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 완성된 초상
앤드류 노먼 지음, 한수영 옮김 / 끌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읽은 소설책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사람들은 책에 관심을 두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는 당연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내용보다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어떤 면으로는 당연하다. 책 그 자체보다 자신에게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더 쏠린다면 그것만큼 작가에게 있어 난감한 상황도 없을테고 말이다. 만약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애거서 크리스티'라고 말한다면 그 말의 의미는 그녀가 낸 작품을 좋아한다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작가인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을 좋아한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보통 책을 통해서 말하는 법이니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처럼 유명한 작가인 경우에도 그 인생을 세밀하게 알고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녀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말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처음 결혼한 남편인 아치 크리스티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되었고 크리스티란 성을 바꾸고 싶었지만 이미 그녀의 이름이 너무 유명해진 상태여서 바꿀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그녀에 대한 큰 의문으로 남아 있던 사건인 애거서 크리스티 본인의 실종 사건이다. 그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점이 많은데 실종된 이후 그녀는 기억상실 상태였다고 한다. 후에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남편도 딸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그녀는 더 큰 유명세를 얻게 되었고 최고로 인정받는 여류추리소설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상황에 대해서 그녀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설과 정말 기억상실에 걸렸을 것이라는 설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책 '애거서 크리스티-완성된 초상'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인생 전반을 파고들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했지만 신경질적인 어린 아이였던 그녀가 어떻게 천재적 소설가가 되었으며 화제가 되었던 실종사건에 대한 의문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완성된 초상'이라는 제목 자체도 애거서 크리스티가 발표했던 자전적 소설 '미완의 초상'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어렸을 때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는 평과 달리 그리 유복하게 자라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집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난했다는 것에 불과하다. 그녀의 집에는 하인이 세 명 있었는데 다른 집에는 더 많은 하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 자신이 직접적인 비난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능한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유산을 관리하는 것에 실패했고 집은 재정난에 빠지고 말았다. 그쯤 되면 아버지가 일자리를 구할 법도 하건만 '게으른' 그녀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재정난으로 인해서 물가가 싼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보낼 계획을 짠다. 그 곳에서 애거서 크리스티는 프랑스어를 익혔고 그녀의 어린 시절에서 흔치 않은 친구를 얻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고 그녀는 다시 외로운 시절로 빠져든다. 일단 언니와 오빠가 있었지만 십 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터라 서로 사이가 그리 다정하지 못했고 학교라도 갔다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을 텐데 그녀의 부모는 애거서가 학교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교육은 가정교사에 의한 것이었고 어린 아이인데도 친구는 어머니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데다가 외로움에 시달린 애거서는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건맨'이라는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서 그녀를 위협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이 '건맨'이라는 인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적 빈곤과 외로움에 시달리던 애거서는 성년이 되자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치 크리스티라는 남자와 결혼한다. 그 때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약혼녀였지만 약혼자는 참전한 상태였고 그녀의 곁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치가 '무자비한' 사람이라면서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애거서는 그 사실을 무시한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의 의견은 결국은 옳은 것이었다.

이런 애거서의 일생과 함께 하며 책에서는 그녀의 다양한 작품의 예를 든다. 가령 애거서가 언니의 저택을 방문했던 경험에서 '서재의 시체'의 배경이 된 저택이 그 곳이라든지 애거서가 약사로 일한 경험에서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이 나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장편 소설이었는데 그녀는 '약학 저널'에 실린 서평을 가장 만족해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작가의 추리소설과 달리 '스타일즈 저택의 죽음'은 정확한 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써졌다는 평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생을 읽으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떠올려 볼 수 있던 점이 특히 좋았다. 그녀의 다양한 작품이 언급될 때마다 그 작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얼마 전에 읽은 것이라면 그 세세한 내용을 떠올리면서 읽게 되고 한참 전에 읽은 것이라면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가 만들어낸 작품 외에도 그녀의 일상이 빚어낸 가장 큰 미스터리인 실종사건을 다각도로 짚어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얻기까지의 애거서 크리스티를 보여준 '애거서 크리스티-완성된 초상'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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