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3
마이클 셰이본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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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탐정을 떠올렸을 때의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사냥모자에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다. 영국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즈의 인기는 아직도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코난 도일이 자신의 좀 더 진지한 소설이 저평가 받는 것이 홈즈의 지나친 인기 탓인 것 같아서 홈즈를 죽게 했을 때 팬들은 강력하게 항의했으며 결국 탐정은 죽음에서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홈즈는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죽음을 맞지는 않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가 '커튼'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크리스티도 자신이 창조한 탐정을 죽게 하기 위해 '커튼'을 자신의 사후에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팬들의 항의로 인해 홈즈 같이 포와로가 죽음에서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면 했던 것이다. 덕분에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사후에 닫힌 이야기 속의 명탐정이 되었지만 홈즈는 수많은 다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불멸의 생을 얻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좋은지는 알 수 없으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 되기도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홈즈는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완벽한 탐정의 대명사다. 지적 즐거움이 부족해져 심심해지면 마약을 하기도 하고 의뢰인이 죽는 일도 다반사다. 의뢰인이 살아남는 것은 '바스커빌 가의 개' 정도다. 거기에 코난 도일이 창조한 세계의 멋진 주인이지만 양장본으로 해도 불과 9권에 등장한다. 포와로가 30권이 넘는 등장을 보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런 마당에 홈즈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반갑기도 하다. 새로운 홈즈, 생기가 넘치고 새로운 사건에 도전하는 홈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점은 단점이기도 해서 가장 '완벽한' 탐정에 손상이 가는 헌정작을 보면 그것이 정말 헌정작인지 홈즈에 대한 훼손작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그런 양날의 칼과도 같은 면에도 불구하고 홈즈를 다시 만나는 기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된다. 이 책 '셜록홈즈 최후의 해결책'도 그랬다. 작가도 플리처 상 수상 작가라 하니 큰 배에 몸을 실은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분량이 너무 적다. 160페이지 남짓의 본문에 글자 크기도 너무 크다. 장편이라기보다 중편 소설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거기에 결말 부분이 다소 어정쩡했다. 뭔가 뒤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잘라낸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 점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작가의 필력이 안정적이었고 초반 묘사가 좋았다. 홈즈의 유명한 능력 중에 하나는 방문자의 직업부터 전력을 맞추는 것이다. 왓슨에게 설명을 해줘야 드러나는 그의 비약적인 추리는 보는 사람을 항상 놀라게 했었다. 그런데 장미꽃을 든 소년이 앵무새를 어깨에 얹고 걸어가는 것이 홈즈의 눈에 띄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홈즈는 평소의 관찰하는 습관대로 소년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았지만 감도 잡지 못한다. 지나치게 이상스런 조합이었던 것이다. 은퇴를 해서 오는 손님도 맞지 않던 홈즈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소년에게 향한다.

홈즈는 소년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소년은 대답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답한 것은 소년의 어깨 위의 앵무새 쪽이었다. 앵무새는 수수께끼인 것처럼 독일어로 답한다. 숫자의 의미 없는 나열들이었다. 그것은 마치 암호처럼 들렸고 놀란 홈즈는 소년에게 다시 질문을 하지만 소년은 등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이 사건은 홈즈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옛 친구의 손자가 홈즈를 찾아와 도움을 구한다. 홈즈는 평소대로 거부하려 했지만 소년과 앵무새가 사건의 중심에 있음을 알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건에 뛰어든다.

이 책 속의 홈즈는 89세라 거동마저도 약간 불편하다. 그 부분을 읽자마자 홈즈의 수준급 권투실력은 기대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쉬고 말았다. 거기에 왓슨도 곁에 없다. 그 말은 곧 홈즈가 자신의 비약적인 추리를 결코 설명해주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홈즈의 그림자는 너무 커서 어떤 헌정작도 만족스러울 것 같지가 않다. 어쨌든 그는 가장 완벽한 탐정 셜록 홈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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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6
멕 로소프 지음, 박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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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말이지'는 '내가 사는 이유'의 작가 멕 로소프의 신작 소설이다. 이 두 권으로 인해 성장소설의 여왕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두 권 다 소재가 예사롭지 않다. '내가 사는 이유'에서는 거식증에 걸려 있는 미국 소녀가 영국으로 왔다가 알 수 없는 전쟁에 휘말리는 내용이다. 덕분에 현대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소리도 들었던 책이었다. 전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멕 로소프는 이번에는 우연한 사고 후에 운명을 피하기로 결정한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을 썼다. 성장소설이니 만큼 두 권의 주인공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품은 상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사는 이유'의 주인공이 새 엄마와 어린 동생의 탄생으로 거부감을 느꼈다면 '만약에 말이지'의 데이비드 케이스도 동생 찰리의 탄생으로 자신의 자리가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진다. 자신의 온 마음으로 부모님을 사랑할 수 있었던 시기는 지나가고 모든 것이 짜증스러웠던 것이다. 그런 마당에 동생이 태어난 것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어른들이야 그가 의젓한 형이길 기대했지만 그들은 데이비드의 마음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데이비드가 동생 찰리를 괴롭혔다는 것은 아니다. 동생은 형 데이비드를 굉장히 잘 따랐고 데이비드도 자신을 잘 따르는 동생을 아끼고 있었다. 다만 마음이 복잡한 것은 별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의 일상에 우연한 사고가 끼어든다. 찰리는 아기인지라 행동을 예측할 수 없었는데 데이비드가 놀아주지 않자 혼자 할 일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이 하필 창가에 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아직 의사소통은 잘 안되는데 걸음마를 시작해서 행동반경만 늘어난 찰리였다. 데이비드는 그것도 모른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사이 찰리는 창가에 올라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었다. 1층이 아니었으니 만약 떨어진다면 무사하기 어려울 터였다. 거기에 새가 날아가자 찰리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날아보겠다는 욕심이 싹튼다. 그나마 아래에 있는 개가 쳐다보자 잠시 망설였지만 찰리의 몸은 금세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데이비드에게 어떤 직감이 든 것은 그 때였다. 데이비드는 찰리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고 몸을 던진다. 간신히 찰리를 붙잡아서 끌어 올린다. 아기 찰리는 자신은 날 수 있다고 항변했지만 그 목소리는 데이비드에게 들리지 않았다. 너무 놀랐기 때문이었다. 놀람이 가시자 데이비드는 오싹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운명이 바뀌는 한 순간 말이다. '만약' 자신이 찰리에 대한 것을 조금만 늦게 깨달았다면 찰리는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속으로는 '동생을 죽게 방치한 아이'라고 그를 탓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제 데이비드는 선택을 해야 했다. 방금 전의 사고를 단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일상을 보내는 것과 한 순간의 차이로 피할 수 있던 운명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데이비드는 도전을 선택한다. 정확하게는 '도피'였다. 자신의 이름을 '저스틴 케이스'로 바꾸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었다. 자신의 불운한 운명을 피해 도망치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저스틴이 된 데이비드의 운명과의 한 판 승부가 시작되고 있었다. 첫 부분을 읽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의 동생을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던 사고를 두고 자신의 불운을 저주하며 운명에게서 도망치겠다고 선언하는 소년이라니 황당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소년을 내려다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 시각이 대체 누구인지는 의외로 쉽게 밝혀지지만 그로 인해서 소년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스틴은 자신의 운명을 거부하면서 여태까지 알던 사람들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들과 교감을 시작한다. 그만의 상상 속의 친구를 알아보는 피터, 불운에 집착하는 저스틴의 눈을 뜨게 하는 도로시아, 이기적이지만 그를 성장하게 하는 아그네스까지 말이다. '만약'이라는 말은 일상 속에서 흔히 하게 되는 말 중에 하나다. 자신이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을 아쉬워하는 것은 인간의 성품 중에 하나인지도 모른다. '만약' 운명을 피하는 것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세상에는 수많은 저스틴 케이스가 실재하게 되지 않을까. 소재부터가 흥미로운 소설이었지만 전작 '내가 사는 이유'에 비해서 흡입력은 살짝 떨어지는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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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교양 - 당신이 꼭 알아야 할 돈의 비밀과 진실
이즈미 마사토 지음, 김정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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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다른 물건을 바꿀 수 있는 가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수단은 어느 순간 사람의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느냐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돈과 관련해서 가장 의아한 주제 중에 하나는 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거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파산하게 되느냐였다.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은 자신이라면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대한 돈을 얻었을 때 비슷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그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돈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을 관리하는 능력은 세 살 어린 아이 같은데 막대한 돈이 들어왔으니 지탱을 하지 못해 무너져 내린 것이라는 것이었다.

살면서 꼭 필요한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정작 그 돈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는 사람도 역시 많지 않다. 그래서 많이 벌어도 언제나 주머니는 텅텅 빈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적은 연봉을 가지고 있을 때는 연봉만 늘어난다면 저금도 하고 목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연봉이 늘고 나면 그것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눈을 돌리게 된다. 2천만 원의 연봉으로 검소한 인생을 잘 꾸려나가던 사람이 4천만 원의 연봉을 벌게 되었는데도 적자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저자 역시 그랬다고 한다. 2천만 원 정도의 연봉일 때는 작은 집을 유지하면서 연봉이 늘면 저축을 하겠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연봉이 늘어나자 보다 좋은 입지의 집으로 옮기고 싶었고 좀 더 맛있는 음식점에 가고 싶었다고 한다. 물론 그 음식점의 식대는 전에 먹던 곳보다 다소 높았다. 그리고 할부로 멋진 차도 샀다. 그 상태가 되자 연봉은 2배로 늘었는데 언제부턴가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다. 빚에 시달리다 못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렸고 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부모님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빠졌다. 부모님이 한심해 하셨다는 것은 당연했다. 이 모든 일들이 그가 돈을 관리하는 능력을 미리 쌓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돈을 모으는 방법도 유지하는 방법도 쓰는 법도 몰랐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가치로만 판단하고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마다 그에 따랐으니 돈이 남아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돈은 다른 것과 교환하는 가치가 맞다. 그래서 물건이 아니라 돈을 사용해서 경험을 쌓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돈은 반드시 필요하고 쌓아놓은 돈이 없을 때 건강에 문제가 오거나 하면 큰 불안감이 엄습하게 된다. 돈이 단순한 교환 가치를 넘어 그 가치만큼의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에도 만약 부모님이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면 빚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기본적인 돈의 교양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기본적으로 벌게 되는 돈이 술술 새어가는 일이 없도록, 언젠가 행운이 굴러 들어온 뒤 몇 년 후 파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또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탄탄히 쌓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물건을 살 때도 일명 지름신에 부응해서 즉시 살 것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기다리라고 한다. 만약 사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줄었다면 사지 말라는 것이다. 갖고 싶다고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데 갖고 싶다는 마음에 휘둘리게 되면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라도 파산할 수밖에 없다.

버는 돈도 일단 단순히 생각해서 6은 생활비를 비롯해서 써야 할 돈을 쓰고 2는 무조건 저축, 2는 자신의 능력을 신장시키는 자기계발비로 사용하라고 한다. 여태껏 10을 쓰던 부분을 6으로 쓰려니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5년만 있으면 자신의 한 해 연봉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안심과 가능성 역시 가질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그 외에도 흔히 가입하게 되는 생명보험이 왜 집보다 비싼 물건인지, 집을 살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두 가지 등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제목대로 어디까지나 '교양' 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돈에 무지해서야 평생 텅 빈 지갑을 안고 가야할 테니 한 번쯤 반드시 읽어 둘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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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월드>를 리뷰해주세요.
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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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거울을 주제로 한 공포영화가 나왔었다. 그 영화에서 가장 무서웠던 것은 거울 속의 다른 자신이 실제로는 자신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었다. 거울은 자신을 비추지만 그것이 실제 자신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 거울 속으로 들어가는 공상이나 거울 속의 누군가가 나오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도플갱어처럼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수많은 자신을 만나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소설 '드래곤 라자'속의 영원의 숲에서는 기억이 분리되어 무수히 많은 자신을 만들어낸다. 그 때 인간은 다른 자신을 만나면 죽이려 든다.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상대도 역시 자기 자신이어서 죽이면 그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인데도 그랬다. 여기 조이라고 불리는 한 소년도 무수히 많은 자신을 만나게 된다. 소년은 평범했지만 한 가지만은 특이했다. 길을 지독히도 못 찾았고 방향감각도 없어서 자기 집에서도 길을 잃었다. 마침 동생을 위해 개조공사를 하기도 했지만 식사를 하러 내려가야 할 시간에 동생의 방에 들어가거나 벽장에 들어간다.

그런 소년이 시공간을 뛰어 넘어 다른 세계로 간다. 그가 가진 약점은 시공간을 뛰어 넘는 능력 '워킹'으로 인한 부작용이었던 셈이다. 조이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춘기가 될 때까지 몰랐지만 우연히 팀 별 과제를 하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자 능력이 발현된다. 허나 건너간 세계도 지금의 자신이 사는 곳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조이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가자 조이의 어머니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거기에 분명 개조공사를 한 집이 개조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더구나 그 집에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조세핀이었고 딱 조이가 여자애로 태어났다면 가졌을 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조이는 공포에 질려 집을 뛰쳐나가고 또 '워킹'을 한다. 그의 능력은 감정에 반응했던 것이다. 그 때 한 사람이 조이에게 접근한다. 그의 이름은 제이, 인터월드 소속의 군인이었다. 물론 조이와 얼굴이 같았다. 전투복으로 인해 그의 얼굴은 왜곡되어 보였지만 매일 보아 왔던 자신의 얼굴을 착각하기는 어려웠다. 조이는 경악하고 그를 경계하지만 그 와중에 다른 자들이 접근한다. 인터월드가 적대하고 있는 바이너리 측 사람들이었다. 워킹 능력자를 포획해서 냉동한 다음 그 능력만 쭉쭉 빨아내는 자들이었다. 과학에 대해 지나치게 신봉하고 다른 차원을 점령하려는 제국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조이는 일단 제이의 말에 따라 도망친다.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돌아갈 집은 없었다. 일단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그가 가야할 곳을 고민할 때 한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처음 그가 워킹을 하게 한 사건을 제공한 다마스 선생님이었다. 조이는 선생님이라면 자신의 말을 들어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조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능력을 발휘해가며 학교로 돌아간다. 그런데 묘한 것이 선생님이 조이를 보고 하얗게 질린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조이는 몇 년 적에 익사했다고 한다. 살아 있는 조이는 다치는 바람에 폭포에 가지 못했지만 죽은 조이는 폭포에 가서 익사했고 선생님이 축사까지 했다고 한다.

다마스 선생님은 놀랐지만 조이가 기대한 대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런데 이 때 방해꾼이 끼어든다. 마찬가지로 인터월드가 적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제국인 헥스 측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마법사로 이뤄진 자들은 강력한 워킹 능력을 가진 조이를 끌고 간다. 그들의 함선을 움직이려면 연료가 필요한데 그 연료를 워킹 능력자의 영혼으로 쓴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삶고 각종 처리를 해서 영혼의 정수만 빼낸다고 했다. 마법에 걸려 속절없이 끌려가는 조이의 앞날은 어둡기만 했다.

한 소년이 모든 차원을 정복하려는 두 제국의 사이에 끼어들고 후에는 그에 대항하는 전사가 되어간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소년의 설정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다중차원에 대한 부분과 두 제국에 대항해 조화를 유지하려는 군대가 전부 여러 차원에서 모여든 다양한 '조이'들이라는 점이었다.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살던 세계도 다르지만 전부 한 사람이라는 설정이 독특했다. 거기에 작가도 '샌드맨'의 작가 닐 게이먼인 터라 더 호감이 갔다. '샌드맨'으로 매혹적 다크 판타지를 선사한 작가가 창조한 세계가 어떤 것일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지만 처음의 설정이 매혹적이었던 반면 어느 순간부터 단순한 판타지에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다소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자신을 동료로 하고 마법사와 과학자에 대항하는 소년의 이야기는 충분히 이색적이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다중 차원을 배경으로 하고 수많은 다른 차원에서 온 자신을 동료로 싸우게 된 소년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점이 좋았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아무래도 닐 게이먼의 그래픽 노블 '샌드맨'이 떠오르네요. 꿈의 세계를 자유롭게 오가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가 이색적인 다크 판타지에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판타지 소설을 즐기는 10대~20대 후반까지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가면에 비친 내 얼굴은 얼빠지고 우둔해 보였다. 땀으로 얼룩진 얼굴, 걸레처럼 축 늘어진 적갈색의 머리카락, 크게 뜬 갈색 눈. 그리고 비틀린 입은 놀람과, 솔직히 말해 공포로 얼룩진 그로테스크한 모습이었다. (P30, 제이와의 만남)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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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밥상 -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원종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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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버린'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옛 동료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남자가 그를 해하려 하자 죽음이 올 것을 예감한 다른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의 목숨을 빼앗을 살인자는 이렇게 답한다. 죽어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결국 모르는 것들은 사람을 두렵게 한다.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자는 있어도 실제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없기에 죽음이 두렵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낫는 법을 알 수 없는 병도 두렵다. 지금 살고 있는 생명의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또 생에 집착하게 된다.

성인의 대열에 든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소설 '음양사'에 나온 말대로라면 사람은 욕망에 묶여 있어 부처가 될 수 없다고 하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야 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품고 있는 욕망을 약간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충족시키는 족족 다른 것을 원하게 될 테지만 말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품고 있는 욕망에 부응하듯 수많은 종류의 건강 서적들이 쏟아져 내린다. 이 책 '조화로운 밥상'도 어쩌면 그런 불안감을 충족시켜 주는 책 중에 하나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요새 나오는 책들에서는 거의 극단적 채식이야 말로 살 길인 것 마냥 강조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면 바로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상태는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을 나타낼 때가 많아졌다. 아주 극빈층이 아니라면 배가 고프지는 않다. 하지만 '잘 먹는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사람의 몸에서 원하는 것들이 반드시 포만감을 주는 것이나 입에서 단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렇다. 거기에 광우병이니 조류독감이니 하는 알 수 없는 질병부터 GMO의 유해성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면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진다.

전에는 어린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면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요새는 설탕중독 소리를 듣게 된다. 입이 짧아서 다른 것은 잘 먹지 않고 과자라도 배부르게 먹으니 내버려 두자고 생각했던 어머니들은 '아이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듣게 되는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은 어떤가. 먹으면 맞지 않는 화합물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아토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인스턴트식품을 먹었을 때 아이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실험결과까지 있으니 오싹해진다. 그런 마당에 채식을 권하니 귀가 다 솔깃해진다.

허나 채식만으로는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다 공급하기 어렵다고 한다. 콩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성장기 아동에게 공급해야 할 것들을 다 공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무조건 채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굳이 하려면 계란이나 생선은 먹는 제한적 채식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혹은 많은 장수마을에서 그렇듯이 올리브기름 같은 좋은 기름을 쓰고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튀기는 방법대신 최대한 기름기를 빼는 식으로 요리를 하라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몸에서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망고가 다른 사람의 몸에는 보약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도 저마다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 그런데 불안감에 무조건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통념이 전부다 옳은 것이 아니듯이 지방이나 단백질도 인체에 필요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다른 건강서적과 마찬가지로 단 것을 마구 먹어도 좋다거나 기름진 음식을 마구 섭취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는다면 야채를 많이 함께 먹으라는 것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맛있는 요리만이 아니라 영양의 균형이 맞는 음식을 섭취하라고 한다. 그 조언이 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저자가 실제로 직접 텃밭에서 키운 야채와 마당에 풀어 키운 닭을 자주 언급했기 때문이다. 말만이 아니라 실제 삶을 통해 증명한 셈이니 보다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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