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한 번쯤 이상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마련입니다. 삶에 지쳐서도 그럴 수도 있고 각박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의 삶은 길어야 백년, 그 속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살아가다보면 자신의 인생이 허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깨끗한 자연 속에서의 평안한 삶을 꿈꾸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 '인류의 일체성 실현'을 강조하면서 정신적 수련을 하고 좀 더 진실한 삶을 꿈꿀수 있는 도시 '오로빌'이 있습니다.

처음 오로빌의 이름만을 들었을 때는 대충 낙원의 이미지를 떠올려 봤습니다. 새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고 산책과 명상을 통해 정신적 회복을 돕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런 곳을 말입니다. 물론 그 곳에는 인간의 추악한 감정은 없고 선한 의지로 채워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허나 아무리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한다고 해도 진실한 삶을 열망한다고 해도 인간의 삶 속에 완전한 낙원을 끌어들인다는 것은 무리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새벽의 도시 '오로빌',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라는 영적 지도자가 세운 실험도시라고는 해도 완전한 것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항상 사람이 말하는 언어조차 인류를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없는데 사는 곳에서 모든 인류를 감싸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떤 의미로는 오류였지요.

이 곳은 굳이 말하자면 불완전한 낙원입니다. 정신적 수련을 강조하면서 그 진실된 삶에 다다르는 법이 하나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창립자인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의 종교에서 많이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도시 이름 자체도 스리 오로빈도에서 많이 따온 듯한 '오로빌'이었으니까요.

주로 명상법과 요가에 치중된 정신적 추구와, 감탄하게도 어이없게도 하는 명상홀은 이런 생각을 가속시켰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조차 어느 정도의 인종적 차별이 있다는 것은 사실 좀 놀라웠습니다. 백인남성이 더 대우받는 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외국인이 지나칠 때 더 정중하고 타밀인이 지나칠 때는 그렇지 못하다는 부분은 미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키더군요.

또한 오로빌에서 주택난이 심각하단 부분은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오로빌은 '사유'가 제한 된 곳인데도 집에 쓰이는 자재로 거래에 나서거나 한가로운 집은 사라지고 공동주택가가 생겨나고 그런데도 집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살 곳이 없으니 남의 집을 봐주는 것으로 숙소를 충당하는 사람이 생기고 혹은 친구나 아는 사람의 집 창고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오로빌에 나온 독특한 건물들의 사진이 많이 등장합니다. 저기가 사람 사는 곳인지 예술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건물도 꽤 돼구요. 그런데도 워낙 낙원의 이미지를 떠올려서 그런지 오로빌이 주택난에 시달린다는 부분은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거기에 오로빌은 자급자족의 경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내야하는 기여금은 부담스러웠구요. 내부에서 충분히 운영되는 경제라기보다 주민들이 내는 돈, 외부 기부금이 상당히 많이 차지하는 곳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큰 실망은 외부의 악습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이었지요. 이 곳은 선한 의지를 추구하는 곳이니 그런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남녀 차별 부터 권위주의까지 다 있다는 게 어떤 의미로는 서글퍼졌습니다. 더구나 밤에는 위험해서 여성들이 혼자 돌아다니면 안된다는 설명도 있더군요. 사람 사는 곳에 욕망이 사라질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기대를 하고 읽었던 것 같구요.

하지만 낙원을 떠올려서 그렇지 오로빌은 정신적 수양을 하기에는 나름 좋은 곳입니다. 현대 생활에서 내적 성장을 추구하기는 힘든 점이 많습니다. 보통 관광지가 아니니 주민들에게 환대를 받으리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일정 시간 동안의 마음의 평화를 누리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는 느낌이더군요.

오로빌에 잠시 체류하기 위해 갈 때, 새로 이주민이 되고 싶을 때에 대한 설명과 필요한 점이 각각 쓰여 있어서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편리했구요. 이 책에 담긴 것이 오로빌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저 막연히 생각했던 오로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읽을 수 있었던 점은 좋았어요.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점도 없지만 불완전하다는 것은 아직도 성장하고 좋은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니까요. 정신적 이상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실험도시 '오로빌' 독특한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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