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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
제임스 버크 지음, 구자현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많은 것은 연결되어 있다. 굳이 태평양 저편의 나비가 날갯짓을 했을 때 태풍이 온다는 것을 예로 들지 않아도 환율만 올라도 벌써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이 생겼다. 세상의 모든 책이 한국어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번역되는 속도도 각기 다른 터라 좀 더 빨리 읽고 싶은 경우에는 원서를 사는 경우가 꽤 있었다. 더구나 페이퍼백의 경우에는 번역서로 나온 책의 정가보다 싼 경우가 많아서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그런데 환율이 올라서 그런지 원서의 값이 쌀 때의 1.5배가 되었다.
예전만 해도 환율이 오른 것이 생활의 영향을 준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변화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알 수 없다. 이 책 '커넥션'에서도 수많은 연결이 등장한다. 사실 굴뚝이 독서를 늘린다거나 사상의 변화를 촉진시켰다고 하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하물며 옷감을 짜는 수평직기가 인쇄술을 촉진시켰다고 하면 이것이 무슨 연관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허나 세상일은 오히려 연결되지 않은 것이 흔치 않은 것이고 모든 일은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변화를 이어갔다.
예전 날이 따뜻할 때는 난로가 집의 중앙에 있었고 그 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온기를 나눠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다. 부유한 자도 다소 가난한 자도 같은 장소에서 식사를 했다. 하지만 갑자기 빙하기가 돌아온 것 마냥 추운 시절이 닥쳐왔다. 그 결과 굴뚝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난방의 필요성이 강해졌고 그렇지 않으면 냉골에서 살아야 했던 것이다. 또한 틈새에 회반죽을 바르고 그 위에 색깔을 칠하니 집 안을 치장하는 효과가 커졌다. 밖은 추워졌지만 집 안은 굴뚝이 있어서 따뜻했고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 사회복지는 향상되었지만 부자들은 따로 밥을 먹게 되었다. 사회복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상의 풍요이기도 했다.
반면 옷감을 주요 수출품으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옷감을 더 빨리 짓는 것이 중요요소였다. 수평직기가 발명되어 옷감을 빨리 완성되게 되었지만 정작 실을 자아내는 속도는 그대로라서 옷감의 수출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에 물레가 나왔고 물레와 수평직기의 연결은 대량의 린넨이 공급되었다. 린넨의 가격이 대폭 싸지자 린넨 넝마도 늘어났다. 린넨 넝마가 종이의 원료가 되었고 수많은 양을 죽여야 했던 양피지보다 그것이 더 저렴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또한 물의 힘을 이용한 수차는 곡식을 빻는 것부터 대장간 일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발명품들은 보통 시대의 필요에 의해서 나왔다. 굴뚝은 따뜻한 공간을 원하는 것에 의해서 옷감은 수출을 증대시키고 부를 축적하고 싶은 욕망에 의해 수차는 노동력을 덜 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나폴레옹이 전쟁을 위한 아이디어를 장려해서 나온 병조림도 비슷한 경우였다. 살균을 해서 공기가 통하지 않게 보관하면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병조림은 분명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당시는 전쟁 상황이었고 다른 나라에서 프랑스를 고립시키고 있었기에 완전히 퍼져나가지 못했고 후발주자가 주철을 사용하는 것으로 특허를 내고 그 쪽이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것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타르만 해도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은 타르에 손을 대서 패가망신을 한 반면 후에 타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타르에서 키니네 성분을 기대했지만 인공 염료를 발견하고 그것이 유행해서 부자가 될 수 있었다는 부분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같은 물질을 보았지만 행운이 누구 손에 떨어졌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나의 발명이 방아쇠가 되어 전혀 관계없는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이어졌다. 서로 무기를 발전시키는 이야기처럼 상상은 갔지만 제일 무장이 심했을 때 기사가 1000킬로그램을 착용했다는 이야기처럼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는가 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 이야기도 있어서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다양한 것을 섞는 느낌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면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의 생각이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진다는 것 자체는 매력적인 소재였다. 방금 사람 하나하나가 고대로부터 연결이라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든 달리 보게 될 것 같다. 그것이 미래로의 어떤 연결고리가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