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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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유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 중에 하나다. 그렇다면 부자가 된 다음엔 어떤 것을 소비하고 싶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반인의 월급으로 매번 충당하기에 무리가 있는 명품이다. 주로 패션 쪽이 먼저 떠오르기는 하지만 집부터 그 안을 채울 것들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것을 소비하고 싶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그 환상의 조각을 살짝 맛보고자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다른 이름은 소비사회라고 하지 않던가. 얼마 전 읽은 다른 책에서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이 쓰려고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사고라고 하지만 계급이 사라진 사회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소비하는 가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은 표지부터가 충격적이다. 책 본문에서는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라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맥도날드 포장지에 프라다 로고가 새겨져 있다. 명품이 예전에는 왕족이나 사회 상류층이 향유하는 하나의 문화였다면 요새에 들어서는 맥도날드처럼 누구나 돈만 가지고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맥럭셔리'라고 한다. 명품이 천박함의 반대말이라고 했던 코코 샤넬의 말이 무색하게 천민자본주의가 슬쩍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표지에서 보여주듯이 이 책에서는 명품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고대 로마의 사치에서 시작되어 현대에 접하게 되는 명품들의 시초인 파리의 이야기까지 보여준다. 파리에서 왕족의 후원을 받아 명품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그리고 이후 빈약한 수익구조를 바꾸고 싶었던 경영자가 가족 내에서 장인 타입 후계자가 아니라 실업가 타입의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명품을 판매하던 기업의 수익구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선두에 있던 것이 루이뷔통이었고 주로 트렁크를 생산하는 가족공방이었던 루이뷔통은 실업가 사위를 경영자로 앉혀서 직영점을 여러 군데 운영하면서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얻는다. 여기까지는 경영자 가족의 입김이 강해서 아직은 명품이 장인이 만드는 물건이었다면 이후 대기업이 명품을 만드는 기업을 하나하나 사냥하고 나서는 만드는 것조차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심지어 이탈리아나 파리, 영국처럼 그 기업의 제품이 생산되리라고 흔히 소비자가 생각하던 장소에서 벗어나 중국에서 생산되고 짝퉁과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까지 보고나면 이미 명품이라는 위광은 어디에도 없다.

경제학 서적에서 이런 부분이 있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매장에서 사는 것과 아울렛에서 사는 것은 과연 품질차이가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답은 품질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주주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원하게 되고 이것은 경영진에게 압박이 된다. 가족 경영을 벗어나 대기업으로 인수되자 그 브랜드 자체를 아끼기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경영진이 들어서게 되고 경영진은 가능한 많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를 원한다. 즉, 수익이 별로 안 나는 쿠튀르의 경우에는 가격이 워낙 높아서 아주 적은 소수에게 판매되고 같은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기성복의 경우에게 돈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팔리게 된다. 그렇게 하고도 남은 대량생산된 이름만 명품인 재고 더미는 대폭할인해서 판매하는 아울렛에서 더 낮은 수입 계층에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재고도 전부 처분하고 있으니 수익률은 높겠지만 명품이라는 이름값은 팔수록 깎여나가는 셈이다. 거기에 유명 디자이너의 예전 시즌 신상품이 아울렛에 아무렇게나 진열된 것을 보고 경악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물건 하나하나를 보석처럼 진열하고 판매하던 명품은 이제 멸종될 지경에 온 것이다.

거기에 수익을 더 얻고자 처음 출시할 때에 비해서 값싼 원단, 가능한 간단한 공정, 좀 더 싼 노동력을 찾는다. 덕분에 저자가 산 프라다 바지가 조심스레 입었음에도 다리를 집어넣은 순간 바짓단이 터지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그 부분 솔기가 터지고, 아이를 안으려고 쪼그려 앉은 순간 또 다른 부분 솔기가 터지는 수준이 된 것이다. 몇 년 전 프라다에서 산 다른 드레스는 굉장히 튼튼하고 잘 만들어져 그야 말로 명품이었는데도 말이다.

명품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룰 뿐 아니라 세밀하게 다루는 책이라서 여러 유명한 명품의 뒷이야기부터 창업자들의 이야기, 대기업의 명품기업 사냥까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유명 배우들에게 협찬해줘서 막대한 수익을 얻거나 그런 배우를 찾아내는 사람을 스카우트하려고 숨어 있다가 달려 나오기까지 하는 기업주의 이야기에서는 웃어버리기도 했다. 허나 명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입 안에 씁쓸한 맛이 감도는 것만 같았다. 아직이야 환상을 소비하는 것이니 팔리겠지만 지나치게 수익을 원한 결과 그 이름값을 점차 떨어뜨리고 있는 명품이 후에 계속 존속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그래도 사람의 욕망은 계속된다.'라는 답이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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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
이원규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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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난을 두고 이렇게 많이들 말합니다. 돈이 없다는 것은 불편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돈이란 것이 묘해서 쓰려고 들면 얼마든지 쓰게 되지만 딱히 많이 쓰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음식점에 가서 정확한 가격은 쓰여 있지 않고 '시가'라고 쓰여 있는 것은 못 사먹겠다 싶은 정도구요. 즉, 돈이 없다는 것은 불편함 그 이상은 아닙니다. 아직도 다른 나라 중에 그런 곳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가난이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절대적 빈곤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느끼게 되는 상대적 빈곤에 가깝습니다. 밥을 먹는다면 좀 더 맛있는 것을, 집에서 산다면 좀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거지요.

그런데 여기 한 끼 식사 값이 5천원이 넘으면 거북스럽고, 장이 열렸을 때 3천 원짜리 잔치국수를 먹고 나면 뿌듯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차피 다 먹고 사는 건데 뭘 그러냐는 거지요. 이 사람이 바로 이 책 '지리산 편지'의 저자 이원규 입니다. 일명 지리산 시인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돌아다니는 즐거움을 자연 속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산문집이지만 확실히 소설가의 감성으로 쓴 산문집과 시인의 감성으로 쓴 산문집의 느낌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자연을 벗 삼아 여유를 누리고 소박한 삶을 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감상을 전하는 느낌이 남달라서요. 산문 사이에 자신의 시나 다른 문인의 시가 실려 있기도 하고 적절한 순간에 절묘하게 사진이 자리 잡고 있으니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산에 둘러싸인 기분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이 책을 우체국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독자에게 전해지는 '화살편지'라고 칭하고 있는 만큼 한 줄 한 줄이 친한 사람에게서 오랜만에 날아온 반가운 편지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여하신지요'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지인에게서 오는 편지처럼 구성도 봄에서 겨울까지 흘러가기에 봄에서 시작되어 겨울에서 끝나는 이야기구나 해서 조금 섭섭했는데 다시 봄이 오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봄에서 시작에서 다시 봄에서 끝나는 이야기라니, 그 순환이 기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더군요.

특별한 일 없어도 특별한 일상을 글로 풀어낸 책이라 모든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60년을 함께 살며 금강혼식까지 치른 노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얼마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혼자 남은 여든 세 살의 할머니가 아침저녁으로 할아버지 무덤에 들러서 안부를 묻고, 그 무덤 옆에 앉아 하염없이 섬진강을 내려다본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애잔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해 자신의 시집을 슬며시 가져다 준 시인의 마음이나 그 마음을 알아채신 건지 책값과 풋고추, 막걸리 한 병이 담긴 봉지를 툇마루 위에 놓아두신 할머니의 마음이 따뜻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시대가 바뀌어서 각박해졌다고들 많이 말합니다. 아침 출근시간에 사람들을 보면 바쁜 얼굴로 뛰고 있는 경우가 많구요. 현대인의 병폐를 무관심이라고도 합니다. 이 책의 말을 빌자면 마음의 발톱이 너무 길어진 탓 같습니다. 동물은 발톱이 너무 길면 걷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너무 길어진 마음의 발톱을 방치해서 자신은 물론이고 남도 할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봤습니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였구요. 마음의 여유를 잃고 있는 와중에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지리산 시인의 산문집 '지리산 편지'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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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 거짓기억과 성추행 의혹의 진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캐서린 케첨 지음, 정준형 옮김 / 도솔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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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자신의 기억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고 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사람의 기억만큼 못 믿을 것도 없다. 왜곡되기도 쉬울 뿐더러 엉뚱하게 기억되기도 하고 사실 그대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 예로 눈이 나쁘던 A양은 친구 B양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이 일은 A양의 기억에는 뚜렷하게 남지도 않는 일이었으나 B양의 입장에서는 친구가 자신을 보고도 모르는 척 지나친 일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B양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눈이 마주쳤던 것이다. A양의 시력이 그 정도로 나쁜지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분명 자신을 봤다고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경우로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희미한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가족이나 친척들이 당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반복해서 말한다면 당신이 기억하지 않던 일도 마치 '기억하고' 있었던 것 처럼 착각하게 되기도 하고 엉뚱하게 각색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이라고 자연스레 이야기 하지만 정작 본인이 원래 기억하고 있던 것, 그것도 사실에 가깝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는 자신의 기억을 유리한 쪽으로만 남겨두는 사람까지 있으니 사람의 기억만큼 못 믿을 것도 없는 셈이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는데 사람의 기억은 변하지 않길 바라는 것도 무리하다 싶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퇴색되는데 어떤 계기로 그 기억에 살이 붙기도 하고 왜곡되는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스티븐 타운리 크레인의 단편 소설 '색채의 혼란'도 그런 경우를 다루고 있다. 한 남자가 아이들의 엄마를 네 명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살해한다. 아이들은 분명 엄마가 아빠에게 도끼로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했지만 그 말에 아빠는 반문한다. 자신은 그 시간에 집에 오지 않았고 엄마는 어디갔냐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엄마를 죽인 남자에 대해서 묻는다. 아이들은 아빠가 엄마를 죽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가 부인하자 혼란에 빠지고 점차 그가 유도하는 살인자의 이미지를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아빠가 목격했다는 빨간 머리의 하얀 이에 하얀 손을 가진 남자의 이미지를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남자는 묻는다. 그런 남자가 정말 있었느냐고. 아이들은 강하게 주장한다. 엄마를 빨간 머리, 하얀 이, 하얀 손을 가진 남자가 죽였다고. 이 남자의 인상착의는 아이들의 아빠와 정말 다르다. 아이들의 증언으로 남자는 무죄로 풀려날 뻔 했지만 사건은 철저히 조사되고 남자는 결국 죄를 자백한다. 허나 아이들은 아빠는 누명을 쓴 것이고 언젠가 빨강머리에 크고 흰 이와 흰 손을 가진 남자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범인은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면서.

이야기 일 뿐이지만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간단히 조작 될 수 있는지는 놀랄 정도이다. 이 책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는 그런 거짓기억 논란을 다룬 책이다. 사람의 기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부터 그 거짓 기억에 의해서 엉뚱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곤란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책은 주로 '억압된 기억'의 존재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사람의 기억을 얼마나 간단히 조작해낼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는 똑똑한 여덟 살 아이부터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에게 간단히 거짓기억을 심을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여덟 살 아이에게 그 아이의 아버지가 단 5분 만에 길을 잃었던 적이 있다고 기억하게 하는 부분은 경악스러웠다. 단 5분에 엉뚱한 기억이 생겨났고 아이는 그 기억에 새로운 부분을 추가해서 진짜 기억이라고 믿을 만큼 상세한 내용을 만들어냈다.

이런 거짓 기억에 대한 부분들과 치료사들이 얼마나 간단히 그것을 이용해서 멀쩡한 부모들은 성추행범으로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상반된 주장을 전개하는 사람들이 저자를 적대시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제자체가 흥미로운 내용이기도 하고 상당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예전 폭력을 행사했던 아버지를 아동 강간 살해범으로 기소시킨 딸의 이야기의 경우 거의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기도 했다. 사람의 기억만큼 왜곡되기 쉬운 것도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거부감 없이 읽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행각을 보는 것도 묘하기도 했다.

다만 저자가 주장하는 성추행 관련 거짓 기억은 여태 기억이 나지 않다가 치료사의 유도에 따라 몇 십 년 만에 떠오른 것에 한정되니까 성추행을 실제로 당했고 그 기억을 잊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기억이 왜곡되거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유도될 수 있음을 성추행이란 큰 사건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뿐이지 성추행이라는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논란이 많고 민감한 거짓기억을 다룬 이 책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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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중심의 경영
찰스 G. 코크 지음, 문진호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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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운영해 나가던 기업도 규모를 늘리면 삐거덕 거리는 일이 많다. 기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규모를 늘리다보면 그다지 경쟁력이 없는 분야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거기에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기업이든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의 마음이 안 맞다보면 여러모로 문제가 발생한다.

비슷한 경우로 음식점이 장사가 잘 되서 가게를 확장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음식 맛도 서비스도 좋다는 평가를 받은 터라 가게를 늘리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허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렸다. 서비스의 질은 떨어졌고 손님은 점점 줄어갔다. 그 이유는 가게를 확장하려 종업원을 늘렸던 것에 있었다.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기존에 있던 종업원 중에서 상급자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파벌을 형성했고 종업원끼리 편을 나누어 다투기 시작했던 것이다. 종업원이 다투는 가게에서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사업은 기울어만 갔다.

그런데 사업규모를 계속 늘리는데도 수익이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뭔가 남다른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코크 인더스트리가 그런 기업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비상장기업이며 전 세계 육십 개국에 팔만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기업. 2006년 매출액이 무려 구백억 달러이고 1967년 이후 이천 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 이쯤 되면 이 기업이 대체 무엇이 다르기에 이렇게 계속 성장을 해나가는지 알고 싶어진다. 저자 찰스 G. 코크는 그 비밀이 '시장 중심의 경영'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 중심의 경영은 시장원리에 맞춰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률이 많아서 불편해도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일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정직하게 수행해나간다. 그래서 문제될 소지가 줄어들고 기업의 신뢰도가 손상이 갈 일이 많지 않다. 게다가 억울한 일이 생기면 소송도 불사하고 싶은 마음도 생길 텐데 자신들 쪽에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서 얻게 되는 이익에 비해서 쓰게 되는 에너지가 많은 일도 없다.

또한 전 직원의 동의를 백 퍼센트 얻어내서 만 퍼센트의 추종을 이끌어내도록 한다고 한다. 그리고 직원을 ABC 세 단계로 나누어 평가, 관리하는데 보통 어느 기업이나 A단계에 해당하는 우수 사원보다 B단계에 속하는 평균 수준의 사원들이 많다. 그래서 B단계에 있는 직원들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하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는데 코크 인더스트리에서는 A단계인 우수 사원과 C단계에 있는 사원들에 더 신경을 기울인다. 우수한 사원은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중간단계에 있는 사원들이 A단계에 오를 수 있도록 격려한다. 또 C단계에 있는 사원들의 능력의 발전을 요구하고 성장을 도와서 B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고 그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해고조치를 하는 것이다. 기업은 사람이 구성하는데 기회를 주었는데도 태만한 무능한 사원을 내버려둔다면 여러 모로 문제가 생길 텐데 그 점을 미리 막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시장에 내놓는 제품의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하고 그 발전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다보면 좀 더 나은 이익을 바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그다지 이윤이 나지 않는 분야가 나오는데 그럴 때는 그 분야를 과감하게 없애고 그런 경우가 나오지 않도록 신중하게 경영해나간다고 한다.

그 외에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고 개인은 물론 회사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현상을 유지하려고만 하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서 버티지 못할 텐데 고객의 정확한 욕구를 반영한 쇄신을 통해 변화를 계속 해나가니 시장에 적절하게 대응해나가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라는 말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닌데도 '시장 중심의 경영'은 꽤나 신선한 개념이었다. 익숙한데도 그것을 제대로 시행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편법을 추구하거나 근시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시장 중심의 경영'에서 보이는 코크 인더스트리가 더 놀라웠다. 초반에 저자의 아버지가 혁신적인 기술로 기업을 성장시켜 나간 것에 이어 저자가 경영을 맡으면서 한층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시장 중심의 경영이란 것을 적절한 예와 함께 설명해주는 것이 좋았다. 이런 식으로 성장해나가는 기업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을 주는 '시장 중심의 경영' 인상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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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기술 - 2% 부족한 나를 위한
알렌 N. 와이너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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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길을 걷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생각, 수많은 개성. 세상에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 사람은 특히 어렵다.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추한 것도 사람이라지만, 사람으로 살아가다보면 말이 가장 잘 통하는 것도 말이 가장 안 통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영화 '코드명 J'처럼 머릿속에 저장장치가 있어서 내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하고 그대로 전달할 수 없는 이상 말로 풀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생각을 그대로 풀어 놓는 것이 또 왜 그렇게 어렵고 절대로 될 리 없는 이심전심을 바라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답답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의 경우에는 좀 더 터놓고 이야기를 하면 될 테지만 회사에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앞날은 깜깜해질 것이다. 거기에 '당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구만'하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면 거의 치명타다.

이럴 때 읽으면 좋을 책이 바로 '소통기술'이다. 어디까지나 '2% 부족한 나를 위한'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는데 그 사람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알려 줄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직무 경험이나 재능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란다. 하기야 책 한 권이 호박을 수박으로 변신 시킬 수는 없을 테니까.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하는 법을 조언해 준 사람이다. 그래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냈고 항목마다 적당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회사 내에서 분명 능력은 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서 짜증스러운' 인물을 회사 측에서 저자의 조언을 듣도록 했다고 한다. 그 경험이 적절한 사례로 바뀌어 있고 책의 구성도 그에 맞게 세분화 되어 있다.

1장 신뢰하게 만드는 말과 행동에서 승진한 여성 니콜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그녀가 입은 타격과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가의 조언을, 2장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법에서는 소통은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니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3장에서 9장은 유능하지만 눈치가 없거나, 말할 때 관리자다운 자세가 나오지 않거나, 경영자다운 품위가 부족해 보이거나, 독단적으로 보이거나, 사교성이나 활력이 부족하거나, 자주 화를 내서 곤란한 경우의 사례와 구체적 해결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 10장에서는 자신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11장에서 소통에 도움이 되는 16가지 조언을 보여준다.

덕분에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내려 가면서 나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기업문화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신입사원의 이야기였다. 기업마다 특유의 기업문화가 있고 회의를 할 때도 보통 그 순서에 맞게 넘어간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이 그렇게 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고 전에 자신이 다닌 회사에서는 그리 하지 않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개혁도 혁신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신입사원이 그 회사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회사 내에서 누군가에게 질책을 할 때도 강하게 말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직접적인 발언을 피해서 우회적으로 비난을 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느 기업의 임원 이런 말을 하면서 저자에게 조언을 구했다. 관리직에 있는 어떤 사람이 여성적인 분위기의 우리 기업에 맞지 않는다. 이유인즉슨 그 회사에서는 질책을 할 때 부드럽게 돌려서 말하는 데 그 관리자는 직접적으로 지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위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저자가 그에게 조언을 하려하자 그 관리자는 이렇게 항변했다. 자신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카우트 되었고 스카우트 될 때 그 점을 잘 살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 분위기를 넘어선 것이라면 그건 과도한 개혁이 되어버린다. 같은 행동도 상대에 따라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하니 흐름을 읽는 그리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소통기술이 필요하다 싶었다.

말은 해야 맛이라는 소리도 있지만 한 번 뱉은 말을 되돌리기 힘들다. 하나의 행동이 전체 신뢰성을 망가트릴 수 있으니 뛰어난 소통기술을 갖는다는 것이 더 절실하기도 하다. 그 와중에 읽게 된 이 책 '소통기술', 타인에게 신뢰를 얻는 다는 것과 적절한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였다. 이 책을 읽는다고 호박이 수박이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맛있는 호박요리는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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