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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밥상 -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원종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영화 '울버린'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옛 동료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남자가 그를 해하려 하자 죽음이 올 것을 예감한 다른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의 목숨을 빼앗을 살인자는 이렇게 답한다. 죽어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결국 모르는 것들은 사람을 두렵게 한다.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자는 있어도 실제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없기에 죽음이 두렵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낫는 법을 알 수 없는 병도 두렵다. 지금 살고 있는 생명의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또 생에 집착하게 된다.
성인의 대열에 든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소설 '음양사'에 나온 말대로라면 사람은 욕망에 묶여 있어 부처가 될 수 없다고 하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야 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품고 있는 욕망을 약간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충족시키는 족족 다른 것을 원하게 될 테지만 말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품고 있는 욕망에 부응하듯 수많은 종류의 건강 서적들이 쏟아져 내린다. 이 책 '조화로운 밥상'도 어쩌면 그런 불안감을 충족시켜 주는 책 중에 하나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요새 나오는 책들에서는 거의 극단적 채식이야 말로 살 길인 것 마냥 강조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면 바로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상태는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을 나타낼 때가 많아졌다. 아주 극빈층이 아니라면 배가 고프지는 않다. 하지만 '잘 먹는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사람의 몸에서 원하는 것들이 반드시 포만감을 주는 것이나 입에서 단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렇다. 거기에 광우병이니 조류독감이니 하는 알 수 없는 질병부터 GMO의 유해성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면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진다.
전에는 어린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면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요새는 설탕중독 소리를 듣게 된다. 입이 짧아서 다른 것은 잘 먹지 않고 과자라도 배부르게 먹으니 내버려 두자고 생각했던 어머니들은 '아이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듣게 되는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은 어떤가. 먹으면 맞지 않는 화합물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아토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인스턴트식품을 먹었을 때 아이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실험결과까지 있으니 오싹해진다. 그런 마당에 채식을 권하니 귀가 다 솔깃해진다.
허나 채식만으로는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다 공급하기 어렵다고 한다. 콩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성장기 아동에게 공급해야 할 것들을 다 공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무조건 채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굳이 하려면 계란이나 생선은 먹는 제한적 채식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혹은 많은 장수마을에서 그렇듯이 올리브기름 같은 좋은 기름을 쓰고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튀기는 방법대신 최대한 기름기를 빼는 식으로 요리를 하라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몸에서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망고가 다른 사람의 몸에는 보약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도 저마다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 그런데 불안감에 무조건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통념이 전부다 옳은 것이 아니듯이 지방이나 단백질도 인체에 필요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다른 건강서적과 마찬가지로 단 것을 마구 먹어도 좋다거나 기름진 음식을 마구 섭취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는다면 야채를 많이 함께 먹으라는 것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맛있는 요리만이 아니라 영양의 균형이 맞는 음식을 섭취하라고 한다. 그 조언이 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저자가 실제로 직접 텃밭에서 키운 야채와 마당에 풀어 키운 닭을 자주 언급했기 때문이다. 말만이 아니라 실제 삶을 통해 증명한 셈이니 보다 믿음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