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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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상상력이란 것이 묘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실타래처럼 풀려 나간다. 딘 쿤츠의 소설 <살인예언자 4>에서는 주인공 오드 토머스의 상상력은 그가 궁지에 처할 때마다 발휘된다. 그것도 도움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숨은 이야기를 자아냈고 많은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동시에 상상력은 부정적인 면을 발휘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두려워하게도 하는 것이다.

이제 도시 속에서는 진정한 어둠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인간의 상상력의 증거는 곳곳에 남아 있다. 인간은 어둠 속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있을 다른 존재를 상상했고 그 존재는 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인간을 해하는 괴물로 남았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는 인간이 상상력을 발휘한 결과물이다. 인간은 두뇌와 손을 사용하는 재주를 제외하면 다른 짐승에 비해서 신체적으로 불리한 편이다. 그런 마당에 어둠 속에서 형형히 빛나는 어떤 것의 눈은 두렵기도 한 동시에 부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상상력은 다양한 괴물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다른 지역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낸 괴물인데도 비슷한 면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사조의 경우에는 그리스의 피닉스, 이집트의 베누, 인도의 가루다 등 여러 가지다. 가장 익숙한 것은 역시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에도 나온 피닉스다. 일정 기간 동안의 삶을 누리고 죽음과 동시에 다시 태어나는 존재다. 끝없는 윤회를 반복하고 있는 새를 상상하는 것은 좀 묘했다. 사람보다 하늘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새여서 일까, 유난히 나는 것들에 대한 신성을 기대한 것이 많았다.

동양의 용만해도 나는 존재이며 그리스의 페가수스는 천마로 불렸으며 벨레로폰이 오만해져 신에게 도전하게 하는 계기이자 수단이 되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몬스터'인 만큼 신성을 가진 존재보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를 위협하는 두 괴물인 세이렌과 스킬라처럼 사람을 유혹하거나 먹기 위해 끌어들이는 존재부터 중국 신화에 나오는 사흉 중 하나이며 오노 후유미의 소설 <십이국기>에 등장한 도철에 대한 것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판타지 소설에서 익숙하게 등장하는 식물인 만드라고라, 동양과 서양의 용을 비교한 것, 싱가포르의 상징물인 머라이언, 끝없이 태양신 라와 싸우며 낮과 밤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뱀 아펩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여러 동물의 몸을 섞은 것으로 보이는 괴물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불상이라는 동물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뿔은 사슴, 몸은 당나귀, 굽은 소, 얼굴은 말과 비슷한 모습을 한 중국 전설에 등장하는 동물이었다. 그런데 이 사불상이 실재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상상력과 현실을 잇는 다리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몬스터'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훑어보는 것은 즐거웠다. 그 몬스터들은 다른 문학 작품에서 등장하기도 한 터라 익숙한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비슷한 것끼리 분류해 놓아서 비교하면서 읽는 즐거움도 있었고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산물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할 시간도 되었다. 혹시 사불상처럼 상상이 아닌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답은 어둠 속에 있는 것이고 그리 궁금하지도 않다. 궁금하더라도 공포영화의 주변 인물들처럼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모르는 것이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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