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들렀다가 그냥 가기는 섭섭해서 이 책을 펼쳤다. 영화로 보았지만 원작 만화가 있다길래 원작을 보고 싶었던 것.
읽다보니 영화가 원작을 참 충실하게 재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도 정감있고 좋지만 영화의 화면도 참 정갈했다.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내가 식구들에게 만들어 먹이는 음식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코모리에 살고 있지는 않더라도 좀 더 다양한 야채와 자연재료들을 최선을 다해 구해서 자극적이지 않은 소박한 맛에 익숙해져야 했는데....
먹는다는 일에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
그냥 인스턴트로 때우기도 했고, 계속 자극적인 맛에만 길들여지기도 했다. 사실 야채 요리가 더 품이 많이 가고 보관도 신경을 써야해서 자주 고기요리를 밥상에 올려서 아이들이 야채는 잘 안먹고 고기만 좋아하는지 모른다. 안먹으니 더 자주 안하게 되고...
얼마전 <자투리 채소 레시피> 책소개를 보고 나도 좀 응용해봐야겠다 싶었다. 냉장고에 항상 자투리 채소가 굴러다니다가 결국 시들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가 일본 사람이긴 했지만 일본 요리에 야채 조리법이 엄청 발달했다는 걸 깨달았다.
<리틀 포레스트>를 읽으면서도 흙냄새 물씬나는 갓 딴 채소요리나, 한꺼번에 재배되는 채소들을 보관하기 위한 저장요리들을 보며 소박한 자연 밥상은 부지런한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 값진 것임을 깨닫는다.
시골 마을에 산다고 해서 다 마음이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인공 이치코도 도시 생활을 하다 다시 코모리로 돌아왔지만 여기 정착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 파란 빛과 먹구름으로 반씩 갈라진 하늘처럼.
그래도 내겐 그렇게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그날의 먹을 것을 정성껏 준비하는 이치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다. 아마도 이치코의 엄마가 편지에 썼던 말에 깊이 공감이 되기 때문일거다.
˝무언가 실패를 하고 지금까지의 내 자신을 되돌아볼때마다 난 항상 같은 일로 실패를 하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곳을 뱅글뱅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울해지고......
하지만 난 경험을 많이 해봤으니까 그게 실패건 성공이건 완전히 같은 장소를 헤매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 생각했어. 맞은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했을 거야. 그럼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근데 그것보다도 인간은 `나선` 그 자체일지도 몰라. 같은 곳에서 뱅글뱅글 돌면서 그래도 뭔가 있을때마다 위로도 아래로도 자랄수 있고, 물론 옆으로도...
내가 그리는 원도 차츰 크게 부풀고 그렇게 조금씩 `나선`은 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더 힘을 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년에 이치코가 코모리에 계속 있게 될지는 알수 없지만... 코모리에서의 생활에서 이치코는 분명 인생을 헤쳐갈 힘을 얻었을 거다. 그게 자연이 주는, 건강한 삼시세끼가 주는 힘인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