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는 나
곽준식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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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간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자신을 형성하는 선택이 있는 가하면 어떤 말로 대화를 할 것인지 관계에 관한 선택도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는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의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선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이 접하게 되는 정보에 따라 다르다는 거지요. 그리고 선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니 바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선택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선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 '선택받는 나'가 설명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선택을 하게 하는 힘과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길 말입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서는 자기계발서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니 선택을 좌우하게하는 힘을 설명하는 심리학과 경제학이 섞인 책에 가깝습니다.

설명방식은 이렇습니다. 먼저 3초의 선택이라는 문제 두 세가지를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하나는 100달러를 주고 미시간주를 가는 것을 예약하고, 또 하나는 50달러를 주고 위스콘신 주를 가는 것을 예약했다고 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두 여행의 시기가 겹쳐서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둘 다 환불은 불가능하구요. 그리고 여행의 즐거움은 100달러를 지불한 미시간주보다 50달러를 지불한 위스콘신 주 여행이 더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 경우 두 가지의 경우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나고 묻습니다. 이 문제를 통해서 그 주제를 설명하는 거지요.

이 문제는 매몰비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전에 경제학 도서에서 본 기억이 나더군요. 환불이 불가능한 경우의 비용, 이미 사용한 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하고 매몰비용이 발생한 두 가지 상황의 경우 이미 돈은 되찾을 수 없으니 두 가지 상황 중에서 즐거움이 큰 쪽을 선택하라는 겁니다. 허나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100달러를 지불한 미시간주 여행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이미 지불한 비용인데도 그 쪽에 지불한 비용이 더 크니까 심리적 손실을 줄이려 한다는 겁니다. 이게 비합리적 선택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눈보라가 치는 날 스포츠 경기를 예매해뒀고 한 쪽은 돈을 지불한 경우고 한 쪽은 공짜로 티켓을 받은 것이라면 어느 쪽이 더 눈보라를 헤치고 경기를 보러 가겠냐는 겁니다. 당연히 돈을 지불한 경우구요. 심리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매몰비용인 것은 신경쓰지않고 비합리적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책에는 14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어도 그 외에도 선택을 좌우하는 것에 닻 내림 효과, 언팩킹 효과, 유인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구요. 각 장마다 3초의 선택이라는 문제를 통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어떤 선택을 할 지 생각 해보게 합니다. 자신이 생각해본 문제라 그런지 그 설명도 재밌게 술술 읽히더군요.

그리고 14개 장의 설명이 끝이 나면 각 문제를 다시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그 내용을 보여줍니다. 그게 또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 비슷하게 혹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선택하고 대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앞서 읽은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한층 책이 재밌게 느껴졌구요.

마지막 부분은 짤막하게 선택의 순간 생각해볼 것과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덧붙여 있습니다. 이 부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했는데 그 점은 약간 아쉬웠네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점이 좋았구요. 책의 흥미가 떨어지지 않게 3초의 선택이라고 문제를 제시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선택을 좌우하는 힘을 알려준 '선택받는 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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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블루 - 그녀가 행복해지는 법 101
송추향 지음 / 갤리온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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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것은 꽤나 애매모호한 개념입니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개인이 주관적으로 행복하다 그렇지 않다를 나누게 됩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부러울 것이 없는 부자도 불행하고 가난해서 먹고 살기에 바쁜데도 행복한 경우가 생겨납니다.

그래서 이 책 '메이드 인 블루'가 더 궁금했습니다. 소제목이 '그녀가 행복해지는 법 101'이라서요. 제목만 보고서 대충 행복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도 그리 틀린 것은 아니지만 파란색의 딱딱한 표지의 책을 넘기면 각 주제에 맞춰서 사진과 글이 짤막하게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독특하면서 인상적인 데가 있습니다. 이 책은 대충 행복은 이러한 것이다를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너무나 주관적인 그리고 너무나 개인적인 내용의 행복과 생각이 담겨있고 저자가 말하는 행복은 어둠 속에서 피어나기 시작한 꽃이라는 느낌이 있어서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라 일명 '그녀'의 이야기에서 책이 시작됩니다. 시작하는 이야기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하다'의 첫 줄은 이렇습니다. '여기, 결혼 생활 내내 남편에게 욕설과 위압적인 태도에 시달리다가 문자 그대로 '하루아침에' 오른쪽 귀가 멀고, 아이 낳은 지 석 달 만에 살이 30킬로그램 넘게 빠져버려 배만 볼록 나오고 엉덩이는 하나도 없는 난민 같은 몸으로 한 팔에는 젖먹이 아이를 달래고, 한 팔로는 끼니때마다 위장이 상한 남편 먹일 죽을 달이며 지내는 한 여인, '그녀'가 있다.' 이 한 문장을 읽고 순간 멍해졌습니다.

책의 내용이 예상과 많이 달랐던 탓도 있지만 이 한 문장이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라는 점이지요. 심지어 바로 이 '그녀'가 저자라는 점이 가장 충격이었구요. 너무 잔혹하고 너무 슬퍼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편의 연이은 폭력을 참다가 더 이상 몸이 견디질 못해서 한 쪽 귀가 멀어버리고 어느 날 이혼을 결심했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은 아이를 위해 못 할일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하고 나이 마흔에 월세라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홀로서는 모습이 오히려 기쁘게 느껴졌구요. 아무리 그 때보다 못하랴 싶어서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도리어 너랑만 있다 오면 아이가 아프다고 한다는 부분이나 아이를 두고 나오지 않으면 이혼해주지 않는다고 엄포를 놓은 전남편의 이야기 부분에서는 울컥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 책은 감정을 이입하게 하는 책은 아닙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쏟아놓은 것 같은 책이라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면서 그 감정을 흘려버리게 되거든요. 그 감정과 생각 속에 파묻혀 있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하고 자신이 가진 행복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도 저자가 처한 상황이 극단적인데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동조를 하게 하더군요.

사실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여성, 그것도 본인의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하고 그 제목을 '이미 당신은 충분히 행복하다'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데가 있습니다. 상대적 행복이랄까요. 극단적인 상황에 있는 사람보다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형적이라는 것은 대체로 효과가 있기에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자신의 행복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자신의 불행을 계속 되뇌는 책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불행했던 순간에서 시작했지만 그 와중에 낳은 딸을 가장 잘한 일이라고 단언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사는 즐거움을 말하기도 합니다. 힘들지만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 여러 가지 생각이 한 장의 사진과 어우러져서 흘러가는 것은 꽤 마음에 들었구요.

행복도 모호하지만 이 책도 모호한 데가 있습니다. 자기계발서처럼 딱 잘라 어느 부분을 지적하지도 않고 글 자체도 이것이 산문인지 시인지 모호하구요. 그저 흘러가는 순간의 단상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반적 분위기는 우울했지만 그 와중에 말하는 행복이 더 빛나보였습니다. 행복에 대한 짧은 단상 '메이드 인 블루' 인상적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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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성보다 내 인생이 더 좋다 - 서른한 살 젊은 청년 우재오의 좌충우돌 인생 도전기
우재오 지음 / 다산북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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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어느 묘비에 '살다가 죽었다'라고 적혀 있다해도 그게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백 페이지의 책에도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백 년 가량 사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겠습니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 '나는 삼성보다 내 인생이 더 좋다'에도 한 사람과 주변 사람들의 독특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자는 삼성계열사인 제일모직에서 빈폴옴므 패션 MD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일이 맞지 않는 옷 처럼 불편했다고 하구요. 1년간의 고민 그리고 3년만의 퇴사, 이 부분부터 이미 놀라게 되더군요.

사실 한 기업체보다 자신의 인생이 좋다는 제목은 당연한 것입니다. 단 한번 뿐인 자신의 인생과 한 기업체는 비교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것이 설사 세계적 기업이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삼성이라는 이름의 가치가 그런 생각을 잠시 접어두게 하더군요. 여러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삼성은 대한민국 대표기업이고 그만큼 사원을 대우해주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안정적 생활의 상징인 셈이지요. 물론 그 안정적 생활은 하루하루가 지쳐가는 피로한 생활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에 다닌다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 부모님이 흐뭇해하신다는 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이런 것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서 선뜻 퇴사를 결심하지 못하고 1년이 흘렀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럴 법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감하게 되었구요. 오히려 1년간의 장고 끝에 퇴사를 결심하고 불안하지만 새로운 미래에 첫 발을 내딪는 장면에서는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보통 사람이 꿈을 쫓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입니다. 시도하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두려움이 크니까요. 그런데 그 것을 실행한 용기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작에 불과했구요. 저자는 3년 동안 모은 오천만원을 가지고 사업을 결심합니다. 오천만원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입니다. 그래서 사업 아이템에 고심하던 중 그가 고른 것은 문화카페였습니다. 허나 비용이 문제였지요. 그러다 생각하게 된 것이 우리나라에서 안 된다면 외국에서 하면 어떨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기발한 생각과 배짱으로 저자는 캐나다로 향합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실행은 난항을 겪고 이번에는 다른 사업에 도전하게 됩니다.

소제목에 좌충우돌 인생 도전기라고 되어 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파란만장할 거라고는 예상 못해서 놀란 부분이 많았습니다. 많은 자서전에는 성공기가 담겨 있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전기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인생 중 몇 년 만을 담은 것이라 아직 현재진행형이거든요. 삼성입사 와 퇴사, 문화카페를 열기 위한 캐나다행, 뛰어난 프로그램의 어학원 창업 그리고 지금까지.

단 몇 년의 이야기지만 용감한 사람의 몇 년을 담은 이야기라 웃게 되는 부분도, 감탄하게 되는 부분도, 놀라게 되는 부분도 많은 편입니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이입하게 되어서 마치 제가 주인공인냥 함께 걱정하고 기뻐하게 되구요.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이 책이 한 명의 보통 사람의 자서전이라기보다 '용사가 등장하는 동화'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단지 마왕을 물리치는 용사가 아니라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을 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요.

현실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꿈을 현실로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용감하다는 생각을 했구요. 풍차를 향해 달리는 돈키호테가 아니라 자신이 투자하려는 사업의 재무 상태를 명확히 점검해서 위험한 상황을 피할 줄 아는 영리함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라 더 좋았어요. 더구나 이야기의 끝은 책을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해피엔딩이라 흐뭇했구요. 어학원에 관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요.

꿈꾸는 자를 위한 도전기 '나는 삼성보다 내 인생이 더 좋다' 재밌게 읽었구요. 사람의 인생은 길고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한 저자의 도전기가 다시 나온다면 그 때는 그 도전기도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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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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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 번쯤 이상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마련입니다. 삶에 지쳐서도 그럴 수도 있고 각박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삶은 길어야 백년, 그 속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인생이 허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깨끗한 자연 속에서의 평안한 삶을 꿈꾸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 '인류의 일체성 실현'을 강조하면서 정신적 수련을 하고 좀 더 진실한 삶을 꿈꿀수 있는 도시 '오로빌'이 있습니다.

처음 오로빌의 이름만을 들었을 때는 대충 낙원의 이미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고 산책과 명상을 통해 정신적 회복을 돕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런 곳을 말입니다. 물론 그 곳에는 인간의 추악한 감정은 없고 선한 의지로 채워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아무리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한다고 해도 진실한 삶을 열망한다고 해도 인간의 삶 속에 완전한 낙원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무리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의 도시 '오로빌',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라는 영적 지도자가 세운 실험도시라고는 해도 완전한 것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항상 사람이 말하는 언어조차 인류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사는 곳에서 모든 인류를 감싸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떤 의미로는 오류였지요.

이 곳은 굳이 말하자면 불완전한 낙원입니다. 정신적 수련을 강조하면서 그 진실된 삶에 다다르는 법이 하나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창립자인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의 종교에서 많이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도시 이름 자체도 스리 오로빈도에서 많이 따온 듯한 '오로빌'이었으니까요.

주로 명상법과 요가에 치중된 정신적 추구와, 감탄하게도 어이없게도 하는 명상홀은 이런 생각을 가속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조차 어느 정도의 인종적 차별이 있다는 것은 사실 좀 놀라웠습니다. 백인남성이 더 대우받는 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외국인이 지나칠 때 더 정중하고 타밀인이 지나칠 때는 그렇지 못하다는 부분은 미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또한 오로빌에서 주택난이 심각하단 부분은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오로빌은 '사유'가 제한 된 곳인데도 집에 쓰이는 자재로 거래에 나서거나 한가로운 집은 사라지고 공동주택가가 생겨나고 그런데도 집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살 곳이 없으니 남의 집을 봐주는 것으로 숙소를 충당하는 사람이 생기고 혹은 친구나 아는 사람의 집 창고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오로빌에 나온 독특한 건물들의 사진이 많이 등장합니다. 저기가 사람 사는 곳인지 예술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건물도 꽤 돼구요. 그런데도 워낙 낙원의 이미지를 떠올려서 그런지 오로빌이 주택난에 시달린다는 부분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거기에 오로빌은 자급자족의 경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내야하는 기여금은 부담스러웠구요. 내부에서 충분히 운영되는 경제라기보다 주민들이 내는 돈, 외부 기부금이 상당히 많이 차지하는 곳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큰 실망은 외부의 악습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이었지요. 이 곳은 선한 의지를 추구하는 곳이니 그런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남녀 차별 부터 권위주의까지 다 있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서글퍼졌습니다. 더구나 밤에는 위험해서 여성들이 혼자 돌아다니면 안된다는 설명도 있더군요. 사람 사는 곳에 욕망이 사라질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기대를 하고 읽었던 것 같구요.

하지만 낙원을 떠올려서 그렇지 오로빌은 정신적 수양을 하기에는 나름 좋은 곳입니다. 현대 생활에서 내적 성장을 추구하기는 힘든 점이 많습니다. 보통 관광지가 아니니 주민들에게 환대를 받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일정 시간 동안의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더군요.

오로빌에 잠시 체류하기 위해 갈 때, 새로 이주민이 되고 싶을 때에 대한 설명과 필요한 점이 각각 쓰여 있어서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편리했구요. 이 책에 담긴 것이 오로빌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저 막연히 생각했던 오로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었던 점은 좋았어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점도 없지만 불완전하다는 것은 아직도 성장하고 좋은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니까요. 정신적 이상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실험도시 '오로빌' 독특한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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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유쾌한 심리학 1 - 너와 나,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심리 이야기 만화 유쾌한 심리학 1
배영헌 지음, 박지영 원작 / 파피에(딱정벌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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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라는 말, 학문이지만 왠지 호기심을 자극하는데가 있습니다. 혈액형이나 별자리를 신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관련기사나 정보를 읽게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일 것 입니다. 바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자신이 관심있는 사람의 속내를 읽고 싶다는 거지요.

덕분에 심리학 강의는 인기있는 수업이고 심리학 관련도서는 읽을 때마다 흥미가 있습니다. 단지 전에 들었던 심리학 수업에서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이라고는 파블로프의 개에 대한 이야기와 학습된 무기력에 대한 내용뿐이지만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학문이지만 명색이 학문인지라 심리학 도서에는 딱딱한데가 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지면 그것을 유지하지는 못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표현을 만화로 쉽게 풀어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제 주위에도 이 책 표지를 보더니 읽고 싶다면서 다가온 사람이 몇 되더군요. 만화라는 것이 접하기 쉬운 것이기도 하고 부담이 없어서 자연스레 손을 뻗게 되는 면이 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심리학과 흥미를 변함없이 유지시켜주는 만화의 결합이 이 책 '만화 유쾌한 심리학' 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심리학 중에서 가장 알고 싶은 부분이라고하면 아무래도 호감을 가진다는 것과 사랑의 감정에 대한 것입니다. 잘 움직이지만 동시에 가장 움직이기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인 터라 호감과 애정에 대한 분석은 흥미로운데가 있습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호감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합니다. 신체적 매력, 근접성, 유사성이라는 거지요. 일단 신체적 매력이 뛰어나면 이성의 호감을 얻기가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알겁니다. 가끔 흔치 않게 너무 잘생긴 남성이나, 너무 예쁜 여성은 부담스러워서 싫고 편안한 사람이 좋다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그 외모를 이유로 싫다는 사람은 없는 법이지요. 

근접성의 경우에는 가까운 곳에서 계속 마주치다보면 친숙성이 늘어나고 거기서 호감이 생긴다는 겁니다. 결국 자꾸 보다보면 정든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는 거지요. 이 근접성 때문에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연예인을 좋아하게 된다고 합니다. TV에서 자꾸 보다보니 친숙성이 늘어난다는 거지요.

유사성은 상대와의 취향이 비슷해서 공통점이 형성되면 호감이 생긴다는 것이더군요. 같은 것을 좋아하고 같은 생각을 한다면 그 사람과 있는 것이 편안해지고, 비슷한 생각을 하니 행동과 생각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결국 좋은 관계를 형성하게 되겠더군요.

호감을 이루는 세 가지 요인 신체적 매력, 근접성, 유사성. 이 내용을 한 문장의 글로 읽었다면 그저 기억 속에 흘러갔을 텐데 만화로 표현되어 있어서 '아, 그렇지.'하면서 읽다보니 기억에 오래 남게 되더군요. 풀어서 설명하면 다 아는 것만 같은 내용이었는데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구요.

그 외에 사랑에 대한 것은 친밀감, 열정, 책임감 세 가지 요소로 여러 각도로 보여주는 것이 신선했습니다. 재밌게 읽다보니 그 부분이 하나의 자극이 되어서 예전에 배웠던 심리학 수업 내용이 하나하나 떠오르게 되었구요. 심리학도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고 어떤 면으로 어느 학문보다도 더 흥미로운 학문인데도 그 점을 잊고 있었던 것 같구요.

재미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을 잘 전달하는 책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각 장이 일단 만화로 심리학적 지식을 잘 전달하고 끝부분에 글로 한 번 더 핵심을 강조하고 넘어가는 구성이라 기억에도 한결 도움이 되었구요. 시리즈로 나올 다음권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유쾌한 만화로 전달하는 일상 속 심리 이야기 '만화 유쾌한 심리학 1' 상당히 재밌게 읽었어요. 지식을 상기시키는 자극제 같은 책이라 더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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