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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김명호 글.그림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과학자의 과학 글과 과학자가 아닌 사람의 과학 글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이 책은 한겨레 웹진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하던 김명호 작가가 쓰고 그렸다. 학교 다닐때는 과학을 지극히 싫어하던 정상적인(?) 소년이었지만 나중엔 과학이 좋아서 논문까지 찾아 읽을 정도가 되었고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하는 동안 과학 전공자들 틈에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래선지 과학자들이 모두 김명호 작가를 좋아했고 그의 책을 응원하였다.
과학은 어렵다. 사실 이 책도 만화로 그려져서 이해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간 큰코 다친다. 그렇지만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훨씬 다가가기 쉽다. 적절한 삽화는 독자들에게 이해의 편의를 줄 수 있지만 왠만한 과학책에서 삽화를 찾아보긴 어렵다. 저자들이 삽화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용이 어려우니 웃기는 얘기를 넣자` 란다. 작가가 과학을 만화로 그리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지점이다.
정보를 담은 삽화를 마음껏 넣은 과학책을 만들자!
저자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만화를 잘 그리니 그림으로 풀어주는 과학을 잘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 왠만한 과학자들만큼 많이 읽고 많이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니었으면 접하지도 못했을 이야기들을 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심해의 생물은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압력을 견디며 살 수 있는가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심해를 연구하는 과학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바다나리에 대한 이야기는 그 단순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기나긴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어떤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주제! 유체골격! 부드럽고 가변적이면서도 단단한 골격 못지않게 힘을 발휘하는 유체골격의 대표적인 예가 남자의 음경이다. 민망한 부분이라 학계에서도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다이앤 켈리(Diane Kelly)라는 여성 과학자였다^^ 너무 재밌는 주제라서 (힛!) TED를 찾아보았더니 강연이 하나 있어서 따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암흑속을 비행하는 박쥐의 능력을 밝히기 위한 200년간의 방황을 살펴보는가 하면 얼마전 페북에서 보았던, 사람들을 위해 파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투구게의 속사정도 이 책을 읽으며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내가 과학 전공자도 아니고 과학을 너무 좋아해서 들입다 파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나 실험과 연구의 역사를 듣는 것은 항상 재밌다. 사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과학책으로 읽으라 했으면 몇 번은 포기했을 건데 친절한 저자 덕분에 5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 많은 이론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그림을 그려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을지 느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의 과학글보다 저자의 이 책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고맙다!! 그리고 이런 책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