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후의 인간 경영학
리 아오 지음, 강성애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여태까지의 역사는 남성 위주의 역사여서 인상적인 여성 위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사실 상대적으로 여성 위인을 찾기는 어려운 편이다. 여성의 기록이 역사 속에 남으려면 남성 위주의 제도에 순응해서 본보기가 될 여성이 되거나 제도에 불응해서 모든 비난을 들어야 하는 위치에 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허나 단순히 제도에 순응하거나 불응해서는 위인의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 제도나 남성위주 사회를 넘어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지 않으면 역사에 기억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역사 속에서 이름이 알려진 여성이 적다. 대신 워낙 수가 적어서 역사 속에서 유명한 여성의 대부분은 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이름이 워낙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청난 업적을 남겨서 알려지는 위인들은 그렇다치고 역사 속에서 이름을 남기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다. 역사에 인정을 받을 정도의 명성을 얻거나 반대로 악명을 떨치는 것이다. 이 책 '서태후의 인간 경영학'은 후자에 속하는 서태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서태후는 흔히 자신의 아이의 인생조차도 권력을 얻기 위한 도구로 썼던 악랄한 여인의 대명사다. 오직 자신을 위해 살았으며 권력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수많은 악행을 일으켰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나라를 파멸로 몰아 넣은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허나 권력을 얻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서태후 뿐인 것도 아니고 한 나라가 망하는데에 한 사람에게 전적인 책임이 다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역사 속에 이름이 알려진 여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오명도 악명도 그녀에게 몰려 버린 것이다. 책에서는 인간 서태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조건적인 악당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으며 욕망에 따라 움직인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태후도 처음에는 부드러움을 드러내는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리 높지 않은 관리집안의 딸로 태어나 권력을 얻으려 했던 것이 그녀가 악명을 얻게 된 모든 원인이었다. 여성의 몸으로 권력을 얻으려면 황제의 눈에 드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미모도 재능도 뛰어났던 그녀는 황제의 눈에 들려고 입궁을 한다. 하지만 황제의 주위에는 수많은 후궁들이 있었고 그녀들의 미모도 뛰어났다. 영리한 자희는 미모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젊음과 함께 가시는 것이고 그것 하나에 매달려서는 높은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자희는 자신의 재능으로 황제를 사로잡는다. 자희, 즉 서태후는 재기발랄한 여성이었고 수많은 일들을 황제를 대신해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거기에 그녀의 지위를 확정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다. 황제의 후계자를 낳은 그녀는 덕분에 지위가 올라간다. 하지만 황후가 되기에는 그녀의 집안이 너무 약했다. 자희가 입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황후가 정해진다. 황후가 될 수 없다면 황제의 총애를 받는 위치에 서야 했고 그 총애를 유지하려면 미모, 재능, 후계자를 낳는 것까지 고루 갖춰야 했다.

만약 황제가 오래도록 건재했다면 자희도 황제를 보좌하는 입장에서 만족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역사가 달라졌겠지만 황제는 젊은 나이에 죽고 황후인 자안과 후계자를 낳은 자희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다. 황후도 아니었고 단지 비였던 자희는 상대적으로 지위가 약했다. 그래서 대신들의 멸시를 받아도 참아야 하는 위치였다. 황제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자희의 아들이 황제로 오르고 상황은 달라진다. 자희는 황후인 자안과 함께 황태후란 입장이 된 것이다. 당시 자희의 아들인 황제는 나이가 어렸고 자희는 자안과 함께 수렴청정을 행하게 된다.

이 때부터 자희의 권력에 대한 욕망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순히 열악한 지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황태후가 된 이후에는 권력을 잡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들을 몰아낸다. 그런 자희가 권력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최대 라이벌이며 질투의 대상인 자안이었다. 자희의 아들이 황제에 올랐다고 하나 황후였던 자안과의 경쟁에서 자희는 열세에 처해 있었다.

재능보다 덕이 뛰어났던 자안은 황후로 교육받았고 권력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런 자안이었기 때문에 자희가 지나치게 권력에 집착해서 황제의 앞을 가로막으려 들면 그녀에게 제재를 가했던 것이다. 자희는 그런 자안에 대한 시기심을 멈출 수 없었지만 자안은 무시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 큰 인물이었다. 그래서 자희는 자안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쓴다. 몸이 아픈 자안에게 탕약을 건네고 그녀가 회복되었을 때 그 약이 자신의 살점을 베어서 만든 것이라는 점을 알려 자안을 감동시킨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잠시 불쾌하게 만든다면 그 사람을 평생 불쾌하게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의 사람이었지만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인물이 서태후였다. 그런 점을 서태후의 인생 전반에 걸쳐서 보여주고 있다. 또한 권력을 완전히 차지한 이후에 그 권력을 오직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서태후는 굳이 말하면 어디까지나 독재자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권력을 휘두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서태후의 부드러움에 대해서 말하기 때문에 이 책 '서태후의 인간 경영학' 인상 깊게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