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옷을 입은 사나이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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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 모험소설에 가깝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순서대로 읽거나 제목이 특이한 것부터 읽었었다. 하지만 80권이나 되니 중반이 지나서는 내 취향에 가까운 것부터 골라 읽게 됐다. 주인공으로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나오는 것으로 말이다. 이제 80권을 다 읽는 게 얼마 남지 않자 주인공이 탐정인 것은 없어지고, 마침내 읽게 된 게 바로 이 '갈색 옷을 입은 사나이'이다.

젊고 매력적인 아가씨 '앤 베딩펠드'는 학자인 아버지와 곤궁한 생활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앤은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타고난 쾌활함으로 일상을 버텨간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 사람들은 좀 더 침울해하련만, 그녀는 단지 따분해 할 뿐이었다. 모험을 기다리던 그녀의 앞에서 벌어진 사건, 모험심이 강한 앤은 참지 못하고 이에 뛰어든다. 그녀의 행동은 당연히 자신을 점점 위험 속에 밀어 넣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이 책은 모험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한 만큼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있다. 바로 연애이다. 앤이 책 앞부분에 '강인하고 과묵한 로디지아인'을 꿈꾸는 데 그에 걸맞은 남자가 앤의 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이 남자 역시 사건과 무관하지는 않은데...

모험심이 강한 아가씨가 주인공이라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순간도 많지만,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즐겁기도 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모험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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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타고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광용 옮김 / 해문출판사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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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큘 포와로를 향한 어리석은 시도가 발생한다. 유명하지만 외양은 우스꽝스러운 벨기에인을 자신의 범행을 안전히 굳히는 데 이용하려든 것이다. 정말이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작고 우스꽝스러운 외양의 포와로지만 그의 진가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의 회색 뇌세포에 있건만. 사건에 뛰어든 포와로는 장막을 하나하나 걷어내고 진범을 찾아낸다.

모든 사람이 동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복잡하게 얽혀버렸던 사건이었다. 허나 이어진 살인과 '로절린'이라는 부유한 상속인의 죽음으로 진짜 이득을 본 자는 단 한 명이었다. 거기에 사건의 열쇠가 있었다. 그 살인사건과 로절린의 동생 '데이비드', '롤리', '린'의 삼각관계가 맞물리면서 사건은 미묘한 형태로 번져간다.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라도 간단히 풀어버리는 포와로가 이번에도 한 쌍의 커플이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단 한번의 헛기침으로 파국을 막은 것이다. 포와로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이리저리 얽힌 인간관계 속의 인물들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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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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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침니스의 비밀을 읽은 후에 보는 편이 훨씬 흥미롭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작품은 배경이 동일하며, 전작에 나온 인물도 어느 정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캐터햄 후작, 후작의 딸 번들, 집사 트레드웰, 조지 로맥스, 빌 에버슬레이는 양쪽 작품에 다 등장한다. 더구나 주인공만 바뀌었지 둘 다 모험소설이라 시리즈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이전에 침니스의 비밀을 보면서 주인공 외에도 유독 눈길이 가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번들'이다.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조연이었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이라 읽기 시작했는데 번들이 주인공이고 침니스 저택이 배경으로 등장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주인공이라기보다 주변인물이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배틀 총경의 등장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번들은 그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 그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기도 했다. 살인자는 바로 그녀의 옆에 있었던 것이다. 관계없는 사실이 하나하나 지워지고 드디어 번들은 '7시'와 만난다. 그 가면 뒤의 얼굴은...

추리소설의 즐거움은 반전에 있기도 하지만 내게 있어 이번 권에서의 반전은 번들과 빌의 관계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도. 재미있는 혹은 어이없는 삼각관계가 형성돼서 사건내용과 범인을 전부 알고도 그 인간관계를 살피면서 다시 보는 것도 꽤 재밌었다. 침니스의 비밀을 재밌게 읽었거나, 그 책에 나온 '번들'이 마음에 들었던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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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십자가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5
엘러리 퀸 지음, 설영환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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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 시리즈라 하면 범인과의 심리전 외에도 고집불통 퀸 부자간의 기싸움이 꽤나 볼거리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책에서는 아버지 쪽인 리처드 퀸 경감은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이 뉴욕이 아닌 애로요라는 시골 마을과 나소군이라는 해안가 마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휴가에 효자노릇을 하던 엘러리의 흥미를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애로요라는 시골 마을에서 국민학교 교장의 시체가 머리 없는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다. 그뿐이라면 아버지의 부탁 내지 짜증을 생각해서 라도 물러섰을 엘러리이지만, 시체는 T자 모양 도로에 위치한 T자 모양 교통표지판에 T자로 걸려있었다. 이름하여 'T자 살인사건'인 것이다. T자로 마치 예수가 못 박힌 듯한 형상으로 걸린 시체, 단지 머리가 없을 뿐이다.


결국 엘러리는 뉴욕에 일이 생겼다며 돌아가자는 아버지를 뿌리치고 사건이 일어난 애로요에 남아 검시재판에 참석한다. 사건에 종교적의미가 있으리라 판단한 엘러리는 살인이 이집트십자가 형상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그 관점으로 인해 사건에 새로운 국면이 오나 싶었으나, 모호한 말만 남고 사건은 대강 덮어진다. 그 후 7개월 엘러리마저 'T자 살인사건'을 잊었을 때 한 통의 전보가 그의 기억을 되살린다. 옛 은사 야들리 교수가 보낸 것으로 지역유지인 브래드가 T자 모양으로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엘러리는 다시 기괴한 사건에 빠져들지만 그가 알아낸 것은 피상적인 내용이고 각각의 비밀을 가진 증인들은 사건을 더욱 꼬아간다. 묶여버린 매듭 속에 살인자 '크로삭'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엘러리는 마침내 진실에 다다르지만...


사건에 집중 못하게 할 쓸데없는 요소가 주위에 잔뜩 흩어져 있어 재미있기도 하지만 산만한 느낌도 다소 있었다. 엘러리 혼자 고군분투 하지만 명물 콤비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점은 서운하기만 한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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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사랑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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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말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 빅 슬립에 비해 분위기는 다소 가벼워지고 필립 말로 역시 귀여운 모습이 다소 보인다. 불멸의 기사 필립 말로를 어린애처럼 들어올릴 수 있는 큰사슴 머로이가 등장하고, 뒤통수를 맞고 기절하거나, 약물에 취한 채 감금당하기도 한다. 필립 말로 시리즈의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이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말로는 정말 온갖 고생을 다한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기절한 채 알 수 없는 시설에 갇혀 억지로 약물이 몸에 주입된 때에는 정말 절체절명이었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길을 가다가 덩치가 굉장히 큰 남자가 멋을 부리고 안 어울리는 술집에 들어간 것을 목격한 말로. 단지 호기심에 얼굴을 들이밀었다가 남자의 팔에 끌려 들어간다. 거기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그 남자는 힘이 너무 셌던 것이다. 한 건의 살인. 일명 큰사슴 머로이를 쫓기 시작하는 경찰과 말로. 그리고 그에게 온 보석을 찾는데 동행해달라는 기묘한 의뢰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일견 여러 개로 나뉜 것처럼 보였지만, 물줄기가 강을 이루듯 사건은 점차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간다. 사건의 열쇠는 머로이의 애인 벨마가 누구인가의 문제였다. 처음에만 그쪽으로 주의를 기울였지 사건이 퍼져나가자 점차 그쪽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결말이 나왔을 때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속도감이나 스릴이 있다기보다 멋진 주인공 필립 말로의 활약상을 눈으로 쫓다보면 점차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마지막에 밝혀진 사건의 전모에 반전을 감탄하기보다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씁쓸한 결말과 특유의 분위기를 안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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