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3
마이클 셰이본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흔히 탐정을 떠올렸을 때의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는 사냥모자에 파이프를 문 셜록 홈즈다. 영국의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창조한 명탐정 셜록 홈즈의 인기는 아직도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코난 도일이 자신의 좀 더 진지한 소설이 저평가 받는 것이 홈즈의 지나친 인기 탓인 것 같아서 홈즈를 죽게 했을 때 팬들은 강력하게 항의했으며 결국 탐정은 죽음에서 돌아왔다. 그래서인지 홈즈는 마지막 이야기에서도 죽음을 맞지는 않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탐정 포와로가 '커튼'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크리스티도 자신이 창조한 탐정을 죽게 하기 위해 '커튼'을 자신의 사후에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팬들의 항의로 인해 홈즈 같이 포와로가 죽음에서 돌아오는 일이 없었으면 했던 것이다. 덕분에 포와로는 크리스티의 사후에 닫힌 이야기 속의 명탐정이 되었지만 홈즈는 수많은 다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불멸의 생을 얻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어느 쪽이 좋은지는 알 수 없으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반갑기도 하고 복잡한 심경이 되기도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홈즈는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완벽한 탐정의 대명사다. 지적 즐거움이 부족해져 심심해지면 마약을 하기도 하고 의뢰인이 죽는 일도 다반사다. 의뢰인이 살아남는 것은 '바스커빌 가의 개' 정도다. 거기에 코난 도일이 창조한 세계의 멋진 주인이지만 양장본으로 해도 불과 9권에 등장한다. 포와로가 30권이 넘는 등장을 보이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런 마당에 홈즈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반갑기도 하다. 새로운 홈즈, 생기가 넘치고 새로운 사건에 도전하는 홈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점은 단점이기도 해서 가장 '완벽한' 탐정에 손상이 가는 헌정작을 보면 그것이 정말 헌정작인지 홈즈에 대한 훼손작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그런 양날의 칼과도 같은 면에도 불구하고 홈즈를 다시 만나는 기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된다. 이 책 '셜록홈즈 최후의 해결책'도 그랬다. 작가도 플리처 상 수상 작가라 하니 큰 배에 몸을 실은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기대치가 높았던 탓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분량이 너무 적다. 160페이지 남짓의 본문에 글자 크기도 너무 크다. 장편이라기보다 중편 소설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거기에 결말 부분이 다소 어정쩡했다. 뭔가 뒤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잘라낸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 점만 제외하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작가의 필력이 안정적이었고 초반 묘사가 좋았다. 홈즈의 유명한 능력 중에 하나는 방문자의 직업부터 전력을 맞추는 것이다. 왓슨에게 설명을 해줘야 드러나는 그의 비약적인 추리는 보는 사람을 항상 놀라게 했었다. 그런데 장미꽃을 든 소년이 앵무새를 어깨에 얹고 걸어가는 것이 홈즈의 눈에 띄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홈즈는 평소의 관찰하는 습관대로 소년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았지만 감도 잡지 못한다. 지나치게 이상스런 조합이었던 것이다. 은퇴를 해서 오는 손님도 맞지 않던 홈즈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소년에게 향한다.

홈즈는 소년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소년은 대답하지 않는다.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답한 것은 소년의 어깨 위의 앵무새 쪽이었다. 앵무새는 수수께끼인 것처럼 독일어로 답한다. 숫자의 의미 없는 나열들이었다. 그것은 마치 암호처럼 들렸고 놀란 홈즈는 소년에게 다시 질문을 하지만 소년은 등을 돌려 걸어가 버린다. 이 사건은 홈즈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옛 친구의 손자가 홈즈를 찾아와 도움을 구한다. 홈즈는 평소대로 거부하려 했지만 소년과 앵무새가 사건의 중심에 있음을 알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사건에 뛰어든다.

이 책 속의 홈즈는 89세라 거동마저도 약간 불편하다. 그 부분을 읽자마자 홈즈의 수준급 권투실력은 기대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쉬고 말았다. 거기에 왓슨도 곁에 없다. 그 말은 곧 홈즈가 자신의 비약적인 추리를 결코 설명해주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홈즈의 그림자는 너무 커서 어떤 헌정작도 만족스러울 것 같지가 않다. 어쨌든 그는 가장 완벽한 탐정 셜록 홈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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