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탐정 1 - 고대인의 지팡이 해골 탐정 1
데릭 랜디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같은 시각에 일어나서 같은 시각에 집을 나서고 매번 걸어가던 같은 길을 걷게 되는 하루가 이어진다면 사람은 색다른 것을 추구하게 된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안전한 일탈에 속하는 여행을 하려 할 수도 있고 두 시간 동안 일상을 잊게 하는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반면 어딘가로 움직이는 행동을 하지 않고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려 한다면 책을 집어올리게 될 것이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새로운 세계인 것마냥 새로운 것을 전해준다. 더구나 그 책의 내용이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의 경우 그 즐거움은 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해골탐정'은 흡족한 편이다. 나름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이, 친구가, 사회가 부여하는 평범한 일상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던 스테파니의 모험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파니에게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삼촌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삼촌은 유명한 작가라서 꽤나 부유한 편이었다. 다른 친척들은 그에 대한 애정은 하나도 없었으나 그의 재산에 대한 욕심만은 큰 반면 스테파니는 독특한 성격의 삼촌에게 큰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삼촌은 어느 날 목숨을 잃고 만다. 본인에게도 의외였던 죽음, 친척들은 그에 재산에 대한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런 친척들과 달리 스테파니는 서서히 슬픔에 빠져 들지만 그녀의 호기심만은 생생한 것이어서 삼촌의 장례식에 나타난 의문의 손님에 대한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색한 가발인 것 같은 부스스한 머릿결에 모자를 눌러쓰고 눈에는 커다랗고 진한 선글라스를, 선글라스 아래는 스카프로 가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그 남자는 스테파니의 시선을 느꼈는지 조용히 사라진다. 이어 삼촌의 집에서 한 번 더 만나게 된 의문의 남자는 묘하게도 스테파니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짧은 대화 후 또 사라져버린 남자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삼촌의 유언장이 공개된 자리였다. 변호사가 그 자리에 스테파니를 참석시킨 것도 의외였는데 더 의외였던 것은 그 의문의 남자가 참석했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에게 남겨진 것은 한 마디의 충고, 친척들에게 남겨진 것은 보잘것없는 몇 가지였다. 의문의 남자는 태연했지만 친척들은 동요하고 마지막 순간 삼촌의 재산 대부분은 스테파니에게 상속 된다. 하이에나 떼처럼 삼촌의 재산을 노리던 친척들은 분통을 터뜨렸지만 유언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의문의 남자만이 스테파니에게 축하의 말을 던지고 또 홀연히 사라진다.

호기심과 놀람이 뒤섞여 아직은 얼떨떨한 스테파니와 엄마는 삼촌의 집을 방문하고 그 집을 둘러본다. 아직 그 집을 어떻게 할 지 결정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삼촌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 집 자체도 마음에 들었던 스테파니는 묘한 감상에 휩싸인다. 허나 집에 돌아갈 시간은 순식간에 다가오고 스테파니는 고든 삼촌의 집을 나선다. 그런데 타고 온 자동차가 문제를 일으켜 견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견인차량이 도착하지만 탈 자리가 없었던 스테파니는 혼자 삼촌의 집에서 엄마가 데리러 올 것을 기다리기로 한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이 일은 불안한 것이었지만 스테파니로서는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좀 더 집을 둘러보고 싶었고 고든 삼촌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엄마를 먼저 보내고 고든 삼촌의 미발표 원고에 푹 빠져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리가 잠겼고 데리러 가는 것이 상당히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엄마는 어떻게든 데리러 가겠다고 하지만 스테파니는 하룻밤 정도는 고든 삼촌의 집에서 보낼 수 있다고 답한다.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좋기도 했지만 원고의 나머지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스테파니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오고 당연히 엄마가 걸었을 것으로 예상한 스테파니였지만 전화를 건 당사자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스테파니가 집에 혼자 있음을 알고 집에 침입하려 한다. 어떻게든 달아나려 했던 스테파니는 침입자에게 붙잡혀 위험에 처하고 그 때 문을 박차고 등장한 존재가 삼촌의 장례식에서 본 남자였다.

우연한 줄만 알았던 삼촌의 죽음 뒤에 거대한 악의 세력이 있었고 호기심과 용기가 가득한 조카 스테파니가 마법이 난무하는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 '해골탐정' 꽤나 인상적이었다. 아예 새로운 세계로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이면에 마법사들의 세계가 있다는 설정이 좋았다. 다리에서 길을 막고 문제를 내는 트롤이나 고대인의 지팡이로 자신의 힘을 더하려는 악한 마법사, 그런 마법사를 막고 세계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해골탐정이 등장하는 것이 독특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테파니와 함께 다니게 되는 해골탐정 스컬더거리 플레즌트가 모든 것을 초월할 만큼 강한 것도 아니고 적절한 유머를 가진 인물이라 더 좋았다. 힘의 균형이 아슬아슬하거나 오히려 적의 세력 쪽이 더 강한 만큼 긴장감 있게 읽을 수 있었고 마법사의 세계에서 3개의 이름을 갖는다는 부분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음양사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주가 이름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 사람을 좌우할 어느 정도의 힘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뒤에 가려진 진짜 이름, 마법사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남이 붙여준 이름, 마법적 공격에 방어할 수 있는 자신이 선택한 이름이 있다는 부분이 음양사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시리즈의 1권이니 만큼 인물 소개에 치중한 면이 있지만 매력적인 인물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었던 '해골탐정'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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