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후반부에 흐르는 기타 연주는 들을 때마다 감동적이다.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가도 순간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기타.

기타 리프를 먼저 완성하고 노래를 만들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남몰래 고백하는데, 노래 못하는 남자 가수에 대한 로망이 있다.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에게. 이런 목소리로 가수를 한다고... 하는 소리를들을 법한.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딱 어울리는 곡을 지어서,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이야기를 가지고,

정성껏 한음한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마도 연애할 때 창덕궁을 지나 창경궁 근처까지 걷는 늘 오가는 길에서

남편이 떨리는 목소리로 불러주던 노래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여튼, 인디 쪽에는 제법 그런 싱어송라이터들이 있다.

하긴, 인디에서 시작한 거니까 그게 가능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인디가 좋은 건가 싶기도 하다.

 

이 곡을 듣고는 너무 좋아서, 이런저런 라이브 영상을 돌려보다가,

피식하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순진무구한 얼굴에 불안한 호흡으로 허겁지겁 노래를 끝내고는 기타 연주까지 하느라고.

보는 아줌마 입장에서는 차라리 귀엽다 할 만한 모습이었는데,   

이게 또 일년 뒤 영상에서는 훨씬 들을만해져 있고,

그 뒤에 내는 곡들도 제법 괜찮은 곡들이라, 계속 응원하고 있다.

잘 커라. 이준형. 쑥쑥 커라. 이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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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비 오는 날 들어야 하는 위아더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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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휴일이 껴있어 더 좋은 아침.

 

출근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망초 꽃을 하나 꺾어다 작은 유리병에 꽂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꽃병 위에 활짝 핀 예쁜 계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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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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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기대없이 집어든 책이 너무 좋아서, 무엇이 이렇게 좋은 건가 하며 한참을 들여다보고 다시 또 들춰보곤 했다.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인문학도로서, 천문학은 문학과 비슷한 거라고 혼자 생각하곤 했다. 어디까지가 과학이고 어디부터가 문학인지 경계를 도통 지을 수 없는 학문. 다양한 심도를 가진 까만 밤하늘에 점점히 흩뿌려진 별을 보는 일. 그 별들을 이어 별자리 이름을 붙이고, 계속 모양이 바뀌는 달의 궤적을 쫒으며 그 뒷면을 생각하는 일은 문학의 영역이라고, 암 그렇고말고, 했다. 전형적인 수도권 위성도시, 공업단지도 껴안고 있는 이 공해도시에서도 초저녁 금성이 반짝이고, 맨눈으로도 여름이면 베가의 대삼각형이 찾아졌다. 서쪽으로 뻗은 큰 대로의 횡단보도를 걷다가 보라색으로 물드는 숨막히는 노을을 보면 나는 이 우주의 작은 먼지라는 게 매번 실감되곤 했다. 천체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를 처음 봤을 때의 경이로움, 깜깜한 하늘에 선명하게 박힌 눈썹달의  감동. 천문학이란 나에겐 이런 것이었다. 과학 시간에 배웠던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들은 나의 영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존중할만한 어떤 멋진 세계였다. 이런 나의 환상과 망상과 기대와 요구에 딱 들어맞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좋았나 보다. 

  비정규직 연구원 일상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고, 애엄마 과학자의 삶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도 눈물나게 좋았다. 학문의 즐거움, 지루한 연구의 나날들을 쌓아 자기의 주장을 만들어가는 학문의 과정도 무척 반가웠다. 많이 읽고 많이 썼으며 또 무수히 고쳐썼을 그녀의 단정한 문장도 쓰다듬어 주고 싶을 만큼 예뼜다. 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았다는 이야기이다. 필사를 해둔 대목도 꽤 되는데, 특히 <3부. 아주 짧은 천문학 수업>도 앎의 즐거움을 주어 각별했다. 내가 태어날 무렵 지구를 떠난 보이저 1,2호가 씩씩하게 여행을 계속하듯이, 그녀도 그녀의 자리에서 당당하게, 나도 나의 자리에서 꿋꿋하게. 각자의 궤도를 돌아 행복한 랑데부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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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4-3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에요. 여러분들의 리뷰 보면서 봐? 말아? 하면서 망설이고만 있었는데 읽겠습니다. ^^

애쉬 2021-04-30 10:42   좋아요 0 | URL
저는 자연과학자들이 지루하고 똑같아 보이는 연구를 매일매일 관찰하고 기록해서 작은 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인문학 연구도 그렇긴 하지만, 자연과학은 더 미지의 세계라 더 로망이 있는 걸까요... 하여튼 좋아요~
 

 

문학소년, 문학소녀에게

 

'넌 무슨 책을 좋아해?'

이제는 멸종해버린 질문.

 

'대답하진 못했지만 우린 알고 있었어

그것은 대단히 거창한 푸념일 뿐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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