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뉴스에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벽에 붙은 벽보를 보면서도 한번도 실감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개표 방송을 보면서도, 그저 참담한 기분이었어도. 진짜 같지 않았다. 어제야, 거리를 걸어가다가 박근혜의 플랭카드를 보고서야 실감이 나더라. 아. 역사교사로서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는 교단에서 유신에 대해, 그리고 오늘에 대해 아이들과 어떻게 눈을 맞추어야 할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서, 학교에서는 금성교과서 선정 문제로 일대 파란이 일었었다. 이미 역사 교사들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했고, 수년간 학교 현장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어 온 교과서를, 몇 개의 단어를 꼬투리 삼아 이념의 붉은 색을 칠하고 손도 댈 수 없이 불온한 것인양 몰아붙였다. 너무나 어이가 없는 일이라 처음엔 웃어넘길 정도였는데, 그게 어느새 엄청나게 심각한 일인 양 꾸며져서는 매일매일 역사교사들이 불려가 마치 전향서를 강요하는 듯한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 때 불시에 개최된 운영위원회 소식을 듣고, 억지로 밀고 들어갔던 운영위원회실의 그 날선 분위기. 교과서에 온통 메모딱지를 붙여 연구해 온 운영위원들과, 체념한 교사위원들과, 눈에 힘을 주고 있는 관리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당연해서 말도 안되는 항변을 하고 나온 우리는. 아,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 이런 거구나. 이명박 시대는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했다. 결국 교과서가 바뀌고, 우리는 다른 학교로 내신을 냈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안간힘과 체념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곳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유신의 딸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경제 논리 앞에서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세상에. 교과서에 버젓이 써있는데. 근현대사를 배우고 난 아이들이 이렇게 묻겠지. 그런데 선생님. 어른들은 어떻게 박정희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 줄 수 있는거예요?
한.번.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미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뉴스에서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벽에 붙은 벽보를 보면서도 한번도 실감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개표 방송을 보면서도, 그저 참담한 기분이었어도. 진짜 같지 않았다.
어제야, 거리를 걸어가다가 박근혜의 플랭카드를 보고서야 실감이 나더라.
아. 역사교사로서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는 교단에서 유신에 대해, 그리고 오늘에 대해 아이들과 어떻게 눈을 맞추어야 할까.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서, 학교에서는 금성교과서 선정 문제로 일대 파란이 일었었다.
이미 역사 교사들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했고, 수년간 학교 현장에서 아무 문제없이 사용되어 온 교과서를,
몇 개의 단어를 꼬투리 삼아 이념의 붉은 색을 칠하고 손도 댈 수 없이 불온한 것인양 몰아붙였다.
너무나 어이가 없는 일이라 처음엔 웃어넘길 정도였는데,
그게 어느새 엄청나게 심각한 일인 양 꾸며져서는 매일매일 역사교사들이 불려가 마치 전향서를 강요하는 듯한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 때 불시에 개최된 운영위원회 소식을 듣고, 억지로 밀고 들어갔던 운영위원회실의 그 날선 분위기.
교과서에 온통 메모딱지를 붙여 연구해 온 운영위원들과, 체념한 교사위원들과, 눈에 힘을 주고 있는 관리자들 사이에서. 너무나 당연해서 말도 안되는 항변을 하고 나온 우리는.
아,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 이런 거구나. 이명박 시대는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했다.
결국 교과서가 바뀌고, 우리는 다른 학교로 내신을 냈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안간힘과 체념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곳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유신의 딸의 대통령이 되었다고?
경제 논리 앞에서 민주와 반민주의 대결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한다고?
세상에. 교과서에 버젓이 써있는데.
근현대사를 배우고 난 아이들이 이렇게 묻겠지.
그런데 선생님. 어른들은 어떻게 박정희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 줄 수 있는거예요?
이런 뻔한 노랫말의 발라드 진~~짜 싫어하는데, 이상하다. 헤르쯔 아날로그 앞에선 그냥 무장해제.
에이, 뭐야. 너무 좋잖아!!!들을 음반이 얼마나 많은데, 9와 숫자들만 계속 듣고 있잖아.
가사는 왜 이런거야. 책 읽듯이 계속 읽고 또 듣고, 읽고. 듣고 읽고, 생각하고, 읽고 듣고. 멍하니 있다가 또 듣고, 읽고. ....
길모퉁이엔 꽈리를 튼 괴로움이 나를 기다려.
타박타박 스치던 어느 사이 내 발목을 힘껏 물어대고
지난 계절에 오해와 차이인 줄로만 알았고
핑계와 침묵으로만 대했던 헐벗은 추억이 솟아나
반가운 음반들이 많이 나왔다. 천천히 곱씹어서 들어야지.
첫번째 아이들은, 9와 숫자들.
나는 이 사람들 목소리와 음악을 들으면
왠지 돈없고 시시껄렁했던 20대 때의 가볍지 않은 고민 같은 맛이 나서 좋다.
묘하게 중독되는 테테의 음악.일하기 전에 일단 음악을 먼저 틀고,
한글 문서 파일을 연다. 하얀 화면 위 반짝이는 커서가 어서 날 채워달라고 말한다.
오냐, 오늘도 열심히 채워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