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탐정 1 - 고대인의 지팡이 해골 탐정 1
데릭 랜디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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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에 일어나서 같은 시각에 집을 나서고 매번 걸어가던 같은 길을 걷게 되는 하루가 이어진다면 사람은 색다른 것을 추구하게 된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안전한 일탈에 속하는 여행을 하려 할 수도 있고 두 시간 동안 일상을 잊게 하는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반면 어딘가로 움직이는 행동을 하지 않고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려 한다면 책을 집어올리게 될 것이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인 것마냥 새로운 것을 전해준다. 더구나 그 책의 내용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의 경우 그 즐거움은 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해골탐정'은 흡족한 편이다. 나름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이, 친구가, 사회가 부여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던 스테파니의 모험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파니에게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삼촌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삼촌은 유명한 작가라서 꽤나 부유한 편이었다. 다른 친척들은 그에 대한 애정은 하나도 없었으나 그의 재산에 대한 욕심만은 큰 반면 스테파니는 독특한 성격의 삼촌에게 큰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삼촌은 어느 날 목숨을 잃고 만다. 본인에게도 의외였던 죽음, 친척들은 그에 재산에 대한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런 친척들과 달리 스테파니는 서서히 슬픔에 빠져 들지만 그녀의 호기심만은 생생한 것이어서 삼촌의 장례식에 나타난 의문의 손님에 대한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색한 가발인 것 같은 부스스한 머릿결에 모자를 눌러쓰고 눈에는 커다랗고 진한 선글라스를, 선글라스 아래는 스카프로 가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그 남자는 스테파니의 시선을 느꼈는지 조용히 사라진다. 이어 삼촌의 집에서 한 번 더 만나게 된 의문의 남자는 묘하게도 스테파니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짧은 대화 후 또 사라져버린 남자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삼촌의 유언장이 공개된 자리였다. 변호사가 그 자리에 스테파니를 참석시킨 것도 의외였는데 더 의외였던 것은 그 의문의 남자가 참석했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에게 남겨진 것은 한 마디의 충고, 친척들에게 남겨진 것은 보잘것없는 몇 가지였다. 의문의 남자는 태연했지만 친척들은 동요하고 마지막 순간 삼촌의 재산 대부분은 스테파니에게 상속 된다. 하이에나 떼처럼 삼촌의 재산을 노리던 친척들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유언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의문의 남자만이 스테파니에게 축하의 말을 던지고 또 홀연히 사라진다.

호기심과 놀람이 뒤섞여 아직은 얼떨떨한 스테파니와 엄마는 삼촌의 집을 방문하고 그 집을 둘러본다. 아직 그 집을 어떻게 할 지 결정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삼촌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 집 자체도 마음에 들었던 스테파니는 묘한 감상에 휩싸인다. 허나 집에 돌아갈 시간은 순식간에 다가오고 스테파니는 고든 삼촌의 집을 나선다. 그런데 타고 온 자동차가 문제를 일으켜 견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견인차량이 도착하지만 탈 자리가 없었던 스테파니는 혼자 삼촌의 집에서 엄마가 데리러 올 것을 기다리기로 한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이 일은 불안한 것이었지만 스테파니로서는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좀 더 집을 둘러보고 싶었고 고든 삼촌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를 먼저 보내고 고든 삼촌의 미발표 원고에 푹 빠져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리가 잠겼고 데리러 가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엄마는 어떻게든 데리러 가겠다고 하지만 스테파니는 하룻밤 정도는 고든 삼촌의 집에서 보낼 수 있다고 답한다.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좋기도 했지만 원고의 나머지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스테파니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오고 당연히 엄마가 걸었을 것으로 예상한 스테파니였지만 전화를 건 당사자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스테파니가 집에 혼자 있음을 알고 집에 침입하려 한다. 어떻게든 달아나려 했던 스테파니는 침입자에게 붙잡혀 위험에 처하고 그 때 문을 박차고 등장한 존재가 삼촌의 장례식에서 본 남자였다.

우연한 줄만 알았던 삼촌의 죽음 뒤에 거대한 악의 세력이 있었고 호기심과 용기가 가득한 조카 스테파니가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 '해골탐정'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예 새로운 세계로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이면에 마법사들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이 좋았다. 다리에서 길을 막고 문제를 내는 트롤이나 고대인의 지팡이로 자신의 힘을 더하려는 악한 마법사, 그런 마법사를 막고 세계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해골탐정이 등장하는 것이 독특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테파니와 함께 다니게 되는 해골탐정 스컬더거리 플레즌트가 모든 것을 초월할 만큼 강한 것도 아니고 적절한 유머를 가진 인물이라 더 좋았다. 힘의 균형이 아슬아슬하거나 오히려 적의 세력 쪽이 더 강한 만큼 긴장감 있게 읽을 수 있었고 마법사의 세계에서 3개의 이름을 갖는다는 부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음양사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가 이름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 사람을 좌우할 어느 정도의 힘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에 가려진 진짜 이름, 마법사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남이 붙여준 이름, 마법적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자신이 선택한 이름이 있다는 부분이 음양사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시리즈의 1권이니 만큼 인물 소개에 치중한 면이 있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던 '해골탐정'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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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 지그 지글러가 들려주는 세일즈 클로징의 비밀
지그 지글러 지음, 장인선 옮김 / 산수야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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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이 세일즈 기술을 사용한다. 다만 본인이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세일즈의 기술은 단순히 판매의 기술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설득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에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시간을 팔아야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으니 결국 자본가가 아닌 많은 임금 노동자는 전부 세일즈맨인 셈이다. 지나친 확대해석일 수도 있지만 무언가를 팔면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항상 '난 안돼'라고 말하는 것보다 '나는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살 수 있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클로징'은 아주 유용한 편이다. 일단 두툼한 편이라 선뜻 책을 펼치기 어렵게 하는 면이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지그 지글러가 쓴 다른 책 '정상에서 만납시다'와 마찬가지로 첫 장을 펼친다면 다음 장을 넘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자신의 경험담을 재미있게 설명하고 그런 세일즈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여러 가지 전략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은 주로 세일즈 클로징을 설명하기 위한 책이니 책의 독자층이 상당히 분명한 책이라서 전혀 관심 없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긴장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된 내용은 저자 지그 지글러의 아내가 원하는 집을 사기 위해서 남편을 설득한 내용이었다. 지그 지글러 본인이 세일즈맨의 최고로 우뚝 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아내는 그가 생각지도 않았던 수준의 집을 사게 만든 것이다. 지그 지글러와 아내는 집을 사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 그는 집을 살 최고가를 미리 제시 했는데 그의 아내는 집은 정말 중요한 것이고 가능하면 좋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느냐면서 그 예산안에서 2만 달러를 높였다. 당시로는 2만 달러가 꽤나 큰돈이었는데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과소비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집을 보러가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꿈의 집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집의 가격은 처음 예산안에서 2만 달러를 붙인 것을 넘은 가격이었다. 무려 1만 8천 달러를 말이다. 이 가격을 들은 지그 지글러는 단호히 안 된다고 말했다. 그만한 집을 살 수는 없다면서 말이다. 물론 그는 슈퍼 세일즈맨이라는 말도 모자라는 사람이니 돈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집은 너무 과했던 것이다. 거기에 그는 이미 2만 달러를 양보한 상황이었는데 초과부담 1만 8천 달러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그의 반응에 그의 아내는 조용히 물러섰다. 하지만 이렇게 덧붙였다. 사지 않아도 좋으니 한 번 보러만 가자고 말이다. 그녀가 평생을 꿈꿔왔던 집을 발견했고,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한 번 같이 보러가자는데 그는 그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단지 보러가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아내는 동의했고 두 사람은 집을 보러갔다. 그 집은 지그 지글러 역시 평생을 원해왔던 집이었다. 그는 수영장을 갖고 싶었는데 그 집에는 수영장은 물론이고 벽난로, 서재까지 완벽했다. 거기에 그의 아내가 그가 그 집의 소파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을 상상해보라면서 그의 상상력을 부추겼다. 이제 그도 그 집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집은 너무 비쌌고 예산안을 지나치게 넘은 것이었다. 그의 아내는 더 이상 그를 조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할 수 없으니 더 싼 집을 보러가자고 말이다. 이 말은 그의 자존심을 자극했지만 지그 지글러 본인이 명색이 프로 세일즈맨이니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버텼다.

그런데 숙소에 와서 그의 아내가 이렇게 물었다. 추가 비용이 1만 8천 달러인데 달라스에서 30년을 살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가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이 비용을 30년으로 나누면 하루에 얼마를 부담해야 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는 1달러 70센트라고 말했고 그의 아내는 '정말 행복한' 아내를 위해 하루에 1달러 70센트도 낼 수 없느냐고 말했다. 이쯤 되자 지그 지글러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이 경험담에서 세일즈맨이 아니라 집안의 경영자인 그녀의 아내가 어떻게 세일즈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고객인 남편이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음을 확신했고 고객이 내야할 돈을 작게 쪼개서 부담을 최소화시켰다. 또한 갖고 싶다는 숨은 욕망을 자극했다. 충분한 사전정보가 있었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어떤 것을 팔려고 하면 가격이 보통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고객에게 그 가격을 넘는 가치를 확신시키고 논리가 아니라 감정에 호소하라고 한다.

이것 외에도 수많은 세일즈 기술이 다양한 일화와 섞여 있어서 감탄하면서 읽었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해온 다면 정말 부담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평생을 세일즈를 해왔으며 강연가로도 유명한 사람이라 이 책 역시 사람의 마음을 끄는 점을 잘 살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부한 사례, 재치 있게 난관을 헤쳐나간 저자의 경험담이 섞여 있는 책 '클로징' 매우 재밌게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세일즈맨 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여러 가지 상황에서 설득의 기술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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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력 - 유쾌한 인간관계의 기술
다고 아키라 지음, 이서연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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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들어가 은둔을 하지 않는 이상 사람은 평생 사람과 부딪히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사람과 어울리다보면 즐거울 때도 많지만 상처를 받게 될 때도 많다. 그것도 상대가 알지 못하는 동안에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라면 최악인 셈이다. 상대는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연유도 모른다는 얼굴로 상대를 본다면 인간관계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당사자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면 그리고 이유도 알 수 없다면 인간관계 확장은 멀고먼 이야기일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것은 말하는 당사자도 안 믿는 소리이고 학교부터 직장까지 인간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야 친구가 적은 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직장에서 직장동료, 특히 상사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 승진은 그야말로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발 넓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폭 넓은 인간관계를 구성하고 있고 어딜 가든지 사람이 몰리는 사람은 사실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사교력'의 저자 다고 아키라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고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이라 한다. 친화력이 좋다는 것은 이익과 관계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인간관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교력이라는 것은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잘 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역시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성공에 관건은 선천적인 친화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사교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거창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이 책 '사교력'은 비교적 읽기 쉬운 편이다. 저자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교력의 달인들의 행동에서 깨닫게 된 인간관계의 기술 67가지를 적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얻게 된 지혜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논조가 보통 자기계발서에서는 명령투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마치 에세이를 적는 것처럼 편안하게 풀어놓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일상 속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에세이집을 읽는 것처럼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이 특히 좋았다. 67가지 인간관계 기술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미리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라'라는 것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갑자기 웬 함정인가 싶겠지만 저자가 어느 날 프레젠테이션을 매우 잘 해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정확히는 그가 얼마나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기에 그렇게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극찬을 듣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보니 뛰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지루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의아했던 저자는 직접 발표자에게 가서 물어봤다. 자신이 듣기에는 별로 대단할 것이 없었는데 박수가 쏟아져서 이상했다고 말이다. 그러자 프레젠테이션을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은 하나의 진검승부와 같습니다. 사람은 장점보다 약점을 찾으려 하고 듣는 데에 집중한다기보다 발표자가 대답하지 못할 만한 질문 즉 약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을 해서 발표자가 쩔쩔매면 자신이 제대로 약점을 집어냈고 이겼다고 생각해서 기뻐하지요. 하지만 만약 발표자가 제대로 대답을 해내면 자신이 한 질문이 별 것 아니어서 졌다고 생각하기 싫기 때문에 자신이 한 질문도 적절했는데 완벽하게 답변을 한 발표자가 정말 발표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박수를 치게 되는 겁니다. 주로 이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려는 사람은 윗사람이 많고 그런 윗사람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 전부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일부러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여기저기에 함정을 파놓습니다. 일부러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넘어가면, 사람들은 그 부분이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찔러 오는 거지요. 백이면 백 함정에 걸려듭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에 답변을 하고 결국 박수갈채를 받게 되는 거지요.'

단순해 보이는 발표 속에 이런 고도의 심리전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들도 평소에 함정을 파놓는 경우가 있다. 화장을 다르게 하거나 옷을 새로 사 입거나 해서 '오늘 달라 보인다'거나 '멋있어 보인다'라는 말을 유도하려 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함정은 알아도 기꺼이 빠지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읽고 함정을 만들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면 여러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이외에도 66가지 인간관계의 기술이 더 나열되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실생활에서 직접 겪은 일을 말하는 터라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그만큼 읽고 난 후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겠다 싶은 것도 많았다.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리고 인간관계를 원활히 유지하는 사람이 부러웠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사교력' 매우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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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가 꿈을 키우는 섬, 마다가스카르
김준희 지음 / 솔지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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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는 여러 가지를 기대하게 되는게 보통입니다. 일단 같은 아시아권에 속하더라도 다른 문화를 접하게 되는 터라 다른 문화권의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점과 마주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 건물,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고 그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현지사람들이나 같은 처지인 여행자와 교류의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전혀 다른 환경인터라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삶의 기반이 되는 집이나 지인들이 없기 때문에 여행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은 변화를 꿈꾸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비용이 꽤 들기는 하지만 안전한 일탈인 셈입니다. 고생스러울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경험을 가득 쌓고 돌아오면 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여행지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다면 어떨까요. 여행지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는 것은 그만큼 예상외의 상황에 자주 부딪혀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모험을 즐기는 대담한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은 꽤 스트레스가 될 겁니다. 잘 모르는 곳에서 제한된 시간과 비용내에서 잘 논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일 관계상 반드시 가야 하는 것도 아닌데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여행지로의 여행을 고집하게 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여행지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이 책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르 여행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다가스카르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면서 아프리카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지 오래인 섬이라 아프리카로 분류하기에는 좀 묘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이 혼재된 듯한 곳이며 큰 섬만의 독특한 환경이 형성되어서 대륙에서 보기 힘든 동식물이 있다는 겁니다.

멸종되어 버린 피그미 하마 같은 것은 빼고서라도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거대한 바오밥 나무가 자라는 곳이니까요. 바오밥나무는 크기가 거대하기도 하지만 형태가 마치 뿌리가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라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밥나무를 신이나 악마가 멀쩡한 나무를 뽑은 후 뒤집어 심은 것이라는 말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것을 다 빼고서 바오밥나무 하나만으로도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 역시도 마다가스카르에 대한 막연한 매력 때문에 여행에 나섰다고 합니다. 소설 '어린 왕자' 속의 바오밥 나무를 실제로 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런데 마다가스카르 자체가 우리나라에 그다지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라 사전정보가 거의 없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합니다. 여행서라고는 '론리 플래닛' 영문판 밖에 찾지 못했고 말입니다. 허나 그런 상태에서 무조건 부딪혔기 때문에 이 마다가스카르 여행기는 독특한 느낌이 잘 살아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낯선 환경과 언어 때문에 불안감을 드러내지만 이 책의 저자야 말로 사전정보가 거의 없이 떠난 터라 그런 불안감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가서 보니 치안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좋은 정도인 마다가스카르의 치안을 걱정하기도 하고, 주로 쓰는 언어에 대한 정보도 뚜렷이 없어서 필수 단어조차 익히지 않고 가기도 하고 말입니다. 마다가스카르는 예전에는 내전도 있고 치안이 안 좋았지만 현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치안도 많이 좋아졌고 전에 프랑스령이었기 때문에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불어와 현지민이 쓰는 말라가시어라고 합니다.

사전정보가 없이 떠났지만 좋은 기후와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행 중에 만나는 같은 처지의 여행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모으기도 하고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저자도 세밀한 정보를 알고 간 여행은 아니기 때문에 마다가스카르의 모든 것을 담고 있지는 못합니다. 비용문제가 있기도 했고 해서 주로 남부를 살짝 살짝 훑었다는 느낌이 큰 편입니다.

제목대로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를 보기 위한 여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거대한 바오밥나무를 찍은 다양한 사진과 여행 도중에 만나게 된 사람들과의 이야기 덕분에 꽤나 재밌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이 풍성하고 낯선 여행지에 대한 흥분과 불안, 즐거움이 담긴 글이 좋았구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땅이지만 바오밥나무만으로도 꼭 가보고 싶은 섬 마다가스카르를 다룬 여행기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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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는 끝났다
이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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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의 표정에 민감한 편입니다. 타인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을 읽어냅니다. 반면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감정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고는 인식할 수 있어도 그것이 기쁨으로 인한 것인지 슬픔으로 인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가 아닌 보통 사람이라 해도 피에로의 얼굴 만큼은 구분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는 현란한 분장 속에 과장되게 그려진 표정으로 인해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로는 개그맨도 피에로와 같습니다. 사람들을 웃게 하기 위해서 우는 사람들인 그들이 자학적인 소재로 사람들의 웃음을 불러일으키려 할 때 그들이 웃고 있지만 뒤에서는 울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개그맨 이진수 역시 웃고 있지만 울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대학교 때부터 연기를 배워왔고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고 그가 성공을 거둔 것은 개그맨으로써 였습니다.

정상의 개그맨이 된 이진수는 사람들의 주목이 자신에게 몰려 있는 그 기회를 이용해서 영화배우로의 전환을 모색합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이 지은 시나리오를 여기저기에 내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연락은 거의 오지 않았고 친하게 지내던 배우 스티브는 그에게 쓴 소리를 합니다.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이진수는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선택한 개그맨의 길,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그 일 자체가 그의 발목을 붙잡게 된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 할 때도 배우였고 지금도 배우이건만, 사람들에게는 그는 희극배우가 아니라 그저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이었던 것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로 인해서 정상의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만족스러웠던 이진수의 생활에 기이한 긴장감을 준 것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였습니다. 열흘 후에 죽게 될 것이라는 한 줄의 문자, 처음 이 문자를 본 이진수의 반응은 무시였습니다. 하지만 카운트를 하듯 점차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 예고된 날이 가까워질수록, 하루에 한 번 섬뜩한 문자가 날아올수록 그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매일을 악몽 속에서 깨어나고 낮에도 백일몽에 시달립니다. 바쁘고 고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그렇다고 치부하기에는 점차 그가 보게 되는 환상의 강도가 심해집니다. 공포가 엄습해오기 시작하자 이진수는 자신에게 유감을 품고 있을 두 사람을 찾아갑니다. 한 명은 오랜 시간 사귀었으나 일방적으로 차버린 옛 애인 오미영이었고 다른 한 명은 무명시절 돌봐준 선배였지만 언제부턴지 그런 관계가 부담스러워서 자신의 손으로 퇴출시킨 김웅이었습니다.

오미영은 이제 이진수를 다 잊었고 곧 중국에 나갈 거라며 그에게 화를 내고, 김웅은 넉넉하게 웃으면서 연예계보다 영업을 하는 지금이 마음 편하다 말합니다. 의심하고 있던 두 사람 모두 그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며 부인한 것입니다. 이진수는 그로 인해 더 큰 혼란에 빠집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 지 알 수 없었고 그에게 오는 협박문자의 그 날은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끔찍한 환상과 환청으로 인해서 공포감이 극에 달한 이진수는 죽음의 날에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면도날을 이용한 잔인한 살인사건이 소재라서 읽으면서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더구나 이진수가 환각에 시달리면서 보거나 듣게 되는 내용이 너무 잔혹한 것이 많았구요. 하지만 형사와 범인과의 대화에서 시작되어 다시 사건 발생 열흘 전으로 돌아가는 구성은 꽤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충격적이었지만 제일 마지막 부분이 더 충격이었구요. 하지만 살인사건과 그 범인을 밝히는 것보다 주인공의 심리가 문자를 받을수록 그리고 예고된 죽음의 날이 가까워질수록 불안정해지는 것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될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가운데 숨 막히는 긴장감이 이어진 게 좋았구요. 죽음의 예고를 받은 개그맨의 이야기 '코미디는 끝났다'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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