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포드 이야기 1, 2]의 서평을 써주세요
-
-
미트포드 이야기 1 - 내 고향 미트포드 - 상
잰 캐론 지음, 김세미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수구초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바르게 하고 죽는다는 말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백 년 남짓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성인이 되는 기간은 꽤나 긴 편이다. 그래서 그 긴 기간 동안 어른이 해야 할 의무를 다할 필요도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기간을 보내는 동안 많은 것들이 즐거움이 되는데 함께 논 동무가 될 수도 있고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며 그 추억의 터전이 되었던 장소일 수도 있다. 사람은 다른 기억에 비해서 장소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게 떠올린다고 한다. 덕분에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법 중에 몇 가지는 익숙한 동네에 외울 것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신이 살고 자란 곳, 즉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익숙한 동네일수록 포식자를 피할 확률도 먹음직한 식량을 얻을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사람의 입장에서 고향이라는 말은 묘한 기분을 자아내는 단어 일 뿐이다. 어느 장소와 연관을 갖지 못한 뜬 구름 잡는 단어인 것이다. 얼마 전 '헤어스프레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생각이 있다. 미국인들은 유난히 지난 시절을 좋은 날로 추억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즐거운 60년대라고 영화 속의 주인공은 노래했지만 실제 60년대는 차별이 난무하는 시대였고 어느 시대나 그렇지만 누군가는 기뻐한 반면 누군가는 슬퍼한 시대였을 것이다. 결국 인간은 현재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하는 생물이다. 흘러간 지난날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시대로 회상하고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는 완벽한 이상향이 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그런 면이 없지 않다. 막상 예전에 살던 동네에 가면 뭐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도 추억 속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동네가 있다. 아름다운 풍경, 정다운 사람들, 한가로이 보내는 시간이 당연한 곳이다. 마을의 이름은 미트포드, 고향을 그리는 사람에게 이상적인 마을을 바탕으로 한 것이 바로 이 책 '미트포드 이야기'라고 한다. 심지어 실제 있는 마을이라고 하니 환상의 가속화를 부추긴다. 후반에 다소 폭력적인 부분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외설, 음란, 섹스, 폭력 등이 없는 깨끗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읽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소문을 내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시리즈라고 하는데 이번 권의 주인공은 무려 신부님이다.
추리물이나 스릴러물의 성직자와 다르게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음씨 좋은 성직자 팀 신부님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니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작은 교구를 가졌으되 실제로는 너무나 바빠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짬이 없었던 신부님은 어느 화창한 날 간만에 여유를 즐긴다. 그런데 사무실의 문을 열려는 순간 그의 손에 뭔가 축축한 것이 와 닿는다. 그리고 그 축축한 무언가는 신부님을 엄청난 기세로 덮치는데 간신히 정신을 차린 신부님이 그 정체를 파악하니 엄청난 크기의 떠돌이 개였다. 그 개는 어디까지나 신부님에 대한 뜨거운 호감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진흙투성이의 더러운 상태인데다가 커다란 덩치로 신부님의 재앙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난감한 상황을 깬 당사자는 신부님의 비서인 에마였다. 그녀는 그 개가 개가 아니라 가장 튼튼한 차종 중 하나로 알려진 뷰익이라고 단언하면서 가차 없이 핸드백을 휘두른다. 떠돌이 개는 에마의 핸드백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는데 이 이후부터 계속 팀 신부님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신부님은 자신의 현재 생활에 어느 정도 만족을 하고 있었다. 비록 신부님이지만 성공회 쪽의 신부님이라서 결혼도 할 수 있는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팀 신부님은 자신의 독신 생활을 바꿀 생각도 살을 뺄 생각도 없었다. 지나가다 들은 '그 뚱뚱한 사제'라는 소리가 모욕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요리 솜씨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고 달콤한 것을 즐기는 자신의 식습관을 그다지 바꾸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걱정이 하나 있다면 예전만큼 자신의 설교가 열정적으로 터져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주치의가 운동과 식이요법을 끊임없이 권하고 사촌이 놀러오라고 종용을 했음에도 그는 자신의 작은 울타리를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그 거대한 검은 개가 그의 인생에 돌풍을 불어넣을 때까지 말이다. 검은 개가 보여주는 신부님에 대한 놀라운 애착과 후에 알게 되는 신비한 품성으로 인해 신부님은 녀석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우정을 쌓아간다. 더불어 교회지기의 손자인 둘리와의 관계라든지 소도시에서 일어난 도난사건과 이웃에 이사 온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해 평온한 삶을 살고 있던 팀 신부의 일상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 과정은 평온하고 다정한 흐름을 타고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소설 중에 하나였다. 팀 신부님의 일상의 변화가 놀랍거나 강렬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깨끗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시종일관 지켜나가는 책이라 마음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신부님의 일상이 변해나가는 것보다 거칠었던 둘리가 팀 신부와의 교감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것이었다. 거기에 책 속에 표현된 다채로운 요리들은 읽는 즐거움을 하나 더 선사한 셈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성직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 좀 따분한 면이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소소한 즐거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라 좋은 면이 더 많았다. 도시가 고향인 터라 고향에 대한 큰 환상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미트포드 같은 고향이라면 언제든 대환영일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역시 단연 좋은 점이라고 하면
청정소설이라고 할 만큼 깨끗한 소설이라는 점이었어요.
추리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세부묘사는 거슬릴 때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가장 위험한 일이라봤자 커다란 떠돌이 개의 애정표현 정도인 미트포드 이야기는
마음 편하게 읽기 딱 좋은 책이더군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글쎄요. 이 정도로 깨끗한 이야기는 흔치 않아서...
전에 한 번 추천했던 '페리이야기' 정도로 해둘까요.
다른 책이 없을까 이리 저리 주변을 둘러봤는데
순 추리소설들이라서 피투성이 이야기뿐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부담없는 내용이라 누구나 읽어도 좋을 것 같네요.
평안한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고 있어서
누가 읽어도 마음 편하게 읽기 좋을 것 같거든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이런 건 한번도 본 적이 없어요.'
(P312)
-할아버지와 둘이 살던 둘리가 할아버지가 병으로 입원하자 팀 신부님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됩니다.
온 마을에서 음식을 가져오는데 12가지 음식 중에 점심을 고르게 되자
거친 방식을 자신을 보호해 온 소년이 수줍게 이 말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