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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돈 탭스코트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교수님이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지하철에서 본 고교생에 대한 언급을 하셨다.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손가락이 너무 빠르고 하도 자주 보내는 걸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발작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 되었고 지금은 카메라는 기본이고 영상 통화부터 온갖 것이 다 되는 핸드폰이 등장했다. 기술의 진보는 너무 빨라서 때로 사용법을 다 익히기도 전에 변해버린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기술의 진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있다. 바로 넷세대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말을 듣는 세대다. 그 이유는 기존 세대가 보기에 부족한 부분만 보이고 강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책 <디지털 네이티브>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물결을 주도할 넷세대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그들의 특징을 설명한다. 근거 없는 비난은 단호히 차단하고 그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기존의 지식은 일방적으로 쌓는 것,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넷세대는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찾아낼 곳을 알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뽑아낸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는 일이 숨 쉬듯 익숙해서 책을 읽을 필요를 못 느끼는 세대인 것이다.
그래서 기존 세대의 눈에는 기본 지식도 없는 역사상 가장 멍청한 세대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천재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다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된 이상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된 세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넷세대는 빠른 시대의 변화, 기술의 진보에 더없이 익숙한 세대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발작처럼 보이는 일도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며 한 번에 다섯 가지 일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말하자면 새로움에 맞게 변화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가진 인지능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증거도 없으며 단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기도 하는 등 협업과 창조에 능숙한 세대란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은 그들이 시각적 정보처리에 익숙하고 책은 읽지 않으나 온라인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논픽션 정보를 찾아서 읽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실이든 의심해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들을 생각하면 더욱 강화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미국 대선에서 보여주듯 그들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한 것이나 상호소통을 통해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을 계속 보다보면 점점 시기어린 학자들이 외쳤던 역사상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비난이 고대 시대의 학자들이 새로운 세대는 버릇이 없다는 비난과 같은 종류의 것이란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더구나 학살사태에 대항해 그 현실을 직시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넷세대의 사례는 자기만 아는 세대라는 비난을 넘어서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오히려 어떤 것이든 자신에게 맞게 움직일 줄 알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아는 성실한 세대의 출현은 반갑기도 했다. 물론 저자가 누차 언급하는 것처럼 넷세대가 인터넷에 너무 깊은 기반을 두고 있어서 인터넷 상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나 헬리콥터 부모에 대한 것, 사생활의 지나친 공개, 소설이나 인문학에 대한 무관심 같은 것은 우려할만한 것이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성장하는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언제나 새로운 것은 비난을 포함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두드러지기 쉽다. 넷세대에 대한 심층 보고서인 <디지털 네이티브> 꽤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넷세대가 아니라는 실감도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