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서평을 써주세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두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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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아름다운 미모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시들고 밝게 빛나던 젊음도 시간을 이기지는 못한다. 붉은 입술에 바치던 영원하다는 사랑도 무정하게 마음이 변해버린 연인 앞에서는 한 줌 재로 변해버릴 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 영원한 것에 열광한다. 시간 앞에 영원한 것은 없고 전부 변질되어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할 것이라 거짓맹세를 하기도 한다. 결국 영원하다는 것은 환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 환상 속의 영원은 좀 더 고결한 것이 되고 그 영원을 향유하는 것으로 보이는 존재에 대한 기묘한 애정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피를 마시는 괴물이 되고 싶어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물결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의 입장에 있으면서 마치 있다면 인간의 포식자에 속하므로 어떻게든 피해야 할 뱀파이어에 대한 열풍이 번지고 있다. 속성이야 소녀들이 바라는 것을 집대성해둔 존재일 뿐이지만 많은 것이 변하고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시간의 흐름에 비껴 있는 존재가 매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으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대한 열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베르테르의 행동은 굉장히 이기적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로테를 끔찍하게 배려하는 것 같지만 뒤집어보면 그녀를 더없이 고통스럽게 하는 면도 있다.

허나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자신의 생명이라면 그 생명을 던지게 만드는 사랑은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한다. 그 감탄이 경악으로 변하더라도 액세서리를 구입하듯이 연인을 바꾸고 아무렇지도 않게 또 사랑을 말하는 세상 속에서 그 사랑이 놀랍기는 하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를 따라 자살했을 테지만 그 격정이 놀랍기는 하되 부럽지는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베르테르는 감성적이지만 동시에 지적인 젊은이로 상류계급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하류계층의 애환을 잘 이해하는 상냥한 젊은이였다. 단점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격정적이었다는 것이었는데 그 점이 어린 아이와 여성들의 마음을 끄는 면이 있었다. 베르테르는 소도시에서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스위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러 간 가장을 기다리는 모자의 소박하지만 단란한 한 때를 보며 흐뭇해하기도 하고 혼자가 된 여주인을 사랑하고 있는 농부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농부는 베르테르와 친해져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연인의 눈으로 보게 된 여인은 아름다웠고 베르테르는 그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속으로 빈다.

그런 한가로운 시간은 한 여인을 만나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소도시의 주무관이 있었고 그 주무관에게는 9명의 자식이 있었다. 그 중 첫째 딸인 로테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만 것이다. 가벼운 기분으로 파티에 가던 중 베르테르의 파트너와 그 사촌은 주무관의 딸인 로테를 태워갈 것을 제안한다. 그 전에 베르테르는 경고를 받는데 로테가 매우 아름다우니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르테르가 의아해져서 그 이유를 묻자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지금 잠시 여행 중이라 이곳에 없지만 곧 돌아올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만나자 그 경고를 까맣게 잊고 만다. 로테는 외출 준비를 하느라 아이들에게 빵을 분배해주는 것을 잊어서 나가기 직전에 빵을 나누어 주던 참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실질적으로 집안의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던 로테를 동생들은 매우 따르고 있었고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빵을 나누어 주면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홀리고 마차를 타고 파티장으로 가는 동안에는 그녀의 지성과 품성에 끌린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로테가 이미 누군가의 약혼녀라는 사실은 지워진 상태였다. 파티장에 도착하여 춤을 추기를 즐기는 로테와의 왈츠를 춘 베르테르는 몽롱한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언급한 알베르트라는 이름을 로테에게 묻고 그녀는 자신의 약혼자라고 답한다. 이에 어지러워진 베르테르였는데 그 때를 같이 하여 번개가 치고 음악이 끊긴다. 사람들은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지는데 로테가 재치 있게 게임을 제안하고 그 게임을 하는 사이 날씨가 진정된다.

이쯤에서 멈추면 좋았으련만 베르테르의 마음은 진정되지 못하고 그의 격렬한 마음은 로테의 손짓 하나에 춤을 춘다. 베르테르는 본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주무관의 집에서 환영을 받았고 로테와 보내는 시간이 점차 많아지는 형편이었다. 그의 마음은 끝내 넘치고 가득 채운 마음은 새어나와 로테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지는 지경이 된다. 그 때 로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고 그는 매우 신사적으로 베르테르를 대하지만 베르테르는 로테가 결코 자신의 연인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해간다.

어렸을 때 한 번 읽었을 때는 명작으로 알려진 것을 읽어봐야 한다는 마음에 읽은 터라 이번에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베르테르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 젊다기보다 어렸던 탓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제목에서 나오듯 베르테르는 젊다. 그 젊음이 본디 격렬한 그의 성품을 부추겼고 많이 알려져 있듯이 비극적인 선택을 부추긴다. 로테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상류 사회에서 모욕을 받은 일, 상사와 잘 지내지 못한 일이 전부 맞물리면서 감정을 격화시킨 것이다. 감정의 흐름이 주를 이루는 책이라 그 감정의 흐름에 의식을 맡기다보니 다소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아무리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도 좋고 격렬한 사랑도 좋지만 극단적인 수단에 가슴이 답답해졌던 것이다. 노인에 대한 존경을 갖게 되는 것은 그들이 나이가 많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변화를 견디고 그 변화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변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 베르테르는 자신의 감정을 놓지 못했고 그 상태를 끝내는 동시에 고정시키려 한 셈이다. 강인하지 못한 베르테르의 선택은 그 자신에게도 슬픔이었겠지만 읽는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사랑의 격렬함을 문학으로 그대로 가져다 놓은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끝은 씁쓸했지만 말이지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같은 작가가 쓴 '파우스트'가 떠오르네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젊은 괴테가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면
만년에 완성한 '파우스트'는 그를 대문호의 반열에 올렸지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20대 후반의 독자분이 읽으면 좋을 것 같네요.
너무 어리면 그 감정을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어서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녀를 만나리라!" 나는 아침마다 잠에서 깨어나 명랑한 기분으로 아름다운 태양을 바라보며 이렇게 외친다네. "오늘은 그녀를 만나리라!" 그것 외에는 온종일 다른 어떤 소망도 갖지 않네. 모든 것, 모든 일이 그 희망 속에 휘감겨 버리고 마니까.
(P90)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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