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길을 가라
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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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 동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요정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고 하자 여자는 '행복한 삶'을 바란다고 답했다. 여자의 삶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름다움도 부도 새로 생겨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여자는 행복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행복의 비밀을 궁금해했지만 여자는 웃기만 하도 답해주지 않았다. 그녀의 행복한 생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여자가 요정에게 받은 행복의 비밀을 말했다. 바로 '다른 사람이 그녀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덕분에 자신이 대체 가능한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하는 고민도 생기고 말았다. 물론 행복의 비밀이 단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행복의 비밀을 탐구하고 행복한 삶을 원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최근 나온 자기계발서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라는 말이 많이 등장했다. 그런데 행복에 대해서,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때로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죄의식을 품기도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말은 뜬구름 잡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 <가고 싶은 길을 가라>는 한결 이해하기 싶다. 일단 현재의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불평하지만 딱히 바꿀 엄두를 못 내는 평범한 주인공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줄리앙은 교사로 먹고 사는데 지장도 없으며 휴가에는 발리로 여행을 올 정도의 풍족함을 누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여 사치를 부리면 즉각 경제적 문제가 생길 정도의 부였으니 부유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다. 일 자체도 충실하게 하고는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 잘못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줄리앙이 발리의 현자를 찾아간다. 유명한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 일으킨 인물이라 하니 반 정도는 호기심에 의한 것이었다. 현자는 줄리앙의 예상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렇게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줄리앙은 자신의 삶에 어긋난 부분을 찾아낸다. 그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자는 그가 불행한 사람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이후 며칠 간의 그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현자의 말에 따라 여러 가지 과제를 하기도 하고 줄리앙은 나침반이 북극을 향하듯 그의 말에 따라간다.

그와 함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시각도 바뀌어 가고 자신의 묻어두었던 꿈을 되찾아간다. 자신의 꿈과 행복을 방해하던 벽이 다름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기 위해 현자는 여러 가지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줄리앙의 마음 속의 불신까지 전부 무너뜨려 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과제는 다섯 명에게 거절을 당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누구나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정작 다섯 명에게 거절 당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 그 일은 자신이 잘하는 것일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데 선택하게 된 것일수도 있다.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일, 어린 시절의 꿈과 전혀 다른 일을 선택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안정이 생기고 나면 자신의 삶이 과연 바라던 것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람이 일하는 시간은 꽤 많아서 그 사람의 일생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 그런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보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행복의 비밀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행복을 막고 있던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 일일 것이다. 그렇게 치면 행복하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라는 말, 그 말이 바로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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