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부유하게 살고 싶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것 중에 하나다. 그렇다면 부자가 된 다음엔 어떤 것을 소비하고 싶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일반인의 월급으로 매번 충당하기에 무리가 있는 명품이다. 주로 패션 쪽이 먼저 떠오르기는 하지만 집부터 그 안을 채울 것들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것을 소비하고 싶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부유해지기도 전에 그 환상의 조각을 살짝 맛보고자 무리를 해서라도 비싼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다른 이름은 소비사회라고 하지 않던가. 얼마 전 읽은 다른 책에서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많이 쓰려고 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사고라고 하지만 계급이 사라진 사회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소비하는 가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은 표지부터가 충격적이다. 책 본문에서는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라지만 명품을 소비하는 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맥도날드 포장지에 프라다 로고가 새겨져 있다. 명품이 예전에는 왕족이나 사회 상류층이 향유하는 하나의 문화였다면 요새에 들어서는 맥도날드처럼 누구나 돈만 가지고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해서 '맥럭셔리'라고 한다. 명품이 천박함의 반대말이라고 했던 코코 샤넬의 말이 무색하게 천민자본주의가 슬쩍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표지에서 보여주듯이 이 책에서는 명품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고대 로마의 사치에서 시작되어 현대에 접하게 되는 명품들의 시초인 파리의 이야기까지 보여준다. 파리에서 왕족의 후원을 받아 명품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그리고 이후 빈약한 수익구조를 바꾸고 싶었던 경영자가 가족 내에서 장인 타입 후계자가 아니라 실업가 타입의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명품을 판매하던 기업의 수익구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선두에 있던 것이 루이뷔통이었고 주로 트렁크를 생산하는 가족공방이었던 루이뷔통은 실업가 사위를 경영자로 앉혀서 직영점을 여러 군데 운영하면서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리는 성과를 얻는다. 여기까지는 경영자 가족의 입김이 강해서 아직은 명품이 장인이 만드는 물건이었다면 이후 대기업이 명품을 만드는 기업을 하나하나 사냥하고 나서는 만드는 것조차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지경에 빠지고 만다. 심지어 이탈리아나 파리, 영국처럼 그 기업의 제품이 생산되리라고 흔히 소비자가 생각하던 장소에서 벗어나 중국에서 생산되고 짝퉁과의 전쟁에 휘말리는 것까지 보고나면 이미 명품이라는 위광은 어디에도 없다.

경제학 서적에서 이런 부분이 있었다. 리바이스 청바지를 매장에서 사는 것과 아울렛에서 사는 것은 과연 품질차이가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답은 품질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주주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원하게 되고 이것은 경영진에게 압박이 된다. 가족 경영을 벗어나 대기업으로 인수되자 그 브랜드 자체를 아끼기보다 수익을 추구하는 경영진이 들어서게 되고 경영진은 가능한 많은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기를 원한다. 즉, 수익이 별로 안 나는 쿠튀르의 경우에는 가격이 워낙 높아서 아주 적은 소수에게 판매되고 같은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기성복의 경우에게 돈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팔리게 된다. 그렇게 하고도 남은 대량생산된 이름만 명품인 재고 더미는 대폭할인해서 판매하는 아울렛에서 더 낮은 수입 계층에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고 재고도 전부 처분하고 있으니 수익률은 높겠지만 명품이라는 이름값은 팔수록 깎여나가는 셈이다. 거기에 유명 디자이너의 예전 시즌 신상품이 아울렛에 아무렇게나 진열된 것을 보고 경악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물건 하나하나를 보석처럼 진열하고 판매하던 명품은 이제 멸종될 지경에 온 것이다.

거기에 수익을 더 얻고자 처음 출시할 때에 비해서 값싼 원단, 가능한 간단한 공정, 좀 더 싼 노동력을 찾는다. 덕분에 저자가 산 프라다 바지가 조심스레 입었음에도 다리를 집어넣은 순간 바짓단이 터지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그 부분 솔기가 터지고, 아이를 안으려고 쪼그려 앉은 순간 또 다른 부분 솔기가 터지는 수준이 된 것이다. 몇 년 전 프라다에서 산 다른 드레스는 굉장히 튼튼하고 잘 만들어져 그야 말로 명품이었는데도 말이다.

명품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룰 뿐 아니라 세밀하게 다루는 책이라서 여러 유명한 명품의 뒷이야기부터 창업자들의 이야기, 대기업의 명품기업 사냥까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유명 배우들에게 협찬해줘서 막대한 수익을 얻거나 그런 배우를 찾아내는 사람을 스카우트하려고 숨어 있다가 달려 나오기까지 하는 기업주의 이야기에서는 웃어버리기도 했다. 허나 명품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입 안에 씁쓸한 맛이 감도는 것만 같았다. 아직이야 환상을 소비하는 것이니 팔리겠지만 지나치게 수익을 원한 결과 그 이름값을 점차 떨어뜨리고 있는 명품이 후에 계속 존속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그래도 사람의 욕망은 계속된다.'라는 답이 적절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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