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스즈키 도시후미 지음, 양준호 옮김 / 서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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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은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만 그 시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계속 변해간다. 십 년 전에는 익숙한 장소였던 곳을 찾아가면 자신이 기억하는 대부분의 건물들은 다른 건물들로 교체된 경우가 많다. 지형지물도 그런데 생물인 사람은 말할 것도 없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는 시간의 흐름 앞에 더 민감하게 변해가는 것이 있다. 시대의 분위기랄지 전반적인 경향이 그러하다. 한 예로 예전에는 구멍난 양말이나 옷을 기워 입는 때가 있었는데 지금처럼 물건이 넘치는 상황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낡아서 물건이 쓸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유행이 지났기 때문에 버려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 세련되다고 했던 것들이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촌스러워지는 때가 되었다. 즉,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어 사람들의 구매성향은 조금 달라졌다. 물건이 적은 때에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넘쳐나서 기업이 어느 정도 고심을 하고 물건을 출시하면 팔려나갔지만 요새는 그런 식으로 물건을 출시해서는 물건이 팔려 나가지 않게 되었다.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폭발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만든 제품이 아니라면, 설사 고객의 입장에서 원하는 제품이라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지 않으면 시대에 맞출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리고 기업에 들어간 이후에도 고객인 사람들이 입사한 이후에는 점차 판매자의 입장에 가까워지고 끝내는 판매자의 사고로 고정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을 위해 만든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다. 그 둘은 큰 차이가 있는데도 말이다. 하나의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단 한 군데에서 비틀어져 있기 때문에 막대한 돈을 들인 상품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단 하나 '고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때문이라고 한다. 언뜻 들으면 비슷한 이 말은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의 CEO 스즈키 도시후미는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개념이 생길 정도로 신상품이 흘러넘치고 있다. 예전의 고객이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구매를 했다면 지금의 고객은 대부분 충동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별로 사고 싶지 않던 물건도 지나가다가 마음에 들면 사기도 하는 것이다. 그 시기가 불황이든 별로 필요가 없던 물건이든 관계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사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객의 마음을 끌려면 고객의 입장에 서서 어떤 상품을 원할지를 떠올려야 한다. 반면 '고객을 위해서' 상품을 판다는 개념은 판매자 즉 기업의 입장에 서서 생각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생각의 주체가 기업이니 고객의 마음을 끄는 부분이 미묘하게 뒤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에서는 일본 최대이며 세계 5위의 유통업체 '세븐 앤드 아이 홀딩스'의 CEO가 된 스즈키 도시후미의 경영철학을 풀어놓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간단하지만 명료한 충고부터 기업쪽의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세심한 조언도 섞여 있다.

기본적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깔려 있어서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이 들어난 적절한 사례가 있는 것이 특히 좋았다. 그 중 한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가격에 민감하게 신경을 쓴다는 통념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파는 주먹밥의 가격을 인하했는데 많은 양이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이 판매신장에 고무된 다른 사람들은 다시 같은 방법을 쓰려 했지만 경쟁사에서도 같은 방식을 썼기 때문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단가를 더 낮추어 저렴한 먹거리를 내놓자는 않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달리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번의 저렴한 주먹밥이 잘 팔렸던 것은 그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치를 고객이 인정해주었기 때문이지 단순히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또한 그 이후에 판매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경쟁사 탓이라기보다 이미 익숙해졌기에 그 가치가 묻혀 버렸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더 낮은 단가의 먹거리를 내놓는다고 해서 고객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평소 500엔을 소비해서 식사를 하는 만큼 단가가 높은 고급 먹거리가 통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주변에서는 불황에 비싼 먹거리를 출시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렸지만 그의 주장대로 기존 80엔의 주먹밥이 아니라 200엔의 고급 주먹밥을 출시되었고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유연한 발상은 물론이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다른 무언가를 탓하는 행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따끔한 지적이 마음 깊숙히 와닿았다. 확실한 기본 원칙을 지키고 적당한 타협을 하지 않으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생각,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발상이 평사원에서 일본 최대 유통업체의 CEO로의 변화를 낳았다는 생각에 절로 납득을 하게 되었다. 초심을 버리지 않고 그처럼만 할 수 있다면 언젠가 꿈을 이루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즈키 도시후미의 경영철학 '도전하지 않으려면 일하지 마라' 기억해 둘 만한 책이었다. 초심을 잊게 될 때마다 한 번쯤 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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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테크 -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기술
최문열 지음 / 미디어락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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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뿐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시간이다. 물론 살아있는 동안 시간은 자신이 요령껏 사용가능한 자산이지만 동시에 쉽게 흘러가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시간을 멈추지도 거스를 수도 없는 상태니 시간의 가치는 꽤 큰 셈이다. 하지만 시간의 가치를 알았을 때는 많은 시간을 낭비해버린 경우가 많다. 거기에 시간의 가치를 알고도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보면 또 그 사실을 후회하게 된다.

사람은 길어야 백 년을 산다.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신이 가진 시간을 쓸모없이 써서야 긴 시간을 보낸다 해도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시간은 꽤나 희한한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겠지만 쓸 때에 따라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시험이나 중요한 일을 앞둔 시간은 어찌나 빨리 가는지 오싹할 정도다. 싫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일수록 빨리 다가오고 즐거운 일은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어렸을 때의 하루는 길기만 했는데 어른이 된 이후의 하루는 지겹지만 잘도 흘러간다. 하기야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데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하나하나에 반응하느라 길게 느끼는 것이고 어른이 된 이후에는 신기한 것이 많이 사라지고 무뎌져서 자극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시간을 보내도 빨리 흐른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렸을 때보다 어른이 된 이후에 시간의 낭비가 더 큰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였을 때는 그저 뛰어 놀고 공부하는 것 외에 주요한 일이 없었을 것 같지만 어렸을 때는 하루가 길고 즐거운 것인 반면 중요한 일이 많은 것 같은 어른이 된 이후에는 어느 사이에 한 주가 흘러가버리고 그 안에 기억에 남을 만한 즐거운 일은 거의 없다. 그나마 학생 신분에 있을 때는 의무가 적어서 덜하지만 취업이 되고 난 이후의 시간은 붕 뜬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술을 권하는 사회라지만 그 이전에 일중독을 강요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아플 때 출근을 한다고 해도 일의 능률이 오를리가 없는데 아플 때도 무조건 출근해야 하고 특별한 할 일이 없이 보내면서도 야근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할 일이 있거나 일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단지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말이다.

덕분에 회사에서는 경주마처럼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며 내달리다가 집에 들어오면 멍하니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다음날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니 자야 하고 생활이 일의 위주로 흘러간다.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일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일에서 자아를 실현한다거나 삶의 보람을 찾기는 커녕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 생활에 자신을 위한 시간 같은 것은 대체로 없다. 오직 일만을 위해 살다가 그 일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오면 더 난감해지는 것이다.

얼마 전 혼자서 시간을 보내보라는 말을 하는 책에서조차 직장생활에 보람이나 의욕은 없이 월급을 마약이라고 비유하며 그저 다닌다는 표현이 쓰여 있었다. 일중독 공화국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나라에서 일도 그저 시간을 보내는 정도로 하고 그 외의 시간도 그 일로 인해서 멍하니 보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생의 모욕이라고 할 정도다. 이 책 '하루테크'에서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점이다.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재테크는 끊임없이 하면서 왜 정작 중요한 자신의 시간은 그저 낭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하루하루가 모인다면 분명 그 사람의 인생은 한결 즐거운 것일 것이다.

그 점을 말하기 위해 현대 사회의 직장인의 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명확한 목표도 없이 일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날려버리는 삶 말이다. 저자는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도 하루테크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장하고 그에 따른 방안도 내놓고 있다. 과시를 위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진정 자신을 위한 자기계발을 하고 자신만을 위한 취미를 만들라고 한다. 후에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어학공부도 좋지만 즐거움을 얻고 다음날의 활력을 재충전하기 위한 취미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하루를 냉정하게 분석해서 어떤 일에 얼마나 에너지가 소모되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일은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내라고 한다. 그에 따라서 하루의 에너지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완급도 조절하지 않고 경주마처럼 내달려서 집에 돌아오면 쓰러져 버릴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의 에너지 계획표를 세우라고 한다. 그에 따라 하루를 보내면 직장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방전할 일도 없고 자신의 하루는 물론이고 직장에서의 일도 좀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매번 바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일수록 시간을 낭비하거나 에너지를 조절하지 않고 하루를 보낼 확률이 높다. 그저 단 하루일 수도 있지만 사람의 일생은 그 하루에서 시작된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말하듯이 행복하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라는데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버려서야 의미 있는 일생을 보내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한 권의 책이 생활의 전반을 뒤흔들어 놓을 수는 없겠지만 무의미하게 낭비되는 시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자신의 에너지를 완급을 조절해 사용하라는 조언은 꽤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시간 사용 계획을 돌아보게 하는 책 '하루테크'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시간은 낭비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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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서평을 써주세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두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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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아름다운 미모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들고 밝게 빛나던 젊음도 시간을 이기지는 못한다. 붉은 입술에 바치던 영원하다는 사랑도 무정하게 마음이 변해버린 연인 앞에서는 한 줌 재로 변해버릴 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 영원한 것에 열광한다. 시간 앞에 영원한 것은 없고 전부 변질되어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할 것이라 거짓맹세를 하기도 한다. 결국 영원하다는 것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 환상 속의 영원은 좀 더 고결한 것이 되고 그 영원을 향유하는 것으로 보이는 존재에 대한 기묘한 애정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피를 마시는 괴물이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물결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의 입장에 있으면서 마치 있다면 인간의 포식자에 속하므로 어떻게든 피해야 할 뱀파이어에 대한 열풍이 번지고 있다. 속성이야 소녀들이 바라는 것을 집대성해둔 존재일 뿐이지만 많은 것이 변하고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시간의 흐름에 비껴 있는 존재가 매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으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한 열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베르테르의 행동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로테를 끔찍하게 배려하는 것 같지만 뒤집어보면 그녀를 더없이 고통스럽게 하는 면도 있다.

허나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의 생명이라면 그 생명을 던지게 만드는 사랑은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한다. 그 감탄이 경악으로 변하더라도 액세서리를 구입하듯이 연인을 바꾸고 아무렇지도 않게 또 사랑을 말하는 세상 속에서 그 사랑이 놀랍기는 하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를 따라 자살했을 테지만 그 격정이 놀랍기는 하되 부럽지는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베르테르는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지적인 젊은이로 상류계급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하류계층의 애환을 잘 이해하는 상냥한 젊은이였다. 단점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격정적이었다는 것이었는데 그 점이 어린 아이와 여성들의 마음을 끄는 면이 있었다. 베르테르는 소도시에서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스위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러 간 가장을 기다리는 모자의 소박하지만 단란한 한 때를 보며 흐뭇해하기도 하고 혼자가 된 여주인을 사랑하고 있는 농부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농부는 베르테르와 친해져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연인의 눈으로 보게 된 여인은 아름다웠고 베르테르는 그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속으로 빈다.

그런 한가로운 시간은 한 여인을 만나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소도시의 주무관이 있었고 그 주무관에게는 9명의 자식이 있었다. 그 중 첫째 딸인 로테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만 것이다. 가벼운 기분으로 파티에 가던 중 베르테르의 파트너와 그 사촌은 주무관의 딸인 로테를 태워갈 것을 제안한다. 그 전에 베르테르는 경고를 받는데 로테가 매우 아름다우니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르테르가 의아해져서 그 이유를 묻자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 잠시 여행 중이라 이곳에 없지만 곧 돌아올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만나자 그 경고를 까맣게 잊고 만다. 로테는 외출 준비를 하느라 아이들에게 빵을 분배해주는 것을 잊어서 나가기 직전에 빵을 나누어 주던 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실질적으로 집안의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던 로테를 동생들은 매우 따르고 있었고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빵을 나누어 주면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홀리고 마차를 타고 파티장으로 가는 동안에는 그녀의 지성과 품성에 끌린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로테가 이미 누군가의 약혼녀라는 사실은 지워진 상태였다. 파티장에 도착하여 춤을 추기를 즐기는 로테와의 왈츠를 춘 베르테르는 몽롱한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언급한 알베르트라는 이름을 로테에게 묻고 그녀는 자신의 약혼자라고 답한다. 이에 어지러워진 베르테르였는데 그 때를 같이 하여 번개가 치고 음악이 끊긴다. 사람들은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지는데 로테가 재치 있게 게임을 제안하고 그 게임을 하는 사이 날씨가 진정된다.

이쯤에서 멈추면 좋았으련만 베르테르의 마음은 진정되지 못하고 그의 격렬한 마음은 로테의 손짓 하나에 춤을 춘다. 베르테르는 본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주무관의 집에서 환영을 받았고 로테와 보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는 형편이었다. 그의 마음은 끝내 넘치고 가득 채운 마음은 새어나와 로테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지는 지경이 된다. 그 때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고 그는 매우 신사적으로 베르테르를 대하지만 베르테르는 로테가 결코 자신의 연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해간다.

어렸을 때 한 번 읽었을 때는 명작으로 알려진 것을 읽어봐야 한다는 마음에 읽은 터라 이번에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베르테르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 젊다기보다 어렸던 탓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제목에서 나오듯 베르테르는 젊다. 그 젊음이 본디 격렬한 그의 성품을 부추겼고 많이 알려져 있듯이 비극적인 선택을 부추긴다. 로테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상류 사회에서 모욕을 받은 일, 상사와 잘 지내지 못한 일이 전부 맞물리면서 감정을 격화시킨 것이다. 감정의 흐름이 주를 이루는 책이라 그 감정의 흐름에 의식을 맡기다보니 다소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아무리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도 좋고 격렬한 사랑도 좋지만 극단적인 수단에 가슴이 답답해졌던 것이다. 노인에 대한 존경을 갖게 되는 것은 그들이 나이가 많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변화를 견디고 그 변화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변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놓지 못했고 그 상태를 끝내는 동시에 고정시키려 한 셈이다. 강인하지 못한 베르테르의 선택은 그 자신에게도 슬픔이었겠지만 읽는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사랑의 격렬함을 문학으로 그대로 가져다 놓은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끝은 씁쓸했지만 말이지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같은 작가가 쓴 '파우스트'가 떠오르네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젊은 괴테가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면
만년에 완성한 '파우스트'는 그를 대문호의 반열에 올렸지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20대 후반의 독자분이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너무 어리면 그 감정을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어서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녀를 만나리라!" 나는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 명랑한 기분으로 아름다운 태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친다네. "오늘은 그녀를 만나리라!" 그것 외에는 온종일 다른 어떤 소망도 갖지 않네. 모든 것, 모든 일이 그 희망 속에 휘감겨 버리고 마니까.
(P90)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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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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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는 말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백 년 남짓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성인이 되는 기간은 꽤나 긴 편이다. 그래서 그 긴 기간 동안 어른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할 필요도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기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것들이 즐거움이 되는데 함께 논 동무가 될 수도 있고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며 그 추억의 터전이 되었던 장소일 수도 있다. 사람은 다른 기억에 비해서 장소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게 떠올린다고 한다. 덕분에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법 중에 몇 가지는 익숙한 동네에 외울 것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신이 살고 자란 곳, 즉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동네일수록 포식자를 피할 확률도 먹음직한 식량을 얻을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의 입장에서 고향이라는 말은 묘한 기분을 자아내는 단어 일 뿐이다. 어느 장소와 연관을 갖지 못한 뜬 구름 잡는 단어인 것이다. 얼마 전 '헤어스프레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 있다. 미국인들은 유난히 지난 시절을 좋은 날로 추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즐거운 60년대라고 영화 속의 주인공은 노래했지만 실제 60년대는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였고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누군가는 기뻐한 반면 누군가는 슬퍼한 시대였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현재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는 생물이다. 흘러간 지난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시대로 회상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는 완벽한 이상향이 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 막상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가면 뭐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도 추억 속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동네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 정다운 사람들,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이 당연한 곳이다. 마을의 이름은 미트포드, 고향을 그리는 사람에게 이상적인 마을을 바탕으로 한 것이 바로 이 책 '미트포드 이야기'라고 한다. 심지어 실제 있는 마을이라고 하니 환상의 가속화를 부추긴다. 후반에 다소 폭력적인 부분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외설, 음란, 섹스, 폭력 등이 없는 깨끗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읽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소문을 내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시리즈라고 하는데 이번 권의 주인공은 무려 신부님이다.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의 성직자와 다르게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음씨 좋은 성직자 팀 신부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니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은 교구를 가졌으되 실제로는 너무나 바빠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짬이 없었던 신부님은 어느 화창한 날 간만에 여유를 즐긴다. 그런데 사무실의 문을 열려는 순간 그의 손에 뭔가 축축한 것이 와 닿는다. 그리고 그 축축한 무언가는 신부님을 엄청난 기세로 덮치는데 간신히 정신을 차린 신부님이 그 정체를 파악하니 엄청난 크기의 떠돌이 개였다. 그 개는 어디까지나 신부님에 대한 뜨거운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진흙투성이의 더러운 상태인데다가 커다란 덩치로 신부님의 재앙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난감한 상황을 깬 당사자는 신부님의 비서인 에마였다. 그녀는 그 개가 개가 아니라 가장 튼튼한 차종 중 하나로 알려진 뷰익이라고 단언하면서 가차 없이 핸드백을 휘두른다. 떠돌이 개는 에마의 핸드백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는데 이 이후부터 계속 팀 신부님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신부님은 자신의 현재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었다. 비록 신부님이지만 성공회 쪽의 신부님이라서 결혼도 할 수 있는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팀 신부님은 자신의 독신 생활을 바꿀 생각도 살을 뺄 생각도 없었다. 지나가다 들은 '그 뚱뚱한 사제'라는 소리가 모욕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요리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고 달콤한 것을 즐기는 자신의 식습관을 그다지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면 예전만큼 자신의 설교가 열정적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주치의가 운동과 식이요법을 끊임없이 권하고 사촌이 놀러오라고 종용을 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작은 울타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 거대한 검은 개가 그의 인생에 돌풍을 불어넣을 때까지 말이다. 검은 개가 보여주는 신부님에 대한 놀라운 애착과 후에 알게 되는 신비한 품성으로 인해 신부님은 녀석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우정을 쌓아간다. 더불어 교회지기의 손자인 둘리와의 관계라든지 소도시에서 일어난 도난사건과 이웃에 이사 온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해 평온한 삶을 살고 있던 팀 신부의 일상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과정은 평온하고 다정한 흐름을 타고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소설 중에 하나였다. 팀 신부님의 일상의 변화가 놀랍거나 강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깨끗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시종일관 지켜나가는 책이라 마음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신부님의 일상이 변해나가는 것보다 거칠었던 둘리가 팀 신부와의 교감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것이었다. 거기에 책 속에 표현된 다채로운 요리들은 읽는 즐거움을 하나 더 선사한 셈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성직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 좀 따분한 면이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소소한 즐거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 좋은 면이 더 많았다. 도시가 고향인 터라 고향에 대한 큰 환상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미트포드 같은 고향이라면 언제든 대환영일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역시 단연 좋은 점이라고 하면
청정소설이라고 할 만큼 깨끗한 소설이라는 점이었어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세부묘사는 거슬릴 때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가장 위험한 일이라봤자 커다란 떠돌이 개의 애정표현 정도인 미트포드 이야기는
마음 편하게 읽기 딱 좋은 책이더군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글쎄요. 이 정도로 깨끗한 이야기는 흔치 않아서...
전에 한 번 추천했던 '페리이야기' 정도로 해둘까요.
다른 책이 없을까 이리 저리 주변을 둘러봤는데
순 추리소설들이라서 피투성이 이야기뿐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부담없는 내용이라 누구나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평안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어서
누가 읽어도 마음 편하게 읽기 좋을 것 같거든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이런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P312)
-할아버지와 둘이 살던 둘리가 할아버지가 병으로 입원하자 팀 신부님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됩니다.
온 마을에서 음식을 가져오는데 12가지 음식 중에 점심을 고르게 되자
거친 방식을 자신을 보호해 온 소년이 수줍게 이 말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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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드래곤 라자 10주년 기념 신작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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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영원한 갈증이자 영원한 행복일 것이다. 결말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이야기를 계속 읽을 수 있으니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그림자 자국'의 출간 소식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판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를 재밌게 읽은 입장에서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은 새로운 기쁨이었다. 허나 '그림자 자국'에 1이라는 숫자가 붙지 않은 점에서 눈치 챘듯이 이 책은 '드래곤 라자'에서 이어지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기 보다 같은 배경을 하고 같은 작가가 쓴, 아직도 '드래곤 라자'라는 책과 그 세계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쉽게 말하면 덤인 셈이다.

후치의 마법의 가을을 다뤘던 '드래곤 라자' 후 천 년이 흐른 시점에서 '그림자 자국'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애정을 가지고 봤던 인물들은 '그림자 자국' 속에서는 역사 속의 인물이나 전설 속의 인물 정도로 밖에 드러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깜짝 선물인 셈이니 그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점은 이 책에서도 이루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드래곤 라자 속의 이루릴은 인간인 후치와 만나면서 점차 인간을 이해했다면 그림자 자국 속의 이루릴은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했기 때문에 엘프지만 인간의 심정을 잘 이해하는 자가 되어 있었다.

거기에 천 년 전에는 대마법사 핸드레이크까지는 아니라도 마법을 구사하는 인물이 꽤 있었던 반면 천 년이 흐른 시점의 바이서스에서는 마법을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인물이 없었다. 그래서 안 그래도 신비한 엘프인데다가 전설 속의 마법을 구사하는 이루릴은 전설 그 자체로 등장한다. 천 년이 흘렀는데도 건재한 이루릴의 모습은 기쁘기도 하지만 아련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야기 속이긴 하지만 천 년을 사는 동안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잃어왔기 때문에 일 년 중에 단 하루도 친구의 기일이 아닌 날이 없다는 것이다. 허나 가장 특색 있던 점은 모든 문제를 자아내는 전설 속의 무기의 제조자가 아프나이델이라는 점이었다. 드래곤 라자 초반에 사기를 치는 우스꽝스러운 마법사였던 아프나이델이 핸드레이크나 솔로처에 비견되는 대마법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드래곤 라자 후반에는 믿음직한 동료였지만 핸드레이크 수준이라고는 단 한 순간도 생각지 않았던 인물이 천 년이 흐르자 대마법사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그랬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다.

이야기는 이루릴이 한 남자를 구하러 나선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보석세공인이며 '예언자'인 남자는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남자는 다시없을 뛰어난 예언자였지만 결코 예언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자신이 예언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타인의 미래를 뺏는 행위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남자에게 예언을 종용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남자는 결코 예언을 해주지 않았지만 바이서스가 패전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패전의 책임은 누군가가 져야 했는데 직계 왕가 후손이 없어서 왕이 책임을 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디서든지 희생양을 찾아서 민심을 가라앉혀야 했는데 좋은 목표가 된 것이 바로 예언자였다.

안 그래도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미래를 보는 예언자가 바이서스의 패전을 못 봤을 리 없다는 것이다. 패전할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들이 형제가 남편이 가족이 죽었다는 것이다. 순전히 억지 논리였지만 사람들은 예언자를 광적으로 괴롭힌다. 예언자는 그런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을 견디려 했지만 왕비가 그를 불러들인다. 그의 힘을 바이서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에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예언자는 이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고 감옥에 갇히고 만다. 이 때 이루릴이 개입한다. 예언자를 탈출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친구를 위해서 이런 행동을 했지만 왕비는 이로 인해서 예언자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된다. 그가 예언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물론이고 전설 속의 존재인 엘프 이루릴이 예언자를 탈출시키려는 이유를 궁금해 하게 된 것이다. 예언자는 이루릴의 협조 하에 도둑인 왕지네와 함께 도망치지만 그의 앞에는 알 수 없는 운명이 놓여 있었다.

사실 이 책 '그림자 자국'은 '드래곤 라자' 이후에 '퓨처 워커'가 이어졌으니 드래곤 라자의 바로 뒤의 후속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드래곤 라자와 바로 이어진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은 이루릴이 주요 인물로 등장했던 탓도 있지만 마지막 반전 탓이 가장 컸다. 그리고 중반부에 등장한 게임에 드래곤 라자 속의 인물들이 말로 등장하고 제레인트가 쓴 것으로 되어 있는 추리소설의 주인공이 후치라는 점도 꽤 작용했던 것 같다. 내용도 드래곤 라자와의 연관이 있었지만 드래곤 라자와 관련된 내용이 그림자 자국 전체에 점점이 박혀 있어서 그런 부분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웠다. 단 한 권으로 끝난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했던 '그림자 자국' 즐겁게 읽었다. 한 권으로 끝났으니 끝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좋아했던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떠올리고 그 세계를 천 년 후까지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그 즐거움을 깊게 느끼려면 '드래곤 라자'부터 '퓨처 워커'까지 읽은 사람이 읽는 편이 좋겠지만 전설을 말하듯이 전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한 권만을 읽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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