의 칼럼이 실렸는데 제목이 <바보야, 문제는 임금격차야!>였다.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라서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주었었는데, 지금 이렇게 해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이나 입시정책을 해결할 문제는 교육제도 개선이 아니라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는 거다. 또 우연하게도 요즘 읽고 있는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도 한국의 불평등은 재산의 차이라기보다는 소득격차에서 비롯한다는 주장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줄어든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모두가 상위 10%를 위해 달려가지 않을 거라는 거다. 

지금도 일부 특성화고는 일반고보다 인기가 높다. 그런데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공부해서 무조건 대학가라' 라는 거란다. 사회에 나와보면 임금격차가 심하다보니 제도가 마련되어도 활성화 될 수 없고 다들 또 대학경쟁에 뛰어들거나 도태되어 각자도생하거나 하는 것이다.

일단 학력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특성화고 같은 직업 중심의 학교가 더 활성화되어야 하며, 직업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이 공부에 대한 계기가 주어지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라도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가능하려면 삶의 안전망이 어느 정도는 구축돼 있어야 한다. 괜히 혼자 멋진척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가는 낙오되어 나만 손해볼 것이라는 두려움을 없애 줄 수 있어야 한다. 좀 실패해도 버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지현교수는 지금의 부모세대들에게 이렇게 꼭 당부하고 싶단다.

"교육에 과잉투자 하지마라. 적정선으로 투자를 해라."

"당신의 미래는 당신의 아이에게 투자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투자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그나마 시간이 좀 있어서 공부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아 보이는 아들에게 미션을 주었다.

신문 읽기와 독서하기. 그리고 매일 청소년수련관에라도 가서 놀 거리를 찾아 기웃거리기.

우리 아들도 공부중독이라 공부하는 걸 아주 싫어하면서도 또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 공부하지 말라는 말이다.

방학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학원으로 뺑뺑이 돌아야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랐으니 아들은 엄마의 미션이 또 이상하기만 하다.

책을 읽고, 나가서 놀라고 하면 시간이 없다 하기 일쑤라 좀 겁을 준다. 너 지금 하는 그 공부는 니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제로가 되는 공부라고. 그때 멘붕을 겪기 싫으면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놀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연히 배우고 싶은게 생겨나니까 그걸 열심히 해보라고. 실패해도 그만큼 경험을 한 거니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엄마는 진심으로 말하지만 아들은 또 의심스럽다. 엄마가 공부를 더 열심히 안하면 학원비를 안대주겠다고 협박하는 건가? 싶다. 그래서 (하기도 싫은) 공부를 해야한다며 꾸역꾸역 학원으로 간다.

우리집도 이렇게 무한루프다. 나도 아들에게 그렇게 말은 하지만 딱히 공부 대신 이 길을 가라 할 만한 대안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 차를 마시는 것이다....(벌써 잔이 싸늘해졌네ㅠㅠ)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1-05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05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히 별개의 책인데요 저는 좀전에 <남성성과 젠더>란 책을 다 읽었거든요. 제가 왜 이 책을 읽은 얘기를 하냐면, 그 책의 마지막 저자가 엄기호 였기 때문이에요. 저도 엄기호씨가 정확한 말을 해줬기에 밑줄 그어놨는데 여기에 오니 오로라님의 글 처음에서 엄기호란 이름을 만나고 또한 백프로 경험한 일들에 대해 말한다셔서요. 저는 페이퍼랑 상관없이 엉뚱한 데서 공감하고 갑니다.

살리미 2016-01-05 19:26   좋아요 1 | URL
ㅎㅎ 엄기호씨가 사회학자답게 사회를 보는 눈이 정확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무래도 애들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나 <단속사회> 읽으며 엄청 공감했었거든요. 이 책도 엄기호씨때문에 질렀고요 ㅎㅎ
<남성성과 젠더>에선 어떤 주장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다락방님 리뷰 기다려야겠어요^^

해피북 2016-01-05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아이가 없는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보면 아이낳기 두려워져요. 제 딴에는 학원 안 보내고 책 읽고 뛰어놀리는게 좋다고 했는데 막상 아이가 교육권 제도내에서는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할까봐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해보기도 하죠. 또 저는 요즘 홈스쿨링도 생각해봤어요. 제 곁에 학교생활에 무지 힘들어하던 아이가 참다참다 미국으로 유학 보내달라고 해서 외동아들을 훌쩍 미국으로 보낸 가정도 있었거든요. 저는 그분처럼 외국에 친척도 없고 보낼 여건도 안되니 `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의 저자 수잔 와이즈 바우어 처럼 홈스쿨링이라도 해야할텐데 그 분야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관련된 서적을 뒤적이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아이를 낳기도 전에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사회. 진짜 진짜 걱정이예요 ㅜㅜ

살리미 2016-01-05 23:05   좋아요 0 | URL
제가 바로 당면한 문제라서 한숨을 쉬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과열양상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인식이 어느정도는 퍼져 있는 듯 합니다. 일단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산층이 무너지면 사교육비가 감당이 안되서 쓸데없는 경쟁구도에서 발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차피 해도 안되더라 하는 인식도 많이 퍼져있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제도가 갖춰질 것인가의 문제겠죠.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을 낙오자로 만들게 아니라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성숙한 사회.... 당장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야겠죠. 정신 잘 차리고 지켜보면서요. 아이 낳기도 전부터 이렇게 고민 하게 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는 분명 아니죠. 너무 늦게 전에 사회적으로 인식들이 모아지고 제도도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너무 불필요한 경쟁이 과해요. ㅠㅠ

지금행복하자 2016-01-05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공감하고 갑니다. 경쟁에서 내려오기엔 부모도 불안하고 아이들도 불안하고.. 인문계는 대학가려고 가는 학교이니 대학가기 싫음 가지말라고 했는데도 공고를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맘 아팠습니다. 지들끼리 공고 나오면 대학나온것 보다 월급이 많이 적다고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론을 냈다고 하면서요~ 그말 듣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도 쉬고... 정말 대학안가려나.. 걱정도 됬거든요~~
이 모순된 이중성을 어쩔건지 ㅜㄴ
어느것을 선택해도 자신이 없어하는 아이들이 짠하고 자신있게 공부하지 마!! 라고 말도 못하는 제 스스로가 밉고.. 제가 바로 그 상황이네요 ~ 읽어봐야겠어요~
오ㅇ늘은 하루종일 피곤한 날이에요 ㅎㅎ

살리미 2016-01-05 23: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아들 고등학교 갈때요. 특성화고도 좋다고, 정말 공부가 하고 싶으면 나중에 공부해도 된다고. 그런데 공부중독사회다보니 애들이 스스로 결단을 못내려요. 특성화고 나와서 오히려 잘 되는 경우도 보면서도 저도 선뜻 결정을 내려주진 못하겠더라고요. 비겁하게 아이에게만 선택하라 하면서도 마음 아팠는데, 그때 딱 기사가 난게, cj 공장이었나...고졸 취업자가 업무에 시달려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아... 우리 사회가 아직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구나 싶어서 어쩔수 없이 또 경쟁의 구도 속으로 들어가야 했죠. 지금도 아이는 힘들어하는데 벗어나진 못해요. 저도 그저 너무 많은 사교육비 지출은 줄여보려고 하는 수준이에요. 그러면서도 과외를 시키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 제가 애 앞길을 망치고 있는 듯 하고.... 에효~ 암튼 악순환입니다.
방학이라 피곤하시죠?? 저도 애들이 집에 있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ㅎㅎ

2016-01-05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중독, 저도 나중에 읽어보고 싶어서 책장에 담았어요.
오로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05 23:18   좋아요 1 | URL
오늘은 괜히 마음 무거운 글을 올려서 분위기가 안좋아졌어요 ㅎㅎ 하지만 이렇게 현실인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니까!! 기운 내려고요^^ 서니데이님도 나중에 꼭 읽어보세요^^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제 해결이 소득격차 해소라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하지만, 임금격차 해소란 것에 다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문제를 임금으로 보면 그냥 기업에 모든 걸 떠넘기는 인상을 줍니다. 걔네들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을 거 같습니다. 기업이 아닌 국가가 소득격차를 줄여줘야 한다고 믿습니다.

살리미 2016-01-05 23:29   좋아요 2 | URL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말은 더이상 시장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같아요. 제가 설명을 생략해버린 부분이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장하성 교수의 책을 보니까요, 우리나라는 임금 격차의 문제가 기업의 문제 즉 시장의 자유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하더라고요. 절대 기업들이 알아서 격차를 줄여주지는 않죠. 그래서 강력한 국가의 개입으로 사회 복지예산만 늘리는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나가는게 보다 시급하고 적극적인 정책이라는 얘기였어요. 지금의 정부는 전혀 그럴 기색이 없어보이는게 문제고, 그러러면 정권 교체가 우선인것 같습니다만^^

AgalmA 2016-01-05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면한 현실에서는 학력간 임금격차 문제가 크지만,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할 시점입니다. 비정규직 보다 더 무서운, 노동시장이 점점 기계화되는 걸 생각하면 개인 간 노동 문제는 앞으로 더욱 각축전이 될 겁니다. 노동의 선택권 자체가 힘들어져요. 위에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인력을 줄이고 이익 창출을 하려는ㅡ비정규직은 수순이었죠ㅡ기업 속성상 기업에게 임금 문제를 맡기긴 힘들고 국가가 사람들에게 보조하는 복지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할 겁니다. 기본소득제가 가장 기초고요. 국가가 세제 혜택 등으로 대기업이 성장도록 하고 또다른 생산 기반을 유치하게 해 노동시장을 활성을 꾀한다? 이건 그냥 눈가리고 아웅식 기대일 뿐입니다. 지르고 다시 되돌리는 토목공사도 결국 일부 층의 이익으로만 돌아가는 식이잖아요. 이제 이런 식으론 노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무립니다.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살리미 2016-01-05 23:43   좋아요 1 | URL
대기업에게 퍼주다 보면 낙수효과가 일어나서 모두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은 이미 거짓이라는 걸 우리가 너무!! 잘!! 경험했잖아요? 그런데도 아직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기업의 규제를 풀어줘야 민생이 안정된다는 논리로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고 말이에요. 그들의 국민은 상위 1% 인가요? 요즘 읽은 책들을 보면 다들 결국 교육의 문제도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만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교육을 교육으로만 푼답시고 입시제도만 들입다 바꿔대는 것은 애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줄 뿐이죠. Agalma님 말씀처럼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해요.
아!! 제발 국민들 모두들 정신 좀 잘 차리고 선거 똑바로 치러야 할텐데... 저는 살인적인 경쟁에 애들을 내몰아놓고 매일 사교육비때문에 허리띠 졸라매고 힘들다고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를 비호하는 인간들이 주변에 있어서 더욱 빡쳐요 ㅠㅠ 자기들의 포지션이 어딘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hnine 2016-01-06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 얘기를 하자면 올해 열여섯살 되었는데 공부 관련 학원은 한군데도 안다니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 가는 기타 선생님께 가는게 전부. 수학학원은 몇달 보내봤는데 별로 효과가 없기에 그만 둔지 한참 되었네요. 그런데 제가 과연 잘 하고 있는건지 저도 자신은 없어요. 자식 교육에 정답이란 없으니까요. 하지현 교수도 적정선으로 투자하라고 했는데 그 적정선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으니까요 ㅠ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서는 사람보다, 경쟁에서 지더라도 상처받지 않는 멘탈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어쩌면 이게 더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살리미 2016-01-06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애들에게 자주 책을 권하게 되는 이유가 이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지치거나 혹은 패배하더라도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래서랍니다. 자존감을 가지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말이죠. 애들이 어렸을땐 얼른 자라면 고민이 없겠다 싶었는데 자랄수록 더 고민이 많아지네요. 우리 세대가 잘 하면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더 아쉬운건 우리 애들이 하고 싶은 거 하려고 않고 공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는거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주변 분위기때문에 그럴텐데 그게 너무 안타까운거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걸 열심히 한다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현실에서는요.
우리 세대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며 경쟁구도로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이젠 제동을 걸고 이런 분위기를 바꿔가야 하는 것이겠죠.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김명호 글.그림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자의 과학 글과 과학자가 아닌 사람의 과학 글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이 책은 한겨레 웹진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하던 김명호 작가가 쓰고 그렸다. 학교 다닐때는 과학을 지극히 싫어하던 정상적인(?) 소년이었지만 나중엔 과학이 좋아서 논문까지 찾아 읽을 정도가 되었고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하는 동안 과학 전공자들 틈에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래선지 과학자들이 모두 김명호 작가를 좋아했고 그의 책을 응원하였다.

과학은 어렵다. 사실 이 책도 만화로 그려져서 이해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간 큰코 다친다. 그렇지만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훨씬 다가가기 쉽다. 적절한 삽화는 독자들에게 이해의 편의를 줄 수 있지만 왠만한 과학책에서 삽화를 찾아보긴 어렵다. 저자들이 삽화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용이 어려우니 웃기는 얘기를 넣자` 란다. 작가가 과학을 만화로 그리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지점이다.

정보를 담은 삽화를 마음껏 넣은 과학책을 만들자!

저자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만화를 잘 그리니 그림으로 풀어주는 과학을 잘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 왠만한 과학자들만큼 많이 읽고 많이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니었으면 접하지도 못했을 이야기들을 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심해의 생물은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압력을 견디며 살 수 있는가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심해를 연구하는 과학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바다나리에 대한 이야기는 그 단순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기나긴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어떤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주제! 유체골격! 부드럽고 가변적이면서도 단단한 골격 못지않게 힘을 발휘하는 유체골격의 대표적인 예가 남자의 음경이다. 민망한 부분이라 학계에서도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다이앤 켈리(Diane Kelly)라는 여성 과학자였다^^ 너무 재밌는 주제라서 (힛!) TED를 찾아보았더니 강연이 하나 있어서 따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암흑속을 비행하는 박쥐의 능력을 밝히기 위한 200년간의 방황을 살펴보는가 하면 얼마전 페북에서 보았던, 사람들을 위해 파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투구게의 속사정도 이 책을 읽으며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내가 과학 전공자도 아니고 과학을 너무 좋아해서 들입다 파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나 실험과 연구의 역사를 듣는 것은 항상 재밌다. 사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과학책으로 읽으라 했으면 몇 번은 포기했을 건데 친절한 저자 덕분에 5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 많은 이론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그림을 그려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을지 느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의 과학글보다 저자의 이 책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고맙다!! 그리고 이런 책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6-01-0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그림이 보완되어져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 받을 수 있겠어요. 이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가 한때는 출판사 이름인줄 알았다는 무식한 사건도 있었지만요 ㅋ 이 장르가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에 많이 활용되었음 좋겠어요.

살리미 2016-01-05 10:23   좋아요 0 | URL
그래픽 노블,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장르에요^^ 외국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아직 다양하지는 못한것 같아요. 그림도 훌륭하지만 내용도 굉장히 충실해요. 과학이 어려운건 텍스트나 그림이나 마찬가지 ㅠㅠ 그래도 훨씬 친절해서 중간에 덮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다는게 어디에요 ㅎㅎ

cyrus 2016-01-0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자의 일대기를 그래픽노블로 만든 책도 있어요. 다윈, 닐스 보어, 파인만 등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 ^^

살리미 2016-01-05 19:03   좋아요 0 | URL
네~ 과학자들의 일대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가보>라고 마르케스의 일대기를 보았고 스피노자도 책으로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픽 노블로 한번 훑었어요.
눈에 띄는 족족 함 읽어볼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