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언자 4 - 오드 토머스와 흰 옷의 소녀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김효설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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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래를 본다는 것은 좋기보다는 잃을 것이 많다. 인간은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의 모든 미래를 전부 알고 있다면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을수 있을까. 더구나 미래 중에서도 불길한 미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거나 하는 우울한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좋지 않다. 본 사람이 슈퍼맨이라도 된다면 모르지만 보기만 한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 불길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막으려는 사람이 죽을 수도 있고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정신병원에 갇힐 수도 있다.

오드 토머스는 그런 면에서 안 좋은 패만을 전부 잡고 있는 셈이었다. 오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할 줄 아는 젊은이였으며 즉석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으므로 직업의 걱정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불길한 미래, 그것도 자신이 막지 않으면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 미래를 본다.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보니 그 영혼이 다가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영혼의 입장에서야 자신을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신세였다가 자신을 볼 줄 아는 오드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가 이승을 떠나게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원한을 풀어주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반면 오드 토머스는 자신의 불운한 능력으로 인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고향 피코문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한 연인 스토미를 잃은 것이다. 더구나 그 이후에도 오드의 능력은 그를 놓아주지 않아서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의 운명이랄지 능력이랄지 그 기이한 것이 불길한 사건이 터질 장소로 그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드 토머스는 불길한 미래를 막기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하고 삶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기에 그 사랑이 가장 아름다웠고 삶의 매순간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서글픈 면도 있었다.

그래서 점점 전권에 비해서 오드 토머스의 행동은 거칠 것이 없어진다. 자신이 본 미래를 막기 위해서는 총을 사용하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위험에 내던지기도 한다. 물론 임신부인 안나 마리아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 위함이었지만 말이다. 그나마 오드가 가진 좋은 패는 오드가 불길한 미래를 읽는다면 선량한 사람들 몇몇은 오드가 분명 수상쩍은 행동을 함에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예전에 옆에 나타나던 유령 엘비스 프레슬리 대신에 프랭크 시나트라가 계속 나타날 뿐만 아니라 분노의 폴터가이스트를 선보여서 오드가 빠진 수렁에서 그를 건져주기도 한다.

게다가 유령 애완견 부에 이어 머피라 불렸지만 이제는 라파엘이 된 골든 리트리버 강아지까지 합류한다. 오드를 위험에 빠뜨리는 대상이자 신비의 여인인 안나 마리아조차 적절한 도움과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준다. 위기의 순간 가장 절묘하게 나타난 노부인, 이번 고용주인 왕년의 배우 허치슨씨 등 고향인 피코문도를 떠나 고립된 상태인 오드에게는 전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단 하룻밤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오드 토머스만의 싸움이 일어난다.

단 하루 동안의 일어난 사건이란 점도 그랬지만 오드의 능력이 범인들에게 들켜버린 상황이 적절하게 이용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전보다 냉소적이 된 오드가 권총을 앞에 두고 살인자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긴장감이 넘치기보다는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을 사랑하는 허무주의자 오드 토머스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터라 오드가 세상을 보는 법이나 생각하는 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것이 때로는 긴장감 넘치고 때로는 유쾌해서 두툼한 분량인데도 얼마 걸리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정작 자신의 미래도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는 남자 오드 토머스의 이야기, 이번에도 다음 권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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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길을 가라
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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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동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요정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자 여자는 '행복한 삶'을 바란다고 답했다. 여자의 삶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름다움도 부도 새로 생겨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행복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행복의 비밀을 궁금해했지만 여자는 웃기만 하도 답해주지 않았다. 그녀의 행복한 생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여자가 요정에게 받은 행복의 비밀을 말했다. 바로 '다른 사람이 그녀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덕분에 자신이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하는 고민도 생기고 말았다. 물론 행복의 비밀이 단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행복의 비밀을 탐구하고 행복한 삶을 원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최근 나온 자기계발서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라는 말이 많이 등장했다. 그런데 행복에 대해서,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때로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죄의식을 품기도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 <가고 싶은 길을 가라>는 한결 이해하기 싶다. 일단 현재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불평하지만 딱히 바꿀 엄두를 못 내는 평범한 주인공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줄리앙은 교사로 먹고 사는데 지장도 없으며 휴가에는 발리로 여행을 올 정도의 풍족함을 누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사치를 부리면 즉각 경제적 문제가 생길 정도의 부였으니 부유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다. 일 자체도 충실하게 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잘못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줄리앙이 발리의 현자를 찾아간다. 유명한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라 하니 반 정도는 호기심에 의한 것이었다. 현자는 줄리앙의 예상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렇게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줄리앙은 자신의 삶에 어긋난 부분을 찾아낸다. 그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자는 그가 불행한 사람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이후 며칠 간의 그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현자의 말에 따라 여러 가지 과제를 하기도 하고 줄리앙은 나침반이 북극을 향하듯 그의 말에 따라간다.

그와 함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 가고 자신의 묻어두었던 꿈을 되찾아간다. 자신의 꿈과 행복을 방해하던 벽이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 현자는 여러 가지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줄리앙의 마음 속의 불신까지 전부 무너뜨려 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과제는 다섯 명에게 거절을 당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다섯 명에게 거절 당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 그 일은 자신이 잘하는 것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데 선택하게 된 것일수도 있다.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일, 어린 시절의 꿈과 전혀 다른 일을 선택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안정이 생기고 나면 자신의 삶이 과연 바라던 것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람이 일하는 시간은 꽤 많아서 그 사람의 일생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 그런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보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행복의 비밀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행복을 막고 있던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치면 행복하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라는 말, 그 말이 바로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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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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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란 것이 묘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실타래처럼 풀려 나간다. 딘 쿤츠의 소설 <살인예언자 4>에서는 주인공 오드 토머스의 상상력은 그가 궁지에 처할 때마다 발휘된다. 그것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숨은 이야기를 자아냈고 많은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동시에 상상력은 부정적인 면을 발휘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게도 하는 것이다.

이제 도시 속에서는 진정한 어둠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인간의 상상력의 증거는 곳곳에 남아 있다. 인간은 어둠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있을 다른 존재를 상상했고 그 존재는 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인간을 해하는 괴물로 남았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는 인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결과물이다. 인간은 두뇌와 손을 사용하는 재주를 제외하면 다른 짐승에 비해서 신체적으로 불리한 편이다. 그런 마당에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어떤 것의 눈은 두렵기도 한 동시에 부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상상력은 다양한 괴물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다른 지역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낸 괴물인데도 비슷한 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사조의 경우에는 그리스의 피닉스, 이집트의 베누, 인도의 가루다 등 여러 가지다.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에도 나온 피닉스다. 일정 기간 동안의 삶을 누리고 죽음과 동시에 다시 태어나는 존재다. 끝없는 윤회를 반복하고 있는 새를 상상하는 것은 좀 묘했다. 사람보다 하늘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새여서 일까, 유난히 나는 것들에 대한 신성을 기대한 것이 많았다.

동양의 용만해도 나는 존재이며 그리스의 페가수스는 천마로 불렸으며 벨레로폰이 오만해져 신에게 도전하게 하는 계기이자 수단이 되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몬스터'인 만큼 신성을 가진 존재보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를 위협하는 두 괴물인 세이렌과 스킬라처럼 사람을 유혹하거나 먹기 위해 끌어들이는 존재부터 중국 신화에 나오는 사흉 중 하나이며 오노 후유미의 소설 <십이국기>에 등장한 도철에 대한 것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판타지 소설에서 익숙하게 등장하는 식물인 만드라고라, 동양과 서양의 용을 비교한 것, 싱가포르의 상징물인 머라이언, 끝없이 태양신 라와 싸우며 낮과 밤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뱀 아펩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여러 동물의 몸을 섞은 것으로 보이는 괴물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불상이라는 동물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뿔은 사슴, 몸은 당나귀, 굽은 소, 얼굴은 말과 비슷한 모습을 한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이 사불상이 실재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상상력과 현실을 잇는 다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몬스터'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훑어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 몬스터들은 다른 문학 작품에서 등장하기도 한 터라 익숙한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비슷한 것끼리 분류해 놓아서 비교하면서 읽는 즐거움도 있었고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할 시간도 되었다. 혹시 사불상처럼 상상이 아닌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답은 어둠 속에 있는 것이고 그리 궁금하지도 않다. 궁금하더라도 공포영화의 주변 인물들처럼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모르는 것이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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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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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에 잘 등장하는 '맨드라고라'라는 식물이 있다. 무고한 남자가 교수형을 당하고 나면 그의 정액이 떨어진 자리에서 생겨난다는 식물이다. 그 식물은 뛰어난 효용을 자랑해서 누구나 탐내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뽑는 순간 맨드라고라가 지르는 비명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죽고 만다. 그래서 보통은 사람은 밀랍으로 귀를 틀어 막고 개에게 뽑게 시킨다. 맨드라고라를 뽑은 개는 죽게 되지만 사람은 맨드라고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는 '맨드라고라'의 아종인 '알라우네'라는 식물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생명체를 죽게 하는 알라우네의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밤 동안 연쇄 살인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시모치 아사미의 다른 책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에서는 차가운 살인이 등장했다. 오래 전부터 계획되었던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와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만 탐정 간의 차가운 두뇌게임이 일품인 책이었다.

반면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에서 이시모치 아사미는 하룻밤 동안의 격정적인 연쇄살인, 뜨거운 살인을 보여 준다.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와 마찬가지로 살인자가 주인공인 것은 맞지만 그 심리 상태도 살인의 형태도 상당히 다르다. 또한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도 없다. 있는 것은 살인자와 피해자, 죽이려는 자와 그것을 모르고 있는 자 뿐이다. 보통의 추리 소설에서는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탐정 역을 하는 사람이 그것을 풀어낸다. 이 때 탐정이 풀어야 할 것은 누가, 어떻게, 왜 살인을 저질렀냐는 것이다.

하지만 살인자의 입장에서 진행되는데다가 끝난 사건이 아닌 지금 일어나는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는 터라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살인자 나미키 나오토시가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나 정도다. 나미키 나오토시가 원래 연쇄살인범이었던 것도 아니고 그가 첫 살인을 하게 된 것은 아주 우발적인 것이었다. 만약 그 일이 있지 않았다면 밤 9시 20분에서 새벽까지 시간제한이 걸려있는 즉흥적인 연쇄 살인극을 꾸미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죽이려는 대상도 정해져 있었고 그렇게 마음도 먹었으니 공을 들여 살인 계획을 세우고 희생자들을 하나하나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을 알아챈 인물이 생기면서 그의 계획은 시작도 전에 틀어진다. 그는 거대한 변수가 생겨서 자신의 살인 계획이 근본부터 무너지게 생겼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살인 계획을 포기하던지 지금 즉시 속행해 대상자 전원을 하룻밤에 죽이든지를 골라야 했다. 이성적으로 선택하면 다른 사람을 죽이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살인 계획을 즉시 포기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나미키는 그 밤에 대상자 모두를 죽이기로 한다. 계획은 없었다. 가면서 즉흥적으로 생각해 낼 요량이었다. 시간은 밤 9시 20분이었고 새벽까지의 연쇄살인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해 낸' 3명의 미소녀, 일명 알라우네를 죽이려 한다. 그 모든 일들은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나미키는 상대를 보다 쉽게 죽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가 왜 3명의 소녀를 알라우네라고 불렀으며 모든 시작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차차 밝혀진다. 나미키의 동기는 어떤 면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기도 하다. 작가의 다른 책에서 살인 동기가 밝혀졌을 때 읽는 사람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였다고 한다. 동기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과 이런 동기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 무섭다라는 것이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목적이 있든 간에 하룻밤에 3명을 죽이려 드는 연쇄 살인 계획이라니 오싹해졌다. 나미키는 '귀를 막고', '밤을 달려' 살인을 계속한다. 하지만 과연 귀를 막는다고 하여 알라우네의 비명 소리를 피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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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도둑
노어 차니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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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절도는 오래 전부터 있어온 범죄 중에 하나다. 범죄이기는 하지만 살인이나 기타 중범죄에 비해서 가벼운 느낌이 드는 범죄기도 하다. 물론 절도라도 장발장처럼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훔친다던지 좀도둑의 경우에 한하기는 한다. 그런데 미술품 절도에 와서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타인의 물건을 훔쳐서 이익을 누리려는 행위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미술품이라는 물건 자체가 주는 느낌이 다른 것과 상이하다. 미술품의 경우에는 대체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 상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명 미술관에 소장된 어마어마한 가격의 명화의 경우에는 심리적 거리는 더 멀어진다. 그래서 미술품 도둑이 다른 도둑과는 다른 특수 계층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 인식을 이 책 <미술품 도둑>에서는 뒤집기도 하고 유지하기도 한다. 유명 미술작품의 경우에도 다른 고액의 물건을 훔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한다. 도둑에게 있어서 유명 미술 작품도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미술품을 훔쳐서라도 갖고 싶다는 의뢰인이 있고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집행인이 있는 절도라는 점만 다를 뿐이라고 한다.

미술품 도둑이 대체로 자신의 기술을 과시하고 싶어 하고 폭력을 쓰지 않는 것은 맞지만 언제부터인가 미술품이 고액의 물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한 국제범죄조직이 중간 상인 및 집행인을 겸하게 되면서 폭력을 사용하는 일도 있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미술품 도둑>은 조금은 묘한 책이다. 처음 읽기는 명화의 연쇄 도난 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스릴러라기보다 미술품이나 미술품 관련 범죄에 대한 강의록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등장인물이 미술품 범죄에 대한 강의를 하는 코핀 박사, 미술사 교수 배로 교수를 비롯하여 미술관 관장, 말레비치 협회 부회장 등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들이 하는 강의가 등장한다. 코핀 박사를 만나러 간 형사는 코핀 박사의 강의를 듣게 되는데 그 강의 내용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또한 배로 교수의 경우에는 미술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동안 의문의 남자 세 명이 접근해 오는데 그 내용도 그대로 나타난다. 덕분에 이 책 <미술품 도둑>은 도난 사건을 소재로 한 독특한 퍼즐이자 에듀테인먼트 소설이라는 말이 더없이 적합한 책이 되었다. 두 사람의 강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잃어버린 명화에 대한 설명도 좋은 편이고 배로 교수가 반 에이크의 그림 <결혼서약>을 읽어주는 것도 재미있다.

덕분에 이 책의 주인공은 명화 도난 사건이기도 하지만 도난된 미술품이나 강의 속에 등장하는 명화 그 자체이기도 하다. 오히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곁가지처럼 느껴질 만큼 그림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배로 교수나 코핀 박사가 읽는 만큼 그림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 부활한 예수님을 믿지 못해 창자국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성 토마의 불신>으로 유명한 카라바조의 <성 수태고지>가 첫 번째 도난품이자 이야기의 끝까지 중요하게 등장하는 점도 흥미를 더했다.

또한 두 번째 도난품인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구성 : 흰색 위의 흰색>의 경우에는 단순한 흰색 그림이 그렇게 대단한가하는 모든 의문을 날려버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많은 사람들의 소유욕의 대상이며 흰색이지만 그 흰색에서 화가와 그 화가가 부인했던 모든 것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수백만 파운드의 가치의 명화를 둘러싼 도난, 위작, 밀매 사건이 세밀하게 덧칠되어 있는 점도 좋았지만 미술품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명화 그 자체가 트릭의 일부분이 된다는 점, 그 점이 가장 이색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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