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
허윈중 엮음, 전왕록.전혜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한 가지 일은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다. 태평양 너머의 나비가 날갯짓을 한 것이 태풍이 되는 마당에 무리도 아니다. 얼마 전 읽은 책 '커넥션'에는 하나의 발명이 다른 발명을 낳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한 예로 유럽에 추위가 닥치고 굴뚝이 발달하게 되자 따뜻한 실내에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고 그것이 복지의 향상으로 연결되거나 위대한 사상이 잉태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사상이 다른 사상을 낳는 일은 없을까.

일반적으로 특이한 이론이 발표되면 학계가 발칵 뒤집힌다. 그것에 대한 반론, 찬탄이 쏟아지는 것이다. 사상은 논쟁을 낳고 그 논쟁 속에 새로운 사상이 잉태된다. 그런 마당에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위대한 사상이라면 다른 많은 것에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대체로 인류사상에 대해서 말할 때 동양의 것과 서양의 것을 분리해서 보여준다. 덕분에 시대 별로 머릿속에서 재조합하지 않으면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지도로 보는 세계 사상사'가 반가웠다. 그런데 '지도로 보는'이라고 되어 있지만 정작 장의 처음에 세계 지도로 대략적인 내용이 언급될 뿐이지 본문의 내용과는 그리 관계가 없어서 아쉬웠다. 굳이 말하자면 '지도로 보는'이라기보다 '한 권으로 읽는'이 더 적합한 느낌이었다.

책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 서양의 주요 사상을 정리해놓고 있다. 연대 별로 정리되어 있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느낌을 받기는 쉬웠다. 소크라테스에서 하이데거까지 사상이 변천해간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같이 나오기는 하지만 역시 교차되기 어려운지 동양과 서양을 각기 다루고 있었다. 한 장이 하나의 시기를 다루면서 먼저 동양의 사상을 설명하고 서양의 사상을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 되었다. 그래서 세계의 주요 사상을 담은 지식사전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소크라테스가 질문을 통해서 제자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하고 자신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내용부터 몽테뉴의 교육법에 이르기까지 교육법에 대한 생각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많은 사람, 사상을 다루고 있는 만큼 목차가 더 상세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생겼다. 다시 한 번 그 부분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이리 저리 비교해보고 싶은데 목차가 '유럽의 도약'이라는 식의 큰 분류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의 주요 사상인데 중국은 그렇다 치고 일본의 사상이 들어 있는 것은 조금 의아했다. 우리나라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예전에 세계사나 윤리 시간에 배웠던 세계사상사를 주요부분만 다시 짚어주는 기분이라 나쁘지 않았다.

공자가 학문에 그치지 않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려 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부분부터 논리학자 왕충의 이야기나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춘추 초나라 혜왕의 일화가 재미있었다. 산채를 먹다가 거머리를 발견한 혜왕이 그것을 빼내지 않고 그대로 삼켰다고 한다. 만일 자신이 빼내면 요리사가 처벌을 받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리사를 가엽게 여긴 혜왕의 행동은 득으로 돌아왔다. 거머리는 그 날 밤 배설되었고 병도 나았다는 것이다. 조금 이색적인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부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양한 컬러 사진들이었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 대한 생각을 설명하면서 뭉크의 절규가 나온 것이 좋았다. 지루할 만하면 화려한 사진이 눈길을 사로잡으니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 단지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사상을 담은 책이니 지식이 약간 지나치게 조밀해서 찰떡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꼭 씹어 삼켜야 하는 찰떡처럼 내용이 가득 차 있어 대충 넘기려다가는 목에 걸려버릴 것만 같았다. 물론 인류사상사의 한 획을 그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니 좀 더 자신을 잘 이해하고 넘어가라고 그들이 발목을 붙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묵직한 책의 무게만큼 내용도 무게감 있는 책이라 꽤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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