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매튜 스커더를 다시 만났다.
오랫동안 찾아다니다가 구하게 됐는데, 책장을 한 장 여는 순간,
이제는 술을 완전히 끊은 듯 보이는 매튜를 보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 이 도시에 돌아왔구나 하는 속상하고 쓰린 마음.
이 빌어먹을 도시는 지난번 이야기보다 더 악독하고 비열해졌다.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더 기를 쓰고, 사는 방법들을 찾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기를.

p.s. 마치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인듯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의 내용이나 등장인물이 종종 등장하는데, 역시 시리즈를 보는 맛은 이런 거지. 아는 척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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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트 스커더가 또 나온다니 기대중입니다^^

애쉬 2006-09-0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또 나와요? 어디서요?

물만두 2006-09-0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금가지에서요.

애쉬 2006-09-0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네요. 방금 밀클에 가서 찾아 보고 왔어요. <백정들의 미사> 바로 다음 편이네요. 와~ 엄청 잘됐네요. 시리즈 다 나왔으면 좋겠다~
 

 

 

 


제목이라던가, 책의 겉모습이라던가가 왠지 모르게 어설픈 느낌이 있어서 망설여졌는데,
북유럽 작가라 과감하게 집어들었다.
스웨덴 작가인 헤닝 만켈의 글에서 느껴지는 서늘하고 사려깊은 느낌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낯선 이름과 지명들에서 오는 신선함도 좋고,
묘한 언어의 뉘앙스도 재밌어서 북유럽권 작가들의 작품들은 무턱대고 믿는 경향이 좀 있는데, 이번 책 역시 그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140여 페이지를 읽었는데, 아직은 어떻게 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괜히 책 겉장에 씌인 광고문구를 보는 바람에 조금 바람이 빠져버려서 아직까지는 뭔가 궤도에 오르지 못한 느낌이다.
천천히 기다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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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5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수요일쯤 주문할 생각입니다. 이거 시리즌데 하는 아쉬움이 더 커요.

애쉬 2006-09-0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시리즈예요? 그렇구나. 다음 편까지는 안나와주겠죠? ㅜ.ㅜ
 
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책장을 넘기기가 망설여졌다. 들여다봐선 안될 것을 보고만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에 지나치게 동화되는 나같은 독자에겐, 이 소녀들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비밀스러운 듯 했다. 아니나다를까, 첫페이지에서 마리코는 작은 열쇠가 달린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일기장에 달린 자물쇠는 마음만 먹으면 단 한 번의 충격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 조악한 물건이었지만 소녀들은 그 작고 허술한 장치에 자신의 비밀을 맡겼다. 다른 누군가가 읽으면 부끄러워 죽고 싶을 일기장. 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멋진 누군가가 읽어주었으면 하는 일기장. (12)
그래, 그 일기장을 펼쳐 본 느낌이었다. 이토록 조심스럽고 은밀하며, 때로는 급박하고 간절한 이야기를 봐버린 느낌. 흘끗 들여다 보았을 뿐인데 더이상 발을 빼지 못할 것처럼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그들만의 비밀 이야기에 은근슬쩍 나를 포함시켜 버렸다. 나는 훔쳐보는 사람이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 증인이 되어 버렸다.
이야기는 세 소녀의 입장에서 진행되는데, (아니, 사실은 네 소녀지만) 세번째로 이야기를 하는 소녀 마오코의 입장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사건과는 상관없는 제삼자, 가까이에서 끝을 지켜봐줄 사람. (258)

이 소년 소녀들에게는 어른이 되기 전에 밝히고 가야만 하는 비밀이 있다. 누구든 그렇지 않으랴. 그것은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하며 은근슬쩍 펼쳐보여질 때도 있고, 혼자서 납득이 갈 때까지 몇번이고 곱씹다가 너덜너덜 헤져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이들처럼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서 늘 서로를 감시하고 옭아매다가 상처를 헤집어야만 풀리는 것들도 있다.
그들은 어린 시절 어느 여름 모두 무언가에 가담했다. 그들의 경험은 매우 단편적인 거라서, 정확한 시작과 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끊임없이 마음에 짐을 지며 살아왔다. 누구하나 쉽게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하고 상처는 제멋대로 썩어들어갔다. 가끔씩 상대를 원망하고 의심하는 게 오히려 마음편하기도 했으나, 그러한 원망의 한켠엔 죄책감이 있다는 걸 모두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이 여름이 왔다. 이 여름, 학교 축제가 끝나고 나면 그들은 졸업을 해야만 할 터이고, 그러면 영영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모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매끄럽게 해결되지 않았지만, 모두들 죄책감과 원망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걸 공감하게 되면서 상처는 서서히 녹는 듯 했다. 정작 진실이 무엇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진실이 무엇인지 밝히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뛰놀던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되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면 정말 그들이 천사처럼 아름답게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제 모든 문제는 해결된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여름축제도 막을 내렸다. 그 소년 소녀들은 굽이치는 강가에서 천사같던 한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도 이제는 어른이 되겠지, 유년의 상처를 보듬어 안은 채 서로의 모습을 닮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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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조심스러운 기분이다.
그녀의 소설은 뭔가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비밀스럽고 보드라운 속살을 들여다본 것처럼,
조심스럽고 농밀한 느낌.
게다가 여고생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라니. 숨을 훅하고 멈추게 만든다.

이야기는 세 여고생의 입장에서 하나씩 하나씩 풀려가는데,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요시노의 부분이다.
이미 마리코의 첫 이야기에서 놀라버려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런지 두근두근하다.
사실은, 알고 싶지 않은 마음도 반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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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레이 1
켄 그림우드 지음 / 프리미엄북스 / 1996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만화같은 설정이다.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는 것, 계속해서 18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것.
터무니없는 설정이라고 코웃음마저 쳤던 건 그것이 기막히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젊은 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가 실수를 만회하고 기회를 이용할 수 있는 건, 너무 좋은 거잖아. 결별 직전의 아내와도 이번엔 행복할 수 있고, 궁상맞은 월급쟁이 생활도 벗어날 수 있고, 미녀를 옆에 끼고 돈을 뿌리며 살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세계 곳곳의 비경을 보여 줄 수도 있으니.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잖아, 실수는 몇번이고 만화할 수 있으니.

풋, 음... 정말이지 내 생각은 왜 이렇게 유아적인 수준인 걸까. 왜 이렇게 단편적인 거야.
계속해서 다시 태어난다는 건 계속해서 죽는다는 거라는 걸, 계속해서 뭔가 이룬다는 건 계속해서 뭔가 잃는다는 의미인 걸. 제프가 3번째로 삶을 되풀이할 때 즈음에야 알 수 있었다. 그가 운명을 저주하고 신을 원망하며 통곡을 할 때에야 비로소 그가 너무나 가엾고 측은했다.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마다 딸을 잃었고 아내를 잃었고 친구를 잃었으며, 부를 잃었고 명예를 잃었고 신뢰를 잃었다. 그가 얻었던 많은 것들은 새로운 인생으로 눈을 뜨게 되는 순간 한줌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 나갔다. 그는 언제나 새로 시작해야 했으며, 더군다나 그 출발점은 점점 그에게 불리해져 갔다. 그것은 흡사 게임과도 비슷했다. 그가 얼마나 희망을 가지고 버틸 수 있는지, 그가 언제까지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지 그 무언가가 계속해서 그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리플레이되는 제프의 삶이 신의 뜻이라면 그 신은 가장 잔인한 신일 것이며, 그것이 제프의 운명이라면 그 운명은 가장 잔혹한 운명이 될 터였다. 그냥 실수하며 평생을 후회하고 살지언정 나는 결코 리플레이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제프도 처음엔 희망에 부풀어 온갖 낙관적인 상상에 휩싸였으리라. 이 책을 읽으며 퇴근하는 길에 나도 다음 생에선 스페인어를 전공해야겠다, 다음 생에선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나가 살아야지, 다음 생에선 출판쪽일을 해보고싶다며 별별 생각을 꽤나 진지하게 할 정도였으니, 제프는 어땠을지 대강은 짐작이 간다.
모든 것이 흐트러진 것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이 있기 직전부터였다. 그의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모든 것은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인류의 많은 비극적인 사건들을 몇번이고 봐야만했던 그의 참담한 기분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가 어찌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도 있다는 것,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는 일들도 많다는 걸 알게된 순간의 그 참담함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제 과거는 예측불허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사실들로만 가득찬 세상, 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차라리 미래였다.
무엇 하나 그의 의지대로 되어가지 않았다. 세상을 구원하고자 한 그의 의지는 오히려 세상을 절망으로 쳐박는 듯 했고, 동지를 만나고 싶던 그의 의지는 미치광이만을 보게했다. 사랑하던 여인은 그를 오해하기도 했다. 무한반복될 것 같던 그의 리플레이는 천천히 그의 자만과 욕망을 침식해갔다.

그럼에도 제프가 생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는 건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 그가 허무주의에 허우적대지 않았다는 것 또한 너무나 감탄스러운 일이다. 나는 이렇게 단 한번의 생에도 재미가 없고 허무해 질 때가 많은데 말야.
반복되는 삶에서 모든 것을 마모시키고, 무엇에도 깨지지 않을 본질적인 것만을 남겼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 본질적인 것은 역시나 사랑? 제프처럼 본질만을 정제해서 살 수 없는 나로서는 뿌옇고 거칠게 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과거는 또다른 미래이듯이 미래 또한 또다른 과거일 뿐이라면, 또다른 가능성 앞에 놓여진 제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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