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진 아가씨 - 미스터리 베스트 7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신용태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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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집어든 건 당연히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을 보면 볼수록 어감이 묘하다는 생각이 들고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책장을 열고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때 가장 많이 보인 인물의 이름이 '페리 메이슨'이었다. 이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내가 다른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기도 했다.

보통 추리소설의 주인공이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사람은 탐정이다. 이리저리 상황과 현장을 살피고, 증거를 모아 마지막에는 추리 쇼를 열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게 보통인 것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변호사인 추리시리즈가 있다 길래 궁금해져서 언젠가 찾아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런 기억이 있는데다가 마침 그게 내 손안에 책인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책은 이렇게 전개된다. 페리 메이슨에게 토라진 아가씨 셀레인이 사건을 의뢰한다. 아가씨의 비밀 남편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거기다 그 사건에는 목격자가 있었다. 목격자와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고집불통 판사. 페리 메이슨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추리 쇼가 아니라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고 진범도 잡는 게 꽤나 특색이 있는 추리물이다. 거의 마지막 부분의 법정에 갈 때까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미궁에 빠진 기분이지만, 지루한 느낌은 전혀 없고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페리 메이슨 같은 변호사만 있다면 누명쓰고 감옥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의뢰비는 꽤나 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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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프로페셔널 동서 미스터리 북스 29
레니 에어드 지음, 서창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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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발견했을 때 떠오른 건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였다. 약간 머리가 모자라는 유괴범일당은 아기를 이리저리 쫓아다니고, 아기는 방긋 웃으면서 요리조리 피하는 그런 내용의 영화였다. 이 책의 아기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꽤나 어른을 놀래키는 재주가 있다. 어린 아기가 무슨 재주가 있나 싶겠지만, 절대 울지도 아프지도 떼쓰지도 않는다는 건 아기로서는 걸출한 재주다. 거기에다 적절한 순간에 잘 웃어가며 어른들과 잘 놀아주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여기에 나오는 아기 '알베르트'는 프로인 것이다. 이 아기가 못된 양아버지를 만난 유괴범 일당으로 합류한다. 본의 아니게 유괴대상인 부호의 외동아들과 바뀌어야 할 입장에 처한 것이다. 이 아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범죄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어나가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읽게 되지만 뒤로 갈수록 그 기괴한 심상이 역류해와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이다. 그게 유괴 같은 중범죄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유괴범은 보통 인질인 아이를 죽이려드니, 그 입장에서 소설을 읽는 건 구역질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대부분의 경우에서 살짝 벗어난다.

주인공은 해리라는 여권업자이다. 물론 그의 사업은 위법이고 사람 좋은 소악당이라는 느낌이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평화롭게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몰랜드의 협박으로 유괴범일당에 합류한다. 그 후부터 해리는 고난의 연속이다. 자신의 사업에는 차질이 생기고 경비는 계속 그의 주머니에서만 빠져나간다. 몰릴 대로 몰리지만 담담한, 사실은 소심하기도 한 해리를 따라 가다보면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범죄의 준비, 실행과정이 내용에 주를 이루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아이의 아버지를 협박해야할 전화에서 아이를 해칠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히는 등 이 일당은 어수룩하기만 하다. 오히려 아이 아버지 쪽이 뒷 세계의 제왕 수준이라서 더 흉악한 느낌이다. 한 발만 잘못 내딛으면 천길 낭떠러지라서 읽는 내내 긴장하게 되고, 뒤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웃음과 경악을 자아낸다. 진지한 범죄소설이 아니라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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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의 비극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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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성 없어 보이는 살인이 이어진다. 포아로조차 그 동기를 찾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가장 좋아하는 추리작가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이다. 그 애거서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 에르큘 포아로라고 할 수 있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외모의 이 벨기에출신 탐정은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회색 뇌세포를 동원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또한 포아로는 뽐내는 것을 좋아하므로 추리 쇼가 가장 기대되는 탐정이기도 하다.

그런 포아로가 만난 한 건의 살인. 이 살인은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진다. 언뜻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었지만, 이것들은 한 명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었다. 답답할 만큼 어렵게만 느껴진 사건이었지만, 포아로가 수사에 나선 이상 문제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동기와 증거가 필요했을 뿐이다.

묘하게도 읽다보면 그 장면이 영화화면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요 등장인물에 배우가 있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게 연극이나 영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끝까지 읽고 가장 놀랐던 것은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포아로가 마지막에 한 한마디였다. 과연 포아로 다운 말이었다.

확률 속에 밀어 넣어진 포아로. 행운의 여신은 그에게 미소지어 줄 것인가. 언제나 그렇지만 포아로의 명쾌한 추리는 탄식을 자아낸다. 다른 이유로 경악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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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아홉 고양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33
엘러리 퀸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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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구두의 비밀'을 접한 이후에 엘러리 퀸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애초에는 시리즈의 첫 번째 것부터 읽으려고 '로마모자의 비밀'을 찾았다. 하지만 그 옆에 보인 제목이 내 손을 멈추게 했다. 그게 바로 '꼬리 아홉 고양이' 이다. 언뜻은 고양이에게 아홉 개의 목숨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었다. 이 책에도 아홉 개의 목숨이 등장하기는 한다. 단, 고양이의 목숨이 아니라 고양이가 살해하는 아홉 명의 목숨이다. 즉, 연쇄살인범을 '고양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그 별명은 한 신문의 만화가가 그린 만화에 의한 것이다. 엘러리 퀸이 진실에 더디게 다가갈수록 고양이 꼬리에 달린 물음표는 누군가의 이름으로 변해만 간다. 희생자의 이름으로...

사건의 실패를 맛보고 탐정 일에서 손을 씻으려는 엘러리였지만, 사건이 그를 부른다. 다섯 건의 일관성 없는 살인이 연쇄살인으로 밝혀진 순간 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도 그럴 것이 살인은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고양이로부터 안전할 수 없고, 가장 양식 있는 모범적 시민조차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퍼지자 꼬리에 오를 이름이 자신의 것이 될까봐 모두가 전전긍긍한다. 살인은 점차 사회의 혼란을 가져오고, 가중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은 엘러리를 시장직속 특별수사관에 임명한다. 그의 명성을 고려한 것이었고, 그 의도는 적중한다. 혼란은 잠시 진정되고 엘러리는 사건의 한 가운데로 발을 들인다. 고양이의 살인은 정말 무차별적인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채 진실에 다가서는 엘러리. 허나 그도 꼬리에 이름이 늘어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뒤에서 웃고 있는 자, 고양이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동기는...

연쇄살인에 직면한 엘러리는 사건에 뛰어들지만, 사태는 점점 위험한 쪽으로 나아간다. 오히려 연쇄살인범 '고양이' 보다 공포에 휩싸인 '양식있는' 시민 쪽이 위험한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위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엘러리가 쓰레기통 위에 앉아 주변을 관찰하는 부분이었다. 그 심정을 공감할 수 있었고 눈으로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영화로 나와도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 같은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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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관의 비밀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1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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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리 퀸의 국가명 시리즈는 다소 억지스럽게 제목을 붙인 것 같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제목에 나라 이름을 넣어 시리즈를 만들다보니 된 제목이지, 굳이 이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허나 내용 자체는 훌륭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이후에 나왔지만, 그때보다 훨씬 젊은 모습의 엘러리가 등장한다. 서문을 쓴 사람의 말에 따르면(실제로는 이것도 엘러리 퀸이 쓴 것이겠지만.) 엘러리가 젊을 때 잔뜩 실수했던 사건이라 출판을 꺼렸으나 여러 사람이 엘러리를 설득해 발표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젊다기보다 어리니 주변의 신뢰도 못 받고, 단지 아버지를 따라온 소년 같은 엘러리. 그래서 더 개성적인 느낌이다. 기계 같은 추리 및 분석을 하는 천재가 아니라 뽐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다 망신을 당하는 등 어수룩하기까지 한 것이다.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관록이 없다보니 쉽게 함정에 걸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 엘러리는 좀더 신중해지고 진실을 향해 다가선다. 멀리 돌아가기는 하지만...

미술품 중개상의 유언장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유언장과 이어지는 살인! 헤매는 경찰을 보고 우월감마저 느끼던 엘러리까지 범인이 만든 덫에 걸려든다. 이 모든 범죄행위로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살인자는 미소짓는다. 실수를 거듭하던 엘러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은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 예상외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달 까.

치밀한 이야기 전개도 볼거리지만 개성적인 인간상이 더 매력적인 한 권이다. 당분간도 엘러리 퀸 시리즈를 손에서 놓기는 어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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