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을 리뷰해주세요.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소풍 전 날이면 항상 악몽을 꿨다. 매년 소풍이나 수학여행지는 바뀌었지만 악몽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한 번도 하지 않을 지각을 해서 버스를 놓치는 꿈이었다. 집에서부터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달리기 시작하지만 코 앞에서 항상 차를 놓쳐서 울고 마는 그런 것이었다. 울음이 터짐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시계를 봤고 대개 오전 5시도 안 되어 있었다. 여행 전 날까지 흥분이 최고조에 오르고 여행 전 날 밤에 악몽을 꾼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을 때를 기다리는 일은 한참동안 반복되었다.

이제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악몽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 전 날까지 흥분이 최고조에 오르는 것은 지금도 같다. 너무 기분을 냈는지 여행 도중에는 오히려 지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집이 익숙한 휴식의 장소가 되는 만큼 여행은 사람에게 큰 자극이 된다. 신경질적인 아이가 악몽을 꾸게 하기도 하고 인정된 일탈의 즐거움에 직전까지 흥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사람은 자극을 바란다. 그렇기에 길이 길어보일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는 자신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이 책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이 반가웠다. 길이 길어보이는 날은 많지만 그럴 때마다 짐 가방을 챙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은 간단했다. 일본에 몇 번 여행을 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저자는 일본 여행을 결정한다. 그것도 JR패스 21일권을 사서 기차를 타고 일본 대부분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녀가 부러웠던 만큼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가끔은 버스도 탈 수 있는 것으로 보여서 거의 만능 티켓 같이도 보이는 JR패스를 국내에서 미리 산 후 일본에서 티켓을 발권 받는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숙소에 대한 부분이 없어서 의아했다. 저자는 기차를 타고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하카다 역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는다. 예약도 하지 않았고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보통은 안내소를 이용하고 안내소가 문을 닫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코방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파출소에 물어서 해결한다. 여태껏 여행은 잘 계획해서 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즉흥적으로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어떤 면으로는 더욱 편리했다. 어떤 여행 책자든 정보는 한정되게 들어가 있으므로 모든 숙소나 음식점에 대한 것을 전부 다 실을 수는 없다. 그런데 현지 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면 예산에 맞추어 소개해 줄 뿐만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공실이 있으면 예약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느낌이었다.

거기에 기차 여행의 매력을 잘 살린 그림과 사진에 여행의 풍취 속에 푹 빠진 기분이었다. 일본 기차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도시락들부터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생각하게 하는 침대차까지 기차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이 고루 실려 있었다. 기차 내부나 기차의 전면에 대한 설명부터 도착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설명까지 있었다. 하나 신선했던 점은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반 이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혼자 있어도 즐거웠고 자신 만의 시간을 오롯이 만끽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기차에 몸을 싣고 생각할 여유를 누린다는 느낌이 들어 꽤 마음에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미술관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기차 안에서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물어보고 저자가 거절하자 다른 빈 좌석으로 옮긴 이후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는 할머니였다. 잃어버린 카메라를 챙겨다 준 가게 주인처럼 좋은 사람도 많았지만 친절한 사람들 틈에서 유독 무례한 사람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사진으로 일본 기차 여행을 대리 경험한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음식이나 도시락 같은 것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었으면 했다는 것이다. 하긴 아쉬움이 남아야 직접 떠나게 될 테니 이것 역시 장점인지도 모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일본 여행을 그것도 기차를 통해서,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된 부분이 좋았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된 '바람샤워 인 라틴'이란 여행기가 떠오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언젠가의 여행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해가 진다.
내가 조금까지 머무르던 곳, 내가 두고 온 곳, 내가 가야할 곳
그 모든 곳에 똑같이 해가 지고 있다. (P421)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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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밥상 -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이원종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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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 '울버린'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옛 동료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남자가 그를 해하려 하자 죽음이 올 것을 예감한 다른 남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자 그의 목숨을 빼앗을 살인자는 이렇게 답한다. 죽어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결국 모르는 것들은 사람을 두렵게 한다.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자는 있어도 실제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없기에 죽음이 두렵다. 정확한 감염경로는 낫는 법을 알 수 없는 병도 두렵다. 지금 살고 있는 생명의 기회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두렵고 또 생에 집착하게 된다.

성인의 대열에 든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소설 '음양사'에 나온 말대로라면 사람은 욕망에 묶여 있어 부처가 될 수 없다고 하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야 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그래야 자신이 품고 있는 욕망을 약간이라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충족시키는 족족 다른 것을 원하게 될 테지만 말이다. 이렇듯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품고 있는 욕망에 부응하듯 수많은 종류의 건강 서적들이 쏟아져 내린다. 이 책 '조화로운 밥상'도 어쩌면 그런 불안감을 충족시켜 주는 책 중에 하나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요새 나오는 책들에서는 거의 극단적 채식이야 말로 살 길인 것 마냥 강조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면 바로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상태는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을 나타낼 때가 많아졌다. 아주 극빈층이 아니라면 배가 고프지는 않다. 하지만 '잘 먹는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사람의 몸에서 원하는 것들이 반드시 포만감을 주는 것이나 입에서 단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렇다. 거기에 광우병이니 조류독감이니 하는 알 수 없는 질병부터 GMO의 유해성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면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어진다.

전에는 어린 아이들이 단 것을 좋아하면 당연히 그런 것으로 생각했지만 요새는 설탕중독 소리를 듣게 된다. 입이 짧아서 다른 것은 잘 먹지 않고 과자라도 배부르게 먹으니 내버려 두자고 생각했던 어머니들은 '아이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듣게 되는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은 어떤가. 먹으면 맞지 않는 화합물이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아토피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인스턴트식품을 먹었을 때 아이가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실험결과까지 있으니 오싹해진다. 그런 마당에 채식을 권하니 귀가 다 솔깃해진다.

허나 채식만으로는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다 공급하기 어렵다고 한다. 콩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성장기 아동에게 공급해야 할 것들을 다 공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균형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무조건 채식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굳이 하려면 계란이나 생선은 먹는 제한적 채식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혹은 많은 장수마을에서 그렇듯이 올리브기름 같은 좋은 기름을 쓰고 돼지고기를 먹더라도 튀기는 방법대신 최대한 기름기를 빼는 식으로 요리를 하라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조리하는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몸에서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망고가 다른 사람의 몸에는 보약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도 저마다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있다. 그런데 불안감에 무조건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통념이 전부다 옳은 것이 아니듯이 지방이나 단백질도 인체에 필요한 물질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다른 건강서적과 마찬가지로 단 것을 마구 먹어도 좋다거나 기름진 음식을 마구 섭취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고기를 먹는다면 야채를 많이 함께 먹으라는 것처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맛있는 요리만이 아니라 영양의 균형이 맞는 음식을 섭취하라고 한다. 그 조언이 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저자가 실제로 직접 텃밭에서 키운 야채와 마당에 풀어 키운 닭을 자주 언급했기 때문이다. 말만이 아니라 실제 삶을 통해 증명한 셈이니 보다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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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
시모나 바르톨레나 지음, 강성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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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에서 자주 소재로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간여행이다. 물리학자들은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를 끄는 소재거리임은 분명하다. 얼마 전에도 만약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할까 하는 것으로 친구와 잡담을 나눴다. 다음 주에 당첨될 복권번호를 보는 것부터 후회스러웠던 일을 바로잡는 것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마지막에 나온 것은 과거로 돌아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잔뜩 사가지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유명하다 못해서 그림 값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가의 그림이 되었지만 고흐가 살아있었을 때에는 그는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그가 가진 재능은 사후에나 인정받았던 것이다. 물론 과거로 가서 고흐의 그림을 사겠다는 것은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 것도 있지만 헐값이었을 그림을 잔뜩 사서 큰 이득을 얻겠다는 속셈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흐의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강렬한 색채 때문일 것 같다. 그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은 그 색채에 압도된다.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부터 고전주의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한 것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그 화가의 이름값보다 그 전시회에서 남았던 기억은 아름다운 색채와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압도감이었다. 암굴의 성모에 이르러서는 멍하니 그림 주위를 서성거렸다.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그런 감정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색채, 구성을 제외하고도 그림 자체에서 압도적인 무언가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은 빛과 그림자의 마술 같은 순간을 잡아낸 화면, 강렬한 색채로 인해서 사람의 마음을 끄는 면이 있다. 인상주의라는 말 자체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 '인상-해돋이'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비평가들이 기존의 신고전주의나 낭만주의를 따르지 않는 화가들의 화풍을 비아냥거리느라고 만든 말이라는 것이다. 그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모네의 그림을 비웃으면서 그와 비슷한 화풍을 가진 화가들을 인상주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인 말이 실은 마음에 드는 화가들을 비아냥거리는 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 비평가는 비아냥거릴 생각이었는지도 몰라도 인상주의라는 말은 그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것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 화가들의 그림은 인상적인 것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그림조차도 고전이 되어 버렸다. 이 책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에서는 수많은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을 다루고 있다. 인상주의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부터 다양한 그림들이 눈을 현혹한다. 그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편일 텐데 왜 인상주의가 나오게 되었는지부터 그 종말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만 인상주의 화가의 삶과 그림이라지만 인상주의 화가가 한 둘이 아닌 터라 한 사람에 대한 설명은 그리 길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 전체에 대한 이야기는 책 전체에 걸쳐져 있고 그와 관련된 그림이 적절하게 예시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편이었다. 흔히 예술은 창의력을 중요시 여기니까 새로운 변화를 잘 받아들일 것 같지만 마네가 그림을 내려던 시기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 같기는 하다. 어디에나 기득권은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일관된 구성, 신화의 이야기를 차용하는 비슷비슷한 소재, 사실대로 그리지 않고 미화된 신체와 부드러운 색감이 강요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화가가 성공하려면 살롱전에서 입상해야 하는데 그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입선하기 어려웠다고 하니 사실상 강요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방식에 반기를 들어 사실적인 소재를 차용하고 화려한 색감을 쓰고 모델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그리는 화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은 당시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 정물화나 풍경화를 그렸으며 아틀리에에서 작업하는 방식이 아니라 야외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이뤄낸 마술적인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기존의 그림보다 붓질이 거칠게 표현되어 있었고 외곽선을 배제하기까지 하는 등 기존 그림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난이 들끓는 곳에 열광적인 찬사가 있기 마련이었고 당대의 사상가들이 그 일단의 변혁을 일으키는 화가들을 옹호했다고 한다. 그 일단의 화가들이 흔히 인상주의 화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었으며 인상주의는 유행처럼 번져나갔다고 한다. 후에는 그림이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인상주의 화가들도 다양한 예술작품에서 그 소재를 얻기도 할 정도로 상호교류가 활발했었다는 것이다.

예술은 보통 당대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그 예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당에 시대상을 배제한 예술을 고집했으니 인상주의가 유행하게 된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단순히 그림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과 관련된 시대상을 읽어주는 책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어디였냐고 묻는다면 그 안에 실린 수많은 그림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원작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해도 명화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19세기 후반의 미술여행, 꽤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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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을 리뷰해주세요.
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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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볼 때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다. 황당무계한 설정을 가지고 경쾌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면 '만화 같다'고, 꿈같은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간다면 '동화 같다'라는 말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고 있는 다정한 사람들이 등장한다면 동화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리고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말을 믿을 나이는 지나 버렸다. 그 말을 믿게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동화 속의 이야기조차 흔히 생각하게 되는 동화 같은 설정이나 결말이 아니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안데르센의 대표작인 인어공주에 와서는 더욱 그렇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사랑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지지만 그녀가 맞게 되는 결말은 물거품이 되는 신세일 뿐이다. 더구나 가련한 성냥팔이 소녀는 따뜻한 꿈을 꾸면서 싸늘하게 죽어간다. 동화를 읽으면서 동화 같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그 속에 숨은 싸늘함에 몸서리 처지게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 책 '눈의 여왕'을 읽는 감회가 더 새로웠다.

이 책에는 6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사라진 소년을 찾아 나선 소녀의 이야기 '눈의 여왕', 익숙하지만 새로운 '인어공주', 중국의 황제를 위해 노래한 '나이팅게일', 열 한 명의 오빠들을 사람으로 돌려놓기 위해 고난을 겪어야 하는 여동생의 이야기 '백조왕자', 발레리나와 사랑에 빠져버린 외발의 '장난감 병정', 추운 겨울 따뜻함을 성냥을 통해 느끼려 했던 '성냥팔이 소녀'가 그 6편이다. 동화의 원전을 살린다거나 한 때 유행했던 잔혹 동화가 아니라서 편하게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읽었던 때와 달리 세부사항이 눈에 들어와서 그리 마음 편하지는 않았다. 그 때와는 다르게 읽게 된 것이다.

가령 '눈의 여왕'의 경우에는 한 소녀가 자신의 단짝인 소년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는 다르지 않다. 허나 이야기의 시작은 좀 색달랐다. 예전에 악마가 거울을 하나 만들었다고 한다. 그 곳에 비치는 무엇이든 비틀어서 보는 거울이었다. 그 거울을 통해서 보면 아름다운 것도 추하게 보였고 선한 사람도 사악해 보였다. 그 거울을 추앙하는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사물의 진짜 모습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데 거울이 깨어지면서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거울의 작은 파편이라도 눈에 들어가면 시야가 비틀리고 심장에 박힌다면 마음이 사악해졌다.

소녀를 사랑했던 소년에게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소년의 눈에 그리고 심장에 들어간 거울 조각은 소년이 다른 사람의 결점을 잘 찾아내도록 만든다.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소녀조차도 업신여기는 사람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거기에 눈의 여왕이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어 버린다. 소년은 장난으로 눈의 여왕의 썰매에 자신의 썰매를 묶어놓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줄은 풀어지지 않았고 소년은 눈 깜짝할 사이 마을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눈의 여왕은 소년에게 입을 맞추는데 그 순간 비뚤어져 있던 소년의 심장은 얼어붙는다. 소년은 소녀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소녀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소년의 실종을 슬퍼한다. 그리고 그를 포기한다. 하지만 소녀는 소년을 되찾고 싶었고 소년의 행방을 강에게 물으러 간다. 그러다 소녀는 작은 배에 실수로 몸을 실고 신발도 잃은 채 정처 없이 떠내려가는 신세가 되고 만다. '눈의 여왕'의 경우 자신의 친구를 찾아 나선 소녀의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거울 조각에 관한 이야기는 잊고 있던 터라 왜 소년이 눈의 여왕을 피하지 않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소녀가 소년을 자발적으로 찾아 나선게 아니라 어쩌다보니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데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인어공주'역시 인어는 삼백년을 살지만 영혼이 없고 인간은 백년도 못 살지만 영혼이 있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부분이나 다리가 생긴 인어공주가 무리해서 걸어 다니다 발에 피가 흥건하다는 부분은 예전이라면 그저 넘어갔을 부분이었다. 허나 예전에 읽었던 동화를 매혹적인 삽화와 함께 다시 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세부사항 때문에 살짝 우울할 때도 있었지만 동화에서 얻은 슬픔은 눈처럼 살며시 녹아들고 행복한 결말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정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동화의 세부사항을 알게 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연결고리가 맞아들어 갔던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가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이유처럼 대체로 납득이 가는 전개였다. 다시 읽게 된 동화는 그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음같이 차가운 아름다움이라도 동화의 세계는 그 정도면 족하지 않을까.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동화를 다시 읽게 되는 것도 좋지만
화려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삽화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헬가 게버트의 그림동화'
이 책 만큼 매혹적이지는 않지만 적당한 삽화와
다양한 동화가 같이 있는 이야기라 제법 재미있어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동화를 처음 읽는 어린 아이들보다
예전에 한 번 읽은 동화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어른들에게 적합할 것 같네요.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아이들이었습니다.  바야흐로 따스하고 눈부신 여름이었습니다.
-P97 '눈의 여왕' 중에서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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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어회화 측정기 - 당신의 영어 회화 실력은?!
Chris Woo 지음 / GenBook(젠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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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방긋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전력으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 사람이 경찰인 것도 자신이 범죄자인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은 처음 만난 사람이니 불구대천의 원수인 것도 아니다. 사실 어떤 사람과 눈이 마주치고 상대가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전력으로 도망친다는 것은 결코 예의가 아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충동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외국인이고 '영어'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영어는 해결해야할 난제가 되어버렸다. 단순히 모르면 그만인 다른 나라의 언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실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척도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어울렁증이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영어에 대해 강박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언어학에 소질이 있어서 다른 나라의 어떤 말이든 금방 익힐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그나마 학창시절에 배워서 글을 읽거나 듣는 정도는 어떻게든 넘기는데 말로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되어버린다. 덕분에 세상에 하나의 언어가 있었는데 바벨탑이 무너지면서 서로 다른 말을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사람의 입에서 말이 전부 문자로 튀어나오고 그것을 일정 시간동안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허나 이런 망상에 빠진다고 해도 상황이 변하는 게 아니어서 결국 생각은 하나의 답을 내고 만다. 공부를 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먼저 밟아야 할 하나의 절차가 있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읽기와 듣기라면 몇 가지 시험이 있고 요새는 말하기와 쓰기도 검증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어느 정도 영어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영어회화 측정기'는 편리한 책이다.

일단 앞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읽어 나가면 되는 책이니 마음이 편하다. 더구나 제목이 영어회화 측정기라서 살짝 긴장했는데 그 측정의 척도는 객관식 문제였다.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8번째 장까지는 읽기와 말하기에 가깝다면 나머지 두 개의 장만이 읽기와 듣기에 관련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단어와 관련된 내용으로 사람들이 오해하기 쉬운 단어의 예가 실려 있었다. 가령 drug와 medicine은 둘 다 약이지만 전자는 마약, 후자는 의사가 처방해준 약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파서 약을 먹었느냐는 말을 쓰고 싶을 때는 medicine을 사용하라는 설명이었다.

또 두 번째 장은 숙어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숙어는 가능하면 알아듣기 위해서만 기억해두는 것이 좋고 사용은 하지 말라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발음이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이 숙어를 사용하면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 있다는 이유였다. 무작정 외우기만 했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장과 네 번째 장에서는 각각 영어문법과 헷갈리는 표현을, 문화와 유머와 관련된 부분이 다섯 번째 장과 여섯 번째 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기억해두면 좋을 만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Do you have the time?'이라는 말이었다. 몇 시냐고 묻는 말인데 시간이 있느냐는 'Do you have some time?'과 헷갈리기 쉽다는 점이었다. the가 붙었을 때와 붙지 않았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표현이었다. 사실 책 한 권으로 그 사람이 가진 실력을 알아내는 것은 다소 버겁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할 지 정도는 대강의 감은 잡히는 편이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에 해당하는 문제를 얼마나 맞혔는지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눠 각기 다른 조언을 해주는 점도 꽤 마음에 들었다. 그 정도에 해당하는 칭찬을 들을 정도는 아닌데 하고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지만 약간의 자신감과 앞으로의 영어 공부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도와준 '나의 영어회화 측정기' 나쁘지 않았다. 언제야 벙어리 영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암담했지만 언젠가는 길의 끝이 보이리라는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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