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 지음, 강미경 옮김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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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후 세대는 물건을 쌓아 놓는 것을 좋아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전쟁 전의 궁핍함이 몸에 배어 있기에 미리 준비를 해두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들은 그럴 만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온갖 물건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장 필요한 물건의 여분까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실 1년 동안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사용될 일은 결코 없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입지 않은 옷, 읽지 않은 책, 쓰지 않은 물건이 새삼 필요해질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물건을 정리하려 들면 모든 물건이 요긴해 보인다. 버렸다가 필요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만약 버렸는데 필요해져서 사게 된다면 그런 낭비가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래서 버릴 물건의 목록은 순식간에 줄어든다. 그것도 마지못해서야 정리하게 된다. 그 후 방을 돌아보면 버린 물건의 자리가 휑해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물건의 위치가 약간 바뀐 것뿐이다. 그 정도에서 멈추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사고 싶은 물건의 목록은 끝날 줄을 모른다.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를까.

이 책 '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에서는 만족할 줄 모르는 다양한 경우를 분석하고 있다. 흔히 생각하게 되는 물건을 계속 사게 되는 심리나 버리지 못하는 것들부터 해서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정보중독까지 다양한 불만족의 사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는 부족하고 현재는 약간 나아졌으며 미래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원시본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예전 생명의 위협을 받던 시기에는 더 많은 정보가 곧 생존으로 이어졌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해했을 때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시기를 지나서는 너무 많은 정보의 홍수에 사람들은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사람은 같은 자극에는 점차 익숙해진다. 아직도 뇌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게 되면 쾌감을 느끼지만 점차 자극에 익숙해지면 그 양은 줄어들게 된다. 너무 많은 정보는 생각의 기회를 빼앗는다. 받아들이고 이해할 시간이 없는 정보공해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새로운 정보,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데에 있다. 먹는 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사람은 먹는 상대의 양에 따라 식사량이 줄기도 하고 늘기도 한다고 한다. 뷔페 같은 곳에 가면 허용량을 초과해서 계속 먹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만족감은 훨씬 적은 양을 꼭꼭 씹어서 삼키는 편이 높지만 위를 계속 채워두려는 본능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는 행위도 물건을 살 때는 뇌에서 쾌감을 느끼게 되어 있지만 사고 싶은 물건을 인내하면 고통을 느끼게 되어 있다고 한다. 언제나 절제가 고통스러운 것이 그런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많은 정보를 흡수하고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고, 많은 물건을 비축해서 살아남으려는 원시본능을 넘어서지 못하면 평생 불만족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만 해도 그렇다. 예전에는 5단계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그 위에 그리고 또 위에 충족되어야 할 욕구를 붙여 나간다. 이제 피라미드가 아닌 형태로 발전하게 생긴 것이다. 하나의 욕구를 충족시켜도 다른 것을 원하고 또 다른 것을 원하다보면 만족이라는 것은 올 줄을 모른다.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고 좀 더 나은 자신을 위한 자기계발이나 현재의 행복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그래서야 프랑스의 대식가가 상대를 식사에 계속 초대해서 끝내는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속의 희생자들의 삶과 다를 것이 없다. 충분히 먹었는데도 멈출 줄을 모르는 삶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폭식을 살인의 수단으로 이용한 프랑스 대식가의 이야기, 물건을 둘 곳이 부족해서 창고를 빌려서까지 채워 넣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어떤 이야기든 자신의 욕망의 거울 같은 점이 많아서 책장을 넘기다 잠깐씩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평을 늘어놓는 자신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당장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집 안에 쌓아 놓은 물건들은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보다는 정리할 물건의 목록이 길어질 테고 이번에는 그 빈자리에 다른 물건을 채워두지 않으려 한다. 어차피 계속 채우려 해서야 다른 물건이 또 눈에 들어올 뿐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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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플랜 - 세계사를 지배해 온 슈퍼파워의 숨겨진 계획
짐 마스 지음, 전미영 옮김 / 이른아침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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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스피러시'에서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던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생각이 진짜라는 것이 증명된다. 하지만 보통의 음모론은 다소 괴짜인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자신이 예전에 받은 마음의 상처를 뒤덮기 위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기억을 지어낸 남자의 이야기나 자신의 몸에 마이크로 칩이 이식되어 정부에서 자신을 통제한다는 망상처럼 쓴웃음이 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미국드라마 '본즈'의 주요인물 중 하나인 하진스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그는 늘상 음모론을 입에 달고 살지만 실제로 증명된 것은 없다.

하지만 정말 비밀의 역사가 없을까. 인간은 단 하나의 진리인 권력을 탐닉해왔다. 그 권력을 잡은 자들은 자신이 잡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상에도 버젓이 증명되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끔찍한 것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우리가 모를 어딘가에서 모든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딱히 없을 법하지는 않다.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는 것이다. 그런 비밀의 역사를 다룬 것이 이 책 '다크 플랜'이다. 권력을 잡은 자들이 계획된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권력을 잡은 어둠의 세력은 보통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비밀집단에 소속되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다. 현재 정재계를 꽉 잡고 있는 집단부터 예전의 비밀단체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와 함께 관련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꽤 되었다. 은행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이라든지 모건, 록펠러 가문, CFR, 빌더버그 같은 들어본 집단부터 스컬&본즈처럼 다소 생경한 이름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었다. 그들의 이익이 첨예하게 얽히면서 현대사가 엮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쟁을 다룬 많은 서적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전쟁이 그것 자체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거나 인간의 욕망의 특성상 끝이 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집단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비밀집단의 욕망에 의해서 전쟁이 일어나고 이어지는 것이니 인간의 욕망에 의해 전쟁이 계속 생긴다는 견해가 딱히 틀린 것이 아니기는 하다.

한편 베트남 전쟁, 한국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이 세계단일정부를 만들어내기 위한 계획의 일부였다는 부분에서는 오싹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부러 갈등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키고 폭격을 해달라는 제안을 거절하면서 상태를 유지하고 이익보다 전쟁비용이 더 들면 단호히 전쟁을 그만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패배는 단 하나의 계획을 위한 포석이 된다고 한다. 계획상으로만 보면 나쁜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익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무슨 시뮬레이션 게임도 아니고 그 가운데 죽어가는 사람은 실제 사람이며 전쟁의 비용도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겨운 이야기였다.

히틀러조차도 실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숨겨진 아이일지도 모르고 비밀집단에서 그를 키우고 조종했다는 이야기에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막달라 마리아가 죄인이 아니라 결혼을 앞둔 처녀였을 뿐인데 오역으로 인해 죄인으로 분류되고 당시의 위정자들의 오만한 생각으로 인해 매춘부로 규정되었다는 부분은 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부부였고 그 사이에 아이가 있었으며 후에 프랑크 족과 결혼해 메로빙거 왕조를 세웠다는 것이다. 걸림돌이 될 거라고 생각한 권력자들이 전부 삭제한 역사라고 한다. 흥미로운 이야기이기는 했다.

하지만 모든 음모론이 그렇듯이 어디까지가 맞는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증명되지 않은 역사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결국 승자의 것이고 그 승자가 정보를 조작한다면 언제까지고 그림자 속의 역사일 것이다. 그들이 필요에 의해 드러내지 않는 한 말이다. 그나마 예전 프리메이슨에 대한 책을 출판하려했던 남자가 살해되고 책도 간신히 출판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자유로운 시대가 되기는 한 것 같다. 계획된 역사에 대해 주장하는 책이 버젓이 나와 있으니 말이다. 허나 이 자유가 혹시 누군가가 잠시 풀어 놓은 자루 속에 들어온 공기 같은 것일까 봐 슬며시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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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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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다. 태평양 너머의 나비가 날갯짓을 한 것이 태풍이 되는 마당에 무리도 아니다. 얼마 전 읽은 책 '커넥션'에는 하나의 발명이 다른 발명을 낳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한 예로 유럽에 추위가 닥치고 굴뚝이 발달하게 되자 따뜻한 실내에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고 그것이 복지의 향상으로 연결되거나 위대한 사상이 잉태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사상이 다른 사상을 낳는 일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특이한 이론이 발표되면 학계가 발칵 뒤집힌다. 그것에 대한 반론, 찬탄이 쏟아지는 것이다. 사상은 논쟁을 낳고 그 논쟁 속에 새로운 사상이 잉태된다. 그런 마당에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위대한 사상이라면 다른 많은 것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대체로 인류사상에 대해서 말할 때 동양의 것과 서양의 것을 분리해서 보여준다. 덕분에 시대 별로 머릿속에서 재조합하지 않으면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가 반가웠다. 그런데 '지도로 보는'이라고 되어 있지만 정작 장의 처음에 세계 지도로 대략적인 내용이 언급될 뿐이지 본문의 내용과는 그리 관계가 없어서 아쉬웠다. 굳이 말하자면 '지도로 보는'이라기보다 '한 권으로 읽는'이 더 적합한 느낌이었다.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의 주요 사상을 정리해놓고 있다. 연대 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느낌을 받기는 쉬웠다. 소크라테스에서 하이데거까지 사상이 변천해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같이 나오기는 하지만 역시 교차되기 어려운지 동양과 서양을 각기 다루고 있었다. 한 장이 하나의 시기를 다루면서 먼저 동양의 사상을 설명하고 서양의 사상을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 되었다. 그래서 세계의 주요 사상을 담은 지식사전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통해서 제자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고 자신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내용부터 몽테뉴의 교육법에 이르기까지 교육법에 대한 생각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 사상을 다루고 있는 만큼 목차가 더 상세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생겼다. 다시 한 번 그 부분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리 저리 비교해보고 싶은데 목차가 '유럽의 도약'이라는 식의 큰 분류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의 주요 사상인데 중국은 그렇다 치고 일본의 사상이 들어 있는 것은 조금 의아했다. 우리나라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예전에 세계사나 윤리 시간에 배웠던 세계사상사를 주요부분만 다시 짚어주는 기분이라 나쁘지 않았다.

공자가 학문에 그치지 않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 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부분부터 논리학자 왕충의 이야기나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춘추 초나라 혜왕의 일화가 재미있었다. 산채를 먹다가 거머리를 발견한 혜왕이 그것을 빼내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고 한다. 만일 자신이 빼내면 요리사가 처벌을 받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리사를 가엽게 여긴 혜왕의 행동은 득으로 돌아왔다. 거머리는 그 날 밤 배설되었고 병도 나았다는 것이다. 조금 이색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부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양한 컬러 사진들이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대한 생각을 설명하면서 뭉크의 절규가 나온 것이 좋았다. 지루할 만하면 화려한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으니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사상을 담은 책이니 지식이 약간 지나치게 조밀해서 찰떡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꼭 씹어 삼켜야 하는 찰떡처럼 내용이 가득 차 있어 대충 넘기려다가는 목에 걸려버릴 것만 같았다. 물론 인류사상사의 한 획을 그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니 좀 더 자신을 잘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그들이 발목을 붙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묵직한 책의 무게만큼 내용도 무게감 있는 책이라 꽤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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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쉽게 읽는 지식총서 1
니콜레 랑어 지음, 윤진희 옮김 / 혜원출판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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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여러 모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학문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 자체가 호기심을 갖게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형태가 있어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드러나는 것은 없기에 모호한 점이 많다.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게다가 사람의 마음이 그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가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학을 알아 두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

미국 드라마 '본즈'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브레넌이 심리학자 스윗츠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법을 배우려 한다. 당연히 쉽지 않은데 스윗츠는 그 방법을 읽을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답한다. 사실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고 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슈퍼맨이 되는 비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는 하다. 모든 사람은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이 사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심리학에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허나 어떤 학문이든 초반에 정수를 드러내는 경우는 없고 심리학 역시 관련도서를 처음 읽으려 들면 온갖 용어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 심리학의 역사부터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해 둔 책이 바로 '심리학'이다. 개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앞으로 심리학에 관한 도서를 읽을 때 이해를 도울 만한 내용은 모두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심리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서 전개 자체는 고대부터 시작하고 있다. 지금에야 심리학이 의식과 행동에 관한 경험적인 학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영혼의 학문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 대해 품게 되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조차 심리학을 영혼에 대한 것으로 한정 짓던 시절에는 육체를 영혼의 도구로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영혼은 세 가지로 나뉘었다. 영양을 공급하는 식물적 영혼,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동물적 영혼, 논리의 능력을 나타내는 정신적 영혼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영혼만이 사후에도 불멸로 남는다고 한다. 고대에는 이처럼 영혼에 주로 정신적 영혼에 집중해서 연구하는 학문이 심리학이었다. 허나 계몽시대에 들어서자 점차 신체와 정신의 상호작용에 대해 인정하게 되었다.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미치듯이 육체 역시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18세기 후반에 들어가자 정신의 개념은 자연 전체로 확대되었다. 그로 인해 동물심리학이나 발달심리학 등이 발전하였다. 이후 19세기가 되자 생리심리학처럼 신체적 과정과 연관이 있는 정신 기능에 대한 관찰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심리학은 학문으로써의 지위를 공고히 했지만 그 통일된 상에 대한 것은 계속 변화해 왔다. 통일된 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초기에 영혼에 대한 학문으로 한정되었던 심리학이 이제는 행동과 경험에 관한 학문이 되었다. 개인적 능력에 국한되지 않고 집단에서의 행동에 대한 것도 연구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만 해도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진다. 그런 와중에 사람의 마음에 한정되지 않는 심리학은 점차 넓어지고 그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하니 헷갈리는 부분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 그만큼 흥미롭고 심리학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놓은 이 책 '심리학'이 마음에 들었다. 개괄적인 부분이 많아서 아는 것은 다시 한 번 기억하기 좋았고 몰랐던 것은 앞으로의 이해를 위해 기억해두기 좋았다. 그런 와중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범위가 어두운 밤에 촛불은 50미터 밖에서도 볼 수가 있다는 것처럼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지식을 덧붙여주고 있어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여느 학문이 그렇듯 심리학 역시 학문인지라 딱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런 이론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읽는 심리학은 그만큼 흥미롭다. 심리학의 역사를 통해 전체적 구성도를 살펴볼 수 있던 기회라는 점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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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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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은 것은 연결되어 있다. 굳이 태평양 저편의 나비가 날갯짓을 했을 때 태풍이 온다는 것을 예로 들지 않아도 환율만 올라도 벌써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생겼다. 세상의 모든 책이 한국어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번역되는 속도도 각기 다른 터라 좀 더 빨리 읽고 싶은 경우에는 원서를 사는 경우가 꽤 있었다. 더구나 페이퍼백의 경우에는 번역서로 나온 책의 정가보다 싼 경우가 많아서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그런데 환율이 올라서 그런지 원서의 값이 쌀 때의 1.5배가 되었다.

예전만 해도 환율이 오른 것이 생활의 영향을 준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변화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다. 이 책 '커넥션'에서도 수많은 연결이 등장한다. 사실 굴뚝이 독서를 늘린다거나 사상의 변화를 촉진시켰다고 하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하물며 옷감을 짜는 수평직기가 인쇄술을 촉진시켰다고 하면 이것이 무슨 연관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허나 세상일은 오히려 연결되지 않은 것이 흔치 않은 것이고 모든 일은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변화를 이어갔다.

예전 날이 따뜻할 때는 난로가 집의 중앙에 있었고 그 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온기를 나눠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부유한 자도 다소 가난한 자도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했다. 하지만 갑자기 빙하기가 돌아온 것 마냥 추운 시절이 닥쳐왔다. 그 결과 굴뚝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난방의 필요성이 강해졌고 그렇지 않으면 냉골에서 살아야 했던 것이다. 또한 틈새에 회반죽을 바르고 그 위에 색깔을 칠하니 집 안을 치장하는 효과가 커졌다. 밖은 추워졌지만 집 안은 굴뚝이 있어서 따뜻했고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 사회복지는 향상되었지만 부자들은 따로 밥을 먹게 되었다. 사회복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상의 풍요이기도 했다.

반면 옷감을 주요 수출품으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옷감을 더 빨리 짓는 것이 중요요소였다. 수평직기가 발명되어 옷감을 빨리 완성되게 되었지만 정작 실을 자아내는 속도는 그대로라서 옷감의 수출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에 물레가 나왔고 물레와 수평직기의 연결은 대량의 린넨이 공급되었다. 린넨의 가격이 대폭 싸지자 린넨 넝마도 늘어났다. 린넨 넝마가 종이의 원료가 되었고 수많은 양을 죽여야 했던 양피지보다 그것이 더 저렴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또한 물의 힘을 이용한 수차는 곡식을 빻는 것부터 대장간 일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발명품들은 보통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나왔다. 굴뚝은 따뜻한 공간을 원하는 것에 의해서 옷감은 수출을 증대시키고 부를 축적하고 싶은 욕망에 의해 수차는 노동력을 덜 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이 전쟁을 위한 아이디어를 장려해서 나온 병조림도 비슷한 경우였다. 살균을 해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보관하면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병조림은 분명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당시는 전쟁 상황이었고 다른 나라에서 프랑스를 고립시키고 있었기에 완전히 퍼져나가지 못했고 후발주자가 주철을 사용하는 것으로 특허를 내고 그 쪽이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것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타르만 해도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은 타르에 손을 대서 패가망신을 한 반면 후에 타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타르에서 키니네 성분을 기대했지만 인공 염료를 발견하고 그것이 유행해서 부자가 될 수 있었다는 부분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같은 물질을 보았지만 행운이 누구 손에 떨어졌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발명이 방아쇠가 되어 전혀 관계없는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이어졌다. 서로 무기를 발전시키는 이야기처럼 상상은 갔지만 제일 무장이 심했을 때 기사가 1000킬로그램을 착용했다는 이야기처럼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 이야기도 있어서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다양한 것을 섞는 느낌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면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생각이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진다는 것 자체는 매력적인 소재였다. 방금 사람 하나하나가 고대로부터 연결이라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든 달리 보게 될 것 같다. 그것이 미래로의 어떤 연결고리가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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