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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관의 비밀 ㅣ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1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1월
평점 :
엘러리 퀸의 국가명 시리즈는 다소 억지스럽게 제목을 붙인 것 같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제목에 나라 이름을 넣어 시리즈를 만들다보니 된 제목이지, 굳이 이 제목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허나 내용 자체는 훌륭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 이후에 나왔지만, 그때보다 훨씬 젊은 모습의 엘러리가 등장한다. 서문을 쓴 사람의 말에 따르면(실제로는 이것도 엘러리 퀸이 쓴 것이겠지만.) 엘러리가 젊을 때 잔뜩 실수했던 사건이라 출판을 꺼렸으나 여러 사람이 엘러리를 설득해 발표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젊다기보다 어리니 주변의 신뢰도 못 받고, 단지 아버지를 따라온 소년 같은 엘러리. 그래서 더 개성적인 느낌이다. 기계 같은 추리 및 분석을 하는 천재가 아니라 뽐내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다 망신을 당하는 등 어수룩하기까지 한 것이다.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관록이 없다보니 쉽게 함정에 걸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속에 엘러리는 좀더 신중해지고 진실을 향해 다가선다. 멀리 돌아가기는 하지만...
미술품 중개상의 유언장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유언장과 이어지는 살인! 헤매는 경찰을 보고 우월감마저 느끼던 엘러리까지 범인이 만든 덫에 걸려든다. 이 모든 범죄행위로 이익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살인자는 미소짓는다. 실수를 거듭하던 엘러리를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진다.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은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 예상외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달 까.
치밀한 이야기 전개도 볼거리지만 개성적인 인간상이 더 매력적인 한 권이다. 당분간도 엘러리 퀸 시리즈를 손에서 놓기는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