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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
夢 프로젝트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어떤 일이든 처음한 사람은 오래 기억되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발상을 하고 기반이 잡혀 있지 않은데 처음을 연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처음이 한 시대를 변화시킬 만한 것이라면 그 사람은 더 대우받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이야 당연한 것들, 발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때에 많은 과학자들은 기존의 관념과 싸워 새로운 시대를 열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그들의 생각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살아서 그런지 과학자들과 그들의 업적에 대해 어느 정도 무관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매일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니 처음을 연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이제 '상식'으로 알아야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데도 과학이라고 하면 첨단기술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물리학이니 화학이니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관련도서를 읽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은 탁월한 편이다. 신의 품에 모든 것을 맡기던 시대의 과학자 '데모크리토스'의 업적부터 원폭을 개발한 오펜하이머까지를 시대 순으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그들의 업적만을 보여준다면 딱딱한 내용이 되어 버렸을 텐데 그들의 일생이나 재밌는 일화를 먼저 보여주고 그들의 생 속에 일궈낸 업적을 보여줌으로써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가운데 상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래서 편하게 읽어 내려가다가 생각했던 것과 그들의 인생이 너무 달라서 많이 놀라게 되었다. 그 중 몇몇을 꼽아보자면 먼저 코페르니쿠스를 들 수 있다. 갈릴레오가 지동설에 관해서 종교재판까지 휘말리기는 했지만 지동설을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은 코페르니쿠스라는 것은 꽤 유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를 기존 세계관을 뒤집는 용감한 혁명가, 혁신가의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찬동한 사람은 화형에 처해진 반면 코페르니쿠스는 교회와 큰 불화 없이 일생을 끝냈다. 그것은 그가 꽤나 소심한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지동설에 관해 발표하는 것을 극히 꺼려서 죽기 직전에 발표했으며 주장하는 전체 논조도 아주 약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의 새로운 발상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그에 대한 생각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리고 파스칼의 경우 수학자나 기압에 대해서 밝힌 과학자라는 점을 많이 떠올리는데 그의 일생 대부분은 종교에 치우쳐 있었고 수학이나 과학은 그가 한가할 때 잠깐 한 취미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살 때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 라는 것을 밝히고, 19살 때 아버지를 위해 계산기를 발명했으며 후에 기압에 대해 연구하기까지 했다. 그가 38살에 이른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많은 과학적, 수학적 성과가 있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또 기인 같은 태도를 보인 과학자가 몇 있었는데 뉴턴에 대한 것보다 헨리 캐번디시에 대한 것이 독특했다. 헨리 캐번디시는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고 집안에 도서관을 만들기도 하고 자기 집무실에 틀어박혀서 연구만 하고 살았다고 한다. 사람을 보는 것을 꺼려해서 고용인들과의 소통도 문틈으로 메모를 내서 하는 정도까지였다는 것이다. 그런 헨리 캐번디시는 수소를 최초로 발견하기도 하고 수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정작 발표를 하지 않아서 그의 사후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슨 한번 헨리 캐번디시가 수소를 발견했다고 발표를 했는데 프랑스의 라부아지에가 자신이 그보다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했고 이 일로 영국과학협회와 프랑스과학협회가 다투는 등 일이 시끄러워졌다는 것이다. 이 일로 염증을 느낀 헨리 캐번디시는 이후 자신의 연구 성과 일체를 발표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에 자신을 알리고 싶은 욕구는 전혀 없고 오직 학문을 하고 싶은 마음만 있는 학자의 모습이 떠올라 묘한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제본공에서 뛰어난 과학자가 된 패러데이, 다윈에게 모든 공을 돌린 월리스, 국가 대신 세금을 거둔 일을 했던 것 때문에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라부아지에, 억지력을 기대하고 핵폭탄의 개발을 지휘했지만 핵이 실제 전쟁에 사용되었음을 알고 절망한 오펜하이머 등 많은 과학자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흥미로웠다.
워낙 유명한 과학자들이기도 하고 과거에서 현재의 순으로 과학자의 업적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이 한 성과는 전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투성이였다. 그들이 어떻게 기존의 관념을 뒤집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는지에 감탄하고 그들의 너무도 인간적인 삶 이야기를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장에 도달해 있었다. 수많은 처음을 열고 인간의 선량한 마음을 믿은 과학자 50명의 이야기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과학자 50' 인상적이기도 했지만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