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성공전략 - 성공에 이르는 가장 단순한 길
양보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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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물이 귀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물이 너무 귀하다 못해 메말라서 마실 물도 구하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을 걸어서 물을 길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을 지고 다시 갔던 길을 돌아와야 했구요. 그런 힘든 상황을 견디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우물을 파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을은 가난했기 때문에 빚을 져야 했지만 우물만 생긴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을 빌려서 준비를 끝내고 마을 사람들은 우물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동안을 내내 파고 내려갔는데도 물이 나올 기미는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써야하는 비용도 늘어나는 터라 너무나 근심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우물에 대한 마음이 간절했던 터라 좀 더 고생과 비용을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흘렀는데도 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아무리 우물을 파고 내려간다고 해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끝내 우물 공사를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마을에는 파다만 그리고 물이라고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마른 우물과 빚이 남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빚을 갚기 위해 더 고되게 일해야 했고 물을 구하기 위해서는 전처럼 먼 길을 가야 했습니다. 그 때 한 여행자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자는 마을에 하루 밤만 묶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마을 사람들은 그것을 허락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마르고 지친 얼굴을 본 여행자는 그 이유를 물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나오지도 않는 물을 얻으려다 빚만 얻었다고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여행자는 마른 우물이 있는 곳으로 자신을 데려다 주면 물이 나오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지만 여행자를 우물로 안내했습니다. 여행자가 마른 우물로 가서 단 한 삽을 푸자 이게 어찌 될 일지 우물에서 물이 솟는 게 아니겠습니까. 놀란 마을 사람들은 여행자에게 설명을 부탁했고 여행자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분명 물이 흐를 자리에 우물을 파셨고 그리 오래 고생을 하셨으니 성공이 머지않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성공의 눈앞에서 멈추고 다시 고생을 하고 계시기에 저는 단 한 삽을 보태어 봤을 뿐입니다. '

많은 보통 사람들의 행동은 마른 우물과 빚을 떠맡은 마을 사람들의 것과 같습니다. 단 한 삽만 더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성공까지의 길은 멀고 고되지만 분명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마련입니다. 성공에 다다르는데 다른 길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묵묵히 그 길을 걸어 가다보면 길 끝에 있는 것이구요.

많은 사람들이 길의 끝까지 가지 못했다면 이 책 '고슴도치 성공전략'에서 말하고 있는 한 사람의 경우에는 길의 끝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새 길을 만들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한 때 코미디왕이라 불렸지만 그런 순탄한 명예를 버리고 영화계로 뛰어들어서 감독이 된 사람입니다. 아동용 영화나 만드는 사람, 영화의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란 비난도 들었지만 그에 굴하지 않았고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비난을 넘어서 '디 워'라는 히트작을 낸 감독 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심형래 감독입니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가 길의 끝까지 꾸준히 걸어갔으며 앞으로도 걸어갈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이제 한국SF의 개척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그가 또 어떤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올 지 기대되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이 책에서는 심형래 감독의 고생부터 성공을 위한 꾸준한 노력과 배짱, 뚝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 고생스런 시절을 함께한 동료의 입장에서 본 심형래 감독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구요. 그 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심형래 감독처럼 뚝심을 보여준 인물의 예를 들어 고슴도치형 인간이 어떻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구체화를 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심형래 감독이라는 흥미로운 사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해줄 뿐만이 아니라 사람을 여우형 인간과 고슴도치형 인간으로 분류해서 둘이 성공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대조해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꽤나 인상적이기도 하고 세분화해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를 보여주어서 읽기도 편했고 생각할 여유를 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심형래 감독의 성공기를 통해 고슴도치형 인간의 성공전략을 알려 준 '고슴도치 성공전략'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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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매니지먼트 -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김성희.김승래.김영한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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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보았던 광고에서 이런 문구가 있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광고가 어떤 것을 광고하기 만들어진 것인지 광고 모델이 누군지 조차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도 이 말이 강렬했던 터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하나의 주장을 내세우면 그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에서 나온 것 같이 회사에서 다른 사람이 모두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답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멋있고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는 게 아니라 눈치도 없는 사람이 될테고 그 의견은 묵살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기업들은 아직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평직원이 아니라 고위직에 있을 수록 발언권도 권한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어떤 주제를 맞춰 회의를 할 때 상사의 입맛에 맞는 의견을 내게 된다고 한다. 아니면 입을 다물고 가만히 나오는 의견에 묻어가던지 말이다. 그렇게해서 나오는 의견은 결국 상사의 마음에 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어떤 문제를 결정한다면 그것이 과연 시장에 맞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가능성이 크다. 끊임없이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것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나 단 한 사람의 취향에 맞추어 내놓은 의견이 시장에 들어맞는 것이었다면 그것이 더 신기한 일이다.

예전에는 경영자가 낸 의견으로 무조건 확정한 후 그것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식의 경영이 들어맞는 일이 많았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정보의 독점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사전 정보가 어느 정도 있다면 상황에 대강은 들어맞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기 마련이다. 허나 이제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고 지식의 편중이 그리 크지 않게 되었다. 인터넷에 접근이 불가능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즉, 평직원과 고위직에 있는 간부 간의 가지고 있는 정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계속 밀려드는 새로운 정보의 경우에는 평직원인 젊은 사람들이 유리한 경우도 있다.

거기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고, 농담을 백 가지를 모아두면 한 가지 정도는 재밌는 것이 있듯이 일단 많은 양의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 중에 시장 상황에 적합한 것, 사람들이 감탄할 만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이 책 '위키 매니지먼트'가 강조하는 바다. 언제까지 제왕적 의사결정을 하면서 많은 두뇌들을 그저 예스맨으로만 활용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 주제에 대해서 각각의 의견을 낸다면 좀 더 많은 아이디어 속에서 좋은 안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고 어떤 사람이 의견을 말할 때 그 말을 끊거나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또 피라미드식으로 유지되는 기업이 아니라 거미줄 식으로 평형이 유지된다면 좀 더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밥에 뜸 들이는 것도 아니고 내리누르는 식으로 압력을 주면서 창의적인 의견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무리하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권한을 강화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문제 해결에 힘쓴다는 내용이라 꽤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 사람은 내가 보지 못했던 식으로 생각하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될 때가 많다. 그런 사람들이 기업 내에 많이 있을 테고, 아니 누구나가 그럴 테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짜내는 창의적 문제해결안과 의견들이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위키 매니지먼트'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위키 디시전의 5단계 과정을 설명해주고 자세하게 풀어준 점이 좋았다. 새로운 의사결정의 방향 '위키 매니지먼트'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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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경영수업 - 켄 블랜차드가 최고의 비즈니스 멘토들에게 배웠던 모든 것
켄 블랜차드.돈 허트슨.이던 윌리스 지음, 윤동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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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은 직장인이 일요일을 쉬고 난 후 월요일이 되면 느끼게 되는 피로 또는 신체적인 무력감을 말한다고 합니다. 주말을 마음껏 보내고 난 후에 다시 업무에 복귀해야 하니 쉬고 난 뒤인데도 오히려 피곤한 것만 같은 겁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학창시절 다른 월요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입니다. 나름 준비해오셨을 텐데 그 시간이 왜 그렇게 지루했는지 더구나 날씨가 맑아서 뜨거운 직사광선을 받으면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하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고 오직 언제 끝나냐만 머릿속에서 빙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약 40분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끝나는 이야기에 머릿속에 남은 것이라고는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 뿐이었습니다.

반면 중학교 때 막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단 한 마디 '잘 부탁합니다.'였기 때문입니다. 기억에 남지 않는 수많은 말보다 단 한마디가 오히려 가치 있지 않을까요. 이 책 '1분 경영수업'은 바로 그런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정말 마음에 남는 말은 단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며칠 전에 읽은 지그 지글러의 책에도 이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멘토에게 들은 귀중한 조언들은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멘토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1분 남짓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생을 바꾸게 하는 1분 지혜, 이 책에서는 그 귀중한 지혜를 이야기 형식을 빌려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주드라는 남성으로 고등학교 졸업 무렵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서서히 인정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불량한 무리와 어울리게 되고 그는 마치 당연한 것처럼 주말에는 그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러 나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약속장소까지 가는 길에 유난히 과속을 하는 친구의 차를 타게 됩니다. 그 친구가 속도를 과하게 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가 모는 차는 매력적인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차에 관심이 있어서 타게 되었을 뿐인데 과속으로 경찰에게 걸리고 맙니다. 그 과정에서 차 안의 마약이 발견되고 둘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다음날 아버지가 경찰서에 오시고 주드는 자신은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모르는 일이었다고 해명합니다. 평소 그의 행실을 알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성품을 알던 럭비 코치는 그의 말을 믿어줍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에게 각각 귀중한 조언을 듣게 됩니다. 아버지는 인간은 자기 주위의 다섯 사람을 평균 낸 모습을 하기 마련이니 '존경할 만하거나 배울 점이 있는 사람과 함께 지내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마음 속 깊이 새긴 주드에게 코치는 그가 듣게 된 지혜를 1분 정도로 정리해서 수첩에 메모해두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런 지혜들을 다시 새겨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의 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살짝 비틀어 질 수도 있었던 것을 바로 잡아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드가 대학에 진학하고 강연을 들으러 가서 그의 평생의 멘토가 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드는 코치의 조언 이후 사람들에게 귀중한 조언을 들을 때마다 매번 수첩에 기록하고 마음속에 새기는 습관을 얻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인 1분 지혜가 그를 발전시키고 그가 엇나갈 때마다 그의 그런 모습을 좋게 본 멘토들이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물론 그가 도와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었구요.

1분 지혜라고 간추린 간결하지만 귀중한 조언들이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이야기 형식으로 한 것도 좋았지만 주드라는 사람의 고등학교 졸업 무렵부터 노년기까지 다룬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인생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데 주드가 잠시 방황했을 때, 취업을 할 때, 경력을 쌓을 때, 새로운 사업을 열 때, 그 사업을 운영해나갈 때 그리고 발전시켜 나갈 때 적용시켜 볼 만한 다양하지만 적절한 조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이야기 속에서 주드가 이렇게 해서 어려움에 빠졌구나를 생각해보고 가능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주의해 볼 수 있겠다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만이 아니라 원활하게 인생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요긴할 '1분 경영수업'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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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 워킹
최재완 지음 / 바우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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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습니다. 흔히 몇 번 마주치지 않은 사이에 인연을 강조하려고 사용되는데, 이 말의 실제 의미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옷깃이 스치는 인연이 되려면 어떤 돌을 다 닳게 할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것도 천 년에 한 번 내려오는 선녀가 돌 앞에서 춤을 추는데 그럴 때 닿은 선녀의 옷자락에 돌이 닳을 정도의 시간과 우연이 있어야 옷깃이 스치는 인연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별 것 아닌 인연조차도 엄청난 시간과 행운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연분을 찾으려면 그 몇 배로 힘들 것입니다. 그 사람이 붙잡으려는 것은 옷깃만 스치고 지나치는 인연을 넘어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별 것 아닌 인연을 만들기도 힘든데 자신의 옆에서 함께 웃어줄 인연을 붙잡는 것이 쉬울 수가 없지요. 그래서 더 일단 부딪혀보자는 발상으로 만남을 엮어가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모르는 일이니까요. 백 번을 만나서는 인연을 못 찾아도 천 번을 만난다면 인연을 만날 수 있을지도 말입니다. 물론 천 번이나 다른 사람을 만나야 인연을 찾을 수 있다면 중도포기자가 속출할 것 같습니다만…….

이 책 '나긋나긋 워킹'은 소개팅에서 만난 두 남녀의 연애를 담은 소설입니다. 그래서 진한 연애로 넘어가기 전 남녀 간의 탐색전과 줄다리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이때가 가장 긴장감 넘치는 터라 보는 사람의 마음도 조마조마 해집니다.

주인공은 웹 디자이너 임해진과 대기업 과장인 윤남욱 두 사람입니다. 보통 남녀의 연애를 담은 소설에서는 여자가 화자로 등장하는 터라 당연히 처음에 나온 임해진의 입장에서 서술 될 것으로 알았습니다. 허나 이 책에서는 그것마저 연애의 줄다리기인 것 마냥 두 사람의 입장을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그 덕분에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있지만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점은 좋았습니다. 같은 일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두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재밌더군요.

윤남욱은 아직 전의 실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터라 소개팅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인 오과장이 부추기기도 했고 상대 여성이 워낙 매력적이라는 소리를 들은 터라 소개팅을 한 번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당일이 되자 패션기자라던 본래 소개팅을 하기로 했던 여성은 못 나온다고 합니다. 대신 대타로 다른 사람이 나온다고 연락이 오자 윤남욱은 소개팅을 하지 않으려 상대여성에게 연락을 하려 하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같은 시각 회의를 하던 임해진은 급하게 소개팅 장소로 달려갑니다. 그 와중에 전화는 받지 못했고 약속장소에 나가자 소개팅 상대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 불현듯 흡연의 욕구가 떠오릅니다. 사실 임해진은 흡연자였는데 소개팅 할 때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흡연하는 여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남욱이 도착하고 상대 남자의 첫 인상이 마음에 들었던 그녀는 가능한 흡연욕구를 참아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윤남욱이 담배를 피겠다고 하자 참지 못하고 같이 담배를 피게 되고 맙니다. 아쉽지만 담배를 너무 피우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윤남욱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고 그는 임해진에 대해서 좋은 첫 인상을 갖게 됩니다.

두 사람은 장소를 옮겨서 식사를 하는데 메뉴는 삼겹살입니다. 이 때 예사롭지 않게 고기를 배열하고 균일하게 자르고 딱 맞는 순간에 뒤집는 임해진의 모습을 윤남욱은 재미있게 받아들입니다. 거기에 그가 고기를 뒤집으려고 집게를 잡자 그녀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이었던 겁니다. 윤남욱은 말없이 굳어졌다가 그가 집게에서 손을 살며시 거두자 풀리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속으로 폭소를 터뜨립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 지쳐있던 터라 속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껴졌던 탓이었습니다.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어 임해진이 택시를 타고 가자 윤남욱은 그녀가 시계를 두고 갔음을 알게 됩니다. 시계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라도 그녀와 만나야 할 이유가 생겼던 겁니다. 윤남욱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준 임해진, 임해진과 다시 만나려 하는 것이 시계 탓인지 아니면 그녀가 마음에 들어서인지 헷갈리는 윤남욱. 이때부터 두 사람의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인연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그런 인연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법입니다. 소개팅이라는 소재를 이용해서 두 남녀의 줄다리기를 보여주는 터라 가볍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서로를 탐색하는 마음, 그 과정에서 서로 만들게 되는 독특한 추억들이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있지만 그 호감이 연애로 번져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니까요. 이미 만난 순간부터 추가 상당히 한 쪽으로 기운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관계 상당히 즐겁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밀고 당기기 연애 '나긋나긋 워킹'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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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죽고싶은 나 1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책들의도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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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이 달에 한 걸음을 내딛어도, 우주로 여행을 가는 시대가 되어도 한 가지 변함이 없는 것이 있다. 서른살이 된 여성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전에보다 덜 해졌다뿐이지 대체 결혼은 언제하냐는 것부터 들리는 소리는 그리 곱지 않다. 그 여성이 사회적으로 그다지 인정받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는 더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친구들을 만나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세월을 흘렀지만 자신은 변함없어도 친구들은 각자 인생을 살기 마련이고 이미 극렬한 변화의 길에 들어선 것이 대부분이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변화 말이다.

이런 우울한 상황에 충격적 선고까지 들은 여성이 한 명있다. 그녀의 이름은 게르다, 부모님이 아들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름을 게르트로 지어뒀었고 그녀가 태어나자 A만 붙여서 게르다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마당에 그 이름이 마음에 들일 없었던 그녀는 네 자매 중 막내이며 유일한 갈색 머리카락의 소유자다. 사실 갈색이면 어떻고 금색이면 어떻겠냐만은 결혼식의 신부가  화동으로 금발머리인 아이만 원해서 언니들이 전부 들어갔는데 혼자 남게 된 적까지 있다고 하니 머리색에 신경쓸 만하기도 하다. 그때 혼자 남은 게 울적하고 심심해서 할아버지 구두끈을 개 목에 묶는 아주 사소한 장난을 했는데 그게 큰 사건으로 번지고 말았다. 구두끈으로 묶인 개가 달려가자 할아버지 역시 끌려갔고 할아버지는 끌려가지 않으려 식탁보를 붙잡으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비싼 도자기 태반이 깨져버린 것이다. 결국 그녀에게 붙은 이름은 '마이스너 도자기 깨먹은 애'가 되었다.

친척들이 그녀를 싫어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대학시절로 넘어가서 그녀는 문학작품을 공부했는데 어느 날 의사소설이 그 날의 과제였다. 그런 식으로 '쓰레기 작품'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게르다는 의사소설에 매료되고 만다. 되려 의사소설을 한 권 뚝딱 완성하고 그것을 출판사에 보냈다. 그런데 그녀에게 글 솜씨가 있었는지 출판사는 그 소설을 출판하기로 하면서 다음 작품은 언제 쓸 것이냐고 묻는다. 급기야 게르다는 재미없는 학업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나선다.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 그저 소설을 쓰는 것이 좋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서 그녀의 나이 서른, 아직도 소설을 쓰는 것은 즐겁기만 하지만 충격적인 통보를 받는다. 그녀의 책을 출판하던 오로라 출판사가 다른 출판사와 통합되면서 그녀가 활약해 온 시리즈물이 폐지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그녀를 아끼는 담당자가 다른 일거리를 구해주는데 로맨스 소설만 십년을 써 온 게르다에게 뱀파이어 소설을 쓰란다.

허나 짜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도 게르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증세를 확인하고 자가진단한 병명인 '신경증적 우울증'을 되뇌는 것뿐이었다. 그 상태에서 방문하게 된 부모님 집에서 얻게 된 수면제 35알. 게르다의 엄마는 약국에 갖다 주라면서 준 것이었지만 그녀는 이것을 하늘이 내려 준 기회라고 여긴다. 자살을 결심한 것이다. 답이 나오지 않는 자신의 인생에서 얻게 된 행운이고 이대로 대책 없이 늙게 되느니 죽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나서 자신의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죽은 후에 이상한 물건이나 지저분한 물건이 발견되어서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지 않길 바란 것이다. 또한 자신의 물건을 가족과 친구에게 남기는데 그 과정에서 속에 있는 말을 담은 편지를 준비한다. 어차피 죽을 마당에 못할 말이 뭐 있겠나 싶었던 것이다. 가령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널 정말 좋아하지만 네가 부른 노래만은 참을 수 없다거나 새로 와서 뱀파이어 소설을 쓰라고 하는 편집장에게는 당신의 소설은 어설프기 그지없다고 적는다. 그 외에도 엄마, 언니들에게, 아끼는 대녀에게, 내심 좋아했던 이모할머니에게도 편지를 쓴다.

그 후 무리를 해서 호텔방을 잡고 죽는 순간 입을 붉은 드레스와 구두를 산다. 자살계획이 착착 진행되어 이제 수면제 35알을 입에 털어 넣기만 하면 게르다의 계획은 완료될 예정이었다. 물론 대녀와 이모할머니 말고는 독설을 적은 편지도 보냈겠다 그야말로 죽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놈의 허영심이 게르다의 발을 붙잡았다. 입고 있는 붉은 드레스가 자신에게 너무 잘 어울려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고 아래층에 내려가서 칵테일 한 잔 하면 어떻겠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 아래층에서 친구 부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도하고 어쩌나 하고 있는 와중에 친구가 나타나서 하소연하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친구를 떼어내고 위층 호텔방에 돌아가서 자살을 하려는 게르다와 계속 그녀에게 달라붙으려는 친구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끝내 게르다는 자살에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부터 그녀의 고난이 더해진다. 갈 곳도 없어진데다가 온갖 독설을 담은 편지는 이미 지인들의 손에 들어간 상황, 이때부터 게르다의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우울한 인생이라고 해서 자살을 하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읽다보면 게르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너무 이입한 나머지 그녀의 자살을 방해하는 올레의 등장에 함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게르다가 죽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처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동조했던 것이다. '한 번 죽기가 이렇게 힘들다니'라고 생각하는 게르다에 폭소하기도 하고 어떻게든 그녀가 친구 올레를 쫓아내길 바랐지만 상황은 꼬여만 갔다.

전반에는 자살을 결심하는 상황인 만큼 사실 유쾌한 내용은 아니다. 허나 웃게 되는 상황 묘사와 독설을 담은 편지에 정말 유쾌하게 읽었다. 하지만 이 책 '오늘 죽고 싶은 나'의 진짜 재미는 게르다가 자살을 실패하고 모든 상황의 수습에 나선 이후에 있었다. 그녀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기도 하고 상황이 하나씩 뒤집혀가는 것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르다의 독설이 담긴 편지를 읽게 된 사람들의 반응 역시 큰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게르다의 유쾌한 자살 소동 '오늘 죽고 싶은 나'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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