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요즘 이 단어의 뜻이 바뀌었다.
수첩공주라 불리던 대통령이 취임하고나서 국무회의에서는 서로 얼굴을 보고 토론하는 장면은 사라지고 모두들 고개 숙이고 뭔가를 적고 있다.
대통령이 말씀하시는데 받아적지 않고 쳐다보고 있다가는 ˝지금 적지 않고 뭐하는 거죠?˝ 하는 눈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뭐라도 적어야 한다. 적는 자! 살아남으리니!

물론 이 책은 그런 메모를 하라는 책은 아니다^^
다만 메모습관이라 하니 적자생존이라는 말부터 떠올라서 처음부터 헛소리를 조금 해봤다.

나도 메모 좀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 읽고나니 어디가서 명함도 못내밀겠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꼼꼼하게 정리하거나 철저하게 자료조사같은거 하지 못한다. 역시 그런 일은 뭔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가능한데 (저자는 이런 메모들을 바탕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나는 애당초 절박함이 없는 사람이다보니 늘 뭔가 하긴 하는데 결정적이지 못해.... ㅠㅠ

책을 읽고나서는 물론이거니와 세미나를 하고나서도, 팟캐스트를 듣고도, 페이스북을 보다가도, 웹서핑을 하다가도 늘 메모를 하는 저자는 사실 메모 습관의 힘이란 것은 결국 글을 잘 쓰기 위한 것이란 말을 하고 싶은 듯 하다. 요즘같은 소통의 시대에 인터넷에 꾸준히 좋은 글을 올리다보면 분명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니 메모는 메모로 존재할때가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거듭날 때 의미있는 것이다.(아... 메모하고 나서 한번도 거들떠 보지 않은 내 노트들 어쩔...)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블로그 글 한편을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굉장하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니 좋은 글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 아무 준비도 없이, 얼개따위도 없이, 고치는 과정도 없이... 좋게 말해 `일필휘지`로 써대는 내 글은..... ㅠㅠ
읽는 분들께 미안할 지경이다. (그동안 제가 쓴 건 글이 아닙니다. 그냥 메모에요 ....)


그래도 공개된 곳에 글을 써봐야 글쓰기가 는다는 말은 백프로 공감한다. 나도 예전에 책을 읽고 나면 노트에 한줄이라도 감상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혼자 보는 거다보니 귀찮으면 생략하기 일쑤였다. 전혀 늘지 않을 뿐 아니라 작심삼일!
이곳 알라딘에 글을 올리면서부터는 그래도 남들이 본다는 생각에 글에 책임감도 생기고 책을 읽고나면 좋든 싫든 꼬박꼬박 올리게 된다. 이런게 <청중효과>라는데 나도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그리고 글을 많이 써보는 게 분명 좋은 경험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니 국무회의실에서 눈치보며 메모만 하시는 분들...
메모는 활용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대요.
그 메모를 자기 성찰의 도구로 사용할 줄 알아야 삶이 바뀌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강추합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6-01-07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책을 읽다보면 꼭 읽히고픈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죠 ㅋㅋ저자분이 정말 대단한 노력이고 정성으로 습관의 힘을 만드셨더라고요. 그 습관을 만드는 끈기 좀 배우고 싶은 한 해 입니다^~^

살리미 2016-01-07 09:23   좋아요 0 | URL
메모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시다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많이 배웠어요^^ 의외로 페이스북 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해결되기도 했고요. 저도 좀 그렇게 끈기와 열정을 배우고 싶습니다만...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1-0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록이 큰 힘을 갖는건 사실인데...
그래서 기록을 해야한다고 하는데.... 끄적끄적 수준의 저는 올려주신 사진만 봐도 머리 아파~~~~~~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ㅎ
워낙 제가 어수선한 사람이라서요 ㅎㅎ

살리미 2016-01-07 09:26   좋아요 0 | URL
저도 절대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는..... ㅎㅎ
그 꼼꼼한 메모며 자료조사들로 빛나는 글들이 나오는 걸 보니 부럽기도 했지만 오~ 역시 파워블로거는 다르군.... 이 정도에서 그쳐야지요 ㅋㅋ

CREBBP 2016-01-07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늘 메모 습관을 들여야지 들여야지 하면서 공책을 서너 페이지만 쓰면 흐지브지하게 되더라구요.
에버노트 굿!!!! 목소리나 사진 뭐 모든 걸 다 노트 하나에 다 때려넣으면 되고, 바로 서버에 업로드 되니까 아무데서나 꺼내볼 수 있고..

살리미 2016-01-07 15:34   좋아요 0 | URL
저는 그동안 다른 노트 앱이 있어서 굳이 에버노트를 사용하진 않았었는데 이 책 읽고 저자도 엄청 권하길래 에버노트 받아봤어요. 신세계더구만요^^ 근데 무료버전이라 그런지 사진 몇장 스캔하니 용량이 다됐다고.... ㅠㅠ

cyrus 2016-01-07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의 `공`자도 모르는 학생 = 일단 칠판에 있는 내용 쓰고 보자.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정치인 =
일단 각하 말씀 적고 보자.

두 사람의 공통점 : 적은 내용 다 까먹음

살리미 2016-01-07 19:15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런 공통점이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