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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력 - 유쾌한 인간관계의 기술
다고 아키라 지음, 이서연 옮김 / 토네이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산 속에 들어가 은둔을 하지 않는 이상 사람은 평생 사람과 부딪히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 사람과 어울리다보면 즐거울 때도 많지만 상처를 받게 될 때도 많다. 그것도 상대가 알지 못하는 동안에 말이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라면 최악인 셈이다. 상대는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데 그 연유도 모른다는 얼굴로 상대를 본다면 인간관계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당사자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라면 그리고 이유도 알 수 없다면 인간관계 확장은 멀고먼 이야기일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것은 말하는 당사자도 안 믿는 소리이고 학교부터 직장까지 인간관계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야 친구가 적은 것으로 끝날 일이지만 직장에서 직장동료, 특히 상사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 승진은 그야말로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발 넓은' 사람을 부러워한다. 폭 넓은 인간관계를 구성하고 있고 어딜 가든지 사람이 몰리는 사람은 사실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사교력'의 저자 다고 아키라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사고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친화력이 좋은 사람들이라 한다. 친화력이 좋다는 것은 이익과 관계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인간관계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사교력이라는 것은 실익을 얻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잘 구성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역시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성공에 관건은 선천적인 친화력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사교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거창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이 책 '사교력'은 비교적 읽기 쉬운 편이다. 저자가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교력의 달인들의 행동에서 깨닫게 된 인간관계의 기술 67가지를 적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에서 얻게 된 지혜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논조가 보통 자기계발서에서는 명령투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마치 에세이를 적는 것처럼 편안하게 풀어놓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일상 속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에세이집을 읽는 것처럼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것이 특히 좋았다. 67가지 인간관계 기술 중 몇 가지를 예로 들자면 '미리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라'라는 것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갑자기 웬 함정인가 싶겠지만 저자가 어느 날 프레젠테이션을 매우 잘 해서 승승장구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정확히는 그가 얼마나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기에 그렇게 달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극찬을 듣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보니 뛰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지루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의아했던 저자는 직접 발표자에게 가서 물어봤다. 자신이 듣기에는 별로 대단할 것이 없었는데 박수가 쏟아져서 이상했다고 말이다. 그러자 프레젠테이션을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은 하나의 진검승부와 같습니다. 사람은 장점보다 약점을 찾으려 하고 듣는 데에 집중한다기보다 발표자가 대답하지 못할 만한 질문 즉 약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게 질문을 해서 발표자가 쩔쩔매면 자신이 제대로 약점을 집어냈고 이겼다고 생각해서 기뻐하지요. 하지만 만약 발표자가 제대로 대답을 해내면 자신이 한 질문이 별 것 아니어서 졌다고 생각하기 싫기 때문에 자신이 한 질문도 적절했는데 완벽하게 답변을 한 발표자가 정말 발표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박수를 치게 되는 겁니다. 주로 이런 식으로 꼬투리를 잡으려는 사람은 윗사람이 많고 그런 윗사람이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 전부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일부러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여기저기에 함정을 파놓습니다. 일부러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넘어가면, 사람들은 그 부분이 약점이라고 생각하고 찔러 오는 거지요. 백이면 백 함정에 걸려듭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에 답변을 하고 결국 박수갈채를 받게 되는 거지요.'
단순해 보이는 발표 속에 이런 고도의 심리전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보통 사람들도 평소에 함정을 파놓는 경우가 있다. 화장을 다르게 하거나 옷을 새로 사 입거나 해서 '오늘 달라 보인다'거나 '멋있어 보인다'라는 말을 유도하려 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함정은 알아도 기꺼이 빠지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읽고 함정을 만들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면 여러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이외에도 66가지 인간관계의 기술이 더 나열되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실생활에서 직접 겪은 일을 말하는 터라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그만큼 읽고 난 후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겠다 싶은 것도 많았다.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리고 인간관계를 원활히 유지하는 사람이 부러웠다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사교력' 매우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